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책 - 유진목

[ ] 연 - 연푸른 빛, 바람, 빗 속 사랑들
[ ] 애 - 애타는 마음들 속, 저물어 버린 사랑들
[ ] 의 - 의지할 또 다른 사랑은 다시 피고지고 지고피고
[ ] 책 - 책 속, 사랑의 여운들, 그래 삶은 ‘다시‘ 늘 피는 것. 사랑도, 연애도, 내 속에서 ... ...

죽음의 자서전

[ ] 죽 - 죽음, 체념, ‘아닌 것‘들을 새긴다는 것
[ ] 음 - 음을 갖는 것들을 다시 불러들인다는 건
[ ] 의 - 의식 저편의 것들을 다시 아로새겨
[ ] 자 -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여와
[ ] 서 - 서걱서걱거리도록 서걱서걱
[ ] 전 - 저는, 또 다른 삶의 발걸음을 딛는다.

않아는 말했다

[ ] 않 - 않아를 만나게 되는 일은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를 새기는 일.
[ ] 아 -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관성을 벗어나
[ ] 는 - 는, 자성의 중력, 그 자장 안에서야 삶과 사유의 중심을
[ ] 이렇게 - 이렇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 ] 말 - 말은 떠도는 소리, 부재하는 소리들을 추려야
[ ] 헸다 - 했다가 아니라 추려내어야만 ˝한다˝. 부재하는 소리들은 그렇게 말과 언어와 ‘시‘가 되어야 한다. ˝않아˝의 울림을 기억해야 한다.

생활이라는 생각들

[ ] 생 - 생과 사, 그 사이를 긋고 가는 생활.
[ ] 활 - 활에 화살을 꽂는다. ‘생활이라는 생각‘을 화살끝에 매어 시위를 당긴다.
[ ] 이 - 이륙하는 생각들, 일상, 삶의 피륙들.
[ ] 라 - 라면 한 그릇 비울 틈도 없는 삶의 나날들.
[ ] 는 - 는개 비가 실바늘처럼 나린다. 바늘처럼 꽂히는 비와
[ ] 생각들 - 생각들. ‘시의 집‘ 안에 있던 생각들이 서로 앓는다. 시를 앓는다.

친애하는 사물들

[ ] 친 - 친하디 친한 삶과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 ] 애 - 애정하는 것들은 사람과 삶의 뒷편으로 사라지기만 하고
[ ] 하 -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는 자꾸 멀어지기만 하
[ ] 는 - 는 나날들.
[ ] 사 - 사랑을 심을 궁리들을 하다. 시를 같이 나눈다.
[ ] 물 - 물건들, 사물들 속의 그것들만의 시간을 발견해내어 ‘다시‘ 마음 안에 씨앗처럼 심는다.
[ ] 들 - 들판에 까만 밤은 밤벌레처럼 밤빛을 먹는다. 아마 별처럼 필 것이다. 화알짝.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 ] 일 - 다루어야 한다. 맘 속, 삶 속, 네 안. 능숙하게 무엇을 할 자유.
[ ] 곱 - 곱셈. 덧셈이 아니라 곱셈, 삶을 다시 쓰는 기술.
[ ] 개 - 개, 이탁오의 나이 오십. 컹컹 따라짓는 개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 삶
[ ] 의 - 의미를 모아야 한다. 위의 세 단어, 그것의 곱셈.
[ ] 단 - 단어들의 쏟아지는 별빛같은 의미를,
[ ] 어 - 어제, 과거를 품어안은 미래. 우리의 미래는 어제에 있다. 어제.
[ ] 로 - 로망, 그것에 하나 더 로망이 피어있는 어제.
[ ] 된 - 된다. 되기. - 되기.
[ ] 사 - 사유. 길 내기. 길을 만들거나 내는 자. 그건 사유.
[ ] 전 - 전환. 이렇게 여섯의 단어는 마지막 단어로 향한다. 우리. 우리들의 삶.

우리는 매일매일

[ ] 우 - 우리의 삶들은 어떻게 다시 연결되거나 만들어질까?
[ ] 리 -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이어지는 지난 어제들의 새로운 삶의 물결들. 다시 짚어내고 이을 수 있을까
[ ] 는 - 는개비는 내려 맺히고 물방울로 모래에 앉네. 한 시인의 절창을 새겨본다. 존재의 바닥, 물 속, 호수 속의 우리의 삶들, 사유들.
[ ] 매일매일 - 매일매일 그 생활의, 삶의 경계를 뒤흔든다. 일상의 꽃이 핀다. 서로 같이, 시도 삶도 혁명이다.

