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 ... 84, 85

[ ] 제발 나를 길들여 줘! 여우가 말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 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너를 볼텐데, 너는 말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 ]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86, 87

[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 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구 위에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것은 없으리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달빛 아래서 그 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그리고 나는 이렇게 걸어가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97,98

볕뉘

저녁밤 빗소리에 얕은 술을 했는데 취기에 휘청거렸다. 매운 고추를 먹어서인지 연신 눈물이 나기도 했고 빗길을 오는 길 불빛이 휘황해지기도 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밀린 책들을 책상에 옮기다가 그만 보게 되었다. 책 꼬투리를 접었다. 그리고 쓴다. 세상은 성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동화들이 성경이 되었으면 싶다는 말이 밀려왔다. 시간을 자라게 하고, 서로를 피우는 광경이 미학적이기도 하고 윤리적이기도 하다. 그래 그래 그 같이 밑줄이 처진 그 구절을 읽어주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