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동물원 범우희곡선 8
테네시 윌리엄스 지음, 신정옥 옮김 / 범우사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아만다, 톰, 로라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블랑슈처럼 열망하던 꿈을 잃고 좌절해버린 비극적 주인공들이다. 아만다는 한때 무도회에 나가면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둘러싸이는 미녀였지만 지금은 한낱 가정주부로 전락해 버렸고, 해설자 톰은 모험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과거만을 회고하며, 연약한 불구의 소녀, 로라는 이미 약혼한 짐이 구세주가 될 수 없음에 그녀의 순정은 유리동물처럼 산산조각 나고 만다. ‘크러취’라는 비평가는 윌리엄스의 "여름과 연기"를 본 후, 주인공 앨마에 대해 “천성은 열정적이지만 생기 없는 상류문화를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귀족근성을 버리지 못한 불행한 여성”을 또다시 목격했다고 언급했는데 앨마, 아만다, 블랑슈 등 윌리엄스 특유의 여주인공들의 성품을 예리하게 지적한 코멘트라고 생각한다.

 블랑슈가 현실을 외면한 채 스스로 구축해 놓은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듯, 로라 역시 유리동물원이라는 자폐적인 세상 안에 칩거하고 있다. 아만다의 Blue Mountain, 톰의 영화관도 현실에서 도피한 illusion의 세계라는 관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유리동물의 특성처럼 로라의 세계는 투명하고 순수하지만 파손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뿐더러, 움직이지 못한 채 차갑고 견고하게 굳어 있다. 윌리엄스 초기 작품의 여성들은 외부의 세계와 타협하고 화해하는 길을 모색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 버리거나 미쳐버린다. 블랑슈가 미치를 유혹하듯 아만다는 로라에게 짐을 소개하지만 극은 안이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며, 실제로 스스로도 남부의 로망을 잊지 못했던 윌리엄스는 마치 그의 자화상과도 같은 히로인들에게 편리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도 않는다. 블랑슈의 전등갓은 찢겨지고 로라의 유리동물은 깨져버린다. 이러한 상징적인 연출을 통해서 윌리엄스는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 절망감을 직시하게끔 하는 동시에, 구원의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요즘 사람들은 식당의 싱글테이블에 앉아 1인분의 식사를 하고 가족이나 연인 대신 애완동물을 선택한다. 대학 시절 친구 하나는 강아지를 분양 받을 때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었다면서 그 아래에는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의 이야기를 써놓기도 했다.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외롭게 지내는 그녀는 그런 식으로 도시의 쓸쓸함과 조우하고 있는 것일지도. 근간의 싸이월드, 블로그, UCC(User Created Contents) 등의 유행을 보면서 만약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한동안 공황상태가 지속된 다음, 정신질환과 자살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블랑슈나 로라가 구축해놓은 자폐적 환상 세계처럼, 현대인들 역시 스스로 창조한 세계에서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해받지 못한 윌리엄스의 퇴락미녀들은 좌절했지만 요즘은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조차 하나의 개성이자 유행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은둔하거나 실성해 버리는 비극에서 비껴나 그런 식으로 시대의 우울을 견뎌가는 현대인들은 영리해 보이지만, 역시 외로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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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2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연극 수업 시간 때 관심 갖던 작품이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알라딘은 나의 유리동물원일까요?

깐따삐야 2008-01-02 14:39   좋아요 0 | URL
어둡고 우울한 내용이지만 독특한 인물들 덕분에 지루하진 않은 작품이었어요.
절망테스트 결과를 보니 어쩌면 그런 것 같기도. 흑흑!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투고자 귀하"
(스누피, 우체통 앞에 서다)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거럼거럼 그래야쥐~)

"그런데 왜 우리한테 보내신 거죠?"
(...???)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겁니까?"
(...!!!)

타자기 앞의 스누피. 어둡고 바람 부는 밤이었다, 한 문장 써놓고 오늘도 고민 中.
슐츠의 재치있는 삽화와 유명작가들이 스누피에게 건네는 글쓰기 조언들로 구성된,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이상적인 책이었다.
물론 완전정복이라는 부담스런 제목과는 달리 매우 일반적인 조언을 나열하고 있을 뿐더러 결론은 아니나 다를까. '뾰족한 비결은 없다나?'
어떤 종류의 글이든 잘 안 써질 때.
콸콸 넘치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물고가 막힌 듯한 갑갑한 기분이 들 때.
지붕 위에 앉아 한껏 고뇌에 빠진 스누피를 통해 위안을 얻는 동시에, 쓰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들은 오늘도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는 스누피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들을 하고 있는데, 내멋대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다니엘 스틸: 글쓰기란 고된 노동 끝의 희열이야. 왕도는 없다구. 스누피이.

클리브 커슬러: 무엇보다 재미있는 대화가 중요한 거지!

시드니 셀던: 잔말 말고, 진인사대천명이요.

체리 카터 - 스코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책을 쓰고 있단 사실을 기억해야 돼.

토마스 맥구안: 자알 쓰고 자알 이해하렴!


레슬리 딕슨: 진짜 힘들 땐 찍, 소리도 못 한다구. 초심을 잃지 마. 스누피이-

오클리 홀: 진지한 문제의식을 진지한 거짓말로!

캐서린 리안 하이드: 편집자가 까다롭다고 투덜댈 바에는 차라리 복권을 사렴?

패니 플래그: 쓰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중요 거란다.

존 레기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배경도 중요해.


도미니크 던: 혼자 통나무집으로 들어가서 곧 죽어도 쓰라구.

윌리엄 F. 버클리 주니어: 때론 네 글에 대해 악평하는 사람과 친해지기도 한다니깐.

