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블로그 푸른도서관 2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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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도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고, 이 친구 저 친구를 헐뜯으면서도 나에 대한 비난은 참지 못했다. 이길 것 같으면 덤벼들었고, 질 것 같으면 꽁지를 내렸다. 친구나 이성을 상대로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고, 해치고 죽이는 상상까지 마다않았다. 당신은 그렇지 않았는가?

  작가의 말이다. 동시에 이 소설집에 담긴 사연들이기도 하다. 당신은 그렇지 않았는가? 라는 작가의 물음에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대개 저러한 감정의 파고를 겪으며 청소년기를 지나와 비로소 어른이 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변덕스런 감정선에 절망하곤 한다. 결국 아이에서 어른으로 껑충 성장한다기 보다는 이런저런 현실의 벽과 사회의 제약들을 경험하면서 얼마간의 체념과 절제를 통해 어른인 척 하면서 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엔 네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네 편 모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현직 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는 공들여 매만졌다 싶은 섬세한 필치로 아이들의 속사정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소설집을 다 읽고 났을 땐 내용이 다소 무겁고 어두운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것이 가감없는 현실이 아니더냐, 라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어떤 면에선 소설 속 주인공들이 조금 더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언어를 갖고 있으므로. 내가 보아왔던 아이들 중에는 가슴 속에 많은 고통스러운 것들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풀어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갑갑해하는 경우도 많았더랬다. 교사를 가장 무력하게 만드는 동시에 마음 아프게 하는 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잘 모르겠어요."가 아닐까.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정답이다. 아이들도 모른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건강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수면부족의 창백한 얼굴로 공부에 매진해야 하며, 관용과 조화의 정신을 배우면서도 친구들보다 앞서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사랑의 설레임을 가장 예민하게 느낄 나이에 누군가를 향해 내달리는 마음을 안으로 모아쥐어야 한다. 비판하고 사색할 심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 빡빡한 삶 속에선 모순조차 일상이 된다. 요즘의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정신적인 면에 있어선 나보다 더 늙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수업시간에 어떤 문제에 대해 혼자 열을 내다가 아이들의 피로하고 시큰둥한 표정에 질려서 그냥 웃기는 농담처럼 마무리 한 적도 있다. 이미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심각할대로 심각해지고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아이들이기에 텔레비전의 오락프로그램과 컴퓨터 게임, 한번 웃고 나면 공중분해되고 말 시덥잖은 농담 속에서 쉴 틈을 찾는 건지도.

 아이들의 문제를 섣불리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아이들도 똑같은 인간임을 인정하는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와 닿았다. 소설 속에서도 드러나듯 어떤 아이들이 조숙하고, 어떤 아이들이 미숙한 게 아니라 아이들 안에 어른도 있고 아이도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어른이라고 불리는 우리들 내면에도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 속의 아이들을 대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생각했던 것보다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많이 기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허탈하기도 했다. 작가인 선생님은 아이들의 억눌린 마음을 자유로운 언어로 그려주었다. 서쪽 능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흐느끼던 수희가 하는 말. "아름다운 건 항상 슬퍼. 왜 그런지 모르겠어." (p. 181) 아이들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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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푸른도서관 시리즈 거의 다 있는데, 요 책은 없다는 게 슬퍼요.ㅠㅠ
적립금 들어온 김에 질러버려야지! ^^

깐따삐야 2007-12-26 00:55   좋아요 0 | URL
오, 푸른도서관 시리즈를 거의 다 갖고 계세요? 매니아시구나.^^
저는 일단 좋게 읽었구요.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들한테 권해주면 좋아라 할 것 같았어요.

웽스북스 2007-12-2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자주 슬픈 이유를 여기서 알았어요 (====3 퍽!!!!)

깐따삐야 2007-12-26 01: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나두나두. 나도 한대. 퍽!!!!
 

  오랜만에 외가 친척들 모임이 있어 대전에 다녀왔다. 딸부자집의 셋째 딸인 엄마 덕분에 외삼촌은 딱 한 분인 반면, 남들보다 이모들은 좀 많은 듯 싶다. 그리고 그 이모들은 어찌나 다들 개성이 뚜렷하시고 입담 또한 청산유수인지 모여서 한 마디씩 하기 시작하면 장소팔 & 고춘자 듀오는 저리가라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떻게 한 뱃속에서 나온 사람들인데도 저렇듯 각양각색일 수 있는가 참말로 신기할 따름. 더군다나 엄마들의 개성 때문인지 그 엄마들이 낳고 길러주신 딸들 역시 색깔이 모두 다르다.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반갑고 즐거워서, 딸들은 딸들대로 재미있고 신이 나서, 쌓였던 테트리스를 화끈하게 날려버린 주말 밤이었다.

 언니나 여동생이 없는 나로서는 엄마의 여형제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물론 오빠가 있어 든든한 맛은 있지만 그 튼튼한 언덕 이외에 때론 살갑게 부비고 싶은 언덕도 필요한 법이니깐. 가끔 언니나 여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쇼핑을 하거나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여자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특히 엄마가 점점 연세가 드실수록,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이모들을 더욱 가깝고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을 볼 때마다 자매란 참 좋은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딸내미 하나 더 낳아주지 않으신 부모님한테 괜시리 칭얼댄 적도 있는데 돌아오는 말은 항상 뻔하다. "야이노무 지지배야. 오빠하고 너하고 둘도 많다. 둘도 많어!" 네네. 어무이, 아부지. 그 동안 애쓰셨사와요. -_-

 우리 큰 이모는 언제 뵈도 타고난 맏언니스러우시다. 말수가 많진 않으신데 바지런을 떠시며 동생들을 고르게 배려하시는 모습이 참 정성스럽다. 한 차례 큰 수술을 받으신 후로는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동생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그간의 연륜으로 다져진 깡이 있달까. 연세도 가장 많으시고 체구도 가장 작으신데 맏딸로서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쇠할 줄을 모른다. 동생들이 마구잡이로 떠들어대면 한편에서 조용히 웃고만 계시지만 결국 끄트머리에 가서 자분자분 정리해서 마무리를 하시는 건 항상 큰 이모 소관이다. 같은 여자인 내가 뵙기에도 참으로 이상적인 아내이자 어머니면서, 믿음직한 맏언니다. 

