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 지금은 사라진 고대 유목국가 이야기
사와다 이사오 지음, 김숙경 옮김 / 아이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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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 싸이트에서 이리저리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하고는 바로 구입을 희망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흉노'라고 하는 유목세계 최초의 패자(覇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사와다 이사오는 고등학교 무렵부터 흉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어언 40여년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는 인물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분야의 연구자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은 일단 흉노사를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게 쓴 최초의 개설서라 할 수 있다. 원서의 서문에는 1996년 9월 18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일본에서 출간된지 12년만에 한국에서 번역되어 소개된 것 같다. 책의 목차를 일일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의 내용만 봐도 흉노의 원류부터 흉노의 흥망성쇠, 흉노와 한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중요시되는 인물들, 흉노의 문화(의식주 포함 각종 경제와 산업 등등), 흉노의 사회조직, 흉노의 분열 등등 흉노사 전반에 대해서 폭넓게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주인장이 흉노에 대해 얻었던 자료들은 유목민족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들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 책들처럼 말이다.

르네 그루쎄 / 김호동 · 유원수 · 정재훈, 1998,『유라시아 유목제국사』, 사계절

박원길, 2001,『유라시아 초원제국의 역사와 민속』, 민속원

정수일, 2001,『고대문명교류사』, 사계절

고마츠 히사오 등, 2005,『중앙 유라시아의 역사』, 소나무

대강 이런 책들을 보면 흉노는 최초의 유목국가로서 일정 분량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목민족사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언급되는 것이지 흉노라는 타이틀을 갖고 독립적인 장이 마련되어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주인장이 눈여겨본 것은 이 책이 흉노에 대해 쓴 최초의 통사적 성격을 지닌 개설서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책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조각조각 이해하고 있던 내용들이 퍼즐맞추기처럼 하나로 통일되어 정리될 수가 있었다. 그 점이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전체적인 내용은 통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일히 거론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두번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저자가 단순히 (얼마 없는) 문헌에만 의존해서 흉노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흉노문화의 특징에 대해서 언급할때, 그리고 흉노의 시기별 영역, 중심지 변화와 지배층간의 계급변화 등을 거론할 때는 고고학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어 눈에 띄었다. 최근 급증하는 흉노 관련 유적들을 소개함으로써 문헌자료가 제시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흉노사에 대해서 굉장히 광범위하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짚어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이 이 책의 특징으로 꼽은 것은 마지막 5장, '흉노의 분열과 그 후' 라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흉노에 대해서 언급한 책들을 보면 흉노의 흥망성쇠에 대해 일괄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특히 그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언급한다면 흉노와 훈족의 관계 정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흉노의 마지막을 오호십육국까지 연결시키고 있으며 마지막 흉노계 집안인 독고씨 집안까지 거론하면서 흉노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주목할만 했다. 대개 흉노의 남북분열과 남흉노의 소멸, 북흉노의 서천과 훈족의 등장 등으로 끝맺음을 하는 여타 책들과는 분명 다른 구성이었고, 주인장이 그간 미처 생각치 못 했던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서 참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조치원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에서 책을 읽고 다시 서울역에서 집까지 오는 전철 안에서, 마지막으로 집에 와서 씻고 난 다음 자기 전까지 읽어서 결국 다 읽을 수 있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서술에 별 어려움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간만에 좋은 책을 하나 읽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덮는 순간, 아주 약간 아쉬운 점이 들어 적어보고자 한다.

