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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갑들에게는 없는, 법의 정신

 

    몽테스키외가 이 책이 성공한다면 그 주제의 방대함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의 내용은 방대하다. 총 6부 3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1편~8편, 제2부는 9편~13편, 제3부는 14편~19편, 제4부는 20편~23편, 제5부는 24편~26편, 제6부는 27편~31편이다. 제1부는 법의 개념 및 종류에 관해 고찰하며 각 정체의 원리를 파악하고 정치적 자유와 국가와 시민의 안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제2부는 정치적 자유와 국가와 시민의 안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제3부는 법과 기후, 토질, 국가의 일반 정신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제4부 법과 상업, 화폐, 인구와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5부 법과 종교의 관계에 관해 고찰하고 있으며, 제6부는 로마인의 상속법과 프랑크족 봉건법 등을 역사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내용적인 구성을 보면 법의 정신은 각 나라의 자연법과 실정법에 의해 구체적으로 나타나므로 자연법과 실정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실정법은 정체의 본질과 원리, 자연법, 국가의 기후, 풍속, 인구, 종교, 상업, 토질 등의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서술한 이유와 입법자의 자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내가 이 저서를 쓴 것은 오로지 다음에 말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즉 중용(中庸)의 정신이 입법자의 정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선은 도덕적 선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두 극단 사이에 있다(p501).

 

부패와 타락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국민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 법에 의해 타락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고칠 수 없는 병폐이다. 왜냐하면 병의 근원이 치료법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p92).

 

   저자가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썼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사회적인 배경과 책의 출판 이후의 상황 등을 고려하다 보니, 삼권 분립의 내용보다 오히려 종교와 관련된 부분에 관심이 갔다. 어떤 내용들이 이 책을 금서 목록에 올리는데 기여를 했는가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18세기의 기록을, 그보다 더 오래 전의 다른 나라들의 풍속과 습속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게 되다 보니 반사적으로 반감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단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례에 대해서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법의 정신만큼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거듭 새겨도 모자라다.

 

최소한 법적인 이유를 제시할 때는, 그것이 그 법에 적합한 이유여야 한다. 어떤 로마법은 ‘장님은 소송할 수 없다. 그는 사법관의 영예의 표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되어 있다. 적절한 이유가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부적절한 이유를 든 것으로 보아 그 법은 고의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p511)

 

누군가를 탄핵하는 자가 공공의 복지를 위해 그 일을 한다면, 군주 앞이 아니라 재판관 앞에서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군주는 쉽게 편견에 사로잡히는 데 반해 재판관은 무고자들만 두려워할 무서운 법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p205).

 

   당연한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만큼이나 당혹스러운 일이 있을까. 하지만 거듭 법의 정신, 올바르고 타당한 법의 정신을 새겨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근본적인 정신을 망각하고 오용하고 악용하는 이들이 법의 가치를 끊임없이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법을 법이지 않게 여기는 이들에게 거듭 법과 법집행의 청정함에 대해 강조한들, 알아들을까?

 

법에는 청정함이 필요하다. 법은 인간의 사악함을 벌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므로, 그 자체가 최대한 깨끗해야 한다. (p511)

 

불필요한 법이 필요한 법을 약화시키는 것처럼, 사람들이 회피하려고 하는 법은 입법을 약화시킨다. 법은 반드시 그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특별한 협정에 의해 손상되어서도 안된다. (p511)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이 많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책을 쓰기까지, 무수한 감회가 교차되었을 몽테스키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오랫동안 저자의 서문을 붙잡고 있었다. 저자가 부분에 집착하여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부분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의견을 내밀면, 나 또한 그에 의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전체적인 맥락을 잊지 않는다면, 부분 부분에 대한 집착도 한편으로는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부분 부분에 대한 집착은, 내용이해가 부족했음이었음도.

  하지만 내용이해의 부족을 조금은 번역탓으로 돌린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1) 역자라면

 

  이 책은 번역본이므로 먼저 번역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초판 이후 여러 번 개정판이 나왔지만 말을 다듬은 흔적이 ‘거의’ 없다.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서 보니 완역이 아니다. 몇 편만 살펴보았을 때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할지라도 내 개인에겐 생략된 부분이 이해를 하는데 큰 몫을 했다. 그러므로 번역은 완역을 기본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작품의 이해는 저자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욱 고무된다. 특히 이 책과 같은 종류의 책이라면 저자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역자에 비해 독자는 한 문장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가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여 저자에 대한 소개라거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설명이 없는 것이 매우, 아쉽다.

또한, 편집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편집은 저자나, 번역자보다 출판사에 그 책임에 무게가 실리겠지만 나의 글이 담는 그릇이 어떤 것이 어울릴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글은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책은 그 글을 어떻게 담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들 모두를 고려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 저자라면

 

   잘 모르는 부분을 접하게 될 때 초보자는 작가가 그리는 자세한 설명과 다양한 예를 통해 내용을 이해한다. 그러한 면에서 세부적으로 논리를 이끌어 나가는 그의 논지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내용의 방대함 때문에 구조화된 도식을 그리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만큼 명쾌한 느낌을 주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험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논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몽테스키외를 연구하는 이들은 말한다. 그러나, 법에 대해 무지하고 유럽의 역사와 철학사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특히 번역서를 통해 내용을 이해할 때, 귀납법적 논리나 과학적 방법이란 개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듯이 주제의 방대함은 내용을 이해하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 논지를 이끌어가는데 앞서의 부분과 배치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한마디로 무언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 각 편의 연결성도 부자연스럽게 읽혀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료의 방대함을 명쾌하게 이어지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총 31편으로 구성된 것을 관련 내용을 묶어 편을 줄이거나 서술의 배치를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특히, 제27편, 제28편에서 로마법과 시민법의 기원과 변천을 살펴보고 제29편에서 법을 제정하는 방법이란 장을 두어서 내용의 정리를 하는 듯했는데 제30편, 제31편에서 군주정체 확립, 봉건법이론, 군주정체 변천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두 장의 위치 역시 오히려 제27편, 제28편 뒤에 위치하고 제29편으로 종결짓는 것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더욱 좋지 않을까 한다. 또한 제26편 역시 그 위치가 제29편 앞에 위치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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