데이비드 미컬리스: 전기를 쓸 땐 "모든 사실은 당신이 사랑해야만 진실이 된다."는 키츠의 말을 기억하도록.

프랜시스 위버: 유머란 일상의 어디에나 있는거야.

허브 골드: 오랜 숙고 후의 짧은 폭발!


수 그래프턴: 가장 훌륭한 조언자이자 비평가는 자기 자신인 법이지.

제이 콘라드 레빈슨: 진정한 조언을 원해? 글쓰기를 사랑해!

바나비 콘라드: 독자의 마음을 겨냥한 산뜻하고 흥미로운 도입부가 중요하다구.

엘리자베스 조지: 몸으로 쓰는 법을 배워봐. 몸은 거짓이 없고 정직하잖아.

버드 슐버그: 주제는 감추고 플롯은 교묘하게!


몬티 슐츠: 작가는 아름다운 언어로 문장을 얻고, 독자는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작가를 얻는거지.

A. 스코트 버그: 지금까지 깨물었다면 이젠 입을 크게 벌려 물어뜯어봐야지.

솔 스타인: 연애소설에선 케릭터의 성격과 욕망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야.

에드 멕베인: 가장 좋은 제목을 찾을 때까지 고치고 매만져야 돼.

잭 캔필드: 퇴짜 맞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지.


셸리 로웬코프: 그 무엇도 작가가 되려는 스누피를 막을 수는 없을걸?

레이 브래드베리: 스누피! 용기를 내. 계속되는 폭풍우란 없어.

찰스 챔플린: 기억이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은 거야. 그러니깐 기록해!

레어드 쾨니그: 주인공의 욕망을 이해한다면 플롯은 정해진 거지.

줄리아 차일드: 일단은 올바로 일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단다.


엘모어 레너드: 독자가 건너뛰고 읽을 부분은 아예 쓰지를 마란 말이닷!

제리 프리드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매일 써야 해.

옮긴이 김연수: 스누피! 일단 물면 절대 놔주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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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혼자 막 이런 책 보고 있었던 거야
글 잘 쓰는 데 다 이유가 있었던 거야
흐흐흐흐흐 ^^

깐따삐야 2008-01-01 22:36   좋아요 0 | URL
태그를 잘 봐요오- 원래 계획은 움베르트 에코였는데 스누피랑 놀고 말았다는. 계속 이러시면 안 되는데 말이지요. 훙훙!

순오기 2008-01-0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인가 책따세 추천도서였는데, 이런 류의 책 식상해서 안 샀어요.
님의 리뷰로 대략 이해하고 갑니다~~ 감사 **
황석영씨도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죠! ^^

깐따삐야 2008-01-02 00:59   좋아요 0 | URL
32명의 작가가 스누피에게 하고픈 말을 제가 다 요약했어요. 잘했죠?
근데 역시나 뾰족한 수는 안 보이더라구요. 그저 엉덩이 붙이고 냅다 쓰는 수 밖에요.^^

다락방 2008-01-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전혀 다른 얘기긴 한데요, 위에 인용구들을 읽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말이죠.

글쎄 '다니엘 스틸'이 그렇게 부자라네요. 완전 재벌이라서 다니엘 스틸의 두 딸은 직업이 없는데도 파티만 하고 다닌대요. 엄마가 돈이 많아서. 그녀의 소설에서 재벌이나 사교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는 그녀가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래요.


(음, 써놓고 나서도 너무 생뚱맞다 orz)

깐따삐야 2008-01-02 23:57   좋아요 0 | URL
그래요오? 파티가 일이고 일이 파티 같겠다요. ㅋㅋ
저 이런 생뚱맞은 댓글 완전 좋아해요! 앞으로도 종종 들러서 삼천포로 빠져주시는 쎈쓰를 보여주세욤.^^
 

#

  내일 아침 떡국을 끓일 고기를 사기 위해 엄마와 마트에 갔었다. 세상 모르고 집구석에만 있다가 나가보니 딴 세상마냥 정말 춥더라. 정처없이 싸댕기지 말고 후딱후딱 집으로 들어가라는 하늘의 명령이냐. 우편함엔 연하장 분위기로 제작된 청첩장이 와 있었고 왜 아니겠는가. 엄마의 구박 리플레이. 다들 가는구만. 넌 왜 못 가고 난리냐. 못 가다뉘. 안 가는 거지. 자존심마저 버리면 더 궁색해질까봐 아둥바둥. 근데 못 가는 것도 당연하긴 해. 내 딸이지만 너 같은 애를 누가 데려다 어따 쓴다냐. 하긴 그래. 하핫! 3초도 안 되어서 인정해버리고 마는 허약한 자존심. 이제는 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되어서, 마침내 결혼한다는 게 매우 당연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다른 일들은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하며, 그에 걸맞는 노력을 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도 있지만 사람과 관련된 일들은 성격이 좀 다르지 않던가. 나에겐 하여간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곤란한 문제다. 새해를 앞두고 있다보니 마음가짐은 새로워지는데 영 자신은 없단 말이지. 어쩌면 완벽하게 계산적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다는데 얼마나 속 편할까 싶다. 그치만 성격이 팔자 만든다고 속 편하게끔 타고나야 속도 편한거다. 내 경우엔 또 다르겠지. 내키지 않는 자리에 가봤자 여기가 아닌가 보이- 하면서 얼마나 또 투덜대고 방황하겠냐구. 암튼 참말로 어렵다. 어떨 땐 요런 생각 자체가 귀찮다요. 그래도 내년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고 말해보는 뻔뻔함이란.