東伐朝鮮 起玄 樂浪 以斷匈奴之左臂

위의 구절은『漢書』卷73에 나오는 내용이며 해석하자면 '(한무제가) 동으로는 조선(朝鮮)을 정벌하여 현도군과 낙랑군을 일으켜 흉노의 왼팔을 잘랐다' 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대흉노정책을 대외적인 국가정책 일순위로 여기던 한나라에서 인식하기에 단군조선과 흉노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것이 차후 한나라에게는 위협적인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흉노가 사방으로 정벌했던 정치세력을 봤을때 단군조선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어떠한 대립적인 관계에 대한 기록이 없었던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저자는 거기까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서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관련 사료도 극히 적고 고고학적인 연구도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흉노 통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며 그 내용면에 있어서도 손색이 없다고 주인장은 감히 말하고 싶다. 비단 흉노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시간이 날때 한번쯤 책장을 넘겨보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손에서 뗄수 없는 책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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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발견 - 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
이희진 지음 / 동아시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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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작년 1학기였던 것 같다. 후배가 리포트를 작성할때 보고 있던 책이었는데 나중에 대학원 입학시,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 주인장 역시 한번 들춰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전쟁사 혹은 군사학 관련된 서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인데 전쟁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작년 말에 한번 ?어봤다가 이번에 다시 한번 정독을 한 뒤에 이렇게 서평을 남기는 것인데 인터넷 서점을 가 보니까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주인장은 그닥 호평을 줄 수 없다.

책의 전체적인 목차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눠지고 있다. 첫번째는 한국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받는 몇몇 전쟁(예를 들어 관산성전투라든가, 고구려의 경자년 대원정과 같은...)에 대해서 저자 나름대로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 부분이었고, 둘째는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이었는데 책의 주요 내용은 첫번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전쟁에 대해서 언급할때 지나치게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으로 전쟁을 해석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전략 · 전술을 설명할때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주인장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게임을 거론한 것은 알겠지만 그 게임이 전쟁에 대한 설명에 있어 부가 자료로 쓰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어처구니없게도 전쟁에 대한 연구서적에 버젓히 요즘식(?) 용어라든가, 게임 관련된 용어를 여과없이 쓰고 있어 저자의 연구성과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하나씩 짚어가보자.

먼저 신라와 왜와의 전쟁에 대해서 저자는 공성전(攻城戰)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면서 전략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신라와 왜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먼저 '왜'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전에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논리 전개가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철저하게 왜라는 존재를 바다 건너의 해상세력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삼국사기』에 기록된 왜는 해상활동도 했지만 더불어 육상활동도 겸했던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을 저자는 왜의 해안거점 확보라는 식으로 해석했는데, 이는 전쟁을 떠나서 왜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학계에서 한반도 왜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 마당에 왜를 무조건 바다 건너 살던 해양세력이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저자는 생각치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장이 첫번째 신라와 왜의 전쟁 부분에 대한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 중에 50점 이상을 받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 다음은 근초고왕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마한의 멸망은 근초고왕 시절(4세기) 왜의 용병을 고용한 백제에 의해 이뤄졌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저자 역시 그와 동일한 시각 하에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 주인장으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 4세기 중엽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고대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일본 고대사에서 4세기는 '수수께끼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다. 일본 측에서는 3세기까지 일본 국가의 상태와 4~5세기 야마토 왜의 발전 상황에 너무나 큰 격차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발전이 4세기라는 짧은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는지, '수수께끼'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이 수수께끼의 이면은 한국 고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4~5세기 야마토 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방후원분 같이 거대한 무덤이 나타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런 고고학적 근거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너무나 많다. 고고학적 증거만 가지고는 어떤 주장이건 확실하게 증명하기가 곤란하다는 뜻이다.

야마토 왜가 4세기 이후 급성장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으려면 보다 확실한 문헌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측에서는 4세기 중엽 신공황후가 가야를 정벌했다고 기록했던『일본서기』나 신라를 괴롭히는 왜를 몰아내기 위해 고구려가 5만이나 대군을 투입했다는 광개토왕 비의 기록을 들이댄다 -

