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못 속인다고 입춘다운 날씨였다. 아침에 짙은 안개가 끼었지만 정오 무렵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하늘은 온화한 푸른색을 띄었다. 좀 더 가까이서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근처 산성에 갔다. 평일인데도 산악회 사람들이 곳곳에 많이 보였다. 고사를 지내는 모습도 보이고 호일에 싸온 김밥을 먹는 모녀도 있었다. 등산 모자 아래 알록달록 곱게 화장한 할머니들이 남편과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나갔다.

  남편은 자주 넘어지는 내게 걷는 법부터 가르쳐 주었다. 발끝으로 걷지 말고 뒤꿈치가 먼저 닿도록 또박또박 걸으라고 했다. 안개를 품은 능선과 산에 걸린 구름에 감탄하자 언젠가 지리산 노고단에 한번 가자고 했다. 구름이 내 발 아래서 휘몰아치고 다시 그 구름이 산봉우리에 부딪치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얀거탑’ 이후로 다른 드라마들이 시시해졌듯 지리산을 한번 다녀오고 나면 다른 산들에 쉽게 마음을 줄 수가 없단다. 딴지를 걸 틈도 없이 지리산에 가고 싶어졌다.

  봄을 기다리는 산성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내 목소리만 너무 큰 건 아닐까 싶어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야 했다. 명색이 산인데 아직 추울 거라 생각하고 챙겨 입었던 파카는 조금 덥게 느껴졌다. 평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등에 땀이 솟고 두 발이 더워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코끝에 은은히 스미는 솔잎 향과 부드럽게 내리쬐는 햇볕이 나와 내 주변을 공평하게 품어주고 있었다.

  운동 부족으로 내리막길에선 자연스럽게 후들거리며 게다리춤을 추었고 남편은 손을 잡아주었지만 나는 그런 내가 재밌어 계속 게다리춤을 추며 내려왔다. 호젓한 숲속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입을 꼭 다문 봉오리들이 가냘픈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너희들은 참 조용하고 성실하구나 싶었다. 그렇듯 단단하고 조용하고 성실한 것을 볼 때면 숙연해진다.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당연한 심상인데도 요즘은 어째 더욱 그렇다.

  오랜만의 외식. 얼큰한 육수에 쑥갓향이 좋은 칼국수. 테이블엔 밥맛없는 중앙일보가 놓여 있고 보나마나 글들 참 자알 쓴다. 세계김치연구소 까지는 좋은데 이명박 아이디어라고 굵은 글씨로 박아놓았다. 하여간 툭툭 던지긴 잘한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당장 하라는 거나 잘했으면 좋겠다. 강호순이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자수성가한 아집쟁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둘 다 연구 대상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저녁엔 엄마가 끓여주신 냉이된장국을 가지고 왔다. 냉이국을 끓이고 달래무침을 하고 봄동으로 겉절이를 만들기 시작하면 봄은 시작된 것이다. 냉이, 달래, 봄동... 봄을 알리는 귀여운 이름들. 새삼 우리말이 참 예쁘단 생각을 한다. 이렇듯 귀엽고 예쁘고 좋은 것만 생각하기에도 하루가 짧고 계절 또한 순식간에 바뀌어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 자연은 인간이 깝치지 않는 한 항상 무자극의 위안을 준다. 잠깐 산에 다녀온 것뿐인데도 심신이 조금은 맑아진 기분이다. 이 기분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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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04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을 꼭 다문 단단한 봉우리들이 곧 화알짝~~ 벌어지겠죠.
아름다운 신혼일기, 산행일기 되시것습니다~ ^^

깐따삐야 2009-02-05 19:33   좋아요 0 | URL
꽃이 피면 한번 더 가려구요. 한 시간 남짓한 코스라 걷기에 딱 좋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2-0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말라야를 가보는 겁니다 아자! 거기 가면 세게 어느 산도 다 시시해진다고 합니다.

