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M의 성생활 - 개정판
카트린 밀레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가 간혹 작가나 등장인물이 다른 책을 이야기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호기심이 생긴다. <카트린 M의 성생활>도 그래서 샀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었을 거란 짐작만 할 뿐. 저자 카트린 밀레는 우리나라에도 광주 비엔날레 등의 강연을 위해 두 번 방문했고, 이 책 말고도 다른 저작 두 권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이의 직업은 작가, 미술비평가, 큐레이터, 현대미술과 설치미술을 다루는 잡지 “아트 프레스”의 설립자이자 편집인. 이 정도면 알라딘 MD 최성혜의 말마따나 “뭇남성들이 만만하게 씹어댈 수 있는 여성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써서 책으로 내도 말이지. 이왕 알라딘 MD의 말을 인용했으니 하나만 더 따보자.
  “결단코, 그녀는 타자와의 성경험을 이야기한 것이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접촉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얼핏 읽으면 밀레가 레즈비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텐데, 책 속의 카트린은 비록 여성을 애무해본 적은 있어도 확실히 이성애자다. 그러니 ‘타자’는 99% 이상 남성이라서, 남성과의 성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럼 뭐야? 성경험이지만 신체적 접촉은 아니라고? 가장 농밀한 신체적 접촉이 바로 섹스, 성 경험 아닌가? 소위 말하는 물·빨과 부르르한 집중력의 시간. 카트린의 주장에 의하면, 남자들은 “자기 정말 내 거 원하지? 대답해봐.” 또는 “날 불러줘. 어서, 날 불러줘.”라면서 흔히들 자기(이름)들과 자기들의 성기를 요구해달라고 주문하는 반면, 여자들은 “내 밑이 빠져버리게 해줘.”나 “다시! 아, 날 괴롭혀줘!”하는 식으로 자기들을 아프게 하거나 다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는, 오르가슴에 이르는 과정이 신체적 접촉이 아니라니, 거 참.

 