위의 내용이다. 전방후원분 같은 고고학적 근거가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한 고고학적 근거를 해석하는데 있어 절대로 문헌사료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 오히려 고고학적 근거에 따라 문헌사료를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도 4세기 근초고왕이 이끄는 백제군이 마한 잔여세력을 멸(滅)하고 한반도 서남부를 통일했다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5세기를 넘어서면서 영산강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서남부 일대에 중앙정부(한성의 백제)와 대등한 규모의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있음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걸 문헌사료에 끼워맞추라고? 풋~진짜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런 고고학적 근거에 맞춰서『일본서기』나 광개토호태왕비문을 해석하면 답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신공황후 기사에 대한 편년은 물론이고,  왜라고 등장하는 모든 세력을 바다 건너 존재했던 해상세력으로만 이해하니 전체적인 논리 전개에 있어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점수를 매기자면 60점 이상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세번째는 고구려 광개토호태왕이 싸운 왜라는 존재이다. 이 역시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자가『일본서기』에 나오는 왜,『삼국사기』에 나오는 왜, 광개토호태왕비에 나오는 왜를 모두 다 동일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에 내용면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틀렸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100p에서 당시 동아시아의 양대 축은 고구려와 백제였다고 언급을 하면서도 정작 121~123p에 가서는 고구려가 임나에 터를 잡고 있던 왜를 초토화시키기 위해서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했고, 그로 인해 심리적인 전략적 효과를 얻었다는 비상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었다. 분명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흐지부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저자도 분명히 짚어내고 있듯이 당시 동아시아의 양대 축은 고구려와 백제다. 

당연히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기 위해 양측은 다방면에서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즉, 고구려의 주적(主敵)은 백제였으며 고구려의 가장 큰 전략적 대상도 백제였으며 고구려가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상대해야 할 세력 역시 백제라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백제가 버티고 있는판에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해 심리적인 전략적 우위에 서기 위해 고구려가 대군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저자는 경자대원정 전후로 한 백제와의 대결(비문에 왜라고 적혀있는 상대와의 전쟁)에 대한 이해 없이 경자대원정만 갖고 이해하고 있으니, 이처럼 어이없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이 부분 역시 점수를 매기자면 60점 이상 주기가 힘들다.

하지만 뒤에 등장하는 세가지 내용, 관산성전투에 대한 부분과 대가야를 합병한 부분, 백제의 멸망에 대한 부분은 눈여겨볼만 했다.

특히 관산성전투에 대한 해석은 참신했다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관산성을 백제가 함락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끝맺었지만 성왕이 전후 처리를 위해 관산성으로 가다가 잡혀 죽음으로써 전세가 뒤집혔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성과에서는 관산성전투에서 백제가 패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전체적인 논리전개를 했었는데 저자는 관산성이 함락된 것으로 당시 전황을 일단락짓고 성왕의 죽음은 정말로 어이없는,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주인장 역시 관산성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수차례 백제와 신라가 접전했고 백제가 여러차례 승리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성왕의 전사로 전황이 뒤집혔을 뿐, 관산성전투가 백제의 승리로 일단락지었다고는 생각치 못 했는데 이 부분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성이 함락되었느냐, 함락되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당시의 전략 · 전술은 물론 양측의 전략적 우위에 대한 해석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가까이 줘도 아깝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신라가 동맹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가야를 급습해 멸망시켰다는 해석이나 백제의 멸망에 대해서 지금까지 잘못 생각해왔다는 저자의 해석은 분명 재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주인장이 미처 생각치 못 했던 부분이기도 했지만 분명 참고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백제 멸망에 있어서 저자는 백제가 손놓고 있다가 멸망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었다. 특히 탄현과 백강 방어에 대한 당시 백제 관료들의 논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백제 관료들이 바보가 아닌만큼 그들도 작전회의에서 충분히 백제의 승리를 위한 작전을 내놓았던 바, 그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백제 관료들이 둘로 나뉘어 서로 극과 극의 주장을 내세운 것처럼 해석해 지만 저자는 그를 다르게 해석했다. 즉, 전략상 요충지를 버리고 미련하게 안으로 끌어들여 적을 맞이한 것이 아니라 적들이 요충지에 도착하기 전이냐, 도착하자마자냐의 시간적 차이를 두고 공격 시점을 정한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었다. 이 부분 역시, 원사료를 해석하는데 있어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서 오는 해석이겠지만 분명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총평을 하자면 전반적으로 왜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들은 뭔가 2%가 부족한 것들이어서 점수가 낮을지 몰라도 나머지 부분들은 분명 참신한 해석을 하고 있어서 참고할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뒷부분에 고대 전투의 기본 요소, 전쟁의 변수, 보급과 동원체제, 지리적 환경과 전략 · 전술이라는 챕터를 두어 전쟁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는 점이 추가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서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개설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책의 내용이 전쟁사 관련 연구서적의 선구자격인 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분명 언급했지만 아무리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하더라도 PC 게임을 예로 들면서 설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타문화권의 전쟁이나 전투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자료 제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했으니 말이다.

