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 생성이 존재를 구성한다

[ ] 개체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내재적인 것과 외재적인 것 사이의 능동적 관계이자 교환이다...시몽동은 개체를 역동적 활동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개체는 구성하는 관계의 실재이며 구성된 항의 내재성이 아니다˝ 그러므로 생성하는 개체에 있어서 ˝관계는 존재 가치를 갖는다˝....개체는 엄밀히 말해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 있지도 않으며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관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존재이다. 왜냐하면 관계는 강도적 작용이자 능동적 중심이기 때문이다. 71

[ ] 결정과 환경은 에너지적 비대칭, 비평형이 유지되는 한 관계맺기를 계속한다. 결정은 ˝성장을 멈출 수는 있지만 완성할 수는 없다.˝ 또한 결정의 속성들은 개체의 생성이 이루어지는 경계에서 나타나며 결코 완전한 평형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씨앗이 극성화된 장을 창조한다면 극성화된 장은 결정층을 형성하고 이렇게 계속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결정의 속성들은 항구적인 기하학적 본질을 갖는다기보다는 변화가능한 위상학적 성질을 갖는다. 엄밀히 말하면 결정의 속성들은 ˝실체적이 아니라 관계적이다.˝ 80 생성은 존재에 대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체인 한에서의 존재자를 구성하는 관계이다. 81

[ ] 결정의 개체화에 대한 연구에서 실체성은 원초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에너지적 과정 속에서 일시적 안정성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81 생성이 존재를 구성한다. 81

[ ] 입자의 성질은 측정 조건, 관찰자라는 요인들에 의해 달라진다. 시몽동에 의하면 그것은 입자가 본래적 실체성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입자를 물리적 개체라고 하면 그것은 ˝이러저러한 공간적 위치를 차지하는 한에서 입자인 것이 아니라, 양자적으로만 자신의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 담지자들과 교환하는 한에서 입자이다....시몽동은 연합된 장을 ˝다른 입자들과 구조적이고 에너지적인 관계 속에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본다. 이로부터 입자의 불연속성은 단지 관계맺음의 양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87

[ ] 생성하는 존재는 관계맺음으로부터 가능하며 따라서 진정한 인식도 관계이다. 관계는 항들의 연관이 아니라 항들 자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88 진리와 오류는 두 실체처럼 대립라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상태 속에 내포된 관계와 준안정적 상태 속에 내포된 관계와 같다. 인식은 대상적 실체와 주관적 실체 사이의 연관이 아니라 하나는 대상의 영역에 있고 다른 하나는 주관적 영역 안에 있는 두 관계들 사이의 관계이다. 89 완전히 우연적인 우발적 만남이 실체를 변용시킬 수 있다. ...결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리적 개체는 내재성 안에 있지 않고 존재자의 경계로 이루어진다. 이 경계는 바로 관계이다...생성은 존재에 통합된다. 두 입자들 사이의 에너지 교환을 내포하는 관계는 존재의 진정한 교환가능성을 함축한다. 관계는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95

[ ] 개체화와 관계는 불가분적이다. 관계의 능력은 존재자의 일부를 이루며 존재자의 정의와 그 경계들의 규정 안에 들어온다. 개체와 그 관계의 활동 사이에 경계는 없다. 관계는 존재자와 동시적이다. 그것은 에너지적이고 공간적인 면에서 존재자의 일부를 이룬다. 관계는 장의 형태로 존재자와 동시에 존재하며 그것이 정의하는 퍼텐셜은 진정한 것이며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99

[ ] 물리적 개체는 ‘연대기적, 위상학적 집합체 또는 군‘이다. 생명이 물리적 개체처럼 자신의 에너지적 균형상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잠재력을 소모하고 안정화되는 대신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특이성을 받아들여 스스로 증폭하면서 구조화를 지연시키는 것을 일종의 일반화된 유형성숙 과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생명적 개체화는 물리적 개체화의 유형성숙으로서, 동물적 개체화는 식물적 개체화의 유형성숙으로서, 식물적 개체화는 화학적 합성체들의 유형성숙인 것처럼 나타난다. 106 고등한 동물이라 해도 ˝고유한 개체성은 상당히 제한된 조직화˝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개체의 본성 안에는 ‘그것의 활동의 산물이 아닌 것‘이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리적 무의식이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107