#

  수료만 하지 말고 기왕이면 학위를 받아 졸업해야겠다. 1월 중에 교수님을 한번 찾아뵙기로 했는데 빈 손으로 갈 수야 없지 않는가. 작품도 좀더 읽어보고 얼개라도 대강 정리해서 가야지. 순수한 마음으로 읽지 않고 자꾸만 뭔가를 발굴하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대하다보니 오히려 더 까막눈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영리한 활자들이 내 사심을 알아챈 것처럼 행간 사이로 미로게임 하면서 도망치는 듯한 느낌. 내가 선택한 이상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자세로 임하고는 있지만 그 의무감에 짓눌려 본래의 즐거움이 희석된달까. 너무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몰아세우지 말고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지나면 다 써지게 되어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처럼 뭐 어떻게든 글이 되어 나오지 않겠나 싶다가도, 남이 했던 좋은 말 인용만 하다가 일년을 보낼 것 같아 조금 불안하기도 하다. 고작 그러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지난 일년을 성실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시간 많을 때, 강의 들으면서 머리 팽팽 돌아갈 때, 그냥 접지 말고 좀더 끈기있게 매달렸어야 하는데. 이궁... 당장 1월부터라도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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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들어 축시를 좀 써보겠다고 책장을 뒤적이다 보니 참 다양하게도 읽었고 많이도 모았더라는. 지금은 더 이상 그 시집이나 책들을 뒤적여보지 않게 되었고 예전만큼 책도 다량으로 구입하지 않는다. 관심은 있는데 열정이 식었다. 좋아하긴 하지만 열렬히는 아니고. 그래도 예년과 다름없이 새해엔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자고 다짐한다. 좀더 어릴 땐 전작주의라고, 한 작가의 책을 모조리 섭렵하는 데 재미를 붙인 적도 많았건만 요즘은 독서습관 자체가 느슨해지고 얄팍해졌다. '고호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신해철 노래 중에 요런 말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거야 예전이라고 안 그랬나? 내가 변했다면 변한거지. 그 아름다움을 몰라서가 아니다. 잠시 잊어버린 거다. 어쩌다 보이- 그래서 사랑도 노력이라고들 말하나 보다. 열정이 빠져나간 자리, 노력에 의해 다시 차오르는 무엇. 그 무엇이야말로 꾸준한 애정을 가능케 하는 진짜배기 같은 거겠지. 사람과 책과 나의 관계도 그럴 수 있었음 좋겠다. 항상 겸허하고 신실한 마음으로 읽고 또 읽자.


#

  새해에 꼭 버리고 싶은 습관 하나로 정리벽을 꼽는다. 물건 정리라든가, 갖가지 약속 및 계획에 대해서 좀 강박적인 면이 있는데 나야 워낙에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나서 별로 힘든 줄을 모르지만,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피곤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두루뭉술 흘리는 말에 대해 민감한 편이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는 갓길 없는 성품이 내 인생에선 완전히 마이너스다. 오죽하면 아빠가 너 계속 그런 식이면 너랑 같이 살 남자 없다, 라고까지 말씀하셨겠는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있어야 할 그 자리, 그 시간 속에 없으면 마음부터 초조해지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공적인 일을 위한 계획이나 약속이 아니라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하는 사적인 영역이라면, 내 마음의 넓이부터 여유롭게 넓혀가야지 싶다. 실은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왔던 문제인데 나이를 먹어가며 심성이 굳어진 탓인지. 잘 안 바뀌더라는. 그냥 어른들 말씀대로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마음 편히 생각해야 할텐데 말이다. 오늘도 마트 다녀온 뒤 포인트카드와 현금영수증카드가 엄마 지갑 속에 제대로 들어있는지 재차 확인하는 등 또 쓰잘데기없이 예민하게 굴었다. 싱크대 수납장의 그릇 종류도 엄마보다 내가 더 잘 안다면 말 다했지. 참 피곤한 인간이다. 정말.
 

#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조금 힘들었던 나에게 이 공간이 웃음을 찾아주었다. 알라딘과 친해지기까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소요했다니. 소소한 해프닝들과 댓글놀음을 통해서 아,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였구나, 하는 당연한 깨달음. 처음엔 온라인 공간에 대한 편견, 나만의 비밀스런 아지트였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문서로 저장, 혼자 열람하지 않고 이처럼 열린 공간에 올린다는 행위 자체가 내심 소통을 원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의 대화가 나와 그들 사이의 대화로 확장된 느낌. 본래 사람 관리(?)에 소홀하고 무심한 탓에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새해에도 소통은 계속 되리라. 나보다 더 바쁘고 힘든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예쁜 복주머니가 그려진 이모티콘을 보내준 지인들이 있었고, 매년 새해덕담을 먼저 받기만 하는 처지라서 그 점 미안했다. 일단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잘 챙겨야겠다는, 별로 새삼스럽지도 못한 다짐을 또 하고 있다. 아빠 이해해 드리기, 엄마랑 싸우지 말기, 오빠한테 순종하기, 올케한테 상냥하기. (가정 내 평화를 위하여 이 한몸 굽신굽신!) 항상 12월 31일이나 1월 1일과 같은 마음가짐으로만 산다면 일년 365일이 36.5도C련만. 

 


코앞의 무자년입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 성취 하세요! 찍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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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12-3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이름의 깐따삐야님.
어쩐지 첫 인사 드리는것 같은 기분이..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엔 올해보다 몇곱절 많은 인연 쌓아요~☆

깐따삐야 2007-12-31 22:51   좋아요 0 | URL
무스탕이란 닉넴도 멋지십니다. 탕탕!!
님도 바라시는 일 모두 이루시는 한해 되길 바랄게요.
새해엔 더 자주 뵙기로 해요.^^

마늘빵 2007-12-3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쫌 만들어서 뜨거운(?) 페이퍼를 쫌쫌.
2. 때가 되면 다 쓰게 되어있나니. 다만 한 가지, 때가 지나면 쓸 수 없나니.
3. 아 신해철의 저 가사... 나에게 쓰는 편지에 나오는 부분인데 정말 좋아했는데.
4. 어떤 교수님 연구실에 가면 정신없이 책이 널려있어 앉을 데가 없는데, 어떤 교수님은 너무 깔끔하시다는... 내 방은?
5. 새해에도 열심히 일하는 무수리를!

