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세계사 -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59가지 전쟁 이야기
김성남 지음, 진선규 그림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저자의 또 다른 전쟁사 관련 서적이 나왔다.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를 통해 세계전사에서 상대적으로 천대받는(?) 한국 전쟁사를 재조명한 저자가 이번에는 그 천덕꾸러기(?)를 세계사에 당당히 집어넣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전쟁사 서적이 아닌가 싶다. 

일단 책의 첫장을 펼치면 '세계 무기지도'라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각 무기들의 최초 발명지를 표기한 지도인데 그 발상이 재밌었다. '세계 전투지도'라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쉽게 확인되지만, 무기지도라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 앞장의 지도 2장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우리나라 전선인 '판옥선'과 한국사상 전투인 '살수대첩', '진포해전', '한산대첩'에 대한 내용이었다. 판옥선이 우리나라에서 발명한 신무기라고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세계 전술지도'(가칭)라고 할만한 것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진법이나 진형 등에 대해서 정리한 것 말이다. 이 지도에도 거론된 쇠뿔대형이라든가, 학익진, 사선대형 등등 전장에서 처음 등장해 그 위력을 발휘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지도로 표현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해 봤다.

첫 지도부터 읽는 이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이 책은 그 다음에 '전쟁 세계사 화보'라는 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무기 · 병력, 영웅, 전투, 진법 · 대형이라는 4개의 테마에 맞춰 총 45컷의 도판을 싣고 있었는데 일부는 한번 봤던 것들이지만 처음 보는 도판들도 많이 있었다. 아마 외국 군사서적에서 인용한 자료들이리라 생각한다. 아마 국내 다른 군사학 전공자가 이런 책(전쟁세계사 같은)을 썼다면 이런 풍부한 도판을 싣지 못 했으리라. 이 책의 첫번째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풍부한 외국 자료들의 인용! 

국내 군사학 전공자들이 한국 전쟁사 관련 책을 쓰면 이런 도판이 많이 실려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도판이나 자료들이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예전부터 관심갖는 부분이지만 우리는 예로부터 전투장면을 기록한 그림이나 전쟁영웅에 대한 삽화, 전쟁장면을 이야기로 서술하듯 기록한 벽화 등이 많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니 국내 연구자들이 전쟁 관련 서적을 내놓아도 이러한 시각자료들을 많이 제공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물론 조선시대가 되면 관련 자료들이 엄청 많아지지만). 그렇기에 연구과정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획일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외국의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할 줄 알고 또 그런 여건이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서 저자는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남았던 전투장면을 시각자료로 재현하려는 노력을 했었는데 이 역시 기존 전쟁사 관련 서적에서 찾아볼 수 없던 내용이었다. 흔히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들을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국내 다른 연구자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그런 상황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이런 지도나 도판들을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체적인 구성은 전쟁하는 사람들, 전쟁의 도구, 전쟁하는 법, 전쟁사 속의 졸병일기, 위대한 전쟁영웅 이야기, 전쟁사에 큰 획을 그은 전투, 전쟁의 새벽 이렇게 7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었다. 마지막 장은 전쟁에 대한 일반론적인 내용이니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6개 장에서 독자는 다영한 전쟁 관련 내용들을 접할 수가 있다. 먼저 전체적인 이 책의 장점을 또 하나 언급하자면, 정말 다양한 세계 戰史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다양한 세계 전사에 대해 정리된 것이 아니라 저자 개인의 군사학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는 기존 전쟁사 관련 서적에서 언급하지 않는 내용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간중간 재미있게 묘사된 삽화들 또한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이 없게끔 해서 좋았었다. 