[ ] 생명체는 결정에서 나타나듯이 기존재하는 정보를 전파할 뿐인 공명과는 달리 외적 자극을 받고 그것을 내부에 ‘동화‘하는 특수한 유형의 공명을 나타낸다....생명체가 자극에 자신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그것을 동화하는 활동에는 지각, 운동, 정념이 있다. 시몽동에 의하면 심리학적 용어로 표현할 경우, 다양한 정보를 연속적으로 통합하여 저장하는 것이 ‘표상‘(지각)이라면 저장된 에너지를 불연속적으로 분배, 사용하는 것은 (운동적) ‘활동‘이다. 한편 ‘정념성‘은 ˝유기체 속에서 다양한 수준에서 변환자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변환은 물리계의 상전이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정념이 감각자료(정보)를 생명의 특징인 고통과 쾌락과 같은 원초적 감정으로 번역(변환)하는 데서 시몽동은 이를 변환자라고 부르는 듯하다. 108자신의 활동을 경계에 한정하지 않고 자신의 내부를 가지며 여러 차원의 조직화들 사이에서 통합과 분화를 통해 역동적으로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은 생명체에 고유한 것이다. 109 생명계에서 구조와 성장의 면에서 결정과 유사성을 가진 것은 군이다. 따라서 개체가 아니라 군의 개체화 과정에서 출발하면 개체가 생성되는 과정 및 개체와 군의 관계를 알 수 있다. 110 수정된 알에서 다시 출아에 의해 군체가 나오는데 시몽동은 이렇게 군체와 군체 사이에서 관계를 맺는 개체의 역할을 ‘변환적 전파‘라고 명명한다. 죽지 않는 군체들 사이에서 죽을 수 있는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시몽동은 이를 ˝생명적 존재의 양자 quantum˝라고 표현한다. 이는 불연속적이면서 형태변화를 매개하는 개체의 역할을 의미한다. 이처럼 개체는 시간적으로 생명 활동을 전달하는, 전이의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공간적으로는 한 군체 안에 통합되기도 한다. 시몽동은 전자를 본능, 후자를 경향이라 함으로써 둘을 구분한다.본능은 개체의 불연속적 삶(죽음), 경향은 연속적 삶(성장과 통합)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본능의 변환적, 창조적 특징은 경향의 일상성, 사회에 대한 귀속성과 구분된다. 112 유기체와 사회 그리고 군체는 동일한 전개체적 가능성이 생명의 내외적 조건에 따라 구조를 달리하여 변환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13


볕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정체되어 있을 때, 문득 시몽동 책이 생각이 났다. 비고츠키 역시 정념을 주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사람들은 정보를 이성적으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감정에 의해 취합하게 된다고 한다. 행위나 활동, 계에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벡터와 방향을 갖는 존재, 운동을 부곽하는 면에서는 베르그송과 맥이 닿아 있는 듯 싶기도 하다. 시몽동은 여러 맥락에서 앞서 읽고 있는 비고츠크의 이해에 근사하는 듯하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 고정된 모습으로 종합이 아니라 늘 변화를 잠재하는 존재로서 인식하는 것이 훨씬 실제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이다. 관계라는 추상 역시 뭔가 그려야 할 것이 아니라 생성이라거나 존재 그자체라는 말은 얼마나 명쾌한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는 스칼라. 정해진 양, 정해진 것으로 사유하는데 익숙해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 방향을 갖는 것, 운동의 사유에 익숙하지 못하다. 결정-입자-생명. 맥락을 잇는 모습이 무척이나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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