깐따삐야 2007-12-31 23:05   좋아요 0 | URL
1. 원래 진짜진짜 소중한 것은 숨겨놓고 싶은 법이라지요. 흐흐.
2. 헉... 비웠던 마음을 짱돌로 채워주시네.
3. 언제 들어도 멋진 노래죠!
4. 창고 같을 거야 분명히. -_-
5. 상궁과 궁상 사이 또 열심히 찍을랍니다.

순오기 2007-12-3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스물 아홉이던 해, 배우자를 위해 작정기도가 끝나는 3월 31일 아침 걸려온 전화에 완전 콩깍지 씌어 약혼하려다 결혼하게 되었네요~ㅎㅎ 아마 애가 둘만 됐어도 내 선택을 후회하며 꽝 ~이혼도장 찍지 않았을까...지금은 방학중이지만 그분께서 어련히 알고 삼남매 점지하셨을까 그러면서 삽니다.^^ '내 노후의 그림 속엔 당신이 없어' 이를 빡빡 갈며 산 세월도 있지만, 지천명이 가까워지니 그 인생도 짠하다 싶어 연민이 생기더이다.
그래도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외식하자며 일찍 귀가해 다섯 식구가 횟집에 가서 거하게 차려 먹고 왔으니, 그냥 이런게 사람 사는 맛이려니 하고 삽니다.
헉~~ 내가 지금 깐따님 염장 지르는 건가요?

마늘빵 2007-12-31 23:24   좋아요 0 | URL
그날은 제 생일인데! ( '')

깐따삐야 2007-12-31 23:25   좋아요 0 | URL
주변 분들 말씀이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 라는 느낌이 오는 동시에 콩깍지가 확 씌인다는데 아직까진 그런 경험이 없어요. -_-
사랑이 연민으로 화할 때가 사랑의 최고 경지란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적이 있어요!
두구보세요. 내년엔 저도 꼭 염장대마녀가 될테니깐요! 훙훙!


깐따삐야 2007-12-31 23:28   좋아요 0 | URL
고 하루 전날은 내 양력 생일인데! (.. )

라로 2008-01-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순오기님처럼 29에 결혼했는데!!어머나!!ㅎㅎ
찌찌뽕에 혼자 감동해서 할말을 잠시 잊음~.ㅋㅋ
암튼 제 남편두 정리 광이에요,(오늘 광, 아니 어제 오늘이구나 광 많이 팔죠!.ㅎㅎ)
그래서 오죽하면 제가 정리맨이라는 별명을 붙였겠어요,,,ㅎㅎ
첨엔 정말 미치겠더라구요,,,제가(본인도 그랬겠지,,미안해서)
근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전 안그러거든요. 허술해요.
둘 중 하나는 안그래야 하니까 그렇고, 나 대신 정리해주니까 좋고,,,ㅎㅎ
님도 정리 안하는 저 같은 남자 만나지 않으실까용???ㅎㅎ
모두다 쓰임새가 있기 마련인 법이잖여요???^^;;;
오늘두 남편이 아침 일찍 연구실에 갔다가 3시쯤 집에 왔는데
뭐했냐니까 2007년을 정리하면서 연구실 청소했다네요,,ㅎㅎ
옛날같으면 제가 잔소리를 엄청 햇을꺼에요,,근데 그렇게 살아야지,
정말 잘했다 내남편,,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남편 집에 와서두 애들방 애들이랑 같이 정리하는거 보니 또 흐믓하구,,,ㅎㅎ
음,,,나두 자꾸 깐님 염장지르는것 가트다,,,^^;;;
암튼 하고싶었던 말은 그러니까
멋진 30대를 시작하시와요!!
님은 아직도 청춘이랍니다!!!

깐따삐야 2008-01-01 11:29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주변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암껏도 손에 안 잡히는 성격이라 나비님 남편분에게 공감해요. 부부란 아무래도 서로 보완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좋겠죠.^^
나비님은 알라딘에 올릴 음악 찾으시고(?) 남편분은 아이들 방 청소하시고. 정말 흐뭇하게 사시는군요!
저두 새해엔 청춘을 불사르는 따끈따끈한 염장질 하고 말거여요. 훙훙!

Mephistopheles 2008-01-01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서두르지 마세용..^^ 시간이 걸리더라도 뼈속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꺼지지 않는 사랑을 하는 것이 만고땡입니다요.^^
2. 그 말씀은 당장 1월부터 알라딘에서 뜸해질 것이다..라는 말이겠죠??
3. 그만큼 여유가 없다...라고 보였습니다.^^ 약간은 흐느적거리는 삶도 제법 쓸만합니다.^^
4. 번질나게 댓글을 달았던 효과가 이제서야 나타나다니...(제가 지금 하는 이벤트 1회대회때만해도 엄청 과묵했던 깐따삐야님..캬캬캬캬캬)

깐따삐야 2008-01-01 11:34   좋아요 0 | URL
1. 뼈속까지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늦게 만나도 그런 사람 만나야죠!
2. 친해지자마자 보내려고 하시는군요.ㅡㅜ
3. 성격은 잘 안 바뀌지만 남들까지 피곤하게 만드는 건 원치 않는 바. 노력해야죠.
4. 메피님께 많은 덕을 입었사와요. :)

물만두 2008-01-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 뉴 이어~^^

깐따삐야 2008-01-01 21:38   좋아요 0 | URL
어므낫. 만두님 얼굴에 꽃눈이 내려요.^^
만두님도 새해에 더 건강하시고 열심히 읽으세요. 저도 노력할게요!