  그래, 그래. 뭘 말하고 싶은지 안다, 알아. 포르노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외설이라고 보지 말라는 뜻이잖아. 카트린 밀레 역시 위 문단에 쓴 것처럼 오르가슴에 달한 남자와 여자의 멘트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영화 또는 영상물을 본 결과가 아닐까 의심한다. 카트린 자신은 쾌감이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이런 영화나 외설, 포르노의 경험에 의한 연기나 이 비슷한 것이 재현될 자리가 없어지면서, 드디어 오르가슴에 도달했다하면, 골반을 놀리는 것은 물론이고 다리와 팔도 움직여 마치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듯 발뒤꿈치로 파트너의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반복적으로 때리기도 한단다. 아이고, 놀래라. 도대체 쾌감이 얼마나 크면 카트린이 가장 좋아하는 소위 남성상위 자세에서 발뒤꿈치로 상대방의 엉덩이를, 그것도 반복적으로 때릴 수 있을까? 아니, 아니. 어떻게 해서, 왜 난 평생 단 한 번도 엉덩이나 넓적다리를 발뒤꿈치로 걷어 채여본 적이 없는 건가, 자괴감이 든다. 그놈의 자괴감이.
  근데, 나만 그래? 당신이 남성이라면, 정말로 아내나 애인의 발뒤꿈치로 엉덩이나 넓적다리를 두드려 맞아 봤는지 묻고 싶다. 아이들이 어려서 함께 방을 쓰는 경우, 예전에는 집집마다 거의 다 그랬는데, 대개 엄마, 작은 애, 큰 애, 아빠의 순서로 잠을 자다가 애들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잠잠해지면 엄마나 아빠가 못 이기는 척 슬쩍 몸을 옮겨 서로를 만지다가 이윽고 관계하고, 기분이 삼삼해지는 듯하더니 한고비 올랐어도, 과연 엄마의 발뒤꿈치가 아빠의 엉덩이를 내리칠 수 있을까? 아이들 옆에서? 카트린이 이 책 301쪽에 썼듯이, 생각 외로, “오르가슴의 순간에 많은 남자들은 아주 차분한 표정을 보여준다.” 경험이 증명하는 내 생각에도 그렇다. 뭐 표정이야 어떻게 얼굴을 구기든지 그건 다음 문제로 하고 말이지. 제목 그대로 섹스는 정상인의 생활이다. 성‘생활’이라잖아.
  열여덟에 성생활을 시작한 카트린은 처녀이기를 그만두고 몇 주 후에 파르투즈, 즉 세 사람 이상이 함께 하는 섹스 파티에 참석해보고 빠른 속도로 ‘파르투즈의 거장’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처음 경험했던 파르투즈에 함께 했던 남자 셋과 여자 둘 모두가 임질에 걸려, 여성은 증상이 늦게 발현되는 관계로 파트너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앙드레가 사실을 재치있는 편지글로 써서 보냈고, 그걸 엄마가 읽었으며, 결국은 이미 열여덟 살이 됐기도 하고 했으니 이 김에 그냥 독립해버린다. 한 명의 여자가 같은 자리에서 몇 명의 남자와 교접을 할 수 있는가, 라고 하면 이 질문 자체를 매우 모멸적으로 받아들일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섹스와 남자의 수를 1부에서 먼저 밝히고자 했던 카틀린 M은, 한 번의 파르투즈에서 백 명에 가까운 콘돔 미착용 남성과 섹스를 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건 미친 짓 아닌가? 임신은 필을 복용해 예방했다고 쳐도,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비롯한 치명적 감염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지 싶다.
  하여튼 이런 무수한 경험을 거치고, 어느덧 나이도 중년에 이른 카트린은, 드디어 섹스 중에 방귀를 뀌는 경지에 도달한다. 이건 물론 서슴없이 방귀를 뀌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의 모든 성적 기교에 통달해 이를 능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 조금 전에 이야기했듯이, 섹스도 방귀와 마찬가지로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일 뿐이라서, 생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의 한 장면을 따 와 그것에 무수한 가필과 연출을 넣어 과장하는 일련의 지루한 일을 우리는 포르노라고 부른다. 카틀린 M은 자신이 겪어온 생활 자체를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에세이가 되고 한 시절의 문제작이 되고, 무수한 판매 부수 덕에 돈벼락을 맞을 수 있었겠지. 그렇겠지. 나도 인정한다. <카틀린 M의 성생활>은 포르노가 아니다. 심지어 외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포르노가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건 자극적인 거고, 드러운 건 드러운 거다. 보수 없이 콘돔 미착용 남자 수십 명의 정액을 한 몸에 받아들이는 일, 임신을 피하기 위해 배란기에는 생식기 대신 소화기를 사용하는 행위 등을 과장 섞인 감탄사를 쓰지 않고 “지성적이고 가차 없으며 비범하게 솔직한” 서술을 했기 때문에 멋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지성적이고 가차 없는 섹스의 묘사를 읽는 독자의 대뇌 역시 포르노를 읽을 때와 비슷하게 열심히 장면을 그리고 있음에야 말이지. 뭐라? 내가 속물이라서 그렇다고? 뭐 그럴 수도 있고.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가끔은 완전히 까발리지 않는 은밀한 즐거움이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라서.

 

  이 책을 썼을 때가 카트린의 나이 54세. 같은 나이의 남자가 썼으면 어떤 내용이었을까?
  젊어서는 하도 빨리 끝나는 거 같아서 그걸 좀 늦춰보려고 섹스 중에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외우거나 구구단, 태정태세문단세 또는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는데, 나이가 드니까 물건 죽기 전에 얼른 끝내려고 아무 생각 없이, 딴 생각하면 죽는다, 딴 생각하면 죽는다, 작업에만 열중하게 된다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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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3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ㅋ 그 추후 공개 하시겠다던 문제(?)의 리뷰군요. 저 이책 중고로 샀는데 폴스타프님의 리뷰를 보니 괜히 산 느낌? 🙄

잠자냥 2021-08-13 09:27   좋아요 1 | URL
낚인 겁니다! *껄껄*

새파랑 2021-08-13 09:29   좋아요 0 | URL
이책 우주점에 있어서 배송비 아낀다고 2만원 채워서 산건데 ㄷㄷ

Falstaff 2021-08-13 09: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제가 제대로 낚았나요?
심지어 100자 평보다 별점을 하나 낮추기까지 했더군요. 이런 괘씸한 폴.... -_-;;

coolcat329 2021-08-13 10:09   좋아요 1 | URL
헉 사셨군요...

