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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 전통시대 동아시아 2천년과 한반도
이삼성 지음 / 한길사 / 2009년 4월
평점 :
정말 압권이다. 감히 얕은 내가 평할 수 있는가 싶긴 하지만, 저자가 정말 성실히 공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권은 고대한반도의 시원에서부터 조선까지를 다루는데,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자면 그렇고, 주된 고찰의 대상은 전통시대의 동아시아의 중심축인 중화국가와 한반도, 그리고 북방, 일본과의 관계, 즉 중화질서를 살펴본다고 할 수 있다. 중화질서란 것은 공식적 위계질서인데, 내부적자율성은 보장되는 질서이다. 서양국가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질서이지만, 사실 관념적으로 동등한 주권을 가진 국가가 있을 수 있어도, 언제나 흥망성쇠가 있는 법이고, 그 사이에 광포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쪽이 더 안정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한반도에 들어선 국가는 위만조선-고구려와 같이 내륙아시아적 정체성을 가진 한반도 북장 국가를 제외하면 잠재적 중화권에 속하였고, 이후에 완벽하게 중화질서체계 안해서 평화를 구가 하였다. 다만, 중화제국이 흔들리고 이 중국과 한반도의 국가 사이에서 제3세력이 등장하였을때 언제나 한반도의 국가는 큰 참화를 맞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시대의 동아시아 질서에서 거리가 있는 현재의 질서에 존재하는 우리는 다소 낯설고 굴욕의 역사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름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질서가 아니였을까 싶다.
분량이 많기도 해서 읽으면서 스스로 산만해진 면도 있었다. 그래도 몇가지 인상깊은 것도 있었는데, 북벌론에 대한 저자의 평가가 인상깊었다. 고구려라는 고토에 대한 영토의 환상과 함께 그 영토에 있던 사람들에 관심을 배제된 상태에서 중화주의 자체를 목표로 삼아 화이론에 심취하여 그들의 타자화하여 얻어지는 결론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지금의 우리도 고구려의 영토에 대한 환상만을 가지고 있었지, 그곳에서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 다들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북벌론이라는 것이 그냥 어린애들의 소꿉장난으로만 치부하고 있었는데, 다른 면모를 생각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는 고려의 외교에 대해 대다수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해서 저자는 그렇게 평가하지는 않은 듯 했다. 그냥 전쟁 이후의 대처를 잘했다는 것인지 전쟁을 막는데 기여하지는 못한 탓이다. 그리고 거란의 침입이후로는 다소 성공적으로 외교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인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조선에 대한 평가는 엄혹하다. 당연하다. 저자도 오늘날의 한미동맹 자체가 대전제가 된 상황에 대하여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조선의 지식인들은 '재조지은'과 '대명의릐론'을 들어 멸망한 명에 대한 사대를 지속하였고, 청의 가짜중화이고, 자신들이야 말로 중화의 적자인 소중화라고 생각했다. 중화자체를 대전제로 생각하며 그 외의 존재들은 타자화 시켜버리고 무심했다. 그결과 임진-정유전쟁을 겪었고, 대멍사대자체를 제일 반정의 이유로 들고 나선 인조정권에 들어서는 그런 의식이 한층 심화되었고, 정묘-병자호란을 불렀다. 그 사이 민중을 참혹한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 하고 지배층은 명과의 의리, 중화에 대한 의리를 위해서라면 국가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대하 한미동맹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재고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뭐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에게는 제법 강고한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