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개는 지루했지만, 간간히 비치는 산수유돌담길, 여름꽃을 담은 꽃길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여운들이 남는다.  영상의 비중을 더욱 더 많이 흐리게 처리했으면 어떨까? 넘 선명히 박혀 의도가 퇴색된 듯 싶다.

봄꽃 생각이 많이났다. 산수유 꽃길을 빌어오다.


신경림,'고향길'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마시고 /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 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 감석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비 수북한 쇠전 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장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닮기만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길은 아름답다 / 신경림


산벚꽃이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답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리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배감독의 의도도 보았는데, 신경림 시인 시집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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