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0.

[ ] 세상에는 위를 보는 사람이 있고, 아래를 보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선망하여 무엇이든 밟고 올라가려는 이가 있고,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노동과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 아닐까 끝없이 고민하는 이가 있다. - 겉표지에서

[ 1 ]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시작하기 전전글

[ 2 ] 산악인들은 케이블카를 타고서는 제대로 산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또 순식간에 내려오는데 그런 식으로는 산의 면면을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산마다의 고유한 감흥을 발전시킬 경험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세 산에 대한 인상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9

[ ] 이런 숫자들은 우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9

[ ]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고 존 버거는 사진에 관한 중요한 에세이에서 말한다. 9

[ ] 통계와 클로즈업이(그리고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활동이) 건축으로치면 설계와 감리 같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10

[ ]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11


볕뉘.

0. 삶의 조건은 끊임없이 추락과 동시에 상승한다. 시이소오의 맞은 편의 삶은 늘 들뜬다. 추락은 없을 듯 고요하다. 저자의 책을 도나 해러웨이의 유사저작으로 생각하다. 인간의 조건의 저자임을 반추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험로와 기억이 고스란히 클로즈업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저작이다.

1. 시작하기 전에 멈추었다. 시작하기 전의 글을 읽다가 이내 멈추어 서 버렸다. (0.1) 취약함을 온전히 인식할 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 앞과 미래만 보려는 노력이 난무하는 시대. 어쩌면 평범한 중류층의 건장한 가장의 시선은 스러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금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며, 나중이란 시선에 늘 팽개처진 채. 하루하루를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삶인 줄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자꾸만 늘어나는 황량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겠다 싶다. 거꾸로 박박 기어가는 일.

2.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지 의문이다. 아니 두렵다. 책장을 넘기기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또렷하게 분별해내는 일이라면, 보고 싶은대로 보려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느끼려면 읽어야 한다.

3. 지금 여기 스러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니 함께 따스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가고 싶다. 아프더라도...상처를 입더라도.....숫자에만 민감해 건망인 시대에 말이다. 아픔을 짚어넣어 가슴에 새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낳는지, 삼키게 하는 우울이 우리를 덮을지라도....

4. 가 보아야 하는 길은 아닐까...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한 걸음도 아니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세상 위를 보는 사람들만 생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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