 둘째 이모는 멀리 사시는 이유로 자주 뵐 순 없지만 사실 엄마의 여자 형제들 중에 가장 독특하신 분이다. 참고로 엄마는 둘째 이모가 그 나이 먹도록 천사병에 공주병을 아직도 못 버리고 산다며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으신다. 둘째 이모는 언니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아래 동생인 우리 엄마한테 실컷 얻어맞으면서 컸다고 하는데 가끔 동생한테 맞은 게 억울하다는 듯 엄마와 다투시는 걸 보면 재미있다. 한때 꽤 미인이셨고 지금도 여전히 고우신 편인데, 할 일만 생겼다 하면 열일 제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다른 이모들과는 달리 뒷짐 진 채 상황만 관조한다면 맞을까. 엄마 말씀을 빗대자면, 손에 구정물은 안 묻히고 호사만 누리겠다는 심보라는데 내가 뵙기론 그저 다른 자매들에 비해 조금 느긋하고 순수하신 분인 것 같다. 다른 식구들이 이모를 보살피는 식으로 곱게만 사셔서 그런지 연세에 비해 세상물정에 어둡고 간혹 뜬구름 잡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다. 엄마는 둘째 이모라면 지금도 대충 무시하고, 둘째 이모는 그런 엄마에게 서운해 하시고, 큰 이모는 중재하시려 들고, 제삼자인 나로선 그런 모습들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셋째는 바로 우리 엄마다. 셋째 딸은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데 솔직히 엄마는 그 정도로 미인은 아니고 예쁘기는 둘째 이모나 넷째 이모가 좀더 예쁘시지. 대신 엄마의 최대 장점은 두뇌 회전이 남보다 빠르고 적확하단 것이다. 엄마는 그래봤자 제 발등 찍는 격이라고 혀를 차기도 하시지만 가끔은 젊은 내가 봐도 기가 찰 정도로 총명하고 영특하신 데가 있다. 큰 이모 말씀으로는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말도 잘하고 일도 잘했다는데 세상살이 아이러니 투성이라고, 도무지 악한 생각이라고는 요만큼도 하실 줄을 모르는 착하신 우리 아버지랑 결혼하셔서 고생 마이 하셨더랬다. 그래도 딸들 가운데 가장 낙천적이고 화끈하신 우리 엄마. 만약 엄마를 많이 닮았으면 내가 요래요래 맹하고 소심하진 않으련만. 그래도 아빠를 닮아서 뭐든지 오래 고민을 안 하는 건 좋다. :)             

 넷째 이모는 소설 '토지'의 '임이네'를 떠올리게 하는, 순도 백퍼센트의 완벽한 깍쟁이다. 딸들 중에 가장 늘씬하면서 이십대 후반의 딸이 있다고는 도무지 상상을 못할 만큼 동안인데다 천원짜리 머플러 한장을 하더라도 폼나게 두를 줄 아시는 멋쟁이라지. 엄마 말씀으론 어릴 때부터, 빤질빤질 머리 매만지고 책보 예쁘게 싸느라 통학기차를 놓칠 때가 태반이었단다. 지금은 알뜰하고 야무지게 살림을 일궈 이모부로부터 중전마마 소리를 듣고 사시는 팔자 좋은 아줌마시다. 솔직하고 뒤끝 없는 성품에 속으론 인정도 많다. 딸들 중에서 머리도 가장 나쁘고 공부도 가장 못했다는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더니,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가며 단란하게 잘 살고 계신다. 테트리스 자체를 안 받는 성격이라서 스스로도, 그리고 남들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모의 미덕. 

 막내 이모는 두말할 것도 없이 참 착하신 분이다. 거침없는 엄마의 직언을 빌리자면 "무녀리마냥 못난 게 속도 없이 남 좋은 일만 하고 다니는 꼴"이라는데 결국 마음이 너무 좋단 뜻 아니겠는가. 위로는 극성맞은 언니들한테 치이고, 아래로는 귀염만 받고 자란 남동생한테 치이다보니 자신은 죽이고 남을 살리는 일에만 애쓰며 살아온 격이다. 엄마는 내가 가끔 멍청한 짓을 하고 다닐 때마다 "넌 막내이모가 낳았나보다"라고 면박을 주신다. 오해가 생겨 원성을 듣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에 남을 도와줘야만 발을 뻗고 주무신다는 이모는 무늬만 천사인 둘째 이모와 비교할 때, 네추럴 본 천사임에 틀림없다. 소싯적엔 공부 잘하고 글 잘 쓰기로 근방에서 꽤 유명하셨다는데 지금은 삐침쟁이 이모부와 엄마 밝힘증 아들내미 사이에서 고생하신 탓에, 넷째 이모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것 같아 그 점 참 속상하다. 

 마지막으로 훈훈하신 우리 외삼촌. 언제 뵈도 참 반듯하신 분이다. 말 그대로 FM 같으신 분. 음기가 강한 집안에서 자라신데다 지금도 여고에 재직하고 계신 덕분으로 마흔을 넘긴 연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줍은 청년 같은 데가 있으시다. 귀염 받으며 오냐오냐 자란 외동아들 특유의 고집이야 어쩌지 못하지만 타고난 성품 자체는 착하고 유순하신 편이다. 다만 어떤 특정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보기에도 너무 얄짤없이 정의로우신 데가 있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외삼촌만큼은 다른 아저씨들처럼 빤하게 아저씨화 되지 마시고 그 마음 그대로 올곧게 늙어가셨음 좋겠다.

 엄마의 형제들 모습 속에는 엄마도 있고, 나도 있다. 어떤 면은 참 다행이다 싶고, 어떤 면은 끝끝내 부정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이렇게 뭔가를 쓰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그분들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면 새삼 고마워지기도 하고. 가끔 똑같은 사안을 두고 패를 갈라 대척하는 모습을 보면 애들이나 어른이나 별 거 없구나 싶다가도 서로서로 기대고 포개어져서 좋은 일, 힘든 일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뒤에 남은 형제들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애틋한 느낌도 든다. 어른들 흔히 하시는 말씀으로, 동기간이 힘들면 다 같이 힘들어진다고 하시는데 나도 하나 뿐인 오빠의 짐이 되거나 골칫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인생 참 책임감 있게 꾸려가야겠단 비장한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능수능란하게 뭘 잘 못하는 편이라서 평소에 가족들로부터 구박도 많이 듣는 편인데다 남들 다하는 흔해 터진 연애 하나를 제대로 못한다고 종종 타박도 듣지만, 이모들도 각자 생긴대로 열심히 사시다보니 지금은 나름 다들 자리잡고 잘 사시지 않느냐 말이다. 굳이 힘들게 살 생각도 없지만, 굳이 내 본성을 어그러뜨리면서까지 남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살고 싶지도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나저나... 어쩌면 이런 자의식을 가장한 똥고집 또한 엄마와 이모들의 그것인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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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2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혈족으로 뭉쳐진 원더시스터즈가 깐따삐야님 대에서는 아무래도 핵가족제도 탓인지 볼륨감이 없어보이는군요. 어느집이나 다 그렇죠 제 외가쪽도 벌써 미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이민가신 외삼촌, 내일모래 하시는 이모, 거기다가 사변나고 미쳐 피난 못온 작은이모까지..하지만 지금은 저도 깐따삐야님과 마찬가지고 단 둘뿐이랍죠.^^

(무수리 아닙니다. 상궁으로 승격되셨습니다.)