새파랑 2021-08-13 10:25   좋아요 0 | URL
이렇게 또 한번 낚였습니다 😅

잠자냥 2021-08-13 09: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어느 책에선가 언급되어서 샀던 걸로 기억해요. 그 책이 무슨 책일까요?......? 전 이거 지난번에 폴스타프 님이 처음 언급하셨을 때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서 몇 장 읽다가 다시 그냥 넣어뒀습니다. 재미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은밀한 즐거움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 ˝왜 난 평생 단 한 번도 엉덩이나 넓적다리를 발뒤꿈치로 걷어 채여본 적이 없는 건가, 자괴감이 든다. 그놈의 자괴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회사에서 모니터 보고 빵터집니다.

Falstaff 2021-08-13 09:38   좋아요 1 | URL
그래서 작가들은 글 속에 함부로 다른 책 이야기 하면 안 된다는 걸, 문장강화 9조 8항으로 못박아 놓아야 한다니까요. 아니면 이걸 구태여 샀겠습니까. ㅎㅎㅎ

흠. 그니까 엉덩이나 넓적다리를 실제로 차 본 여성도 거의 없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엔 그놈의 ˝우다˝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8-13 10:10   좋아요 2 | URL
ㅋ 저도 입틀막이었습니다. 마지막 문장도요...딴 생각하면 죽는다!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8-13 0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100명...
참 대단하네요.
‘은밀한 즐거움‘이 당연 더 좋습니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다 보여주는건 통증으로 다가옵니다. ㅠㅠ

잠자냥 2021-08-13 09:35   좋아요 3 | URL
휴... 정말 그 100명 언급하신 부분 읽을 땐 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어요... 드러워요;;; 우욱 (아침부터 쏠림;;) 병 걸렸을 거 같아요;;

암튼 남자나 여자나 자기 섹파 많다고 자랑하는 거(성경험 많다고 자랑하는 거) 세상에서 가장 덜 떨어져 보여요...;

Falstaff 2021-08-13 09:3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요 무지하게 상습적으로 그랬다고 자랑 비슷하게 한다는 거 아닙니까.
내돈내산 아니었다면 그 부분에서 책 접었을 듯합니다.

다락방 2021-08-13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로틱한 거 되게 좋아하는데 이 책은 리뷰 읽고나니 겁나 읽기 싫으네요. 재미도 없을 것 같고요. 하나도 안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8-13 10:18   좋아요 1 | URL
옙. 다락방님한텐 애초부터 비추! 였습니다. ㅋㅋㅋ

페넬로페 2021-08-13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지 않아도 폴스타프님 글로 완전히 어떤 내용인지 알게 되었어요.
세상엔 이해못할 사람들이 어찌 이리 많은지요~~

Falstaff 2021-08-13 10:1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무려 70억 명이 살고 있다더라고요. 제가 요새 시간이 없어서 직접 세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바람돌이 2021-08-14 0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남편의 자존감 상승을 위해 이 한몸 불살라 엉덩이와 허벅지를 차 주도록 하겠습니다. 꼭요!!!

Falstaff 2021-08-14 09:50   좋아요 1 | URL
아, 눈물이 앞을 가리는 분골쇄신입니다. 흑흑흑.....
 
호텔 월드
알리 스미스 지음, 이예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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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어 벗 포 더>를 읽으면서 작가의 발상에 깜짝 놀라 곧바로 검색해 산 책. 이번에도 역시 앨리 스미스 특유의 전환적 발상으로 책 읽기를 끝내자마자 이이의 다른 책 <가을>을 또 샀다. 앨리 스미스의 작품을 명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이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함의 향취는 세대를 넘어가리라고 기대한다. <호텔 월드>는 전환적 발상, 독특한 문장과, 작가의 지문이라고 일컫는 문단의 조화가 오, 읽기가 정말 좋았다. 적어도 읽는 동안은 행복했다. 이이가 쓰는 문장, 문단의 이어짐은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작가들에 의하여 활짝 핀 의식의 흐름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적 공간과 등장인물의 독립적 시각 등의 혼용은 한 사건과 사건 이후 관련한 사람들의 사고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독자에게 호소하는 적절한 형태 아니었을까.
  앨리 스미스가 얼마나 기발한 작가인지 <데어 벗 포 더>의 ‘경악스러운’ 사건을 통하여 알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디너파티에 참석해 사라지는 일. 집주인 부부가 다음날 일어나보니 남자는 어제 떠난 것이 아니라 2층의 예비침실에서 문을 닫고 나오지 않는 거였다. 이렇게 스스로 낯선 집의 낯선 방에 스스로 유폐된 남자. 황당한 집주인 부부. 이를 대서특필하는 언론과 구경꾼들. 남자를 방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소환된 엉뚱한 사람들의 난장판. 이 모든 것들의 사소한, 지극히 사소한 오해.