깐따삐야 2009-02-05 19:33   좋아요 0 | URL
어랏. 그렇군요!

turnleft 2009-02-05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 본 사람들은 또 히말라야보다는 킬리만자로가 제 맛이라고..;;

깐따삐야 2009-02-05 19: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군요!! ㅋㅋ

레와 2009-02-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쌓인 배낭이랑 스틱을 꺼내놓고, 산에 갈 준비를 시작하렵니다!^^

봄동 겉절이 하나면 밥 한솥은 거뜬(?)하게 해치우는데..아항~ ㅎㅎ

깐따삐야 2009-02-05 19:35   좋아요 0 | URL
저는 깜빡하고 카메라를 안 들고 갔는데 레와님은 산에 가시면 좋은 사진 많이 찍어 오세요.^^

한솥이란 말에서 따듯한 유대감을 느낍니다. 쿡쿡~
 

  MBC 토크쇼에 나온 부활의 김태원이 그런 말을 했다. “학생 시절에 한 번도 차여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곡을 쓸 수 없습니다.” 3등은 괜찮지만 3류는 안 된다고 말해서 탄성을 지르게 만들던 김태원. 그는 노래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말도 참 잘한다. 이번에도 그의 말은 옳다. 네버엔딩 스토리 같은 명곡을 쓰지 못하는 범인들도 한 번 차여보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나와 남편은 목에 마구 힘줘가면서 소개팅만 나가면 백전백승이었다느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한테 대쉬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느니, 한 번도 차여보지 않은 것처럼 구라를 치는 일이 빈번한데 물론 서로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남편은 성격 상 호되게 차였어도 조용히 집에 돌아와 발 뻗고 주무실 타입이고 나는 한 며칠 자학하다가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는 타입. 듣자하니 그는 일찍이 대학 동기한테 차였었고 나는 동아리 선배한테 차였었다. 최초의 차임이었다.

  D선배.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면 얼굴이 훅훅 달아오르며 내가 왜 그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그 선배만큼은 군계일학이다. 가끔은 그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뿌듯할 때까지 있다. 나의 안목은 그때가 최상급이 아니었을까. 남편은 내가 만나보았던 남자 중에 가장 착한 남자고 그 착함은 미덕이지만 갓 스물을 넘긴 그때. 내게 착해빠진 남자는 물에 빠진 남자만도 못했다. 닿을 수 없는 것들에 이끌리던 나이였다.

  동아리 현동인 중 최고학번이었던 D선배. 사실 그는 나를 아기 보듯 했었다. 문제는 나를 귀엽게 바라보던 그 눈빛을 내가 사랑으로 착각했다는 데 있었다. 나중에 깨달은 건데, 착각은 자유지만 그 자유에 매몰될 지경에까지 이르면 안 된다. 늘 스스로를 냉동실에 건냉보관 해두었다가 잠시잠깐 외출을 한 것처럼 보이던 그가 내게 시종일관 따듯한 태도를 보였을 때, 나의 므흣한 상상력은 무한정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 설렘만으로도 벅차서 선배에게 닿기까지의 절차를 생각하거나 계획할 수조차 없었다. 별별 생각을 다하다가도 마주치는 순간 얼음! 하고 굳어버렸다. 결국 싹튼 연정을 되새김질만 하다가 선배가 졸업과 동시에 이 도시를 떠나고 나서야 고백이란 걸 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 선배는 아주 공들여 쓴 메일을 보내왔다. 작품성 높은 거절 편지. 그는 장문의 메일 속에서 오히려 나의 생뚱맞은 고백을 칭찬해주고 있었다. 그 나이 땐 그래야 한다고. 다 쏟아버리는 것도 좋다고. 젠틀하게 차는 방법을 아는 남자였다. 내가 울지 않도록 여기저기 당의정을 발라놓아서 이런 메일을 받고 차였다는 것을 동네방네 떠들고 싶을 정도였다. 그는 나를 많이 아껴주었는데 그 글 속에서도 여전히 아끼고 있었다. 그 느낌이 전해져 오자 나는 나의 급작스런 고백이 오히려 미안해졌다. 그래도 거절은 거절이고 차인 건 차인 거고 아픈 건 아픈 거였다. 상처 입은 나는 읽고 난 즉시 메일을 삭제했다. 거절 편지는 작품성과 상관없이 소장가치가 없는 글 중 하나다.

