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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
버나드 로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 책세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그것도 엄청난 분량의!) 주인장이 알아보니 이미 10여년 전에 한번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번 주인장의 짧은 식견에 통탄을 금치 못 했다. 일단, 신문에서 이 책을 보게 되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사에 관련된 전쟁 기록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물론 이런 기대를 하면 늘상 한국사는 세계사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먼저 책을 구입해서 보기 전, 그 방대한 분량에 대해 놀랐고 그 분량에 비해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에 놀랐으며(물론 5만원 가까이 되는 거금을 들여 책을 사는 행위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주인장 주변에는 많다) 그 책을 쓴 저자와 이 책을 완성하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에 놀랐다. 주인장이 늘상 말하지만 서구제국주의 시절에 쓰여진 수많은 책들은 모두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놀랍도록 방대하고 폭넓은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모두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앞서 주인장이 비평을 쓴 책 몇편에도 이런 언급을 한 기억이 있다) 또한 그런 책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배우는 각종 학문들이 발달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주인장은 이런 것들이 부럽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명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단 이 책은 몽고메리라고 하는 대단히 유능하고 또 유명한 군인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다. 그렇다면 흔히들 군인 본인의 일대기나 회고록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정통한 전쟁사가들이 봐도 무방할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역사적 사실들을 총정리함은 물론, 수십년간 야전에서 숱한 전투를 치뤄왔던 사령관으로서의 전쟁 철학과 인생 철학이 모두 담겨있는 그런 책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가치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육사 출신의 엘리트 장교들이나 군관련단체 등에서 일하는 전문인들이 쓴 전쟁사 관련 서적이나 책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시대와 장소를 꽤뚫는 책은 없다고 주인장은 생각한다. 우리의 현실이 이런 책이 등장할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사실을 물론 알고 있지만 그것을 떠나서라도, 책의 내용이나 구성, 관련 사료, 인용 자료 등의 부분에서 몽고메리가 쓴 전쟁의 역사를 따라올만한 전쟁사 서적은 없는 것 같다고 본다. 물론 이 말뜻은 전문인이나 비전문인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양 서적이든, 전문 서적이든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소리가 될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좋은 책이란 모든 사람이 재밌고, 쉽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주인장이 특히 이 책을 보면서 주의깊게 보고 또 가슴에 와 닿았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전쟁의 본질'이라는 제목을 가진 부분인데 책 첫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의 수십년간의 군인으로 산 인생 철학이 느껴지는 듯 했었다. 그는 전쟁에 있어서 전략과 전술이라는 부분 이외에 '리더쉽'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주목했고 이 부분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소홀히 해왔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서술하게끔 했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이 책을 통독하면 전쟁에는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역사가들은 흔히 그러한 측면을 소홀히 해 왔다. 인간적인 면은 이 책에서 줄곧 언급될 것이며, 역사적 인물들의 인간적인 약점을 지적하면서도 나는 전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피로, 공포, 소름끼치는 상황, 심한 결핍, 궁극적으로는 부상의 확실성과 죽음의 가능성, 그런 모든 것이 전쟁터에 도사리고 있다. 병사는 만일 그가 용기를 가졌고 자기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며 직속 상관과 전우들을 신뢰한다면, 그리고 결코 불가능한 일을 하도록 요구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모든 것을 무릅쓸 것이다.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문제들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군인이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하다 ---
주인장이 미국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가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안 되었을때니까 아마 2000년 겨울방학때였을 것이다. 그때 친척과 함께 어떤 큰 서점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주인장이 영어로 빼곡하게 쓰여져 있는 두꺼운 사전같은 책을 펼쳤을때 제일 처음 나온 부분은 다리우스군과 대치한 알렉산더의 그리스군을 묘사한 삽화였었다. 그리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칸나대전이었는지 다른 전투의 삽화였는지 포에니 전쟁에 관련된 삽화도 하나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까짓꺼 영어 공부해서 이 책 보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만약 그 책을 샀다면 비싼 돈 주고 먼지에 쌓여있게 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대한 주인장의 애착이 더욱 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고대, 중세, 유럽, 동양, 1- 2차 세계대전, 냉전 등에 대해서 구분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주인장이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동양 부분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중국은 물론이고 몽골과 일본, 심지어는 인도에 대한 부분도 할애되었지만 한국사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이 한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하다는 현실이 더욱 주인장을 가슴아프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하물며 한국인들도 한국사를 잘 모르는데 외국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는 동양 전쟁사 부분을 서술하면서 인물 중심적인 서술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이순신 장군을 묘사한 부분에서도 리더쉽이나 성격적인 면을 강조함은 물론, 그의 기계적인 능력(거북선 제작에 관련한)을 적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했다. 서양인 특유의 실용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에 입각해 분석(?)한 이순신에 대한 묘사는 '칼의 노래'에서 묘사된 것과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그나마 이순신이 없었다면 한국사는 전쟁사 부분에서 완전히 묻혀버렸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라는 진리와도 같이 쓰이는 이 말에 충실히 책을 써 나갔던 모양이다. 모든 전쟁을 인간을 중심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모든 인간을 충실하게 재현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야전사령부에서 지휘관이 바라보는 전쟁과 최전방 전쟁터에서 숨막히도록 전진하는 병사가 바라보는 전쟁은 분명히 다르다. 몽고메리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단순히 거시적인 안목에서, 혹은 전체적인 틀에서 서술하는 전쟁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투에서 전략이 어떻게 잘못되었고, 전술이 실패했다는 식의 기술은 무의미하다. 그 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보였는지, 그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몽고메리는 전쟁사를 서술하면서 내내 그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인장은 이 책을 보면서 포스트잍으?의문나는 점이나 아쉬운 점들을 적어 책 곳곳에 붙여봤다. 그 안에는 몽고메리가 서술한 것들에 대해 자문(自問)해 본 것들, 그가 생각한 것과 다른 내 생각들, 이 정도는 서술해야 될텐데 왜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들이 적혀 있었다. 물론 전쟁사에 대해 몽고메리의 1/10도 안 되는 얄팍한 지식을 갖고 있는 주인장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주인장의 부대장님도 이 책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보고는 감명깊게 읽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간혹 군사용어 해석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들이 보였지만 전문인이 아니면 잘 모를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용어 해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오역이 있었다해도 몽고메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함이 크게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보다 밝은 미래가 오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공유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에게 있어 이 책은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줬다. 무려 보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왠만한 책은 2~3일이면 다 읽는 편이다) 부대에서 읽어낸 이 책은 단순한 전쟁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그 전쟁이 담고 있는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진정한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질까지 같이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본질을 접한 우리들은 제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앞으로는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로 가득찬 세상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가치를 지닌 책이기에 동양전쟁에 대한 부분이나 한국사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더라고 하더라도 주인장은 이 책을 읽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라고 해서 결코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전쟁이라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에 대해서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서 얻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