 

  <호텔 월드>는 더욱 우연하게 경악스럽다.
  세라 윌비라는 열아홉 살 먹은 아가씨가 글로벌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나보다. 원래는 버터플라이, 접영 수영선수와 다이빙 선수를 겸하는, 주변 지역에 물속에서는 당할 적수가 없던 활달한 아가씨라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긴 하지만, 처음 장면에는 그런 거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독자는 세라가 아르바이트인지 인턴인지, 아니면 그저 룸 메이드인지도 모르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 2층이나 3층 식당에 가면 1층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나르는 소형 엘리베이터 보셨을 터, 그저 박스만 한 상자 안에 기어 들어갔고, 박스만 한 상자에 기어들어간 곳이 4층 꼭대기였지만, 명색이 호텔이니 1층 로비는 말할 것도 없이 층고가 높은 건물이어서 엘리베이터의 콘크리트 바닥이 있는 지하층에서 거기까지의 높이가 땅에서 무려 20미터 이상 30미터 이하 정도였고, 겨우 접시들이나 나르는 좁은 장소로 신체 건강한 세라가 무릎을 가슴께 까지 끌어올리고 고개도 무릎을 향해 힘겹게 구겨 넣은 순간, 음식과 접시를 나르는 용도의 스테인리스 박스와 세라를 합친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형 엘리베이터의 철선이 끊어지면서, 엘리베이터와 그 안에 잔뜩 몸을 구겨 넣은 세라가 자유낙하를 하기 시작해 불과 3초가 안 되는 사이에 세라는 등이 부러지고, 목이 부러지고, 얼굴이 부러지고, 머리가 부러지고, 심장을 감쌌던 새장(갈비뼈)까지 터져 심장이 쏟아져 나와, 가슴에서 튕겨 나와 입에, 심장이 덥석 물려, 난생처음, 그러나 너무 뒤늦게야 자기 심장의 맛을 알게 된다.
  나는 잔혹한 장면을 싫어한다. 위 장면을 얼핏 읽으면 정말 잔혹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과연 누가 이 죽음의 장면을 묘사했을까. 여름이 한창 절정에 올라 가지마다 푸른 잎사귀가 무성했던 시절에 벌어진 일을 지금, 겨울 한복판에 기억하는 건, 죽음이라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호된 신고식이며 씁쓸한 최후로의 비행이며 몸을 실은 작은 박스가 지하실 시멘트 바닥에 부딪히면서 틀림없이 있었을 먼지와의 마지막 입맞춤을 되새기는 일, 이것을 유일하게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이라 하기에도 이상하고,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그냥 ‘형상’ 또는 ‘존재’라고 부른다면, 바로 세라의 유령이다.
  이렇게 먼지의 맛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세라의 유령의 다음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 우리 주위에 흔하디흔하게 널려 있는 흐른 시간의 집적. 무엇일까. 먼지다.


  “돌돌 말린 머리카락과 바싹 마른 잡쓰레기, 한때 우리 피부의 일부였던 티끌 등등 그 정수만 남은 숨 탄 것들의 영화로운 잔존물들을 곱게 빻아, 닳아빠진 거미줄과 나방 찌꺼기와 투명하게 분해된 금파리의 날개 오리* 따위를 풀 삼아 덕지덕지 빚어낸 먼지더께.”


  모든 곳에 있으면서 빛을 반사해 시각이 가능하게 만드는 먼지가 이렇게 시간과 연계한 생명의 미학을 가지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세상에. 글쎄 세상에, 언어, 문자로 아름답게 만들어내지 못할 미물이나 추물이 하나라도 있기는 있을까? 이런 환상 같은 문장이 쏟아지면서 세라의 유령이 어떻게 자신이 지난여름에 사고를 당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1장, “과거.”