  그 이후 몇 차례 그의 홈피를 들락거리고 휴대폰을 쏘아본 적은 있지만 단 한 번의 연락도 하지 않고 깨끗이 돌아섰다. 돌아서지 않으면 어쩌라고. 조바심이 날 때마다 스스로를 윽박지르며 위협했다. 네가 그만두지 않으면 어쩔 건데. 얼마 후 먼저 연락을 취해온 것은 선배였고 그 후로는 고백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착각의 자유가 함께 한 추억까지 매몰시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픔은 깊어 한동안 오래도록 아무도 좋아할 수 없었다. 지금은 가까스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쯤에서 그치길 잘했다. 짝사랑의 추억이 스토킹 전과로 변질되는 건 순간이다.

  가수 이소라는 실연 이후에 앨범을 한 장 씩 발표한다고 들었다. 김태원은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할수록’을 썼단다. 나는 예술가가 아닌 탓에 수많은 일기를 쓰고 동아리에 나가 어줍은 시들을 발표했다. 친구들에게 가차없는 연애 상담도 해줬다. 절대 먼저 고백하지 마.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깨끗이 돌아서. 그렇듯 뻣뻣하게 곧추세우기엔 목도 허리도 예전 같지 않지만 지금도 비슷하게 충고한다. 웬만하면 먼저 고백하지는 마.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웬만하면 그냥 돌아서. 자존심도 뭣도 아니다. 정답도 아니다. 임상경험에 비춘 나름의 조언이다. 더욱이 내가 하라고 해도 안 할 사람은 안 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할 사람은 하고야 만다. 다만, 추해지면 안 된다. 자칫하면 내성이 생겨 습관된다.    

P.S. 이쯤에서 김석기 씨에게도 한 마디. 그렇게 뭉개고 있으니 추하다 못해 너절해지는 거다. 마치 부모 빽 믿고 돈으로 사랑도 살 수 있다며 징징거리는 막장 드라마 속 찌질녀 같다. 내가 차여본 사람으로서 충고하는데 국민들이 좋은 말로 거절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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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9-02-0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본문은 아릿해서 좋고, P.S는 의외의 반전을 주어서 좋잖아요. 첫 차임이 언제인가 생각할새도 없이, 고2때... -_- 그땐 제가 왜 그랬나 모릅니다. 내가 그녀였어도 나를 찰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근데, 나중에 친구로 지냈는데, 그땐 그 아이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어요. 고2때 스스로 많이 힘들었고나, 생각했어요.

"남편은 성격 상 호되게 차였어도 조용히 집에 돌아와 발 뻗고 주무실 타입이고 나는 한 며칠 자학하다가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는 타입" 요고요고. 깐따삐야님이 어찌하고 있을지 막 떠올라요.

깐따삐야 2009-02-04 20:22   좋아요 0 | URL
저도요. 그땐 왜 그랬나 싶고 제가 선배였어도 저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땐 그 선배가 남자로 보이지 않더라구요.^^

흐음? 대체 막 뭘 떠올리신 거죠!!

Mephistopheles 2009-02-0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는 연인이였다가 차인게 아니였군요.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연인으로 잘 지내다가 갑자스런 절교선언..한달 고생하고 새출발 아자 했더니..너만한 애 없다며 다시 시작하자는...하지만 방긋 웃으며 한달 (델고 놀다) 장렬하게 뻥 차버린....

음...난 그냥 24부작 장편소설 써볼까해요..ㅋㅋ

깐따삐야 2009-02-04 19:57   좋아요 0 | URL
일년을 선후배로만 지내다가 사겨보지도 못하고 차인 경우죠. 흑!
저런저런. 메피님의 차임은 마치 삽질의 추억처럼 들립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만큼은 약하디 약한, 로맨틱한 마당쇠, 우리 메피님.^^

모든 것은 지나가고 과거는 아름다운 거에요. 정말 한번 써보세요!

