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 - 동아시아사의 행방
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 삼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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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사는 현대사와 더불어 언제 어디서라도 화약고나 다름 없어 보인다.  현재의 정치적 혹은 여러 이유때문에 고대사를 새로이 발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역사 분쟁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단연 동북공정이다. 그에 따라 촉발된 논쟁은 고구려연구재단이 설립되어 대응을 모색되기도 했다.  그리고 국가 내의 차원에서는  스스로를 재야사학자라 칭하며,  메인스트림에 있는 학자들을 강단사학자, 매국사학을 잇는 자들로 정의하고, 고대 한반도 국가들의 위대하고 넓은 영토를 칭송한다.  이제 대한 대응으로 최근 <젊은역사학자모임>에서 이러한 욕망의 고대사를 바로잡고자 몇권의 저작을 내놓고 있다.  그냥 얼핏 보아도 이러한 모습은 고대사 인식을 둘러싼 ‘투쟁’이라 하는 것에 이의는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 제목의 강렬함에 이끌려 구입했다.  물론, 저자의 이름도 어느정도 들은 바가 있어 부담 없이 구입한 것이기도 하다.(저자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긴 하지만)

 책은 기본적으로 발표된 논문을. ‘사학사’에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것을 묶어 낸 것이며,  전작 <만들어진 고대>와 중복으로 게재된 것이 있다.  저자가 인용하는 이시모다 쇼가 사학사에 대해 논한 것을 보면 “학설사,연구사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사학사상,역사관,역사의식의 측면이 통일되고 나아가 역사 서술의 역사도 포함되었을때 비로소 사학사가 역사학의 일로 성립이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중요 역사학자들의 입장과 세계관을 살펴보는 논문이 두 편 실려 있는데, 하나가 마르크스사학자인 백남운이며,  하나는 그 유명한 식민사학자 쓰다 소키치다. 저자가 인용하는 쓰다 소키치를 글을 읽으면서 어지간히도 ‘서양’을 의식했다는 소감이 들었다.  그에 따라 중국과, 한국에 대한 멸시도 동시에 있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오늘날까지 존속하는 일본의 아시아관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질을 밝히려고 했다 하는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 일본제국주의의 메인스트림에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서양’을 강하게 의식하여 일본의 것을 강조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자신들의 선망하는 세계에 기어코 진입하고자 하였다.(脱亜入欧). 그런데 한국(한반도)에 대한 멸시관의 기원은 깊은 것 같다. 임진전쟁을 비롯하여 대한제국의 병합에 이르기 까지 진구황후의 삼한정벌 설화를 현창했다.  그리고 일본의 고대대외관계사를 설명하는데서도 기이하게 한반도를 부러 제외하고 견당사만을 강조하기도 한다.  굳이 한국에 대한 멸시적인 내용의 글을 적지 않더라도 일본 저자의 글을 보면 꼭. 괄호안에 한반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는 경우가 많다. 가라타니 고진도 이러한 경향을 언급한 기억이 난다(그런데 어떤 맥락에서 언급한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목차에서나 저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저서를 보면 짐작 할 수 있듯 국사만들기에 대한 해체작업물이 있다. 책의 1부가 그에 가장 해당되는 부분인데,  다른것보다 4장<<발해사를 둘러싼 민족과 국가>가 흥미로웠다.  발해의 지배층의 출식이 고구려임에는 중론이긴 하지만, 피지배층인 말갈족들이 대다수인 상태에서 귀속의 문제가 한층 복잡해진다. 이전에는 민족적인 입장에서 고구려사, 발해사 니것 내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거나 부동의하거나 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저자와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하여는 동양사학자인 김한규의 주장(대표적으로 <요동사>에 동의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본인의 역량 부족도 있겠지만,  이해가 안되거나 동의가 조금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발해사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상세히 다룬 교육을 받지도 못한 것도 있어서 발해가 가지는 재미난 사실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발해의 외국의 통교 과정에서 보이는 교섭의 형태를 제시하면서(건국초기 발해와 함께. 불열부, 월희부, 철리부, 흑수부 등 각 말갈족이 단독으로 당과 교섭을 하는 기록등) 발해가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것처럼 압도적 군사력을 배경으로 피지배 공동체를 지배/복속하는 관계와는 다른 타협적인 정치 편성을 이룬 것이라 하는데, 마치 더 이전의 삼한연맹체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저자는 4장의 끝에 “....발해의 오경이 발해의 대외 교통망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밝힌 가와카미 히로시의연구는 주목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발해의 국가 발전 및 말갈족의 통합은 발해에 포섭된 여러 말가족의 대외 교역 보증 여부에 있었다고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발해 국가 체제의 요체인 오경이 당/일본과의 교통을 중시한 제도의 일환이었다는 점이야말로 발해의 국가 성격 자체를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근데 이와 같은 이해가 어느정도 주류인 건지 궁금하다.  발해사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져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볼까 싶다. 