그럼 각 장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제 1장은 전쟁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전쟁을 담당하는 전사 혹은 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강인한 스파르타의 남과 여, 동성애자 150쌍으로 구성된 테베의 신성군단, 최초의 현대적인 직업군인이었던 로마군, 순록의 오줌을 마시고 싸웠던 베르세르크, 신념으로 무장한 성당기사단과 기독교도의 아들로서 기독교 타도를 위해 훈련받았던 예니체리 등 세계 각지의 독특한 군사집단에 대해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스파르타에 대한 이야기나 베르세르크에 대한 내용은 주인장도 쉽게 접하지 못 했던 내용이어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읽었다. 스파르타에서 병약한 아이는 계곡에 버려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읽으면서 정말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다른 그리스와 상당히 다른 생활풍습을 지닌 스파르타를 생각하면서 정말 독특하다는 생각도 했다. 정말 각 그리스마다 저렇게 생활풍습이 다른 집단이 있었다면, 우리네 삼한 70여 개국도 저런 식으로 다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약물을 먹고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광분하여 적을 베어넘기는 베르세르크에 대한 묘사는 정말 전장에서 저런 놈들이 있다면~겁이 안 날 수가 없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재미가 있는만큼 아쉬움도 많은 장이었다. 먼저 손자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군사집단이 아니라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인만큼 제 5장 위대한 전쟁영웅 이야기에서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임나일본부에 대한 이야기 역시 조금 어설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나일본부에 대한 내용은 다른 장에 옮기기도 좀 그랬는데 그럴 바에야 제1장에 맞는 내용으로 바꾸는게 어땠을까 싶었다. 예를 들면 5세기 동아시아 최강국 고구려와 맞짱뜬 가야의 중무장 보병 및 기병, 뭐 이런 식으로 줄기를 잡고 가야의 우수한 철기문화와 각종 철제무기, 갑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혹은 여성도 갑옷을 입고 싸웠던 가야인만큼 가야의 여성부대(?), 뭐 이런 식으로 하나의 가상 스토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았을 듯 싶다. 단순히 가야 지역에서 출퇴되는 각종 철기들이 일본 열도의 그것보다 우수하다, 고로 임나일본부는 말이 안 된다~라는 식의 설정은 이 장과 내용도 맞지 않을 뿐더러 논리 전개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전방후원분을 언급하려면 차라리 나주 지역의 다양한 원분과 방분, 전방후원분 및 출토유물들을 언급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며, 다카마쓰 고분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뻔 했다. 다카마쓰 고분은 흔히 임나일본부나 고대 한-일의 역학관계를 거론할때 언급하는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 2장은 전쟁의 도구, 즉 전쟁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성벽, 납덩이, 활, 전차, 그리스의 불, 미니에탄, 기차, 기관총, 항공모함, 스텔스 등등.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 무기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골리앗이 돌멩이가 아닌 납덩이를 맞고 쓰러졌다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우리는 흔히 돌팔매질, 혹은 투석병이라고 한다면 돌을 던졌으리라고 누구나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그리스의 불에 대한 내용이 볼만했는데, 그리스의 불이라는 무기 하나로 천년 가까이 외침을 버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콘스탄티노플이 갖는 지리적 잇점도 한몫 작용했겠지만 또 그런 지리적 여건에 맞는 무기를 개발해 전술적으로 잘 활용한 동로마인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프타인지, 산화칼슘인지 그 재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주인장은 재료보다 어떤 점화장치 혹은 기화장치를 썼을지에 대한 부분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현되지 못한 무기들에 대해 Tip으로 실은 것도 좋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광적으로 슈퍼 무기에 대해 관심을 가져 전쟁을 한번에 끝낼 신무기들을 개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마우스가 만들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기부양차에 대한 내용은 흥미로웠다. 그런데 칼을 단 전차는 책에 실린 삽화와 다른 것을 언급하지 않았나~하는 의아함도 들었다. 

