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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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트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고 해도 뭐 거창할 것 없다. 솔직하자면, 에코의 소설은 <장미의 이름>때문에 읽었다. 역자가 평한대로 대가니, 거장의 소설이니 하며 추켜세울 만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 <로아나 여왕의....>는 도저히 읽지 못할 것 같아(지루함이 주요 원인이다) 결국 덮어 버렸고, <프라하의 묘지>는 아직이다.

 

<제0호>는 내가 읽은 에코의 소설 중에서 제일 재미가 없다. 책소개에서 언급된 그럴싸한 미스터리도 없다. 그냥 저널리스트의 세계를 다룬 것이 흥미로울 뿐이다.

 

뉴스가 뉴스를 덮기 위해 생긴 것 같다는 말처럼, 어떤 주장의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하여 주장하는 이의 신뢰도를 깎는 방식으로 사건의 초점을 돌려버리는 것들 말이다. 이탈리아나 대한민국이나 뭐가 크게 다른가.

 

그러한 의도에 넘어지지 않으려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사람들 인식의 맹점을 노리는 날카로운 악마의 낫을 피하기는 힘들다.

 

재미있게도 이 책의 리뷰에서 그런 맹점을 건드리는 글을 보았다.

 

이 책의 번역본이 불어 중역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댓글에 다른 알라디너가 중역본이 아니라고 하자, 그래도 불문과니 베이스는 불어가 아니겠냐는 내용의 대댓글을 달았다. 여기서 이 글을 쓴 사람이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 적은 글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림짐작으로 쓴 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들어 갈 것 같았다. 책의 판권지를 다시 들추어보고, 검색을 해보고... 마지막에는 출판사에 직접 문의를 넣어 볼까 하다가 ‘아이, 귀찮게, 말어.’하고 그만두었다. 모든 사람이 정보를 낼 수가 있고, 모든 사람이 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때, 아님 말고 식의 글에 대하여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런 탓에 약간의 사실에 거짓을 섞으면 혹하고 빠져 들어간다. 사람들은 귀찮아서 확인 안 해보니까. 나처럼.

 

우리 모두 눈 밝은 자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알고 있기로 역자는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을 번역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것으로 안다.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역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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