Mephistopheles 2009-02-04 23:13   좋아요 0 | URL
저기...저기 장렬하게 뻥 차버린 사람이 전데요..

깐따삐야 2009-02-04 23:32   좋아요 0 | URL
헉! 메피님이 그래서 지금 마당쇠로 쐬빠지게 고생하고 계신 거여요. 세상은 공평한 거죠.

Mephistopheles 2009-02-05 09:40   좋아요 0 | URL
어머 깐따삐야님..제 연애사관은 '낙장불입'입니다. 지가 싫어 떠났다가 아쉬워서 돌아온다고 받아주진 않아요.^^

깐따삐야 2009-02-05 19:36   좋아요 0 | URL
델고 놀다, 델고 놀다, 델고 놀다... 그건 너무하잖아욧. ㅠㅠ

Mephistopheles 2009-02-06 02:18   좋아요 0 | URL
뿌린 대로 거두는 겁니다....^^(델고 놀다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무신경하게 대했다가 맞을 것 같네요..^^)

깐따삐야 2009-02-06 17:11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다면 이해가 되요. 매우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해도 받아줄까 말까인데 너만한 애 없다며 다시 시작하자니. 그건 쫌 너무하네요. 감히 우리 메피님을 물로 보고 말이죠. 중얼중얼.

레와 2009-02-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곤노곤 몽실몽실 홍홍 거리며 읽어 내려오다가,
PS에서 푸하하하하하 박장대소 했습니다!!
(저에겐 웃을 타이밍이였으니, 쌩뚱맞는 웃음이라 머라하기 없기. ^^;)


그래서 제가 마음이 힘들때는 가사있는 음악을 안들어요. ㅋ

깐따삐야 2009-02-04 20:25   좋아요 0 | URL
썩소 맞죠? ㅋㅋ

그쵸. 평소엔 들리지도 않던 가사들이 아주 콕콕 가슴을 후벼파죠. 가사를 못 알아듣는 샹송을 들어도 내 얘기로 자동 번안되어 들리는 신기한 경험. 크... 괴로워요.

순오기 2009-02-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페이퍼는 막 추천해야 돼요. 피에스 너 때문이야~ ㅋㅋ

깐따삐야 2009-02-05 19:37   좋아요 0 | URL
강호순은 무섭고 김석기는 싫어요. 정말 싫어욧!
 
손민호의 문학터치 2.0 - 21세기 젊은 문학에 관한 발칙한 보고서
손민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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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손민호의 문학터치 2.0』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먼저 읽은 신형철의『몰락의 에티카』가 다소 현학적이었던 탓일까. 신문기자가 쓴 단문일색의 발랄한 작가론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살랑살랑 가벼워지는 느낌. 두 작자는 주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신형철의 주석은 주석에도 새로운 주석이 필요할 법 한데 손민호의 주석은 작가들에 관한 뒷담화 일색이다. 때로 촌철살인의 엉뚱한 직관이 성실한 통찰보다 구미에 더 맞을 때가 있다.

  손민호는 이 책에서 김연수, 김중혁, 김애란, 권여선 등 동시대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서른 명의 젊은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 관상쟁이마냥 꼼꼼하게 그들의 외모부터 훑고, 공들여 작품을 읽고, 같이 만나 술도 한잔 하고, 요즘 잘 안 풀리는 건 건 뭔가 속내도 나누고.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어묵꼬치에서 서로 다른 색깔의 어묵을 쏙쏙 빼먹듯 따끈따끈하고 이색적이다. 그의 친화력은 박민규의 주옥같은 말도 건진다. 소설을 읽고서 한참 뒤 만났을 때 나는 왜 하필 기린이냐고 물었다. 박민규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본주의가 가장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40) 그래서 문단의 기린아인가. 여하간 그 문단의 기린아 박민규가 둘도 없는 공처가란다. 무릎을 꿇고 예쁘게 운동화끈을 매주는, 잠자리안경을 쓴 장발의 남편이라니. 어딘가 그로테스크하다.

