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두 얼굴
김태훈 지음 / 창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주인장이 이 책을 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몇몇 인터넷 서점에 회원으로 가입해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이메일로 신간을 알리는 글이 오기 때문에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그냥 이순신에 대한 책이 또 나왔구나, 드라마가 뜨니까 또 이런 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다. 그러다가 김태훈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거기서 책에 서명을 받고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보면서 기존에 주인장이 알고 있던 것이 얼만큼 잘못되었고, 어느정도나 틀에 박혀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성웅 이순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순신은 우리에게 다가서는 의미가 깊고 또한 많은 것들을 시사하는 인물인 셈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순신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을 표하는 대신에 그는 남조선 정권이 만든 영웅에 불과하다, 라는 극도로 비난적인 입장이 하나둘씩 생겨나게 되었고 이순신에 대해 극과 극을 달리는 생각들이 난무하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주인장도 이순신, 그리고 조-일전쟁에 대한 책을 몇권 읽어본 적이 있다.

난중일기 - 이은상 역
불멸의 이순신 - 김탁환
이순신 인간경영 노하우에서 배운다 - 강은희
임진왜란 - 박종화
임진왜란 해전사(7년전쟁, 바다에서 거둔 승리의 기록) - 이민웅
충무공 이순신의 짧은 생애, 빛나는 삶(백의종군 시작부터 순국까지) - 장학근
칼의 노래 - 김훈
평 - 방기혁