기억의 행성

[ ] 기 - 기차, 봄 기차소리가 번지면 무슨 색, 아마 연두 -분홍빛.
[ ] 억 - 억수장마, 장대비가 함석지붕에 쏟아지면 무슨 색, 아마아마 초록-초롱.
[ ] 의 - 의자, 안락 의자가 구름에 실려가면 무슨 음, 아무래도 둥실둥실.
[ ] 행 - 행복은 봄밤의 결, 여름 소나기 가을 단풍, 겨울 함박눈 나리는 그 소리들의 합주나 변주.
[ ] 성 - 성, 카프카의 성들은 이리 작디작은, 물소리, 활짝 피는 꽃소리, 그 많은 분홍, 초록, 연두,보라에 부서지고 바랜다.

Love 아다지오

[ ] Love - Love 사랑
[ ] 아 - 아주 많은 상념들을 버려. 아무 생각없이 읽어 봐.
[ ] 다 - 다시 이 시들을 본다면 뭔가 쓸쓸한 느낌들이 남지. 그 느낌들을 걸러 봐.
[ ] 지 - 지금 그 느낌들을 한 움큼 집어서 맛을 보다 삼켜 봐.
[ ] 오 - 오늘, 그래 시를 다시 맛보는거야. 리셋. 또 다르게 시를 맛보기 시작이야. 이런게 시에 대한 ˝사랑˝이야.

슬픈 감자 200그램

[ ] 슬픈 - 슬픈 일일까 기쁜 일일까
[ ] 감자 - 감자가 슬프다니 감자가 기쁘다니
[ ] 200 - 200만 빌려줘 봐. 슬픈감자기쁜감자우울감자화난감자뿔날감자 다 사놓을께
[ ] 그램 - 그램그램에서 고기묵자. 감자빼고 슬픈-기쁜-화난-우울을 쐬주잔에 2그램씩 넣고 한 점씩 묵자.

여 수

[ ] 여 - 여기 조기, 거기에 여울. 한자 여울 탄에 이름을 붙여 본다. 삼탄, 지탄, 탄탄, 그러다가 달을 붙여본다. 월탄, 그리고 꿈을 붙여본다. 몽탄, 있거나 있을 지면. 꿈에서 본 여울. 달빛이 비치는 여울. 여울에 달빛이 내린다. 여울목의 물소리. 곁 풀밭에 빛나는 달빛, 소리가 풀빛에 배인다.
[ ] 수 - 수수. 소소. 세세. 소소하고 수수한 것, 세세히 색을 나누어 본다. 시간을 품고 달려오는 곳에 색을 넣어본다. 시간에 여울 소리도 넣는다. 시간의 즙에 배여 나오는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감정, 설렘들, 만들어야 할, 즐겨야 할 시간과 장소들.

주기적 광증의 사례

[ ] 주 - 주말, 무당의 신기어린 미쇼의 첫 작품, 첫 번역을 나누다니
[ ] 기 - 기발함보다는 기괴함이 섞여있는 듯,
[ ] 적 - 적나라하게 대적하는 그의 모습은 경계가 없다. 광기, 죽음, 지성, 감수성, 철학, 예술
[ ] 증 - 증상으로서 현실을 무심하게 철저히 해부해낸다. 툭툭
[ ] 의 - 의식하지 않은 듯 무심하게
[ ] 사 - 사색은, 그의 꿈, 절망, 희망으로 함께 보이고 가슴에 새겨진다.
[ ] 례 - 례, 또 다른 사례, 초현실주의의 뿌리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죽음의 엘레지

[ ] 죽 - 죽어도 죽을 수 없는
[ ] 음 - 음악같은 삶의 연주.
[ ] 의 - 의미들 안에 ‘미‘ - 아름다움을 배이게 하는 나날들.
[ ] 엘 - 엘리트의 숨결들이 서로 지워지고
[ ] 레 - 레의 낮은 음자리로 서로 씨앗을 심는 일.
[ ] 지 - 지금 이 순간들에 이런 감각을 포착해 서로 아름다워지는 삶들.