  중간 중간 분홍색 페이지에 젊지 않은(?) 작가들, 김훈이나 마광수를 언급하는 대목도 좋았다. 마광수의 박사 학위 주제는 뜻밖에도 윤동주 연구였다고. 내가 아는 교수님 중에도 뜻밖에 오스카 와일드로 학위를 받은 분이 계셨는데 우리는 모여서 그건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떠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광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역시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고 겉만 보고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상식의 재확인. 이처럼 작자가 책상물림이 아니라 그런지 한껏 귀를 열어놓고 편견을 비트는 에피소드들 역시 흥미롭다.

  한편 손민호 기자도 한때는 문학청년이었다는데 글에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문학에 끝끝내 목을 매기엔 너무 영리하고 혈기왕성한 것 같다. 원룸의 모니터 앞에 앉아 소설의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보다는 해장국집에서 작가들과 술을 마시며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구상하는 편이 훨씬 더 제격인 듯. 아니면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변해간 것일까. 어쨌거나 요즘의 젊은 작가들을 바라보는 시종일관 진솔하고 따듯한 시선이 좋았다. 나 역시 이제는 읽을 만한 것이 없다, 세월을 견뎌낸 고전만한 게 없다, 를 주장할 때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보수적인 시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여기의 젊은 작가들이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도 부지런히 암송되고 있기를 바란다.”(12)는 작가의 바람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직 젊고, 살아가야 할 세월과 써야 할 글들이 많은 그들에게 엄격한 비판은 필요하겠지만 섣부른 비난은 말 그대로 섣부를 테니 말이다.

  이번 독서는 뒤통수를 쨍하니 때리는 새로움이 있었다기보다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저런 얘기까지 여기에 써도 되나 싶을 만큼 낱낱이 까발리되, 그 까발림이 홀딱 벗기기가 아니라 도리어 본래의 색을 찾아주려는 노력과도 같은 글쓰기. 문학과, 문학을 하는 이들을 향한 애정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자칫 잡설로 비칠 수도 있었으리라. 특히 신문기사를 쓰는 기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깔끔하고도 생생한 문체가 매력이었다. 필요한 엑기스만 감칠맛 나게 살려놓은 듯한, 구경미나 백가흠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마치 그들을 사겨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친화력 있는 글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손민호 기자는 김훈을 글쓰기의 전범으로 삼고 있다는데 나는 김훈보다 손민호 기자의 글이 더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뜨거운 가슴과 부지런한 발로 문학인들과, 문학을 즐기는 독자들의 메신저가 되어 주십사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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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2-0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우와 재밌을 것 같아요. 흐흐흐~

깐따삐야 2009-02-03 23:34   좋아요 0 | URL
동시대 젊은 문인들이 대거 출연해서 읽는 내내 반갑고 즐거웠어요.^^

Mephistopheles 2009-02-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삐딱하게 보면 문학계의 김구리인건가요..ㅋㅋ

깐따삐야 2009-02-03 23: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아들 동현이를 바라보는 김구라인 거죠. 아들에 관해 말할 때도 가차없이 객관적인데 어딘가 새록새록 애정이 묻어나는. 아빠 김구라. ㅋㅋ
 

  운전할 때 보면 성격이 보인다고 나와 남편은 참 다르다. 남편이 옆에 탄 사람을 어느 순간 곤히 잠들 수 있게 하는 마일드한 드라이버라면, 나는 일주일 꼬박 불면으로 보낸 사람조차 절대 잠들 수 없게끔 만드는, 터프하기 짝이 없는 드라이버다. 아빠는 예전에 내게 운전을 가르치시다 포기할 지경에 이르러서는 얘는 면허를 야매로 딴 것 같다고까지 하셨다. 물론 나는 그 어렵다는(!) 국가고시를 필기, 실기 모두 한 번에 패스했다. 그러나 암기력으로 승부한 테스트란 실전에 직면해서는 힘을 잃기 일쑤다. 돌발 상황에서 잽싸게 비상 버튼을 누르는 일은 운전 학원에서나 가능한 일.