마노아 2008-01-0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31일이나 1월 1일과 같은 마음가짐으로만 산다면 일년 365일이 36.5도C련만.
명문장이었어요. 진짜 그 마음으로 살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아요. 깐따삐야님 해피뉴이얼~

깐따삐야 2008-01-01 21:40   좋아요 0 | URL
흐흐. 사실 그 문장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느 아파트 광고문구에서 슬쩍~
우리는 무언가를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나봐요.
마노아님의 새해도 따땃하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웽스북스 2008-01-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구영신 예배 때 가족별로 기도제목을 내는데 드디어 엄마가 저의 결혼을 공개적으로 기도제목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죠- ㅋㅋㅋ 나는 엄마가 당연히 쓸 줄 알았고 ㅋㅋ

저도 요즘 이 알라딘 서재가 너무 좋아요 ^^ 흐흐흐 깐따삐야님 때문이야 이게 다

깐따삐야 2008-01-01 21:42   좋아요 0 | URL
올해엔 우리도 염장성 페이퍼 좀 써보자구요!
나두 우리 웬디양님 덕분에 알라딘 서재가 더욱 친밀하고 소중하다죠. 흐흐흐.

2008-01-01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1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달 2008-01-02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
전 2008년이 되었을 때 방에서 뒹굴면서 밀크쉐이크와 치즈버거를 먹고 있었지요.ㅋㅋ
매년 간절함으로 새해를 맞는 것 보다는 이렇듯 별 생각없이 맞이하고
간절함으로 실천하는게 오히려 더 좋다는 걸 한해가 갈수록 느끼고 있습니다. :)

깐따삐야 2008-01-02 02:32   좋아요 0 | URL
새해벽두를 달콤하고 느끼하게 보냈군요! ㅋㅋ
그쵸그쵸. 무심한 듯 맞이해서 간절하게 실천하는 한해! 나이도 어린 사람이 벌써 이렇게 도통을 해서야 원.
미미달님은 나중에 내 나이 쯤 되면 정말 현명한 츠자가 되어있을 듯.^^

2008-01-02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2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1-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새해에 스물아홉이 되는거였다면 얼마나,얼마나,얼마나 좋았을까!)

깐따삐야 2008-01-02 23:58   좋아요 0 | URL
하긴! 열아홉 고3보단 낫겠네요. ㅋㅋㅋㅋ
 


  올해 최고의 영화로는 주저없이 '밀양'을 꼽겠지만 조금 늦게 찾아본 이 영화 또한 그에 버금갈 정도로 내 마음에 들었다. 1984년 동독이라는 배경에 처음엔 정치적 암투를 그린 시대물인가 했는데 영화는 인간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를 세 명의 주인공에 관한 세 가지 성찰로 읽어보았다.

#1
비즐러 (울리쉬 뮤흐 분)

 그는 극작가인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연극배우 크리스타를 도청, 감시하게 된 비밀경찰이다. 국가와 당의 신념에 따라서만 움직이던 냉혈인간 비즐러는 예술가 커플인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사생활을 엿듣게 되면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와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비즐러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작품을 쓰는 드라이만과,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도 연극에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방황하는 크리스타에게 인간애를 느끼게 된다. 결국 그는 거짓된 도청기록을 써가게 되고 그들을 지켜준 댓가로 본래의 직책을 잃게 된다.

 기억하기로, 이 영화에서 비즐러는 한번도 웃지 않는다. '피아니스트'의 에리카(이자벨 위뻬르 분)의 서늘했던 무표정을 상기시키는, 차디찬 대리석 같은 얼굴이다. 그에게는 가족도, 연인도 없으며 그가 나누는 대화란 취조자들을 상대로 한 심문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삶이었을 뿐, 그가 선택한 삶은 아니었다. 자유롭고 열정적인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보며 비즐러는 불현듯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들이야말로 세밀한 감시가 필요한 대상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을 지켜보던 가운데 비즐러는 점점 다른 인간으로 변모해간다. 급기야는 자살한 친구를 애도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 연주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레닌은 열정 소나타를 좋아했어. 그리고 말했지. 내가 그것을 계속 들었더라면 혁명을 완수하지 못했을 거라고." 드라이만의 말처럼 자유와 예술이 주는 감동과 희열에 한번 눈 뜬 사람은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힘들다. 비즐러도 마찬가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는 그 순간, 비즐러의 마음의 벽도 함께 무너졌던 것이다. 그는 고수해왔던 가치를 포기함으로서 새롭게 구원을 받았다.