어쨌든 다윗과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납덩이가 돌이나 진흙에 비해 어떤 결정적인 잇점이 있는지 언급이 안 되어 있어서 그 점은 좀 아쉬웠다.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인지, 납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등등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돌이나 진흙으로도 한쪽이 뾰족하게 만들어 파고들어갈 수 있게 만들 수는 있으며, 납보다 돌이나 진흙이 더 무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 같은 것을 바른다면 무기로서 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어서 단순히 돌팔매의 재료를 다양하게 생각한 것 이상의 논지 전개가 안 된 것이 아쉬웠다. 또한 스텔스에 대한 부분 역시 아쉬웠다. 스텔스에 대해 저자는 춘추전국시대 진과 초가 맞붙은 성복전투를 예로 들면서 고대에도 이런게 있었다, 라고 하지만 정말 양자가 동일한 개념으로 묶일만한 내용인지는 의문이었다. 닌자에 대한 내용은 그렇다치고 연막전을 스텔스와 연결시키는 것은 연결고리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변화무쌍한 매복전에 대한 사례를 언급하거나, 닌자같은 암살자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언급하지 말고(61페이지) 여기에다가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장은 전쟁하는 법, 즉 진형과 진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팔랑크스, 테르치오가 진형이라면 공수반과 묵적의 대결, 칸나에 대전, 학익진, 쇠뿔진형 등은 진법에 해당한다 할 수 있겠다. 또한 Tip으로 무경칠서(요즘 주인장이 석사논문 작성때문에 한창 읽고 있는지라 더 반가웠다)에 대한 내용도 싣고 있어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책에서 보기 힘든 내용들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잘 구성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수반과 묵적의 가상 전투는 주인장으로 하여금 이마를 탁 치게 할만큼 독특한 내용이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라는 유명한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의 오프닝 화면을 보면 두 왕이 체스를 두고 있고, 체스말이 하나하나 움직이고 상대편 체스말을 하나하나 잡을 때마다 실제 전장에서 기병, 공성병, 보병, 궁병 등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오버랩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 보면서 과거에도 분명 가상 전투가 이뤄졌으며, 그것을 통해서 진법이나 진형의 수정이 이뤄졌을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내용이 나오니 한없이 반갑고 또 대단하기까지 했다. 분명 그 자리에서 공수반과 묵적의 가상 전투를 지켜봤던 수많은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고 전투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또한 칸나에 전투에서 카르타고군에게 포위당한 로마군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도 좋았다. 정말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포위망 가운데에 있던 병사들은 바깥쪽부터 점점 숨통을 조여오는 적의 창칼 앞에 속소무책으로 당했을텐데 그 장면이 떠오르니 일방적인 전투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의 부상자 생존율이 높다는 이야기는 이 장과는 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제 3장의 제목이 '전쟁하는 법'이기에 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들을 서술하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진형과 진법들을 소개하는데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집트의 수준높은 의료체계는 이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차라리 앞에 언급했던 힉스소족의 전차기술을 받아들여 그들과 어떻게 다른 진법이나 진형을 사용했는지 등을 언급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무경칠서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전략론, 전술론과 같은 서양의 군사서적에 대한 소개를 본문 안에 집어넣고 군의관, 혹은 취사병, 공병 등에 대한 이야기를 Tip으로 싣는 것이 제 3장의 전체적인 내용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4장 전쟁사 속의 졸병일기는 그야말로 이 책의 백미 중의 백미! 주인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극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주인장이 전공하고자 하는 부분이 군사생활사인만큼 이런 류의 역사 복원된 자료는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다. 예전에 김용만 선생님이『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사수촌 여인의 삶을 복원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그보다 더 다양한 사례를 복원하고 있어 당시 전쟁을 직접 담당했던 병사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와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각각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활약하던 병사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병사들의 삶을 접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만약 그 병사였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면 이미 할말은 다 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민간인보다 오래 산 로마군인들이라는 Tip은 앞서 이집트의 군의관과 같은 장으로 묶던가, 차라리 직업군인 로마에 대해 소개한 제 1장에 집어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 들었다. 