  예전에 한 번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순간에 엑셀을 밟았다가 스쿠터와 충돌할 뻔 한 적도 있었고 얼마 전에는 공사 현장에 쌓아놓은 모래더미 위로 차가 막 등산도 했다. 그뿐인가. 아파트 단지 내의 턱을 넘어보겠다고 부르릉거리다가 웬만해선 터질 일 없는 타이어까지 해먹었다. 덕분에 빨간 견인차가 와서 나와 내 차를 질질 끌고 가는 이색 체험을 했다. 급기야 면허 딴 지 몇 년씩이나 지난 마당에 남편은 굵고 진하게 프린트를 해서는 ‘초보운전’ 이라고 붙여주었다. 운전 초기에 그렇게 써 붙이고 다녔다가 빵빵거리며 놀려먹는 불량 운전자들 때문에 짜증이 났었다고 했더니 남편 왈. 요즘은 그런 사람들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저렇게라도 해놓아야 알아서들 피해가지. 남편은 이렇듯 나를 특별관리대상 드라이버로 낙인찍어 버렸다.

  사실 술을 마시고 운전한 적도 물론 없고 운전을 하면서 되도록 딴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인데 성격이 좀 급하다는 게 문제다. 처음 도로에 나왔을 땐 어차피 신호에 걸릴 텐데 속도를 내거나 추월하는 차들을 이해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다. 연애 시절, 드라이브를 하던 중에 남편한테 왜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면서 못 들은 척 하는 거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운전 중에는 봐야 할 것도 많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서 그렇다고 변명 했었다. 나는 괜히 둘러다대지 말고 솔직하게 다른 생각 하고 있었다고 이실직고하라고 했는데 사실은 부러 억지를 써 본 것일 뿐. 운전할 때는 항상 긴장을 하고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낯선 길을 갈 때는 더욱 그렇다. 또한 아무리 익숙한 길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어쨌든 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면 남편 얼굴이 금세 핼쑥해진다. 내가 운전하니까 편하지! 편하지! 아무 걱정 말고 자요! 남편 왈. 잠이 와야 잠을 자죠... 만만한 길이 나왔을 때 언제 또 속도를 낼지도 모르는데다 무슨 말이라도 시키면 대답할 것을 생각하느라 좌회전해야 할 타이밍에 직진을 하는 등 마구잡이로 운전을 해대니 불안할 수밖에. 남편은 안전벨트를 꼭 쥐고 옆에 손잡이까지 붙든 채로 조심스럽게 말하곤 한다. 이러다 부산까지 가겠어요. 운전할 때는 제발 운전만 생각해요. 에이그~ 다 알아서 집에 모시고 갈 테니까 걱정 마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고집을 부리지 않는 한 남편은 가급적 자기 차로 이동을 하는데 나는 하루빨리 능숙한 드라이버가 되어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고 싶다. 조심 운전은 필수지만 너무 겁을 내다보면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범퍼를 긁히고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경험도 해봤지만 세상에 공짜 수업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운전은 많이 해봐야 는다. 그런 고로,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다가 잠깐 오락실에 들러 하는 게임도 무조건 운전이다. 남편은 이러한 나의 질긴 의지에 공포 가득한 눈빛으로 응원을 보낸다. 나는 신나게 엑셀을 밟고 점점 커지는 남편의 목소리. 좀더! 좀더 밟아! 이러한 외침은 안타깝게도 오락실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오늘도 베스트 드라이버를 꿈꾼다. 주변의 이야길 들어보니 운전에 익숙해지고 잘한다 싶을 때 사고가 생긴단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처음 핸들을 잡았을 때는 60 이상 속도를 내는 것도 겁이 났었는데 이제는 옆의 자동차들과 레이싱이라도 할 것처럼 밟아댄다. 이러시면 아니 된다. 아니 돼. 베스트 드라이버는 빨리 달리는 운전자가 아니라 안전에 주의하는 운전자라는 것을 늘 염두해야겠다. 험한 드라이버를 만난 탓에 거의 연습용 차량처럼 되어버린 가엾은 나의 꼬마자동차. 붕붕. 너와 함께 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내 머잖아 너를 능숙하게 다뤄 줄지어다. 남편이 조수석에서 곤히 잠드는 그날까지.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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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0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1 레이서의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마이클 슈마허도 공공도로에선 절대 과속 안하며 신호를 꼬박꼬박 지킨답니다..^^ 사고는 자신이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을 시기인 3~4년에 제일 많이 일어난데요 아무쪼록 운전할때만큼은 남편분 말 잘듣는 순한 깐따삐야님이 되시길..^^
(그나저나 운전하는 남편에게 따지는 모습을 보니..모뙤꾸나 깐따님!!=3=3=3)