깐따삐야 2007-12-23 22:10   좋아요 0 | URL
단촐한 게 좋은 점도 있지만 복작대는 이모들 보니깐 부럽더라구요. 오빠는 있으니깐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머 어차피 혼자 가는 인생이지만.-_-
(이래 힘드나, 저래 힘드나 도찐개찐입니다요.)

순오기 2007-12-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 어머니한테 자매를 기대할 순 없으니까 깐따님이 엄마되시면 반드시, 기필코 자매는 낳으셔야 한다는 사명을 완수하세요~ 바로 저, 순오기처럼요! 우하하하~~~ 내가 제일 잘 한 일은 우리 애들한테 자매를 만들어주었다는 거! ^^
이모님들이 우리 이모들이랑 비슷하네요. 우리 엄마는 맏딸이시라, 외할머니 돌아가시니까 이모들이 친정엄마처럼 받들어주더군요. 깐따님 외가도 보기 좋아요!!!

깐따삐야 2007-12-24 08:25   좋아요 0 | URL
그게 제 맘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순오기님 따님들은 참 좋으시겠당.^^
맏딸은 정말 어머니 대신인 것 같아요. 저희 큰 이모를 봐도 그렇더라구요. 그만큼 책임감도 무거워 보이지만요.


웽스북스 2007-12-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자형제가 없어서, 언니고 여동생이고 부러워요. 어린 시절엔 오빠있는 애들이 그렇게 부럽더니, 크고나니 여자형제들이 부럽더라고요. 남동생 부러워하는 사람은 그러고보니 내가 본 적이 없네 그냥 ㅋㅋ

깐따삐야 2007-12-24 08:2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여형제가 없군요. 이젠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는 걸 허락하겠어요.ㅋㅋㅋㅋ
남동생 귀엽지 않아요? 주변에 보니깐 오빠처럼 누나를 챙겨줄 때도 있구 아주 귀여워 죽겠던데.^^

레와 2007-12-2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빠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깐따삐야님, 메리 크리스마스~*

깐따삐야 2007-12-24 14:07   좋아요 0 | URL
오빠 있음 든든하긴 하죠. 요래조래 부려먹을 땐 귀찮기도 하지만.
레와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태그 우수상은 우수한 댓글 덕분이라는 야클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 제가 쓴 글보단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더욱 재밌고 즐거웠던 이벤트였습니다. 그런데 벌써 마지막이라네요. 글을 쓰는 동안 저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다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기에 참 고맙고도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말이지요. 태그 주제 없는 나날들을 상상하려니 갑자기 쓸쓸함이 밀려옵니다.

 요러한 서운함은 잠시 뒤로 하고! 자그마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제 맘대로 시상식을 준비했습니다. 백퍼센트 주관적인 평가라는 점, 이백퍼센트 즉흥성을 띤다는 점을 감안하여 비록 의아하거나, 설마 섭섭한 점 눈에 밟히시더라도 널리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상식이라는 건 대개 어느만치 편파적이기 마련이잖아요. :)  


☆ 역마살상 - 메피스토펠레스님  

하루 다섯 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 이외에는 항상 알라딘을 주시하고 계신 분이죠. 메피님 댓글이 달리지 않은 페이퍼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실시간으로 발빠르게 움직이는 구동력으로 알라딘오너설, 서재지기설, 문자전송설, 유체일탈설, 분신설, 총각설 등 별별 풍문이 오가고 있는 바. 새해에도 변치 않는 마이 퍼스트로서 올해에 버금가는 부지런한 활동 부탁드립니다아.^^

☆ 산전수전상 - 아프락사스님

올 한해 많은 토론에 참여하시면서 알라딘의 메인 논객으로서 열심히 활동하셨죠. 차가운 지성과 따듯한 열정을 겸비하신 분으로 아프님 없는 알라딘은 별사탕 빠진 동물원이요, 새알심 없는 팥죽이라는.(고작 먹는 거에 비유하는 한계를 이해해주심이) 내/외면의 미모를 두루 갖춘 훈남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요즘 같은 세태에 참으로 보기드문, 소중한 훈남이세요.

☆☆ 세일러문상 - 웬디양님

명랑만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올 것처럼 위트 넘치고 재기발랄한 우리의 웬디양님. 저는 종종 이런 환청에 시달립니다. "사랑과 정의의 힘으로 이명박을 용서하지 않겠다!" (용서 못하면 머? 네. 이렇게 된 마당에 할말은 없습니다만.-_-) 저와는 동갑내기 아가씨로 그녀의 페이퍼를 조금만 훑어보면 알 수 있듯 매우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이에요. 거기에 인간미 넘치는 유머본능까지 갖추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죠. 08년도 무자년. 무쟈게 촉망받는 알라딘의 기대주입니다. 

☆ 레간자상 - 로쟈님

엄청나게 읽으시고 엄청나게 올리시는 자타공인 막강 알라디너시죠. 제 쪼매난 소망 중의 하나는 로쟈님의 오프라인 서재에 구경가는 것인데요. 놀러가고시포요- 라고 하면 여긴 롯데월드가 아닌데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댓글을 남기실 분 같아요. 털썩~ 이렇게 공짜로 흡수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좋은 글들을 빠른 속도로, 부지런히 올려주고 계신 알라딘 쵝오의 지성인. 소리 없이 강하신 로쟈님 되시겠사와요. (상 받으로 오시지도 않겠지만요. 훙!)

☆ 아름다운서재폐인상 - 순오기님

자칭타칭 내노라 하는 서재폐인이시죠. 가족 구성원 5인 모두가 A형이라는 순오기님은 이웃집에 대출을 불사할 정도로 수많은 장서를 소유하신 이 시대 쵝오의 책벌레이자, 메피님에 버금 가는 레이더망을 자랑하는 진정한 서재폐인이십니다. 순~ 오기로 버티시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지적인 어머니이자 부지런한 알라디너시죠. 순오기님을 뵈면 제가 나중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어도 이만치 열심히 읽고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존경심이 물밀듯 밀려오곤 합니다. 순오기님을 본받아 주부가 되더라도 쉬임 없이 읽고 쓸게요!

