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 - 지금은 사라진 고대 유목국가 이야기
사와다 이사오 지음, 김숙경 옮김 / 아이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 싸이트에서 이리저리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하고는 바로 구입을 희망한 책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흉노'라고 하는 유목세계 최초의 패자(覇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사와다 이사오는 고등학교 무렵부터 흉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어언 40여년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는 인물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분야의 연구자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은 일단 흉노사를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게 쓴 최초의 개설서라 할 수 있다. 원서의 서문에는 1996년 9월 18일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일본에서 출간된지 12년만에 한국에서 번역되어 소개된 것 같다. 책의 목차를 일일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대략의 내용만 봐도 흉노의 원류부터 흉노의 흥망성쇠, 흉노와 한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중요시되는 인물들, 흉노의 문화(의식주 포함 각종 경제와 산업 등등), 흉노의 사회조직, 흉노의 분열 등등 흉노사 전반에 대해서 폭넓게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주인장이 흉노에 대해 얻었던 자료들은 유목민족사를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책들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다음 책들처럼 말이다.

르네 그루쎄 / 김호동 · 유원수 · 정재훈, 1998,『유라시아 유목제국사』, 사계절

박원길, 2001,『유라시아 초원제국의 역사와 민속』, 민속원

정수일, 2001,『고대문명교류사』, 사계절

고마츠 히사오 등, 2005,『중앙 유라시아의 역사』, 소나무

대강 이런 책들을 보면 흉노는 최초의 유목국가로서 일정 분량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목민족사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언급되는 것이지 흉노라는 타이틀을 갖고 독립적인 장이 마련되어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주인장이 눈여겨본 것은 이 책이 흉노에 대해 쓴 최초의 통사적 성격을 지닌 개설서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인에 의해 쓰여진 책이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조각조각 이해하고 있던 내용들이 퍼즐맞추기처럼 하나로 통일되어 정리될 수가 있었다. 그 점이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전체적인 내용은 통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일히 거론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두번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저자가 단순히 (얼마 없는) 문헌에만 의존해서 흉노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흉노문화의 특징에 대해서 언급할때, 그리고 흉노의 시기별 영역, 중심지 변화와 지배층간의 계급변화 등을 거론할 때는 고고학적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어 눈에 띄었다. 최근 급증하는 흉노 관련 유적들을 소개함으로써 문헌자료가 제시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흉노사에 대해서 굉장히 광범위하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다 짚어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장이 이 책의 특징으로 꼽은 것은 마지막 5장, '흉노의 분열과 그 후' 라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흉노에 대해서 언급한 책들을 보면 흉노의 흥망성쇠에 대해 일괄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특히 그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언급한다면 흉노와 훈족의 관계 정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흉노의 마지막을 오호십육국까지 연결시키고 있으며 마지막 흉노계 집안인 독고씨 집안까지 거론하면서 흉노의 역사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주목할만 했다. 대개 흉노의 남북분열과 남흉노의 소멸, 북흉노의 서천과 훈족의 등장 등으로 끝맺음을 하는 여타 책들과는 분명 다른 구성이었고, 주인장이 그간 미처 생각치 못 했던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서 참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조치원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에서 책을 읽고 다시 서울역에서 집까지 오는 전철 안에서, 마지막으로 집에 와서 씻고 난 다음 자기 전까지 읽어서 결국 다 읽을 수 있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서술에 별 어려움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간만에 좋은 책을 하나 읽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책장을 덮는 순간, 아주 약간 아쉬운 점이 들어 적어보고자 한다.

東伐朝鮮 起玄 樂浪 以斷匈奴之左臂

위의 구절은『漢書』卷73에 나오는 내용이며 해석하자면 '(한무제가) 동으로는 조선(朝鮮)을 정벌하여 현도군과 낙랑군을 일으켜 흉노의 왼팔을 잘랐다' 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대흉노정책을 대외적인 국가정책 일순위로 여기던 한나라에서 인식하기에 단군조선과 흉노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것이 차후 한나라에게는 위협적인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흉노가 사방으로 정벌했던 정치세력을 봤을때 단군조선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어떠한 대립적인 관계에 대한 기록이 없었던 점은 분명 눈여겨볼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저자는 거기까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아서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관련 사료도 극히 적고 고고학적인 연구도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한국에 소개된 최초의 흉노 통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며 그 내용면에 있어서도 손색이 없다고 주인장은 감히 말하고 싶다. 비단 흉노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시간이 날때 한번쯤 책장을 넘겨보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손에서 뗄수 없는 책이라 생각하며 이만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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