또한 각 병사들의 삶을 복원할때 단순히 이야기식으로만 풀어쓰는 것에 그치지 말고, 어떠한 자료 · 사료에 근거해서 이렇게 가상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리 전쟁을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세계 전쟁사를 소개하고 있는 서적이고, 그런 전쟁 관련 자료들을 통해 이런 역사 복원을 시도했다면 근간이 되는 자료 정도는 소개해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5장 위대한 전쟁영웅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위대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이다. 제 4장과 제 5장을 이렇게 엮은 것이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 과정의 결과물인지는 모르지만 주인장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잘 짜여진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 대해 서술할때 예로부터 즐겨 쓰던 방법은 특정 영웅(왕이나 장군 및 영웅호걸 등)에 대해 서술하고 그가 참전하거나 활약한 전투 및 전쟁에 대해 서술하는 방식이다. 즉, 그가 모든 전투 및 전쟁의 중심이자 주인공인 셈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전쟁을 실제 담당했던 이름없는 사람들(말단보병부터 취사병, 공병, 회계담당관 등 실제 전투를 담당한 실무자들)에 주목하여 전쟁이 아닌 전쟁 속의 인간군상에 대해 주목한 연구자들 또한 많이 생겼다. 전쟁사학계에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지만 오늘날 이 두 가지 서술방법은 다 쓰이고 있으며,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데 제 4장과 5장에서는 이 두 가지 연구방법이 다 투영된 내용들이 있어 그 점이 흥미로웠다. 전쟁은 영웅에 주목할 필요도 있지만(나폴레옹이 한산도에서 일본군과 맞붙었다고 해보자. 이순신과 같은 학익진을 썼겠는가?), 실질적으로 전투에 참여한 수백, 수천의 병사들에도 주목해야하는 것이 맞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 장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고전적인 내용들일 수도 있겠다. 알렉산더, 한니발, 칭기즈칸, 나폴레옹, 잔 다르크 등등. 하지만 알렉산더를 언급하면서 이소크라테스가 그에게 정복의 동기, 명분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넣은 것은 독특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천재적인 전쟁영웅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천하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역대 중국 황제들이 한 무제의 치적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병적으로 따르려고 했던 것처럼, 알렉산더의 경우는 이소크라테스라고 하는 철학자의 사상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즉, 전쟁 영웅의 일대기와 전쟁 성과만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엄청난 정복전을 벌이게 됐는지까지 언급한 것은 분명 주목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또한 서양사의 이순신, 벨리사리우스에 대한 소개나 두 얼굴의 사나이, 바실리우스에 대한 언급도 신선하고 좋았다. 기실 로마사 관련 서적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생소한 인물들일테니 말이다. 부디카 · 쯩 자매에 대한 내용 역시 주인장도 처음 접한 내용이라서 아~하면서 읽게끔 만들었고 말이다. 나폴레옹의 경우는, 그의 여인들과 그를 배신한 신하, 그의 키를 주제로 한 루머 등을 소개로 하고 있어 이 역시 신선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다. 먼저 광개토대왕이나 칭기즈칸에 대해서는 알렉산더와 같은 그런 식의 언급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고, 의아하기까지 했다. 왜 앞에서처럼 안 썼을까? 하고 말이다. 광개토대왕의 경우, 모용선비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복수를 꿈꾸며 모용선비에게서 보고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이집트가 힉소스족에게서 배워 제국을 형성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칭기즈칸의 경우, 야율초재라는 대석학을 만나 제국 통치의 기본적인 부분을 인식했는데 이런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 특히 칭기즈칸에 대한 부분은 너무 단편적인 내용들만 띄엄띄엄 소개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더불어 히틀러에 대한 내용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독특하긴 했지만, 그가 과연 전쟁영웅이라는 닉네임으로 소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히틀러가 전투 혹은 전쟁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사례를 언급한 것도 아니고, 단지 그거 이프르 전투에서 죽었다면~어땠을까? 라는 의문만 남기고 있었는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가장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주인장은 이 부분을 꼽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 6장의 내용은 어찌보면 이 책의 부제와 가장 잘 맞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전쟁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살수대첩, 진포해전, 이성계의 요동정벌 4불가론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분명 특기할만한 사실이다. 다른 전투 및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들 전투 역시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외국인이 쓴 세계전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저자는 이 전투들을 언급하기 위해 앞에서 세계 전사에 대해 죽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꾹꾹 참으면서 말이다.

