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근현대사

0.

[ ] 동유럽의 역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역사라 할 수 있다. 26

[ ] 동유럽은 한반도의 ‘이란성 쌍둥이‘ 같은 곳이다. 동유럽을 공부하면 할수록 어렸을 때 헤어진 ‘이란성 쌍둥이‘ 형제를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 형제는 ‘유럽의 동쪽‘에서 살고, 다른 형제는 ‘아시아의 동쪽‘에서 살면서 비슷한 삶의 노정을 겪어온 쌍둥이. 26

1.

[ ] 1989년, 동유럽과 서유럽을 나누던 철의 장벽이 무너진 것은, 4세기 동로마.서로마 제국의 분리와 그 뒤에 이은 11세기 동.서 기독교의 분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1

[ ] 오리엔탈리즘 둥지틀기 nesting orientialism: 외제 요인으로 해석하는 이들은 16세기 이후 오스만 제국과 함께 동유럽에 군림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재에 대해서는 그리 날선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에드워드 사이드를 전유하자면, 오리엔탈리즘 피해자에 의한 오리엔탈리즘 재생산이 동유럽 역사해석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4-35

[ ] 동유럽 사회가 처한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유럽과 같은 행로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불합리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39 서발턴 개념을 적용하여 서구 주류 역사의 관점에서 ‘열등‘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온 ‘2등 유럽 동유럽의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4

[ ] 민족국가 민족화 추진 과정에서, 종족성은 최대의 난제로 떠올랐다...이 종족성은 생각만큼 쉽게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아, 민족통합을 이루어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장애물이 되었다....신생 독립국가 건설은 모든 구성 민족을 포용하기보다는, ‘핵심 민족을 위한‘, ‘핵심 민족에 의한‘, 정체 만들기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46-47

[ ] 어떤 실제의 역사도 서구의 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일탈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53 레비스트로를 응용해보자면, ‘미개인‘과 ‘문명인‘의 차이는 발전 단계의 차이가 아니라 애초부터 다른 삶의 결과이기 때문에, 둘을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55

2.

[ ] 1989년 이후 지난 27년에 대한 중간 평가는 불행히도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1990년대 내내 자본주의 체제이행에 따른 다수의 빈곤화와 피폐화가 우려를 자아냈다면, 2000년대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거세지는 우파 포퓰리즘의 높은 파고가 우려를 자아낸다. 275

[ ]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규제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빈곤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함에도, 생존을 확보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복지와 물질적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278

[ ] 동유럽에서 정치변혁이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변질되는 사이, 서유럽 자본에 의한 동유럽 자본탈취는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가속화되었다. 281 서유럽의 주요 산업 생산지 ‘블루바나나‘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서독, 스위스의 서유럽 벨트는 체제 이행후 ‘골든 축구공‘ 남부독일,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루마니아를 잇는 형상으로 바뀌었다...독일회사가 독점하는 슬로바키아의 산업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자동차 생산의 부가가치의 4%만이 여기에 남는다...동유럽 노동자는 동일 업종에 일해도 서유럽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282-283

[ ] 19세기 식민 지배가 군대나 관료 같은 국가기구를 동원했다면, 21세기 신식민 지배는 관련 법규와 제도만 바꾸면 얼마든지 동유럽의 자원과 자본을 서유럽 다국적기업이 채어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거창하게 체제이행이라고 이름 붙여진 동유럽의 개혁은 결국 서유럽으로의 자본 이탈을 위한 법적.제도적 구조를 바꿔주는 작업이 된 셈이다. 체제이행을 통해 외세가 소련에서 유럽연합으로 바뀌고, 동유럽은 소련의 위성국에서 ‘유럽연합 최후이자 최신의 식민지‘로 뒤바뀌었다. 284-285