혼자가는 먼집

[ ] 혼 - 혼몽한 여름도 이제 물러선다.
[ ] 자 - 자귀나무 꽃도 흔적조차 없는 팔월 중순
[ ] 가 - 가서 별빛 같은 시를 간간히 전하는 시인의 시집에서
[ ] 는 - 는정는정한 흔적들을 새긴다.
[ ] 먼 - 먼 눈으로 살피거나, 가까이 살피거나
[ ] 집 - 집안밖에 머무는 마음들을 어루만지기에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몸은 미리 가을을 마중 나가버렸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 ] 누구를 베낀 구두
[ ] 구두를 베낀 도둑
[ ] 도둑을 베낀 아련한 기차
[ ] 기차를 베껴 갈대까지 가보자는 억새
[ ] 억새는 은은하게 피어 하양을 베꼈다
[ ] 하양은 태양의 하얀 그림자를 늘어뜨리다 눈이 시린 지구를 베끼고
[ ] 지구는 별의 꿈을 베끼지만, 않아가 마음에 걸려
[ ] 않아는 이렇게 베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 ] 는다고 볼 수 없지. 실력이. 이런다고 말야. 베끼지 마
[ ] 역앞에 서서 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시를 짓는 허시인을 봐봐
[ ] 에라, 모르겠단 소리도 하지 말아봐봐
[ ] 서봐! 그래 그래 가만히 서서 시인의 단어를 가만히 공글려봐. 그리고 네 마음을 다음 단어에 가만가만 빚어봐

‘나비, 새, 별, 노래, 그림자,빛, 눈썹, 달, 태양, 나, 너, 영혼 그리고 눈 속에 갇힌 눈물.‘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 ] 그 - 그리움을 체로 거르다보면 빨간 노을만 남는다
[ ] 바람을 - 바람을 맛보다보면 그리움만 가슴에 가득,
[ ] 다 - 다시 그리움을 바닷가 갈대 곁에
[ ] 걸어야 - 걸어야 풍경이 된다. 시인이 품어내는 그 마음자리에
[ ] 한 - 한 무리의 새들을 새겨본다
[ ] 다 - 다시 시인의 풍경 속에 나를 그려 넣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 ] 누군가가 - 누군가가 ‘너‘를 삼켰다
[ ] 누군가를 - 누군가를 마주보며 ‘나‘를 삼켰다. ‘나와 너‘를
[ ] 부르면 - 부르면서 시인이 다가와 곁에 서성인다
[ ] 내가 - 내가 비친 마음들 사이사이로 ‘우리‘가 자란다 돌아본다는 건 생각도 삶도 다시 채우는 일상이다 시인의 마음으로 그리는 일이다
[ ] 돌아보았다 - 돌아보았다 ‘지나간 일을‘

베누스 푸디카

[ ] 베 - 베개 밑에 쌓이는 새벽 안개의 독, 눈물들
[ ] 누 - 누군가의 얼굴들이 손우물에 어른어른
[ ] 스 - 스스로 그림자를 지고 오른다. 또 그곳에서 굴러내리고 쓸려버릴 수밖에 없는 실패.
[ ] 푸디카 - 베니스푸디카 시집 안에서 실패를 가장 아름답게 품는 법을 길어 올렸다. 그 두레박 안엔 희끝한 얼굴이 어른어른.


나의 다른 이름들

[ ] (나) 는 잘 지냅니다. 봄꽃 피고 지는데 아슬아슬 잘 지냅니다.
[ ] (의) 미있는 삶, 좋은 삶들이란 무엇일까 ‘곰곰궁리‘하다 ‘나의 다른 이름들‘을 헤아려봅니다.
[ ] (다) 른 풍경, 시인은 그것은 내 몸에 쌓인 중금속같은 독이자, 터널 속 창가에 비친 수십개의 내 얼굴이라 말합니다.
[ ] (른) 이란 기이한 활자가 가위누를 듯이 버티고 있습니다. 기이한 ‘른‘에 손발이 다 자랄 것 같습니다. 기이한 모습으로 기이한 풍경 속에서만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했나요.
[ ] (이) 면을 헤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 속에서 자라게 하거나, 부러진 뼈 위에 피는 꽃들을 목도하거나, 다른 삶들을 느낄 수 있도록 정교한 시간을 새로 배치하거나 치밀한 환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 (름) 기이한 활자의 독들이 지뢰처럼 매몰되어 있습니다. 기이하지 않고서는 기이하게 접근하지 않고서는 아슬아슬 이 글짓기도 끝낼 수 없을 듯 싶습니다. 이렇게 기이하고 아름답고 무서운 그런 풍경을 거쳐서야 또 다른 나의 삶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 ] (들) 바람에 꽃이 잘 지냅니다. 목련벚꽃개나리진달래산수유봄꽃이란봄꽃은 너나할 것없이 다 잘지낼 듯합니다. 꽃의 고요를 탐할 시간입니다. ‘너의 다른 이름들‘로 들어가는 초입입니다.

볕뉘

책전시만 하면 아쉬워 책말미의 흔적을 모아보면 어떨까 생각하다. 틈이 나서 쓴 메모지를 옮겨보았다.
매달 시집을 읽고 나눈 뒤, 이렇게 글을 지었다. 하지만 되돌이표처럼 나누고 싶은 단어를 자꾸 되뇌였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내려놓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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