광개토태왕비에 대한 견해 또한 흥미롭고 동의가 가는 편이다.(제2부 5장과 6장). 주로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되는 부분이 신묘년 기사,  즉 광개토대왕의 무훈 관련이다.  저자는 비를 세워 누구에게 보여주고자 했는지는 당시의 상황을 보자고 했다.  저자는 만약 비가 묘비였다면, 일개장군도 아닌 왕의 묘 비의 무훈을 넣은 것도 의아하며(개인적으로는 이상할게 있나? 싶기는 하다. 시호인 국강상광개토경호태왕이. 땅을 넓힌 것에 강조를 주고 있기도 한데),  또 중국왕조의 전쟁에서도 이긴바가 있는데 그것은 빼놓고 한반도 내 국가와의 전쟁을 강조했는가.  그것은 뒤에 왕의 유언으로 본인이 공취하여 데려운 한족과 예족만을 데리고 묘를 관리하게 하라는 것 때문이었다. 왜 그것을 강조하려 했는가.  그것은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비 자체가 수묘인 제도를 공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누구일까. 그것은 비에서 보이는 것처럼 (“또 명령을 내리기를, 수묘인은 이제부터 다시는 서로 전매할 수 없다. 부유한 자라 하더라도 또한 제멋대로 매입할 수 없다. 누구든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형벌에 처한다. 매입하는 자는 제령으로써 묘를 지키게 하겠다”) 부유한 자로, 수묘인을 사는자다.  계루부를 비롯한 나머지 5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정리하자면,  광개토왕비는 수묘역체제라는 법령을 선포하고자 하는 매체이며,  비문의 대상 독자는  수묘인을 살수 있는 ‘부유한 자들’이다.  당시 왕을 내고 있는 계루부의 다른 부와는 다른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추모왕의 창업과정에 있었던 신이함을 보여주고,  말미에 수묘역체제를 공포하여 흔들림없이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왜’가 강력한 존재로 묘사가 된것은 광개토왕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하는 트릭스터로 보는데, 이에 따라 대상 독자에 대한 자기 세계 질서를 환기시켰다고 본다. 여기서 칼 슈미트를 인용하는데, “정치적 관계의 본질은 구체적인 대립과 서로 관련을 맺음으로써 유지되는데, 모든 인간 집단은 바로 적을 가졌기 때문에 비로소 자기편을 찾고 자기편을 찾는다”.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라면 역시 2부였다. 어서 다른 학자들의 견해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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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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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해도 뭐 거창할 것 없다. 솔직하자면,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때문에 읽었다. 역자가 평한대로 대가니, 거장의 소설이니 하며 추켜세울 만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 <로아나 여왕의....>는 도저히 읽지 못할 것 같아(지루함이 주요 원인이다) 결국 덮어 버렸고, <프라하의 묘지>는 아직이다.

 

<제0호>는 내가 읽은 에코의 소설 중에서 제일 재미가 없다. 책소개에서 언급된 그럴싸한 미스터리도 없다. 그냥 저널리스트의 세계를 다룬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뉴스가 뉴스를 덮기 위해 생긴 것 같다는 말처럼, 어떤 주장의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하여 주장하는 이의 신뢰도를 깎는 방식으로 사건의 초점을 돌려버리는 것들 말이다. 이탈리아나 대한민국이나 뭐가 크게 다른가.

 

그러한 의도에 넘어지지 않으려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사람들 인식의 맹점을 노리는 날카로운 악마의 낫을 피하기는 힘들다.

 

재미있게도 이 책의 리뷰에서 그런 맹점을 건드리는 글을 보았다.