#2
드라이만 (세바스티안 코치 분)

 동독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극작가로서 자신의 신념과 생활의 안위, 동료와의 의리와 집필에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능이 탁월한 예술가이면서 정열적이고 사려깊은 연인이기도 하다.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동독의 비극적 자살에 대한 에세이를 슈피겔지에 기고하는 등, 예술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키고 정부의 비인간적 처사를 서방세계에 알리고 싶어한다. 이런 모든 과정은 비즐러의 도청 아래 이루어지지만 비즐러는 이 모든 사실을 고의적으로 눈감아준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급 간부와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어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연극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크리스타의 밀고로 체포 위기에 놓이게 된다. 내막을 파악한 비즐러는 결정적 증거물인 타자기를 재빨리 감추고 드라이만은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던 크리스타를 잃고 만다. 그는 타자기를 인멸한 사람이 크리스타라고 믿지만 통일 독일 이후 수년이 흐른 뒤에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비즐러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지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예술가의 전형적 인상을 보여준다. 급진적인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뜻 맞는 동료들과 힘을 모아 신중하게 움직인다. 한편으론 견고한 시대의 장벽 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의 굴욕을 씻어주지도, 배우로서 겪어야 하는 내적 갈등을 치유해 줄 수도 없는, 무력한 지식인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사랑은 영혼과 육체의 완벽한 이중주를 보여주는 가장 전형적인 예술가적 사랑으로 읽혔다. 드라이만은 정치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크리스타를 경계하고, 크리스타는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사수하기 위해 드라이만을 배신하지만, 이러한 비극 앞에서 책임의 소재라든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등의 판단은 부질없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는 답답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전인적 사랑을 나누는 용기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이들의 뜨거운 사랑은 비즐러라는 냉혈한을 구원했다.


#3
크리스타 (마티나 게덱 분)

 동독 연극계의 히로인이자 드라이만의 연인이다. 그 시대의 여인이라기엔 도드라질만큼 화려하고 정열적이다. 드라이만의 정치적, 작가적 행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그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지만 배우로서의 재능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고 약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나약한 일면을 감추고 있다. 정부의 간부의 눈에 띄어 수치스런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는데, 배우로서의 생명이 끊기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드라이만에 대한 신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괴로워한다. 동독 정부는 트리스타의 이러한 약점을 이용, 증거물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어 드라이만을 체포하려 하지만 비즐러의 개입으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트리스타는 차에 치여 숨을 거두고 만다.

 마치 열정적인 남반구의 여인을 연상시키는 듯 매혹적인 배우였다. 동독의 겨울이라는 칙칙한 배경 속에서 이 여인은 탐스러운 장미처럼 검붉은 빛을 발한다. 트리스타의 아름다움은 비즐러에게는 눈부신 동경으로, 저급한 정부간부에게는 욕망의 대상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그녀의 자의식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든다. 트리스타는 드라이만의 연인, 권력자의 정부로서만 살 수는 없는 여자였다. 드라이만은 이것을 이해했지만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힘이 없었고, 정부간부는 이것을 이해하지도, 이해할 마음 따위도 없지만, 그녀의 직업적 운명을 좌지우지할 힘이 있었다. 결국 드라이만을 배신하는 그녀의 선택은 어느만치 불가피했고, 비즐러는 두 사람 모두를 동정하여 최선을 다하지만 절망에 빠진 그녀를 지킬 수는 없었다. 트리스타는 무책임한 시대와 이기적인 남성들로 인해 쓸쓸히 고통으로 내몰린 비운의 히로인이다.

 
 영화의 라스트 씬은 '시네마 천국' 이래로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을 염두하여 자세한 설명은 삼가필)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없고 여운은 길다. 비즐러는 이 라스트 씬에서 딱 한번 미세하게나마 밝은 낯빛을 보여준다. 그는 과거의 모든 것을 잃고나서야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그것은 자발적 상실을 통한 구원인 동시에 난생 처음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소중한 선물이었던 셈. 여기, 당신의 삶을 비추어줄 타인의 삶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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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3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리쉬 뮤흐" 이 영화가 이분의 유작이였습니다.
영화를 촬영시 이미 위암 말기판정을 받았고, 마지막 불꽃을 지피고
사그라들었죠.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영화가 빛이 납니다.

깐따삐야 2007-12-30 21:50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그런 상황에서도 그만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니 존경스럽네요 정말. 메피님 이야길 듣고나니 영화 속에서 그가 흘렸던 눈물이 예사롭게 다가오질 않네요.
암튼 참 훌륭한 영화에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웽스북스 2007-12-3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너무 좋아요- 메피님 말씀하신 사연은 저도 몰랐던 사연인데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범상치 않은 느낌을 가진 배우였어요- 진짜 마지막 불꽃이었네요

깐따삐야 2007-12-30 22:06   좋아요 0 | URL
범상치 않은 느낌. 그렇죠!
죽음을 목전에 두었을 때라 더 범상찮아 보이구 심상찮아 보였는지도 몰라요.

마노아 2007-12-3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이 영화 예매했어요. 무려 열흘이나 더 기다려서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엄청 두근거려요. 1월 10일 어여 와라!

깐따삐야 2007-12-30 22:35   좋아요 0 | URL
재상영 하나보죠? 잘됐네요. 마노아님도 좋아하실 거에요.^^

마늘빵 2007-12-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내가 젤 좋아하는 영화 또 하나 나왔다아. 비즐러 넘 귀엽지 않나요? :)

깐따삐야 2007-12-30 23:13   좋아요 0 | URL
글쎄요. 얼핏 레고인형을 떠올리게끔 하는 게 귀여운 것도 같네요.
(어째 망자에 대한 모독 같으다. -_-)

라로 2007-12-31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보고싶다요~.
1월 10일에 나오면 다시 봐야쥐이~.

깐따삐야 2007-12-31 12:22   좋아요 0 | URL
다시 보셔도 좋으실 것 같다요~ ㅋㅋ 저도 나중에 한번 더 보려구요. 느낌이 또 다르겠죠.^^

순오기 2007-12-31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10일이라니 저도 기억할랍니다. 좋은 영화 알개 돼서 감사~ ^^
깐따님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태그 덕분에 님을 알게 돼서 즐거웠어요. 새해에도 끈끈한 인연 이어가요. 우리! ^^

깐따삐야 2007-12-31 12:27   좋아요 0 | URL
네. 순오기님도 한번 보세요.^^
혼잣몸인 저야 특별히 마무리고 뭐고가 없죠. 그저 무탈했다는 데에 만족하고 새해 다짐이나 하는 정도에요.
저도 태그 덕분에 알라딘과 좀더 친밀해지고 순오기님도 알게 되고. 참 좋았더랬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프레이야 2008-01-0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7년 안타깝게도 이 영화를 못 보고 지나갔어요.
올해 봐야겠어요. 깐따삐야~~ ^^
부산에서도 재상영할까 모르겠네요.