[ ] 2000년대 이후 급부상한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포퓰리즘 정당의 주요 공략 대상은 체제이행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실존적 가난과 심리적 공포다...헝기리 오르반 총리는 민족 존폐의 위기, 사회적 공포, 외세의 공세에 대한 공포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소외됐던 가난한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 286-287 이 정치인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는 국수주의, 기독교주의 등 퇴행적 보수주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288 오르반은 난민이나 이민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이들이 국경을 넘어 헝가리 사회에 침입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헝가리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며, 헝가리 사회에 통합되려 하지 않고 헝가리의 고유한 문화를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289 2015년 11월 11일 무슬림의 침략으로부터 폴란드를 지켜내자라고 외쳤다. 290 1989년 이후에도 약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동유럽과 서유럽 간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동유럽 사람들의 불만이 엉뚱하게도 아랍 난민들을 향해 폭발한 셈이다. 291

[ ] 경제적 여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밀려 들어오는 난민은 분명 버거운 사회적 짐일 것이다...종로(서유럽)에서 뺨 맞고 한강(아랍.아프리카 난민)에서 화 푸는 격이다. 291

[ ] 동유럽 국가의 운명은 이미 서유럽과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동유럽 사람들의 손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현실을 규정하는 힘들은 국경선을 넘어 작용하고 있음에도, 자민족 중심의 사고는 구체적인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293

[ ] DiEM25 - 유럽 민주화 운동 25 호흐밧의 결정적 기여로 촉발한 발칸 유럽의 저항운동은 2015년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범유럽 시민 저항운동으로 확대되었다......2019년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목표로, 유럽 최초의 범유럽적 정당 조직도 준비하고 있다... 이 운동이 주목하는 것은 유럽 전체의 민주화라는 테제가 가진 근원적 개혁성 때문이다. 이는 동유럽의 민주주의는 물론 서유럽과의 관게에 있어서의 민주주의, 유럽연합 집행부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고, 서유럽 중심의 역사주의에 대한 회의와 근본적 비판이 담겨있다. 297

[ 1 ] 이 ‘역사주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역사가 같은 경로를 따라 발전하며, 그 발전 도상에서 항상 ‘유럽은 먼저‘ ‘비유럽은 나중‘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298

[ ] 민주주의는 동유럽의 각국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국의 국민 주권 실현 문제인 동시에, 동.서유럽 국가 간의 관계, 동유럽 국가와 유럽연합과의 관계 등에서도 다면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목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국가적 차원, 지역적 차원, 유럽적 차원의 문제가 서로 교차하고 뒤엉킨 트랜스내셔널한 그리고 글로컬한 문제라 할 수 있다. 300

볕뉘.

0. 구입한 지 조금 되었는데, 역사서를 읽는 참에 같이 본다.

1. 읽다보니 오리엔탈리즘은 자중심을 요구하고, 자중심은 곁을 전혀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꾸자꾸 이분법으로 나눠 반복 증식한다는 데 있다. 발칸반도와 중유럽을 칭하는 동유럽의 선입견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인식하게 해주며, 관심의 깊이를 요구한다.

2. 발전주의 역시, 다른 나라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 분화와 다양성이 아니라 획일화를 전제로 한다. 김수영이 사랑의 변주곡에서 이야기했듯이 온갖 별 이상한 것들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 미친, 친미사대주의 망발을 보노라면 청나라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더 명나라스런 짓으로 스스로 명멸을 초래한 현상을 지금에서 다시 목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나라다.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3. 서유럽의 그림자 속에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옵션에 동유럽이 고스란히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가 그러하듯이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번은 비극으로 반복한다는 사실이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으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그 그림자 역시 서유럽을 드리우고, 그 뇌관을 역으로 건드릴 수 있다.

4. 그래서 다양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자중심이 아니라 경계에 있어야 좀더 풍부한 역사인식과 삶의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중심주의는 이것은 먼저, 저것은 나중에라는 무의식으로 팽배해있다. 그래서 문제다. 그런 것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5. 이런 것들이 어쩌면 엘리트주의, 내가 좀더 낫다는 착각과 자만, 그 일상의 반복과 시각이 가져오는 삶의 적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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