먼저 메기도 전투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내용뿐이어서 그저 재밌게 읽은 기억밖에 없다. 전투의 시작과 끝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란 말인가. 결과만『삼국사기』에 딸랑 써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말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래~전쟁은 정말 인간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전쟁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된 전투가 메기도 전투였던 것이었다. 그 다음 아슈르 산헤립의 예루살렘 공격에 대한 내용도 재밌었다. 유대교가 오늘날까지 사라지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여기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 밖에 마리우스의 군 개혁과 이슬람 문명을 위기에서 구한 아인잘루트 공방전, 뉴잉클랜드를 독립시킨 미국의 게릴라 83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특히 최무선과 세계 최초의 함포 전투인 진포해전에 대해 소개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초'라는 것이 그만큼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들이 자꾸 공론화되어야만 외국 학계에서도 그걸 인식하고 이를 인용할 것이 아닌가. 그 이야기를 당당히 집어넣은 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일단, 마원에 대한 부분은 이 앞장에 집어넣었으면 더 적합했을 듯 싶다. 제목은 베트남의 봉기를 진압하고 한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하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마원 개인적인 내용(인간됨, 전공 등등)이 더 많아서 오히려 전쟁영웅 이야기에 집어넣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살수대첩에 대한 부분도 아쉬웠다. 먼저『전쟁으로 보는 한국사』에서보다도 못한 내용에 일단 실망을 했다. 물론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법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무 내용을 축약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살수대첩이 수공인지, 아니었는지가 아니라 살수대첩에서 고구려군이 이김으로써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뭐 '오만한 천하통일의 꿈을 깨버린 전투'라든가, '거대한 통일제국의 침략을 일거에 분쇄한 전투' 등등의 역사적 의의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장의 테마 또한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성계의 요동정벌 4불가론에 대한 4가지 반론 역시 시도는 좋았지만,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요동정벌이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어떠한 역사적 사건(성격이 전혀 다른 왕조의 등장)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전쟁사를 빛낸 10대 일방적인 전투라는 Tip 역시 재밌었다. 일방적인 전투라~이런 목록을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는가? 주인장은 없다. 독특한 시각에서 뽑아낸 리스트라 그런지 흥미로웠다. 그리고 1차 걸프전이 그 첫번째에 올라있어 더 재밌었다. 그치~현대전도 포함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제 7장에서 전쟁의 원인, 잔인한 원시시대, 전사와 군사의 차이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앞의 내용들과 달리 약간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일반론적인 내용이어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전쟁을 이해하는데 있어 분명 필요한 내용들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또한 저자의 첫번째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으로, 저자의 전쟁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를 알려주는 부분이기에 이 책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잔인한 원시시대에 대한 부분은 기존 학계의 견해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주목할만한 내용들이 있다. 오히려 원시시대가 더 잔인했고, 더 평화롭지 않다는 사실은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인간 본연의 행위인지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는 전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까지 소개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책은 356페이지지만 삽화도 큼직큼직하고, 활자도 큼직큼직해서 읽는데는 전연 부담이 없다. 주인장도 짬을 내서 2시간 가량을 할애해서 다 읽었다. 또한 문체도 쉽고 어려운 용어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서 전쟁에 대해 전혀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각 장마다 장점과 단점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맨 앞에서 주인장이 언급한 2가지의 장점(풍부한 외국 자료의 인용, 다양한 세계 전사 관련 지식)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자가 한국사상 위대한 전투로 기록된 몇몇 전투를 세계 전사에 처음으로 당차게 소개하는 첫 발돋움이니까 말이다. 국제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조금씩 비중이 커지는 것처럼 살수대첩과 진포해전, 한산대첩이 외국 학계에서 인정받고 비중이 커지는 그 날이 온다면 그 硏究史의 첫줄에 이름이 들어갈 책이라고 주인장은 서슴없이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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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9-02-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자세히 "리뷰"를 하셨군요. 저도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麗輝 2009-05-1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 이 책의 저자가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형님이라서 서평을 좀 부탁받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좀 더 자세하게 쓰고자 했던 것입니다. 님도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