 
☆ 책벌레상 - 물만두님

어쩌면 알라디너로서 가장 알라디너스러운 상이 아닐까 싶어요. 이미 눈으로 확인하셨다시피 알라딘 연말결산, 쵝오의 독서가셨죠. 하루에도 백만스물두번 이상, 감정의 파고를 겪고 사는 저와는 달리 無를 사랑하는 특유의 초연함으로 오늘도 열심히 독서 중이신 우리의 물만두님. 비록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물만두님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알라디너 분들 중 하나에요. (사는 일이 피로하고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하신 분들은 물만두님의 백문백답을 추천해 드립니다.)

☆ 터줏대감상 - 마태우스님

올해는 많이 바쁘셨는지 활발하게 활동하진 않으셨지만, 페이퍼만 떴다 하면 실시간으로 좌르르 달리는 댓글들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알라딘의 영원한 터줏대감이시죠. 냉철함과 순수함, 예의와 일탈을 양면에 겸비하신, 참으로 매력적인 분이세요. 비록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시지만 미녀들 역시 마태님에겐 사족을 못 쓴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년엔 더 자주 뵐 수 있음 좋겠네요!

☆ 로맨틱멘토상 - 부리님

아마 페이퍼를 읽으신 분들은 알고 계실 거에요. 실연의 아픔으로 제대로 강의를 수강할 수 없었던 여학생을 배려해주신 로맨틱 멘토, 부리님. 물론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 여학생이 미녀일거란 상상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자손만대에 오래도록 회자될 배려 아닙니까. 학계에는 아무쪼록 우리 부리님 같으신 교수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별과 미모에 상관없이 사랑의 아픔을 이해해 주시다면 더욱 멋진 부리님 되시겠사와요.^^

☆ 염장대왕상 - 야클님 & 가시장미님

다들 눈치채셨죠? 박빙이라서 공동수상자로 올립니다. 새신랑이 되신 야클님, J군과 대놓고 열애 중이신 가시장미님. 이 분들의 페이퍼 때문에 불면증, 수전증, 니코틴 중독, 잠수 타기 등등... 쓸쓸히 고통받고 계신 분들 많을 줄로 압니다. 그래도 말이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본다는 것은 참 감질나고도 행복한 일 아닌가요. 저는 이젠 아예 말라비틀어져가는 연애호르몬을 사사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이분들의 서재를 방문합니다. 새록새록,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랑의 향기로 아주 진동을 하더만요. 새해에도 아름다운 두 커플의 사랑이 더더욱 깊어지길 바라구요. 염장무늬 페이퍼 많이많이 올려주시길 부탁드려요. :)

☆ 엽기블러드상 - 엘신님

저와 같은 동족이라 잽싸게 하나 챙겨드렸습니다. 행님! 최근에 와서 자주 들락거리게 된 서재인데요. 페이퍼에 자주 올리시는 고양이마냥 아주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분이시더라구요.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칭하며 지구인들을 희롱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뛰어난 기량의 4차원의 사고체계를 자랑하고 계시죠. 08년도에는 알라딘 기네스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가족 이기주의의 저력을 보여주자구요!

☆ 아기자기서재상 - 혜경님

참으로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서재를 꾸려가는 분이십니다. 글과 사진, 댓글, 모두 그렇게 참하실 수가 없다는. 제가 지향하는 서재상이자 추구하는 여성상인데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도전하는 기분이라죠. 혜경님의 대문에는 이런 문구가 있는데요. 함부로 인용하자면, "나는 어떤 특별하고 특이한 것을 좇지 않는다.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아름다운 이미지란 가슴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하학이다." - Willy Ronis - 혜경 (참으로 참하시지 않습니까?)

☆ 베스트드레서상 - nabi님

일단 서재에 가보시면 압니다. 아이들이 아픈 와중에도 섹시한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이미지를 걸어주시는 그 화려한 쎈쓰!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일상의 틈과 여백을 그림으로 담아낸 후, 아름다운 싯구로 다시 그 틈과 여백을 채워가는 알라딘의 소중한 예술가이시죠. 새해에도 nabi님의 그림과 글, 음악을 꾸준히 보고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하루빨리 쾌유하길 바라구요.

☆ 센티멘탈상 - 레와님&다락방님

이분들은 내노라 하는 감동의 귀재들입니다. 아아-로 시작되는 댓글들을 읽다보면 왜 똑같은 페이퍼를 읽고도 나는 왜 이분들처럼 감동할 수 없는가, 스스로의 사막스러운 감성을 통탄하게 된다는. 정서가 매우 부드럽고 다정하신 분들 같아요. 새해에도 아무쪼록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 :)

☆ 아마도칠공주상 - 치니님

치니님 리뷰를 읽다보면 저라면 장장 스무페이지에 걸쳐 쓸 내용을 이토록 쉽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거로구나 싶어져요. 사람과 사물을 단번에 직시하고 꿰뚫는 통찰력이 있달까요. 그건 그렇고, 저는 왠지 치니님이 칠공주의 대빵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요. 대체 왜 그런거죠.-_-

☆ 아임쏘리상 - BRINY님

저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계시는데 저만 이렇게 놀구 앉았습니다. 가끔 BRINY님이 댓글 남겨주시면 전 속으로 뜨끔, 하곤 한답니다. 이렇게 샤방샤방한 세월도 한철이겠죠. 한 해만 더 봐주세욤. 눼에?

☆ 짝퉁카뮈상- Hansa님

카뮈를 좋아하는 제 취향이 마이 반영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대체 진료는 언제 하시는 건지. 우리는 한사님의 점잖으신 이미지와 하하-라는 댓글 앞에서 가만히 숨을 죽이게 됩니다. (버르장머리 없다고 화내실라-_-)

☆ 잔다르크상 - 와키자카야스하루님

잔말 필요 없이, 이 분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택시만 태워드리면 되는 겁니까?!

☆ 밉지않은공주상 - 미미달님

왜 미미달이게에-요. 미미 인형을 닮아 미미달이라네요. 너무 솔직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본색은 로또홀릭이라는.^^ 그녀의 페이퍼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의 학부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그 안에 담긴 일상과 고민들이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새해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 태그홀릭상 - 깐따삐야 (지가 주고 지가 받고- 좋댄다)

얼떨결에 태그 4관왕을 차지한 후 생각했습니다. 저만큼 한가한 사람은 없었던 거라고.-_- 장기간의 레폿질이 끝난 후 한 차례 공황장애로 시달리다가 태그질을 하면서 가까스로 극복했는데 이제 이벤트가 끝나면 저는 뭘 하면 좋을까요. 흑흑-

 

  뒤늦게 발동 걸린 서재질로 알라딘과 보다 친밀해진 듯한 기분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제가 얼마나 이런 일을 좋아하는가도 새롭게 깨달았구요.