깐따삐야 2009-02-02 12:04   좋아요 0 | URL
역시 달인은 달려서 달인이 아니라 달라서 달인이구나. 이제 운전할 땐 고분고분하겠사와요. 과연? ㅋㅋ
(아녜요. 진짜 딴 생각하는 줄 알고 승질이 났던 거에요. 가끔 그럴 때 있다니깐요. 중얼중얼.)

레와 2009-02-0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때 이런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언제쯤이면 운전에 익숙해질까요?'
'운전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아요.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우문현답, 부끄러웠습니다.으..;;

안전운전하세요! ^^

깐따삐야 2009-02-02 18:43   좋아요 0 | URL
'운전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아요' '당황하면 가끔 후진합니다' 이래로 가장 와닿는 명언이네요.

레와님도 안전운전이요! ^^

웽스북스 2009-02-0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벼랑위의 포뇨에서 소스케 엄마같아요 ㅋㅋㅋ

깐따삐야 2009-02-02 18:44   좋아요 0 | URL
앗! 꼭 보고 싶었던 애니인데. 그나저나 소스케 엄마도 좀 막무가내인 모양이네염.ㅋㅋ

Mephistopheles 2009-02-03 00:47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이렇게 적절한 비유라니..!!!

웽스북스 2009-02-03 01:23   좋아요 0 | URL
제가 쫌 한비유 ㅋㅋㅋ
 
모데라토 칸타빌레 ㅣ (구) 문지 스펙트럼 19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르그리트 뒤라스 하면 우선 장 자끄 아노 감독의 <연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뒤라스는 젊은 날, 은밀하고 다채로운 은유로 <연인> 속의 자신을 감췄다. 그리고는 이른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고백했다. 제인 마치가 열연했던 프랑스 소녀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어른이 채 되기도 전에 사랑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다는 것. 끔찍한 일이다.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백 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모데라토보다는 안단테로 읽히는, 우아하고 섹시한 소설이었다. 읽는 동안 영화를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활자보다는 정황과 분위기에 매료되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상류층의 정숙한 여인, 안은 아들의 피아노 레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치정살인 현장을 목격한다. 사랑 때문에 죽은 여자가 있고, 피범벅이 된 여자를 애무하며 슬퍼하는 남자가 있다. 안은 그처럼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목도한 이후 공장 노동자인 쇼뱅과 함께 그들의 사랑을 재현한다.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 죽은 여자와, 그녀를 사랑한 남자를 자신들과 동일시하며 언어유희와도 같은, 기묘한 대화를 나눈다.

