0. 일이란 것, 우리 일이란?

1. 기능적 관점, 도구적 관점 - 돈이란 심장박동에 맞춰 뻠뿌질하는 일들. 나의 명예와 권력,,힘 등에 예속된 일 들.. ...

2. 일이란 이렇게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관점만으론 해석도 헛헛하다. 그나저나 무미건조하게 다룰 수 없는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이란 넘이 때로 궁지에 몰리고,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을 보면, 제한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유독 맘과 몸을 준 일들은(유독 그런 작업들은 컴이 다운되고 난리부르스인가?)

3.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일이라면? 너무나 애가 타, 맘이 촉박하기 그지없는데 부지불식간 허사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이 일이라는 것이 묘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4. 그래서, 일을 이 기계부속품 같은 생각에서 떼어내 보자.

5. 일이란 놈이 배와 배아가 있어야, 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마음도 섞이고, 생각도 섞이고 정성도 섞여야 발아를 한다고 해보자.

6. 우리의 일이란 것이 그렇다고 해보자. 모든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일이라고 해보자. 그 시선이 응축되어 모아진 일은 그 과도한 관심때문에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라. 그 일은 그 관심에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고, 그 관심을 피해가려 안간힘을 쓸지도 모를 일이다.

7. 일이란 것에 중립성이 있다고 해보자. 돈되는 일도, 내가 원하는 일도, 남이 원하는 일도, 나-너가 원하는 일도, 우리가 원하는 일도 같은 출발선상에 평등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8. 쉽게 이야기해서, 생물이라거나 생태?란. 아니 그건 넘이라고 해보자. 오래 살아남는 일에 대해 생각해봐도 되고, 이리저리 요리저리 한번 뜯어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장독에서 내는 장맛이어도 좋고, 아니면 바꾸고 싶은 나의 한모습이어도 좋고, 그런데 가급적 나와 사회로 환원되는 덩그러니 야생성에 노출된 일이 아니면 더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

9. 뭔가 마음도 모으고, 생각도 모으고...혼자 할 수 없는 그런 류의, 중국고대사전의 분류기준에 따라 파리?처럼 보이는 부류일 수도 있다.

10. 왜? 도대체 그런 일들은 더 어려운 것일까? 나란 놈 맘을 끄집어내기도 힘든데, 너란 놈의 마음이 사회란 시선이 팽팽해 도저히 눈길 한번 얻을 수 없는 세상인데...어떻게... ...

11. 그런 허접?한 생각은 잘 하라고 내버려두고, 그래도 나-너, 우리에 맘 열려둔 사람에게 기대어보자. 돈에 몸 준 사람에게까지 애정의 손길을 보낸다는 것은 지난한 고난의 행군이 될 수도 있기때문이다.

12. 각설하고.


꽃과 문장


사람이 문장을 지님은 초목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 심는 사람은 처음 심을 적에 뿌리를 북돋워 줄기를 안정시킨다. 이윽고 진액이 돌아 가지와 잎이 돋아나, 이에 꽃이 피어난다. 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정성을 쏟아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우고, 도타운 행실로 몸을 닦아 그 줄기를 안정시킨다. 경전을 궁구하고 예법을 연구하여 진액이 돌게 하고, 널리 듣고 예(藝)를 익혀 가지와 잎을 틔워야 한다. 이때 깨달은 바를 유추하여 이를 축적하고, 축적된 것을 펴서 글을 짓는다. 이를 본 사람이 문장이라고 여기니, 이것을 일러 문장이라 한다. 문장이란 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양덕인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 7-309


人之有文章, 猶草木之有榮華耳. 種樹之人, 方其種之也, 培其根安其幹已矣. 旣而行其津液, 旉其條葉, 而榮華於是乎發焉. 榮華不可以襲取之也. 誠意正心以培其根, 篤行修身以安其幹, 窮經研禮以行其津液, 博聞游藝以旉其條葉. 於是類其所覺, 以之爲蓄, 宣其所蓄. 以之爲文, 則人之見之者, 見以爲文章. 斯之謂文章, 文章不可以襲取之也.


화단에 초목을 심어 꽃 한송이를 보려면 드는 품이 만만치 않다. 잘 심어 뿌리를 안정시키고, 땅에서 양분을 끌어올려 가지와 잎을 틔운다. 가지도 쳐주고 거름도 주며, 때로 버팀목도 세워주어야 한다. 꽃은 그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바른 마음과 도타운 행실은 초목의 뿌리요 줄기다. 이것이 든든해야 힘을 받는다. 고전을 익히고 견문을 넓히는 것은 뿌리를 통해 줄기로 양분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가지 끝까지 양분이 전달되어야 꽃망울이 부퍼서 아름다운 꽃송이를 피운다. 문장은 바로 이렇게 해서 피워낸 꽃송이다. 바탕 공부 없이 꽃만 피우려들지 마라. 세상에 가장 천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 안 된 글쟁이다.       

- 다산 어록중에서


라딘마을에서 퍼온 글로 생각 좀 해보자.  꽃과 문장이 아니라, 꽃과 일이어도 괜찮다 싶다.

13. 우리의 일도 생태의 시선으로 보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씨앗에 싹을 틔우는 것, 묘목을 자라게 하는 것, 과실이나 고목으로 분류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하고 싶은 일들을, 어쩌면 파리처럼 보이는 일들을 세밀히 들여다 보자.  그것이 자판기처럼 해결되거나, 나 혼자 품어서 될 일이라는 만용은 팽개쳐보자. 일이란 것이 내 마음 속의 고민과 번민, 똑 같은 시선으로 고민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의 마음들로, 그런 눈빛이 만나 주변에 모아진 마음들을 만나,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갈 때에서야 사회적 '싹'을 틔우게 될지 모른다.

14. 그렇게해서야 틔운 '싹'은? 맞다. 그대로 '싹'일 뿐이다. 그곳에서야 작은 시작점이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저절로 크는 일은 없다. 아쉽게도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이니까?

15. 혼자 생각은 구만리 창공을 나를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사회적 '일'이란 현실은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돌담길처럼 엇나가듯, 비껴나간다. 이제부터라도 비껴나가는 돈의 그물망에 빠져나가는 사회적 '일'들의 마음을 머리에 가둬보자. 내머리가 아니고, 나-너의 머리, 아니 '우리'의 가슴에 말이다.

16.


 

후기

다산어록을 퍼 올렸기에 생각이 겹쳐져 끄적거린다. 군의 상가집에서 늦게 돌아와 밖이 밝아올 무렵. 다시 잠을 청하다 생각이 뭉쳐져 녹을까봐, 스러질까봐 담아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