 써놓고보니 어떤 면에서는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지만 연말연시의 훈훈함을 빌어 이해 부탁드릴게요. 상품은 따로 없구요. 필요하시면 저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아무쪼록 악플은 사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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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12-2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수상자에 제 이름이 있어서 한번 놀라고, 잘못 읽으면 가시장미랑 저랑 커플인줄 알까봐 또 한번 놀라고. -_-+

마늘빵 2007-12-21 16:41   좋아요 0 | URL
축하해요 (뭘? 두 분이 커플인걸?)

깐따삐야 2007-12-21 18:56   좋아요 0 | URL
놀라시긴! 깨소금 볶는 냄새가 예까지 흘러들어와 야클님을 수상자 명단에 안 넣어드릴수가 없었어요. 자-알 읽으시면 됩니다.^^

마늘빵 2007-12-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마지막 태그상도 줄 수밖에 없는 뻬빠잖아. 이유는? 나한테 상줬으니까.
근데 오지랖 상이 아닌게 다행... 휴우.

웽스북스 2007-12-21 17:04   좋아요 0 | URL
우리 깐따삐야님의 5관왕을 위해 추천도하고 댓글도 마구마구 달아보아요 ^^

깐따삐야 2007-12-21 18:58   좋아요 0 | URL
아프님- 또또 오버하신다. 오지랖상은 어감이 어째 좀 그래서요. 어차피 도찐개찐이지만. 흐흐.

웬디양님- 역시 자갸밖에 없엉!

웽스북스 2007-12-2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봐이봐이봐요 내가 세컨드인데 왜 아프님 아래 있는 거에요?
나 언제 써드로 가라앉은 거에요?
(별데 다 의미부여하고 ㅋㅋ)

깐따삐야 2007-12-21 19:00   좋아요 0 | URL
알쏘.-_- 닉넴 앞에다가 별표 두 개 붙여줄게욤. 그럼 돼얐지?

웽스북스 2007-12-21 22:33   좋아요 0 | URL
우와~ 진짜 별 두개다~ 헤벌쭉
* 아 놔, 왜 진짜 좋지? ㅋ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1 23:14   좋아요 0 | URL
흐음. 아무래도 내가 알라디너 여럿 망치고 있단 자괴감이 드는 건 몰까.-_-

마늘빵 2007-12-22 10:11   좋아요 0 | URL
나두나두 별 두개(요런다고 별 두개 안줄거 다 알아욧)

깐따삐야 2007-12-22 10:29   좋아요 0 | URL
아프님- 알면서 왜 그랬대요오? ㅋㅋ

비로그인 2007-12-2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핫, 4차원의 세계라. 그래서 3차원의 세계에선 적응을 못하고 있죠 ㅡ.,ㅡ
그나저나, 이쁜 내 동상!! 수고하셨소~ ^^ (나는 이런거 엄두 못내..ㅋㅋ)
08년에도 우리 가족의 저력을 발휘해 봅시다~ 캬앙-!! (다 물럿거라~)

깐따삐야 2007-12-21 19:02   좋아요 0 | URL
3차원 애들은 우리가 왕따시켜 버림 되지 모.
"이쁜"에 모두들 주목했음 좋겠다. 흐흐.
형님만 믿을게욤. 빠샷!

Mephistopheles 2007-12-2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 댓글이 달리지 않는 페이퍼는 의외로 많습니다. 가는 곳만 가는 묘한 습성때문에.^^그리고 정말 다행입니다. 도화살이였음 큰일이잖아요. 차라리 역마살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1 19:06   좋아요 0 | URL
당연히 장기간 잠수 타는 분들 서재엔 안 가시겠죠.ㅋㅋㅋ
도화살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해요. 마이 퍼스트이신데. 아무렴. 자신감 불어넣어드렸으니 새해엔 사진 공개 하셔야 합니당.^^

Mephistopheles 2007-12-22 00:19   좋아요 0 | URL
오호호호 제 컨셉은 신기주의인지라...=3=3=3=3=3

깐따삐야 2007-12-22 00:37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엔 메피님을 사진으로 뵙고 나면 어쩐지 더 신기할 것도 같은데욤.ㅋㅋㅋㅋ

순오기 2007-12-2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기발한, 참신한, 창의성 넘치는 깐따님 글에 매번 감동하면서 우리 애들에게 중계방송한답니다. 오호~ 깐따님은 5관왕을 넘어 태그의 제왕이십니다!!
'순오기'란 이름 한 자리 올려주심에 황송해 마구 마구 감동받는 자칭타칭 서재폐인 ^^
쬐끔 미화된 거 같아 부끄럽사와용~~~~~~ 하지만, 저렇게 살기 위해 계속 노력할랍니다! 두 주먹 불끈**

깐따삐야 2007-12-21 23:01   좋아요 0 | URL
"얘들아, 일루와봐. 살다보니 이런 요상한 선생도 다 있구나." 설마 이러시는 건 아니겠죠? ㅋㅋ
순오기님처럼 아이들 앞에서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엄마가 되고싶은 자그마한 소망이 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집부터 보내주심이-_-)



순오기 2007-12-22 00:01   좋아요 0 | URL
"애들아, 알리딘에서 진짜 멋쟁이 선생님 발견했다~~" 이러거든요 ^^

햐~~~~~ 훈남동생 없는 게 천추의 한이로다! ㅠㅠ

깐따삐야 2007-12-22 00:06   좋아요 0 | URL
우움. 솔직히 멋은 없구요. 그냥 가아끔 좀 웃기긴 한 것 같아요.^^
그래도 구석구석 자-알 찾아보시고 연락 주시길. 머 꼭 반드시 훈남일 필요는 없어요. 좀 덜 훈남이어도 괘안습니다. 괘안고말구요.(어쩌다 이리 됐누)

순오기 2007-12-22 00: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구석 구석 찾았으면 내 친구 먼저 보내야돼욧 ㅎㅎ
내일 모레 지천명이거든요! ^^

깐따삐야 2007-12-22 00:22   좋아요 0 | URL
허걱! 걍 구석에 찌그러져 있겠습니다.-_-

부리 2007-12-2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맨틱멘토상이라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마태가 받은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상이네요 호호홋 새해에는 더 열심히! 아자아자!