암튼 우리나라에서 나온 몇 안 된 전쟁사 관련 서적인만큼 분명히 눈여겨볼만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전쟁사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전쟁이나 전투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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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락공주
김중걸 지음 / 문학과의식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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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주인장이 본 고구려 역사소설이 하나 있다. 제목은 위에 적혀있는 것처럼『장락공주』다. 아마 주인장 기억에 신도림역 헌책방에서 반값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읽고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출간할 당시, 꽤 화제가 되었던 책인 듯 싶었다. 동북공정에 맞서 고구려가 우리나라 역사임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에서 전적으로『자치통감』에도 기록되어 있는 실존인물 장락공주를 주인공으로 해서 당과 고구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주인장이 읽어볼 때도 그러했고 말이다. 저자가 내세운『자치통감』의 기록을 보고 주인장이 확인했지만 저자가 내세운 기록은 찾을 수 없었고, 다음과 같은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長樂公主將出降,上以公主皇後所生,特愛之,敕有司資送倍於永嘉長公主

전체적인 내용은 저자가 내세운 기록과 일맥상통하기는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장락공주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분명 부족했다.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 '무롱's 잡다구니'(http://blog.naver.com/lumia22?Redirect=Log&logNo=80027449201)의 게시물을 확인해보면 장락공주는 당태종 이세민이 그녀를 평소 너무 아껴서 꼭 장손황후의 친정 사람에게 시집가야 한다하여 장손충(長孫沖)에게 시집갔다고 한다. 이후 장손황후가 천식으로 세상을 뜨자 평소 장손황후와 많이 닮았던 장락공주 역시 천식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고 한다. 물론 이 기록에 대해서 주인장이 확인은 안 해봤지만, 사료 상으로는 일단 장락공주를 고구려와 연결시켜 해석할 여지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저자는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런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나이가 60이 다 된 영류태왕이 당주(唐主) 이세민에게 볼모로 삼을 여인을 요구했고, 당태종은 울분을 참으며 장락공주를 보내 고구려 안에서 내분을 조장하라는 밀명을 내리고, 그 결과 영류태왕이 죽고 태자 환권은 자결하고 연개소문에 의해 고구려가 장악된다는 설정이다. 대체 이게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항하고자 하는지 솔직히 주인장은 모르겠다. 저자가 책을 썼다고 하는 의도와 동북공정이 전혀 상관이 없게 느껴졌고, 단순히 당주 이세민이 고구려에 여자를 바쳤다, 라는 허구 속의 만족감만 불러일으키고 말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게 과연 동북공정에 얼만큼 대항할 수 있는 여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암튼, 이런 부분 때문에 이 책은 근본적으로 역사소설이 아닌, 허구 속에서 출발한 소설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이 역사소설을 표방하는 것은 마치 연개소문이 정통 대하사극을 표방하는 것과 같은 엉성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점이 참 아이러니하고 우습기도 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무슨 내용일까, 하고 책을 사서 봤는데 그닥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단, 이 책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저자는 상황 묘사나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 굉장히 탁월한 집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복식이나 음식, 생활하는 모습, 거처 등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해주고 있어서 글을 읽으면서 그 모습들이 상상이 갈 정도였다. 