  그 여자는 다시 손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는 여자의 행동을 눈으로 쫓다가, 결국 고통스럽게 알아차리고, 납덩이처럼 무거운 손을 들어 그 여자 손 위에 포개놓았다. 그들의 손은 너무도 차가워서 오직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 속에서만 환각으로 서로 스쳐갔다. 지금과 같이 소망 속에서 말고는 달리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들의 손은 죽음의 포즈로 굳어진 채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116). 오직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 속에서만 환각으로 스쳐가는 인연. 단 한 번의 성마름도 없이 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 빠르기의 절제된 템포로 연주되는 사랑.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대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120). 안은 쇼뱅과 더 나아가지 않는 대신, 과거의 안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랑은 갑작스런 일상의 균열, 그 틈을 비집고 쳐들어오는 자유에의 갈망과도 같다. 낯선 세계로의 진입과 동시에,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일깨우고 원래의 나보다 더욱 나처럼 느껴지게끔 만드는, 전인적인 자유, 그리고 변화. 안은 아들에게 말한다. “어떤 때는 내가 널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 같아. 네가 진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니까(41).” 그렇듯 생경해지곤 한다. 무언가에 심신이 매혹되어 일상 저 너머로 이동하는 찰나, 익숙했던 일상의 요소들이 거짓말처럼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역으로, 열렬히 매혹되었던 그 무언가를 향해 똑같은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내가 널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 같아. 네가 진짜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니까. 그리고는 뒤따르는 의문들. 사랑하는 내가 나일까. 살아가는 내가 나일까.    

  이런 사랑, 도 있노라고 한번쯤 권하고픈 작품이었다. 그리고 뒤라스의 다른 소설들을 더 찾아 보고 싶어졌다. 한편으론, 뒤라스의 모든 사랑은 <연인>, 그 첫사랑의 도돌이표에 지나지 않겠구나, 하는 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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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09-02-0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한 시기에 뒤라스를 읽으셨네요^^
'히로시마 내 사랑'도 느낌이 비슷해요. :)
아마도 뜨겁게 사랑했던 건 그 중국남자가 아니라 뒤라스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연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여준 뒤라스기에 다른 작품은 오히려 소품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민음사에서 나온 <연인>의 해설은 심리학적 개념을 들이대면서 그 어린 소녀를 무슨 변태성욕자쯤으로 몰아세우고 있던데, (전 그래서 전문가가 싫어요) 절망과 수치, 죄의식, 중독, 애욕...에 대해 이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도 드물다고 봐요. 사소설이란 점에서 아니 에르노와 닮았다고 볼수도 있지만 아니 에르노의 몽상과는 정말 달랐어요.

깐따삐야 2009-02-02 11:54   좋아요 0 | URL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이미 사랑의 절대치를 경험했기 때문일까요. 노년에 이르러 발표한 <연인> 이외의 작품들은 알리샤님 지적처럼 다소 소품 같기도 하고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만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해요. 다른 작품들을 먼저 읽고 <연인>을 가장 마지막에 읽었다면 느낌이 과연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흐업. 변태성욕자라니. 제 눈에 비친 <연인>은 오히려 사회학적인 소설이었어요. 백인 집단에서는 가난한 최하류층에 속하고 그렇다고 베트남 사회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프랑스 소녀. 그렇듯 이중소외를 겪고 있던 사춘기 소녀가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빠져들었던 사랑. 그 안쓰러운 일탈을 변태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군요.

알리샤님 말씀처럼 뒤라스는 아니 에르노와 비슷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집착이나 격정과는 많이 다르죠. 저에겐 뒤라스가 더 잘 맞아요.^^

Mephistopheles 2009-02-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일상적이거나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의 행위와 방식을 "연인"이라는 그 시작점과 함께 계속 연장되는 분위기 인건가요??

깐따삐야 2009-02-02 12:00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느낌이 계속 들어요. 감수성 풍부하고 명민한 소녀가 이미 사춘기에 <연인> 속의 사랑을 경험했다면 나머지 사랑은 모두 소품에 불과하지 않을까. 무언가 새로운 것이 다가와도 결국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뭐든 빨리 경험하거나 안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라는, 노인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다락방 2009-02-0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을래요!! 안그래도 연인 읽고 뒤라스 또 읽어 보고 싶었어요!

깐따삐야 2009-02-05 19:38   좋아요 0 | URL
이 책 분위기가 묘했어요. 행간의 무드를 천천히 느껴야 할 책. 읽어보세요.^^

다락방 2009-02-06 08:53   좋아요 0 | URL
땡스투 저예요 ㅋ

깐따삐야 2009-02-06 17: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감사해요. 그나저나 이 책이 다락방님께도 재밌어야 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