깐따삐야 2007-12-21 23:04   좋아요 0 | URL
한 해 동안 읽었던 가장 감동적인 페이퍼 중의 하나였답니다. 새해에도 학생들의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부리교수님 되시길 바랄게요. 제가 바라지 않아도 이미 좋은 교수님이시지만요.^^

물만두 2007-12-2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문의 영광입니다^^
올해 최고의 상이라 생각되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아직도 무가 마이 남았으니 가져다 깍두기라도 담가드시와요~

깐따삐야 2007-12-21 23:08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을 알게 된 제가 영광이죠.^^ 저도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여기서 물만두님을 알게 된 후론 깨갱~하고 말았답니다. 물만두님을 본받아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읽어볼게요.
저도 메리 크리스마스! (근데 전 깍두기보단 "총각"김치가 더 좋아욤. 흐흐)

프레이야 2007-12-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깐따삐야님 저도 가문의 영광이에요.
올해 제가 받은 선물 중 제일 기억에 남을 듯해요.
아기자기 우리자기 이러면서 '참하게' 살게요.
가끔은 그런 모습을 벗어나고 싶은데 그것도 천성인가 봐요.
근데 저 가끔 뚜껑 열리면 안 참해요, 우히힛~~
저 이 페이퍼 뽈찜해두고 가요~~

깐따삐야 2007-12-21 23:12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서 놀다가 님의 서재를 방문하면 참말로 참하고 호젓한 것이, 자고로 서재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저도 가끔 이런 모습을 벗어나서 혜경님마냥 참하디 참하고픈데 천성은 잘 안 바뀌나 봐요.
저는 항상 열려 있는 뚜껑이라서 누가 좀 닫아줬음 하네요.ㅋㅋ
(참! 뽈찜이라는 음식도 있죠? 또또 배고플 시간 됐다.)

다락방 2007-12-2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제가 여기에서 이런 상을 받고 있었군요. 후훗.
저 상받는거 되게 좋아해요. 부끄럽지만, 되게 잘 받을수 있어요. 하하 :)

감사드려요.
늦은밤, 야근에 지친몸을 이끌고 들어왔는데 웃게 해주셔서. :)

깐따삐야 2007-12-22 00:25   좋아요 0 | URL
상품은 필요 없으신가요? 저 드릴 수 있는데.ㅋㅋ
그리고,
사진으로 뵙기엔 하나도 안 지쳐 보이십니다. 편히 주무세욤. :)

시비돌이 2007-12-2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웬디양님만 별이 두개인 이유는 멀까요?

Mephistopheles 2007-12-22 02:32   좋아요 0 | URL
혹시..전과 2범.? =3=3=3=3=3

깐따삐야 2007-12-22 09:15   좋아요 0 | URL
시비돌이님- 실은 제 세컨드입니다.-_- (댓글이 더 재밌으니 함 읽어보시길^^)

메피님- 그르지 마요. 투기 조장이나 하구 다니구 말이죠. 퍼스트라고 거만스러우시긴!

레와 2007-12-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름다운 아침이예요~!! 감사합니다.!

깐따삐야 2007-12-22 09:13   좋아요 0 | URL
우리 퀸오브감동 레와님- 주말 잘 보내세요!

로쟈 2007-12-2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상식은 벌써 끝났나요? 어디로 가야?..

깐따삐야 2007-12-23 21:08   좋아요 0 | URL
어머낫! 로쟈님. 반갑습니다. 요즘 연말시상식 찾아다니시느라 바쁘시겠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아. :)

치니 2007-12-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핫, 제가 상을 타다니! 그것도 무려 칠공주상!
깐따삐야님 말씀대로, 저도 대체 왜 제가 칠공주 대빵 같은지 모르겠어요.
알아내면 꼭 알려주세요, 진짜 칠공주 대빵 같은 거 해보고 싶어져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3 21:09   좋아요 0 | URL
후움? 걍 솔직히 고백하시죠.-_-

미미달 2007-12-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이가 없으셨군요. ㅋㅋㅋㅋ
퍼가고싶은데 어케 퍼가는건지 ... ㅋㅋ

깐따삐야 2007-12-23 21:10   좋아요 0 | URL
귀여운 미미달님. 없던 어이는 다시 찾아왔어요.ㅋㅋ
잘 퍼갔나 몰겠네.

- 2007-12-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언니 안녕! 이거 웃기다...
상 뽑힌 사람들한테 수상소감 들어야 되는 거 아니야?

깐따삐야 2007-12-23 21:13   좋아요 0 | URL
무진장으로 반갑다만... 얘는!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감사하려고 한 거란 말이얌.
그리구 소감은 무슨. 짱돌방어시스템 가동 중이라고 너무 막 나가면 안돼.-_-
 