그리고 장락공주를 둘러싼 영류태왕, 고환권, 양만춘, 연개소문 등의 심리묘사가 주축이기 때문에 대규모 전쟁에 대한 묘사 보다는 섬세하고 세밀한 개개인의 모습을 잘 살려내고 있어 그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역사소설이라면 어느정도 실제 역사에 근거해서 당시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재해석해내야만 하는데 저자는 관련 사료를 많이 접하지 못 했다는 것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났다. 특히『삼국사기』와 같은 우리측 사서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음은 물론, 중국측 사료 역시 폭넓게 인용하지 못해서 세밀한 묘사가 빛이 바랠 정도로 전체적인 상황 설정에는 실패했다. 단 한권의 책으로 내용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고구려 말기에 각 인물들이 정말 저랬을 수도 있겠구나~싶을 정도로 이것저것 생각할 걸 많이 준 책이었던 듯 싶다. 그냥 역사소설로서의 실제 역사 검증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저자의 집필력을 감상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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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남진정책 연구 - 임진강에서 금강까지
백종오 지음 / 서경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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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2권의 책을 읽었으니 하나는 앞에 소개한『의식과 전쟁』이었고 또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다. 저자는 최근에 박사과정이 통과된 사람으로서 선배가 기와에 대한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어서 마침 저자의 박사논문을 볼 기회가 있었다. 현재 고구려 '고고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저자가 이번에 기와를 주제로 고구려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음으로써 고구려사 연구에 있어 또 하나의 획이 그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책이 나왔다 하여 겸사겸사 책을 챙겨보게 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영~같은 과 후배랑 같이 책을 구입해서 같이 보기 시작했는데 둘 다 똑같은 반응이 나와서 역시 이 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예전에 경기도 박물관에서 고구려에 대해서 특별전을 한 적이 있었다. 이 게시판 67번 글에 그때 열린 특별전과 학회를 갔다와서 남긴 후기가 있는데 그때에도 언급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특별전 도록이었다. 경기도권의 고구려 보루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다 해 놓고 있었으며 경기도에 남아있는 고구려 관련 설화 등도 적고 있어 공부하는데 있어 좋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도록이 비매품이어서 못 사고, 물어봤더니 저자와 아는 사람이냐고~묻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른다고 했고, 나중에 선배가 안다고 해서 선배한테 구해달라고 했는데 뭐 아직껏 깜깜 무소식이다. 암튼, 이건 여담이니 넘어가고 문제는 그때 그 도록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도록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후배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역시 반응은 같았고, 기대하던 고구려 '남진정책'에 대한 연구가 아닌 단순한 보루군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나왔던 보루 관련 연구성과들을 총정리한 연구사를 보는 것이지, 어떤 개인적인 연구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마 이건 책의 전체적인 목차를 살펴본다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1. 머리말

    ㄱ.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조사 현황

    ㄴ.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현황

2. 고구려 남진정책의 역사적 배경

    ㄱ.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

    ㄴ. 체제정비와 영토확장

    ㄷ. 군사적 배경

3. 임진강 · 양주 일대의 고구려 유적

   ㄱ. 임진강 유역의 고구려 유적

   ㄴ. 양주분지 일대의 고구려 유적

4. 한강 · 금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ㄱ. 한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ㄴ. 금강유역의 고구려 유적