깐따삐야 2008-01-01 11:41   좋아요 0 | URL
아하, 부산에 사시는군요! 먼 곳인데 혜경님 덕분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 분명히 좋아하실 거에요. dvd로도 나왔으니 꼬옥 한번 보세요.

Mephistopheles 2008-01-01 22:55   좋아요 0 | URL
소문엔 DVD 자막이 개판 오분전이라고 하더군요.오히려 어둠의 경로쪽 자막이 훌룡하다고 하더군요.^^

깐따삐야 2008-01-01 23:03   좋아요 0 | URL
독일어다보니 구텐탁이니 구테나흐트 정도 빼곤 그냥 그런갑다... 하고 봤어요. 흐흐. 개판 오분전인 자막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훌륭한 영화라지요.

다락방 2008-01-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제 2007년 최고의 영화였어요.

여담으로, '마티나 게덱'이 주연했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도 정말 좋아요!

깐따삐야 2008-01-02 23:59   좋아요 0 | URL
우왓! 반가워요! 이 영화 정말 좋았어요.
전 마티나 게덱이란 배우도 좋았고 미필적 고의라는 말도 좋아하는데. 그 영화 꼭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지난 가을. 상심한 나에게 누군가 권해주었던 영화이다. 개봉작들을 시기에 맞춰 꼬박꼬박 챙겨보지 못하는 나는 누가 나오는데요? 라고 물었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의 작품이라는 말을 했고 그 작품이 좋았다면 이 영화도 분명히 마음에 들 것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유지태와 김지수, 엄지원이 주연이었다. 여백이 많은 유지태의 미소와 김지수의 깨끗한 목소리를 좋아한다. 엄지원은 감정에 습기가 많고 여려 보이면서도 어딘지 인공적인 배우라는 느낌 때문에 많이 좋아하진 않고. 그 날 이후로 몇 개월의 시간이 흘러 최근에서야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계절을 거슬러 완연한 가을의 정취가 곳곳에 담겨있는 이 영화를, 혼자 숨 죽인 채 담담한 심정으로 보았다. 안됐고, 그 마음 알 것 같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이 같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현우(유지태 분)는 백화점 붕괴 사고로 연인이었던 민주(김지수 분)를 잃는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쇼핑을 하기 위해 백화점에 가기로 약속했던 상태였다. 신입검사로 바빴던 현우는 제 시간에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민주에게 먼저 백화점에 가 있을 것을 부탁한다. 민주는 오래 걸리지 않으면 그냥 이 곳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불편했던 현우는 민주를 설득한다. 결국 민주는 혼자 백화점에 가서 현우에게 선물할 등산화를 사서 지하 커피숍에 앉아 포장을 하던 중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어버린 슬픔,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자신이라는 죄책감으로 현우는 민주가 그렇게 좋아하던 웃음을 잃어버린 채 냉정한 검사로서 자신의 일에만 몰입한다. 그러던 중에 담당했던 사건의 결과로 여론의 압박이 심해져 휴직처분을 받게 된 현우는 민주가 남긴 다이어리 속의 여정을 따라 가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제목은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 민주는 현우와 함께 다시 가고싶었던 장소와 그 곳에 대한 인상을 다이어리 속에 세심히 기록해왔고, 다이어리는 민주의 아버지에 의해 현우에게 넘겨진 것이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자꾸 마주치는 여자가 있다. 세진(엄지원 분)이다. 현우는 세진의 목소리를 통해 민주가 생전에 남겼던 말들을 다시 듣게 된다. 비는 하늘에서 들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거야. 비가 땅에 부딪치고, 돌에 부딪치고, 지붕 위에 부딪치고, 우산에 부딪쳐서 비소리가 들리는 거잖아. 비가 옴으로 인해 우리는 옆에서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되는거야. 뭔가 이상하다.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세진은 커피숍에서 민주에게 커피를 갖다주었던 아가씨였고 가까운 거리에서 민주와 함께 매몰되어 민주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세진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민주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구출을 기다렸고, 민주로부터 현우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는 죽어가면서 세진에게 현우를 위해 기록해왔던 다이어리를 남겼고, 살아남은 세진은 현우를 찾지 못해 민주의 부모에게 다이어리를 전했던 것.

 두 사람은 모두 아프다. 이제는 더 이상 편하게 웃을 수 없게 되버린 현우. 면접시험장에서, 교통사고 현장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뛰쳐나가는 세진.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너무도 커서 민주라는 교집합을 통해 우연히 겹치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너무 아프고 버겁다. 그러나 민주가 다이어리의 맨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듯 지금 우리 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다. 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는 마음 속에 나무숲이 가득할 것이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두 사람은 미세하게나마 서로에게서 희망을 본다. 길이 너무 실없이 끝나버린다고 허탈해 할 필요는 없어. 방향만 바꾸면 여기가 또 출발이잖아. 마치 미래를 예감하는 전언과도 같은 민주의 메세지. 일상으로 돌아온 현우는 민주의 아버지로부터 나무 나침반을 선물 받는다. 아버지는 말한다. 나침반 바늘의 두 끝이 항상 다른 쪽을 가르키고 있지? 두 끝이 서로 만나지 못 한다고 해서 서로 다른 곳에 있겠나? 현우는 수소문을 해서 세진을 다시 찾게 되고 두 사람은 가을색이 완연한 가로수길을 걸으며 기억 속 민주와 재회한다. 새로 포장한 길인가 보죠? 전에 있었던 길들의 추억이 다 이 밑에 있을텐데. 사람들은 그 길을 잊고 이 길을 또 달리겠죠? 좋은 길이 됐음 좋겠다.