  짧기만 했던 10분간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단잠을 방해하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면, 고개도 못 든 채 서랍 속에서 다음 교시의 교과서를 꺼내며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내가 얼른 여길 뜨던지 해야지... 원..." 까칠한 불만투성이의 여학생이었던 내게 학교란 기필코 떠야 할 곳이었고, 언젠간 지루한 학교를 뜨기 위해 힘내서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의 팔자라는 것이 또 아이러니하여 이제는 오나가나 학교와 학교종을 떠나 살 수 없게끔 되어버렸다. 베토벤이 사랑하는 테레제를 위해 지은 이 아름다운 곡이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종이라는 고루한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골은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 내가 살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중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학교 종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터울이 많이 져서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오빠는 벌써 중학생이었는데 학교가 파하고 일찍 집에 돌아온 나는, 중학교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오빠가 돌아올 시간을 헤아리곤 했다. 물론 오빠가 집에 온다고 해서 내가 덜 심심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던 일을 멈추고 부지런히 손발을 놀려야 했기 때문에 숙제가 많은 날엔 오빠가 좀 늦게 왔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으니까. 귀가하는 오빠의 행보에 관해서는 당시에 키우고 있었던 '해피'라는 발바리가 가장 먼저 알아채곤 했다. 해피는 하루 종일 언덕배기에서 귀를 쫑긋 세운 채 앞발을 모으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한질주를 하며 신작로 쪽으로 달려가곤 했다. 멀리서 오빠의 장난스런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해피가 요란법석을 떨며 환영하는 몸짓이 언덕을 울려대면, 나는 슬리퍼를 끌고 나가 오라버님, 오셨쎄여? 까지는 아니더라도 있는 성의, 없는 성의를 다하여 오라버니를 맞이했다. 일단 자전거 뒤에 묶인 참고서부터 풀어드리고, 무거운 가방 쯤은 반짝반짝 방으로 들어다 드리고, 손잡이에 매달린 도시락을 꺼내서 설거지통에 넣는 등, 그 정도야 네추럴 본 무수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일 터. 단촐한 네 식구에 형제라곤 오빠 뿐이었던 나는 나날이 반복되는 육체적 피로(?)에도 불구하고 오빠를 위해 이것저것 해줌으로써 나름 기쁨과 보람을 찾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점점 머리가 커지면서 내가 얼마나 모순덩어리인지 뒤늦게 깨닫긴 했지만 어릴 적에 주입되거나 세뇌된 것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어릴 적부터 들어온 '엘리제를 위하여'도 나의 본능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겠지만. 작년에 이사온 이 동네도 어찌된 우연인지 학교가 둘러싸고 있는지라 의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엘리제를 위하여를 듣지 않고 흘러가는 하루란 없다. 종소리에 맞춰 와와-하는 아이들의 북적거림이 들려오고 조금 후에 이어지는 종소리에 맞춰 주변엔 다시 정적이 감돈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는, 이 또한 직업병인가 싶다가도, 가끔 그 안의 일상들이 그립기도 하다. 잠시 학교를 떠나 온 지금, 미니홈피의 일촌평에 '보고싶음'이라는 말이 뜨면 '보고싶어요'라고 쓰지 않은 그 짖궃음을 헤아리며 웃음이 나는 동시에, 문득 아이들이 보고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엘리제가 커피 좀 한 잔 마시라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자리에 앉기만 하면 하염없이 쏟아지는 공문에 한숨 짓는 찰나, 아무 때고 벌컥벌컥 문 열어젖히며 "쌤~ 저희 체육복 갈아입어야 하니깐 5분만 늦게 들오삼~ 정 보고싶으심 갠적으로 연락하삼~" 요렇듯 느물거리는 녀석들이 소중한 5분을 잡아먹고, 머잖아 엘리제는 앙칼지고도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재차 울려퍼지는 것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깐선생, 커피홀릭인것 같어! 수업 들어가야지이! 나는 사실 클래식에 거의 문외한이다시피 한데 학교와의 질긴 인연 덕분에 엘리제를 위하여 만큼은 통달한 듯 싶다. 비록 앞부분만이긴 하지만.         

 다 자란 어른도, 그렇다고 코찔찔이 어린애도 아닌, 어정쩡한 연령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 사실은 무척 힘이 들었다. 축적되는 테트리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종종 감기에 걸렸고, 아침에 머리를 감을 때면 쑴풍쑴풍 빠져대는 머리카락 때문에 또 다시 테트리스가 쌓이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자질과 능력을 의심했고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남모르게 방황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새롭게 발견한 사실 하나는, 나란 인간은 그렇듯 힘들다고 징징대면서도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숨 쉴 구멍을 찾아내고 긴장의 물고를 터서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 혼자의 힘으로 통째로 갈아엎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외면했고, 욕심껏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어느만치 체념하고 들어갔기에 가능했던 바. 호흡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편하지 않은, 참으로 찝찝한 날들이었다.

 결국 낙서장 같던 머릿속을 말끔히 비우고 도망치다시피 찾아온 곳이 또 학교. 깐따삐야 네가 뛰어봤자 도우너고 튀어봤자 투니버스지. 다시 학생으로 돌아와 공부를 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고 이젠 졸업시험까지 신청하고 오는 길, 서른 살이 되는 해에 나는 다시 반인반수의 교사들과 아이들로 북적대는 학교로 돌아간다. 공부를 하게 됨으로써 지적인 충족감 면에서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부재'를 느낌으로써 그리움과 고마움을 새로이 깨달았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엘리제가 흘러나오면 사뭇 반가워지는 것도 일상에 스민 익숙함 때문일텐데, 새로움만을 좇느라 항상 거기 있어주는 소중한 일상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반성해 보아야겠다. 살가운 표현에 서투른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사실은 우리 오라버니를 좋아하고 아이들도 종종 보고싶다. 어쩌면 오늘의 태그, 엘리제를 빌미 삼아 수줍은 사랑고백을 하고 싶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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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7-12-2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빼빠를 학교 게시판과 오라버니 메일로..!!
익명으로 올려야겠지만, 과연 누군지 모를까..^^;

요즘 깐따비야님의 빼빠는
고리타분하고 삭막한 업무속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감사를..!


깐따삐야 2007-12-20 14:37   좋아요 0 | URL
저는 바로! 그런 일에 서툴답니다.-_-

갑자기 행복해지네요. 구정물이 되지 않게끔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드려요. 레와님도 힘내시구요.^^

물만두 2007-12-2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의미심장합니다^^

깐따삐야 2007-12-20 22:34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다행이네요. 물만두님의 백문백답에 비하면야 너무 얄팍하죠.^^

미미달 2007-12-2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가인 줄 알았어요. 엘리제를 위하여, 응원가 있는데 ㅋ

깐따삐야 2007-12-20 22:36   좋아요 0 | URL
아, 미미달님 그 학교에 다니시는군요? 그만큼 멜로디가 친숙하기에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거겠죠.^^

Mephistopheles 2007-12-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종으로 쓰였던 그 클래식이 요즘은 잘 안들리지만 자동차 후진할 때 혹은 정화조차 등장할때도 울려퍼지곤 합니다..^^

깐따삐야 2007-12-20 22:39   좋아요 0 | URL
정화조차에서 꽈당~ 넘어갑니다.ㅋㅋㅋ
이거야 원. 내 인생의 OST라기엔 넘흐 흔한걸요.-_-

웽스북스 2007-12-2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토벤 연주회 들으러 가서 잠깐 했었어요 그런 생각
엘리제를 위하여,는 비운의 곡일까 행운의 곡일까
근데 오늘 결론이 났네요
깐따삐야님의 오에스티라니 행운이네 행운!

깐따삐야 2007-12-21 01:19   좋아요 0 | URL
베토벤 연주회라니. 부럽소! 나 '비창'도 좋아하는데.
댓글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엘리제를 위하여'는 가장 대중화된 클래식곡이 아닐까 싶네요. 베토벤 자신은 비운의 작곡가였지만 '운명'을 비롯, 행운의 곡들을 참 많이도 썼다는.^^

순오기 2007-12-2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애들 피아노 배울때 지겨우리만치 두둘겨 대는 엘리제 ^^
근데 이게 무슨 영화에서도 분위기 있게 나왔는데, 뭐였더라~~~~~~~ ?
깐따삐야 선생님의 엘리제는 테트리스와 함께 감동이었어요!