5. 남한지역 고구려 성곽의 특징

    ㄱ. 고구려 성곽의 일반적 특징

    ㄴ. 임진강유역 고구려 성곽의 구조와 특징

    ㄷ. 한강유역 고구려 성곽의 구조와 특징

    ㄹ. 고구려 성곽 출토 유물과 그 성격

6. 유적을 통해 본 남진정책

    ㄱ. 유역별 관방체계

    ㄴ. 하천로와 성곽배치

7. 맺는 말 - 과제와 전망

    ㄱ. 관방유적의 특성 파악

    ㄴ. 고구려 유물의 인식 범위

    ㄷ. 성곽 구조의 비교 연구

    ㄹ. 고구려의 지방지배방식

목차는 대개 이러한데 전체적인 분량에서 봤을때 저자가 제목에서 언급했던 고구려의 남진정책에 대한 부분은 6장과 7장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분량은 303~329페이지까지 채 30페이지도 안 되는 정도였다. 책을 주욱 읽어내면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구입하지 못한 주인장 본인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1장은 그렇다치고 2장 부분은 고구려 남진정책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으며 단순히 고구려사를 개괄한 정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쓸떼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가 3~5장,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1~302페이지까지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다가 기존 특별전 도록에 있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래서 고고학자가 글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적이나 유물을 소개하면 그것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것을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는데 매일 조사보고서만 쓰다보니 이런 추론의 과정에 약한 것이 고고학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구려 보루군과 경기도 일대의 관방체계에 대한 고고자료를 총정리한 것은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책의 제목을『고구려의 남진정책 연구』라고 했다면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각 유적과 유물들을 언급했어야만 했었다.

이를 위해 문헌의 인용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당시의 전투나 전쟁 상황에 대한 설명 역시 거의 없었다. 단순히 그 자리에 고구려 성과 보루가 있었다. 그리고 각 성과 보루는 위치상으로 어떤 연계성이 있었다. 이로 미루어 봤을때 이들은 도하를 막고, 주변 조망이 쉽고, 교통로를 확보하는 등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로 끝맺음을 맺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한강일대를 둘러싼 삼국의 치열한 각축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나, 당시 전투 양상이나 전략 · 전술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던 것이다. 소위 한강에서의 쟁탈전을 인식할때 의문이 드는 것은 당시 한강 쟁탈전을 한국전쟁의 고지전과 비슷하게 연결을 시킨다는 사실이다. 일정한 방어 라인을 형성하고 그 고지를 점령하면서 전략적인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거점을 차지하는 식의 고지전 말이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휴전선과 연결시켜 지금 우리의 대치 상황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주인장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시 한강 일대는 지금처럼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가 밀집해있는 국가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의 임진강 일대와 같은 군사 지역(Millitery Zone)으로서 인구가 밀집하지 못 하고 전쟁의 참화로 인해 경제기반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 하던 지역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렇게 봤을때 그 지역에 있던 각종 보루와 성들은 지금까지의 고고학자들이 하는 연구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장은 전방에 있었기 때문에 전방 GP와 GOP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생활이나 훈련상황, 작전현황 등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데 이는 비단 주인장 뿐만 아니라 전방에서 근무했던 대부분의 예비역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상기한다면, 그리고 그 생활을 오늘날의 고구려 보루군에 대입시킨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해석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군사 접경 지역, 그것도 삼국이 똑같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군사 접경 지역에 설치된 고구려 보루군은 보다 심사숙고해서 처리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보루에 대한 시 · 발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각 보루의 편년 또한 수립되지 않았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보루에 대해 왈가왈부 떠들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을 펴니 저자가『남녘의 고구려 문화유산』이라는 책을 또 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보니 역시 임진강부터 금강 일대까지의 보루군에 대한 소개로 끝나고 만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고구려 보루를 갖고 할 수 있는 연구가 관방체계를 살펴보는 것 밖에 없단 말인가.