 널 만나서 내가 커졌고, 너 때문에 매일 새로워지고, 널 보면 힘이 나. 내 마음의 숲은 바로 너였나봐. 황량한 마음의 사막을 우거진 숲으로 채우기 위해 가을로 떠난 여행. 하지만 내 마음의 숲은 바로 내 곁에 있는 너라는 깨달음. 민주는 떠났지만 사랑은 남았다. 나침반과도 같은 정직한 사랑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인지도.

 스토리는 진부하고 번지점프 만큼의 신선함은 없었다. 더욱이 김지수와 엄지원은 이은주가 지녔던 독특한 아우라를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 영화를 함께 보고싶다. 그가 속이 좀 좁은 사람이더라도 현우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나를 통해 그가 커지고, 나로 인해 나날이 새로워지고, 나를 보고 힘을 낼 수 있었으면.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멜로의 촌스러움이 아니라 마시멜로 같은 사랑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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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뛰어나진 않아도, 훌륭하진 않아도, 가슴 먹먹하고 마음을 적셨던 영화였어요. 유지태가 가는 길을 나도 따라가면서 엷은 미소도 지어보고, 툭 건드리면 울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영화.

깐따삐야 2007-12-29 23:45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헤어진 지 얼마 안된 사람한테 보여주면 거의 쥐약이나 다름없는 그런 영화.
유지태는 참 밋밋하게 생겨주셨는데 멜로하고 썩 잘 어울린단 말이지요-

웽스북스 2007-12-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너무 좋죠 ^^ 저도 영화를 보면서 참 스토리라인이 약하다,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번지점프 워낙 좋아해서) 둘이 연애하던 장면은 참 마음에 많이 남았었어요- 둘이 도서관에서 데이트하는 거 보면서 나도 저거 꼭 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너무 늙어서 나 자체가 도서관에 안간다는 거 ㅠ-ㅠ
거기 나왔던 그 내연산이 나 졸업한 대학교 뒷편에 있었어요- 차타고 1시간 안걸리는 거리라 엠티로 여러번 갔었는데, 정작 나는 아침에 귀찮다고 산에는 안올라갔었는데, 영화를 보고 그게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더라고요 흑

깐따삐야 2007-12-30 00:05   좋아요 0 | URL
이몸도 그 흔해빠진 도서관 데이트 한번을 지대루 못 해보고 졸업하셨다우. 이젠 도서관에 가봐도 동생들만 우글거린다는 비이-극. 흑흑!
내연산 찾아봤는데 웬디양님의 프로필이 자연스럽게 하나 더 추가되는군요.^^ 난 이제 두 손 꼭 잡고 등산 데이트 하는 걸루 희망사항 조정 중이에욤.


웽스북스 2007-12-30 00:32   좋아요 0 | URL
나는 원래 개인정보를 질질질 흘리고 다녀서 찾아보면 다나와요 ㅋㅋㅋ
난 등산도 잘 못해서 두손꼭 잡고 등산데이트하면 분명 차일거에요 ㅠㅠ

깐따삐야 2007-12-30 00:41   좋아요 0 | URL
하루 날 잡아서 웬디양님 서재 습격을 해야겠어요. 진짜 다 나온단 말이죠? ㅋㅋ
실은 나도 그게 걱정이라우. 남자로 하여금 날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고싶을 때나 써먹어야지 원. ㅠㅠ

치니 2007-12-3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스쳐 버렸던 영화인데, 김대승도 좋아하고 유지태도 좋아하는데도 넘겼는데, 깐따삐야님이 이 리뷰를 적어주시니 마음이 동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 꾹 누르고. ^-^
마음이 너무 황량하다 싶을 때 빌려 봐야겠어요.
근데, 이은주 보고 싶어지네요...

깐따삐야 2007-12-30 20:57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번지점프의 이은주도 그랬고, 가을로의 김지수도 그렇고 김대승 감독의 여주인공들은 참 밝고 매력적이라죠.
예쁘장한 배우들은 많지만 자신만의 아우라가 있는 배우는 드문데 이은주의 부재가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워요.

antitheme 2007-12-3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초반에 나오는 거리가 제가 사는 곳 바로 근처라 보면서 깜짝 놀랐었어요. 잔잔한 가을 풍경이 기억에 남네요.

깐따삐야 2007-12-30 21:20   좋아요 0 | URL
앗, 그래요? 좋은 동네에 사시네요.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내다뵈는 나무숲이 무척 멋지던걸요.^^
영화 보면서 가을이 그립더라구요. 아직 계절이 한 바퀴 돌려면 한참 남았는데 말이죠-

미미달 2007-12-3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별로 였어요. 내용도 좀 퐝당한 억지가 있고....
눈요기 할 만한 영화였다고 할까요. _-) ....
(왜 이렇게 혹평을 남발하는지는 저도 잘 몰겠지만 ㅎㅎ)

전 올해 본 영화 중
'베를린 천사의 시'
'마농의 샘' '너는 내 운명' '우리 사랑일까요'
좋았어요. '▽'

최악은 '디 워' (미안하게두.......... )

깐따삐야 2007-12-31 22:45   좋아요 0 | URL
이거이거 한창 나이의 츠자가 요로코롬 감성이 각박해서야 어떡해욧!
디워 툴툴거리면서도 재밌게 보고 주변 사람들에겐 무쟈게 혹평했다는 사아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