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날의 충격을 나는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그것은 아주 세밀하게 조각된 자개장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는 기분이었다. 작지만 저마다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개미굴 속을 말끄러미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의미가 되고, 문장과 문장 사이는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다. 쉬 잊고 지내는 곱디 고운 우리말들이 곳곳에 건빵 속 별사탕처럼 찬란하게 박혀 있었고,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이미 완전했다.

'되도록이면 마흔이 넘어 밑천 두둑한 장사꾼처럼 등장하고 싶었다'는 작가 김소진은, 늦깎이가 되리라는 꿈이 무너졌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식지 않는 필력을 자랑했다. 되돌아보면 그는 참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써 온 작가 중의 하나다. 소설 쓰기가 어찌 부지런함 만으로 되는 것이겠는가. 어쩌면 그는 참으로 빨리도 펜을 놓아야 할 운명을 미리 직감한 것은 아니었을까..<by 오즈마>


뱀발01. 술짬과 두통으로 빈 시간들이 없다. 도서관에서 챙긴 책들을 군데군데 읽고 있다. 맘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꼼꼼이 살려내고 있는 그로부터 밀려온 지난 날들, 무너진 마당, 뒷골목을 다시 기억에서 꺼내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아이들 이름보다 하는 일들로 불려진 우리들이었다.  영세 구두집, 고물상집, 쁘로찌집, 자전거포, 사진사네, 등산기념품...땡중집, 소사집..하드집.. 그 좁은 골목길.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들이 조각조각 모인다. 그 구멍가겐 아저씨가  몸이 불편했었지?

뱀발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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