대강 서술하면 위와 같은데 멀리는 어린이 위인전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칼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이순신과 조-일전쟁에 대한 책을 종종 접하곤 했었다. 그리고 얼마전 본 책이 바로 김태훈의 '이순신의 두 얼굴'이라는 책이었다. 글쎄, 뭐랄까?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수 있듯이 이순신이라고 하는 인물(영웅이 아닌)의 극단적인 두 평가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서술을 시도한 책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순신이 정말 잘났다, 23전 23승에 빛나는 우리 역사 최고의 명장이다 등의 호칭만이 난무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이순신은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낸 역사 사기극의 결과이다, 이순신은 그냥 조-일전쟁 당시 여러 장수들 중 하나였다, 는 식의 비판일색의 책 또한 아니다. 그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사료에 근거해 굉장히 객관적으로 이순신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장은 평소에도 조선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다.
이유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조선사는 정말 한국사에서 이단아라고 불릴만큼 나약하고 쓸모없는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 이 강토를 헐벗게 만든 것이 바로 조선 사대부들이요, 백성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고도 뉘우칠지 모르는 것도 바로 조선 사대부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병폐가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바로 잘나빠진 조선 사대부들의 후손들이 이 나라, 이 강토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조선사에 대한 관심도 부족해질 수 밖에 없었고 공부도 하질 않아서 조선사에 대해 아는 정도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다. 굳이 언급하자면 외교사, 당쟁사, 조-일전쟁과 호란 정도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장은 김용만의 연개소문 관련 서적과 상당히 유사한 접근방식에 주목했다. 철저히 사료를 분석해, 사료에 근거한 추정과 서술을 지향하면서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조-일전쟁 전후를 살펴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료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추정과 상상이라고 언급했으며 사료가 주는 한도내에서 가정을 하는 식으로 최대한 객관적인 서술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저자가 역사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나왔던 당연시 여겼던 내용들도 저자는 다시 한번 되짚어봤고, 그로 인해 기존에 몰랐던 사실, 기존 상식과 전혀 다른 내용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주인장이 이 책에서 느꼈던 점은 대강 이러하며 이순신을 통해서 조-일전쟁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주인장은 이 책에 대해 일단 별 4개는 주고 싶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사료에 의거한 철저히 객관적인 서술은 이 책에 대한 평가에 별 1개를 더 보태주는데 톡톡히 한몫했다고 단언하고 싶다. 대강 생각나는 부분만 따로 언급해봐도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접근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주인장이 보고 주목했던 부분은 이순신의 삼도수군통제사 시절 백의종군하게 된 과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 원균에 대한 보다 다양한 사료들, 이순신이 그답지 않게 실수했던 부분들, 그리고 난중일기 곳곳에 스며있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 그의 최후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저자는 기존 연구자들이 수백번도 더 인용하고 공부했을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실록을 주로 해서 남아있는 이순신 관련 사료들을 연구했는데 기존 연구자들이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까지 살펴봄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에는 이렇게 생각했던 내용들이, 여기서는 저렇게 여겨지는 식의 다양한 해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이순신의 단편적인 면모만을 피상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과 외양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이순신은 결코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것처럼 성웅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때로 냉정함을 잃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장수였으며, 지모만 출중했던 지장이 아니라 수백척의 적선 앞으로 과감하게 지휘선을 이끌고 돌격했던 맹장이기도 했으며, 군율과 원리원칙을 중요시해 약간 고지식한 면도 갖고 있었으며, 군법을 어기는 부하에게는 과감히 목에 칼을 댔던 지휘관이기도 하였다. 또한 원균과 불화를 겪으면서 고뇌하고 그를 미워하기도 했던 평범한 인물이기도 했으며, 위기 앞에서는 특유의 일사분란함과 능동적인 행동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도 했던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 책에서 이순신에 대한 여러가지 부분을 언급하면서 그에게 덧씌여진 신화적인 요소는 철저하게 구분해냈다. 그의 출생에서부터, 그의 어릴적 성정과정에 대한 내용들과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의 최후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덧씌여진 신화적인 요소를 제하고 나니까 우리가 기존에는 몰랐던 다양한 사실들이 우리앞에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종종 우리는 이순신이 반란을 일으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일부러 자살하여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얘기까지 하면서 그의 죽음까지 미화(美化)시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이순신은 반란을 꿈꾸지도 않았고, 노량해전에서 적과 난전(亂戰)을 벌이다가 우연히 적의 유탄에 맞은 것으로 보는 식으로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신화적인 부분은 철저히 배제했다. 그런 내용들을 하나둘씩, 과감하게 독자들에게 선보였기 때문에 주인장은 이 책을 감히 이순신을 이해하는데 있어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책보다도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있는 한 왜놈들은 함부로 날뛰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과 거만함까지 보여줬던 이순신. 그런 그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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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5-09-1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유익했어요 그런데 예스 24 가 보면 이순신 열혈팬들이 형편없는 책으로 매도해 놔서 속상했답니다 영웅 이순신 정도가 아니라 성인 이순신으로 숭배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麗輝 2005-10-02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순신처럼 우리 역사에서 지나치게 영웅화된 인물들이 몇 있지요. 김유신, 연개소문, 을지문덕 대강 이와 같을 겁니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대부분 관련 문헌이 적다거나, 아니면 고의적인 이유로 성웅화되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잘 쓰여진 이순신 관련 서적이 될 것입니다. 이순신이 실수했다고 해서 그가 위대하다는 것에 변함은 없으니까요. ^^

Passionian 2005-10-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읽어보신 책들 중에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 이순신과 임진왜란 1-2" 이 책들이 없군요. 이 책들이 좀 더 사실적이라 봅니다. "두 얼굴"의 저자가 열심히 연구하고 집필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또한 거의 대부분의 사료를 한국어 번역본을 참조했다 하였고, 기실 한문을 한글로 번역하는데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니 말이지요. (물론 많은 부분 다시 원문을 참조했다고 하지만). 여튼, 이 책보다는 '이순신과 임진왜란 1, 2"를 추천합니다.

麗輝 2005-10-0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추천 감사합니다. 이순신과 임진왜란이라...이 책은 원사료를 많이 참조했던 모양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김태훈님의 책은 학술서적이라기보다 개설서적인 성격이 강한게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술서적이 갖는 그런 정교함과 자세함이 좀더 부족한 것은 사실일테죠. 님이 추천하신 책, 읽어보고 나중에 서평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