깐따삐야 2007-12-21 01:24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ㅋㅋ 생각해보니 초인종 소리도 있어요!
'불멸의 연인'인가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다양한 영화 속에서 많이 나왔을 거에요.
테트리스는 언어유희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선 + 작별 세트 - 전2권 - 정이현 산문집
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정이현이 처음 문단에 나와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한창 주목을 받을 때조차 잘은 쓰는데, 믿음직하게 오래 쓸 수 있는 작가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굳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다. 시대의 코드를 적확히 짚어내는 예리함, 그것을 도회적인 감성으로 풀어내는 발랄한 이야기꾼이라는 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눈엔 그저 타고난 재능이라고는 없이 글쓰기 훈련을 깔끔하게 마친, 그 또래의 고만고만한 젊은 작가들 중의 하나로만 보였다. '삼풍백화점'이나 '트렁크' 같은 소설을 보았을 땐 내가 뭘 착각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라는 느낌이 들 만큼 대단했던 반면에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고나서는 '달자의 봄'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가 훨씬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나마 작품들 간의 갭이 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녀의 작품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여차저차한 계기들로 정이현이 낸 책들을 모두 소장하게 되었고 이번에 나온 산문집의 문장들을 읽다가는 속으로 조금 놀라기까지 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또래 그녀들의 심리를 한눈에 간파한 다음 그것을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여간이 아니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맥을 짚어내는 단문에 강했으며, 욕심 부리지 않고 마침표를 찍을 줄 아는 깔끔함 역시 마음에 들었다. 마음산책에서 나오는 책들이 대개 그렇듯 책의 속내보다 책의 무드에 더 신경 쓴 폼이 여전히 탐탁찮긴 했지만, 소장할 가치까지는 없어도 한번 쯤 읽어보며 동시대 그녀들의 목소리를 작가가 어떻게 대변하고 있는지, 소설 쓰지 않는 시간에 무엇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리란 생각이 든다. 산문, 그것도 젊은 작가의 신변잡기다 보니 소설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고 사정없이 할랑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박스세트로 나온데다 정이현의 친필 사인까지 들어 있으니 혹 서른 살 즈음의 싱글이거나, 정이현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감했던 페이지 중에 몇몇 부분을 인용한다. 

  현대의 작가는 더 이상 '신'도 아니고 '천재'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작가는 단지 한 시대의 '보고자'일 뿐이다. 보고서를 쓰는 역할을 맡은 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들끓는 개성을 맘껏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관찰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기록하며 얼마나 충실하게 보고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작가가 단지 '직업'의 하나일 뿐이라는 근대 이후의 생각은, '작가'라는 이름에 휘장처럼 드리워져 있던 신비한 아우라를 거두어갔다. (작별, p.57)

 결국 발 디딘 땅에서 동시대의 주체들과 함께 소통하겠다는 그녀의 작가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저는 휘장을 펄럭이는 예술가가 아니라 두발로 열라 뛰는 리포터입니다.' 라는 고백처럼 들린다. 솔직하구나. 바로 그 점이 작가 정이현이 지닌 가능성이자 한계인 거겠지만. 세상은 속도전을 치루듯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작가 스스로 보고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으니, 쓸거리의 부재로 고민하는 일 없이 잘 말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데 공을 들이겠구나 싶은, 내 마음대로의 예감.

  혼자 남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전거들과 나란히 거리를 달리는 조제는, 더 이상 할머니의 낡은 유모차에 웅크리고 있거나 남자친구의 등에 업혀 칭얼거리는 예전의 조제가 아니다. 가장 무서우면서 동시에 가장 행복한 '호랑이의 순간'을 지나왔으므로 조제는 스스로의 밥상을 위해 '물고기'를 구울 수 있게 되었다. 바짝 구워져 접시에 담긴 물고기처럼 그 아이는 이제 담백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츠네오의 후일담은 나오지 않지만 그 쾌활하고 쿨한 소년 역시 시끄러운 길가 한구석에 주저앉아 터트린 울음을 통해 한 뼘 자랐을 거이다. 두고 온 것은 사랑이 아니라 청춘의 한 시절이다. 그들은 각각 그 시간을 통과해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었다. (풍선, p.21)

  어떤 지면에서 카버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사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방법을 가진 작가, 또한 그러한 방법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레이먼드 카버야말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바로 그 작가다. (작별, p.111)

 같은 영화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호감이 엄습해오는 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의 수수한 그 취향과 감성이 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이고 고독한 것, 스스로의 받아쓰기만을 용인하는 제스처, 어느 누구에게도 대신 받아쓰게 해서는 안 되는 것." 글쓰기와 사랑, 두 가지를 동시에 은유하는 표현을 읽으면서, 어쩌면 사적인 불행을 감내하면서까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랑과 글쓰기, 삶과 문학은 결국 별개가 아니라는 것. 그것을 통해 '나'에게조차 숨겨져 있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찾고 싶다는 열망. 가혹하고 철저한 만큼 아름다운 미혹이다. (작별, p.143)

 난 작가도 아닌데 위의 구절에 완벽하게 동의했다. 추레한 청승으로 추락하지 않고 달콤한 미혹으로 승화하는 고독이란! 쓰고, 사랑하고, 쓰는 것을 사랑하는 외로운 자들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와 위안도 드물 터. 체하지 않을 만큼의 깊이로 독자를 산뜻하게 매혹시킬 줄 아는, 정이현 그녀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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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1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후배가 밑줄 그어놓은 부분을 보면서 이 책 보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깐따삐야님 그어놓은 부분 보니 또 볼까, 싶기도 하고 ^^ '바로 그 점이 작가 정이현이 지닌 가능성이자 한계인 거겠지만-' 이거 완전 공감이에요 그래도 전 정이현 재밌게 읽는 펀이에요 ^^

깐따삐야 2007-12-21 01:30   좋아요 0 | URL
굳이 돈 주고 사서 소장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고 후배가 가까이 살면 함 빌려보세요. 쉽고 재미있게 읽혀요. 어디 여행 갈 때 들고 가서 가볍게 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고.
작가의 시선이 솔직함과 발칙함의 중간지대 즈음이라서 내 구미에도 어느만치 맞는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7-12-2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풍선과 작별 중 어느 쪽을 더 추천해주고 싶은가요? (선물 골라야 해서 ㅋ)

깐따삐야 2007-12-26 12:03   좋아요 0 | URL
선물로는 풍선이 더 나을 듯 싶은데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공감도 쉬울테고. 가격은 풍선이 작별보다 천원 더 비싼 대신 페이지수도 많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