 

이 책의 번역본이 불어 중역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댓글에 다른 알라디너가 중역본이 아니라고 하자, 그래도 불문과니 베이스는 불어가 아니겠냐는 내용의 대댓글을 달았다. 여기서 이 글을 쓴 사람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적은 글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림짐작으로 쓴 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들어 갈 것 같았다. 책의 판권지를 다시 들추어보고, 검색을 해보고... 마지막에는 출판사에 직접 문의를 넣어 볼까 하다가 ‘아이, 귀찮게, 말어.’하고 그만두었다. 모든 사람이 정보를 낼 수가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때, 아님 말고 식의 글에 대하여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런 탓에 약간의 사실에 거짓을 섞으면 혹하고 빠져 들어간다. 사람들은 귀찮아서 확인 안 해보니까. 나처럼.

 

우리 모두 눈 밝은 자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알고 있기로 역자는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을 번역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것으로 안다.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역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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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움베르트 에코 할아버지의 <제0호>를 읽고 있다. 막바지라 벌써 다음에 뭘 읽을까 하고 있다. 

그나저나 에코 할아버지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때문에 계속 읽는것 같다.  재미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묘한 상황에서도 잘 읽게 되는 뭐 그런 이상한 경우랄까.  그런데 그것도 마지막이다.  <바우돌리노>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0호의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로 쓴 작품이 <바우돌리노>라고. 

<제0호>는 소설적 재미는 크게 없지만,  언론에서 꼼수를 쓰는 것들이 나오니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어떤 주장에 대하여 방어를 하고자 할때, 그 주장의 내용의 신빙성을 따지기 보다는 그 주장을 발화 하는 발화자의 신뢰도를 떨어지게 하면 그만이니. 이런 수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으로 <프라하의 묘지>를 읽을까 했는데 그 정도 까지는 탄력을 받지는 않아서,  이성시 교수의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를 읽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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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탄력이 받았는지, 드라마를 이것저것 보고 있다. 고등학생 때 많이 봤는데. 근래 들어 그 정도는 보는 것 같다. 부서에서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저런 신경쓸게 많아져 일 외에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나 예능은 적극적인 해석 없이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알맞다.

 

요즘에 보고 있는 건 지성, 이세영 주연의 <의사요한>이라는 드라마다. 일본소설이 원작이라더니 일본냄새가 나긴 난다. 안락사를 다룬 드라마인데, 그냥 그렇다.

 

원작은 <신의손>으로 추리소설이다. 읽지는 않았고 소개를 대충 보니 안락사법 제정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 대립의 사이에는 의혹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내용이다.(+아마 특정 에피소드와 안락사 관련 내용만 빌려온 것 같다.) 읽어볼까 했는데 작가를 보니... 이전에 다른 작품을 그렇게 재미없게 읽은게 있어서. 아마 다 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의사요한>은 미스터리 요소가 주된게 아닌 의학드라마다. 드라마의 큰 주제로 안락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주제는 직접적이지는 않고, 다른 의학드라마와 비슷하게 특출난 주인공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그럼... 흔한 휴머니티를 감상할 수 있다. 거기다 더해서 교수와 수련의의 꽃피는 사랑이 더해진다. 안락사라는 주제는 희미해져 간다. 이대로 가도 그냥 괜찮겠는데, 뜬금없이 ‘케루빔’이라는 약물(드라마내에서 행복감에 도취되어 죽을수 있게 하는 약물)과 그 약물을 만들고, 안락사법 제정을 하려는 세력(???)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눈 깜짝하는 사이 사라져 버렸다. 좀 허무하다. 이럴려면 굳이 한회까지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생뚱맞고 긴장감도 없고...

 

그리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강미래’라는 역을 분한 배우가 처음에는 누군가 하다가 누가 이경규 딸이라고 하길래... 순간 그런 줄 았았다가 다시 찾아보니 배우 정민아씨였다.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출연작도 내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들. 어디서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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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1 -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편 유럽 도시 기행 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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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업정치인을 그만두고 쓴 책을 몇권 읽었는데 생각보다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덮고는 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

개인적으로 여행은 좋아하지 않아 집돌이로 지내는데, 특별히 세계의 도시가 궁금해서 읽었다기 보다는 여행자가 여러 다른 곳을 여행하며 얻은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란 단순한 지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내 인식의 지평을 넓어 줄 수 있는 저자의 사색쯤 되겠다.

개인적인 평으로는 그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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