저자는 책 마지막에 맺는 말이라 하여 앞으로의 고구려 보루군을 연구하는데 있어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는 보루의 국적이 보루의 특성, 방어체계, 보고자의 보고문 충실, 유적 훼손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과 함께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연구자세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또한 고구려 유물에 대해서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흑룡강성 일대의 보루를 언급하면서 경기지역의 보루군과 많이 비슷하다고만 할뿐, 양자를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왜 이런 문제점들을 알면서 정작 본인은 기존 연구성과를 답습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존 연구는 논문들이고, 자신이 처음으로 단행본을 냈으니 그걸로 일단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더 나아가 고구려의 지방지배방식을 언급하면서는, 기존의 연구 성과에서 그치지 말고 더 연구를 해야 하며 고구려 지명이 이후 오래도록 사용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본인은 왜 자신의 연구서적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주인장이 대개 고구려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꼽는 텍스트적인 서적들(이 게시판에서 이미 여러번 소개한 바가 있는)은 기존 연구성과를 모아 연구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일관된 틀에 맞춰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나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담은 것들도 다수 있어 기존 학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기존 연구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실들, 새로운 자료들을 소개하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분명 고구려 고고학계에서 나온 거의 최초의 고구려 남진정책에 대한 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움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인장은 이렇게 현재까지 파악된 고고자료를 설명하는 위주의 서술로는 절대로 도록이나 조사보고서 이상의 글이 쓰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구의동 보루를 설명할때 만든 신라군의 기습으로 인해 고구려군 전사와 함께 보루의 전소, 그래서 남겨진 무수히 많은 유물들...뭐 이런 식의 시나리오 정도라도 언급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고고자료로 역사를 해석하는 고고학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역사고고학'이라는 특성을 살린다면 여타 문헌이나 금석문을 참고한 연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런 작업들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저자의 자질이나 집필 의도를 탓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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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4
박대재 지음 / 책세상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검색하게 된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위에 소개한『의식과 전쟁』이라는 책인데 전쟁과 어떤 사상적인 부분을 파악할 수 있겠거니 하는 마음에 바로 구입하게 됐다. 책 가격이나 페이지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작은 책이었다. 실제 내용도 어떤 연구서적이라기 보다는 연구사를 정리한 정도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주인장이 전쟁고고학(戰爭考古學)과 군사생활사(軍事生活史)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접하고 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연구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우연히 접해서 사게 됐는데 다 읽어본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 유학을 가서 1년여간 머물면서 공부한 자료들을 연구사적으로 정리하면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한국 학계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한 글인데 비록 얼마 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에게는 굉장히 많은 사실들을 시사해 주었다. 그러다보니 내용은 적은 분량임에도 엄청나게 많은 주석들이 달려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주석이 외국 원전이어서 차후에 이 부분에 대해 공부하고자 할때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물론 충분한 외국어 실력을 갖춘 뒤의 일이겠지만 말이다.

암튼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은 전체적으로 전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한 책은 아니다. 본래 집필 의도는 '고대 국가의 형성'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고, 그것의 한 방법으로 의식과 전쟁이라는 수단을 언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하는 주인장의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군사생활사라는 측면에서 봤을때, 정치사적인 측면이 아닌 전쟁사적인 측면으로 살펴보는 고대 국가의 형성이라는 문제 역시 크게 어긋나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의 내용은 주인장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고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었다.

저자처럼 주인장 역시 전쟁과 의식을 통해서 차후 국가 구조나 국가 형성 혹은 기원에 대해서도 차후 공부할 예정이지만 일단은 의식과 전쟁에 대한 각종 연구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유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의 여러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서 그것을 한국사학계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4세기 국가형성론'에 빗대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한 것은 분명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전쟁이라는 부분이 절대 중앙집권적인 정치체(국가)의 등장 이후에만 이뤄진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가 흔히 원삼국시대라고 말하는 4세기 이전의 정치체에 대한 해석이 기존과는 다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다. 즉, 전쟁에 대한 올바른 해석만 한다 하더라도 원삼국시대와 같은 불분명한 경계선에 놓여진 시대구분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 고대 국가 모델을 두고 기존에 너무 중앙집권적인 부분에만 집착했다는 지적 역시 빼놓지 않고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한때 주인장도 생각해봤던 부분인데 이른바 '황제병' '제국병'과 같이 '중앙집권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지방분권적, 봉건제도로 이뤄진 국가는 상대적으로 덜 문명화된 정치체라는 인식이 은연 중에 깔려있는 이런 것들에 대해 저자는 여지없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고고학적으로 확인되었듯이 전쟁은 계층화가 분화되면서 사유재산의 확충과 농경의 본격화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이며 그것은 이전과 같은 국지전 형태가 아닌, 정치체와 정치체간의 대규모 전면전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게 봤을때 전쟁이라는 행위의 주체자를 4세기 이후의 국가단계의 고대 삼국으로 규정하던 기존 견해들은 분명 수정될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재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분명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읽어 넘길 줄 알았는데 주인장에게 많은 부분들을 생각하게 해줬기 때문에 충분히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해주고픈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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