 

  다음 주인공은 엘즈베스Elspeth. 노숙자다. 글로벌 호텔 정문 밖에 마치 벽감처럼 몸이 있을 만큼만 쏙 들어간 공간의 터줏대감 까지는 안 되고 그냥 그 자리를 노상 지키며 구걸하는 병들고, 몸에서 독한 냄새를 풍기는 이다. 수시로 컹컹 짖는 수준의 기침을 해대, 기침 소리를 호텔 안 리셉션에서 근무하는 리즈Lise가 걱정이 되어 건물 안에 들어와 비어있는 방에서 몸을 녹이라고 권할 정도. 그러나 문제는 엘즈가 아니라 엘즈에게 돈을 몽땅 빼앗긴 구걸소녀한테 벌어진다. 누군가 하면 클레어 윌비. 지난여름에 사고가 나 죽은 세라의 동생. 엘즈베스 다음, 다음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라가 운송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쇠줄이 끊어지고, 과연 얼마동안 더 있다가 죽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하여 엘즈가 묶고 있는 호텔의 4층에 올라가 갖은 방법을 다 써서 결국 폐쇄한 엘리베이터 입구를 뜯어내고 신발을 벗어 떨어뜨려 3초 정도가 걸렸다는 걸 알아내는 동생.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세라 동생 클레어가 이미 죽은 언니 세라에게 보내는 길고 긴, 약 50쪽 분량의 편지글이 심금을 울렸다. 아, 괜한 오해 마시라. 똑똑하고 공부도 좀 했을 거 같고, 체력이 좋아 수영 하나는 확실하게 끝내주었던, 매사 자신과 비교해 탁월했던 언니에게 늘 좋은 감정만 가졌던 건 아니다. 그리하여 신파의 골짜기로 절대 빠지지 않는다. 클레어는 이제 또 언니가 부럽기도 하다.

 

  & 어쨌거나 어쩌면 이제 언니는 공기 위도 걸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 어쨌거나 언니가 이제 어디에 있건 우리를 나 & 엄마 & 아빠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거란 걸 아니까
  & 어쨌거나 언니는 여기 있었으니까 분명히 있었으니까

 

  클레어는 글쓰기를 즐겨하지도 않았다. 그래 어눌하고 자주 어울리는 단어를 발견하지 못해 공란으로 그냥 내버려두는 문장으로 이제 다 끝났음을, 마지막 잠수를 하던 날, 두 다리 두 팔을 거꾸로 매달린 채 옴짝달싹 못하게 구겨져 있던 때, 언니가 진짜로 빨리, 진짜 진짜 빨리 떨어졌다는 걸 알려준다.
  4초도 안 걸렸더라 4초가 채 안 걸렸어 고작해야 3초하고 조금 더 그게 다였어 그것밖에 안 걸렸어 내가 알아 내가 언니 대신 재봤거든

 

  아, 정말 매력적인 작가다. 다음에 읽을 작품 <가을>도 기다려진다.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쳐들어오면 <가을>을 읽어야지.


 

 

 

* 오리 : "오라기"의 방언. 실, 헝겊, 종이, 새끼 따위의 길고 가느다란 조각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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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12 09: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가을> 사두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 작품도 별 다섯이군요! 이 작품도 잘 새겨두겠습니다.
<데어 벗 포 더>보다 더 경악스러운 작품이라니, 궁금합니다.
일단 다가오는 가을에 가을부터.... ㅎㅎ

Falstaff 2021-08-12 09:40   좋아요 4 | URL
ㅋㅋㅋ 경험상, 너무 상찬을 하면 나중에 읽는 독자들이 실망할 확률이 높아서 말씀입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조금, 아주 조금 <데어 벗...>보다 ˝우연하게˝ 경악스럽더란 것이지요. ㅋㅋㅋㅋ
아, 기분 좋아. 이거 먼저 읽은 사람의 특권,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8-25 13:25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 님 이번 겨울에는 이거... ㅋㅋㅋㅋ

http://aladin.kr/p/b4LXz

Falstaff 2021-08-25 13:48   좋아요 0 | URL
크.... 그것 참.
<우연한 방문객> 읽었거든요. 이제 알리 스미스의 어법이 눈에 들어오네요.
당연히 겨울엔 겨울을 읽어얍지요. 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낚시질.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8-12 16: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재밌을거 같아요. 경악스럽다는 표현도 너무 끌리구요 ~~^^
가을에 가을을 읽으시는것도 참 좋습니다.ㅋ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저는 요즘 여름을 읽고 있습니다.ㅋㅋ

Falstaff 2021-08-12 19:10   좋아요 1 | URL
아, 재밌습니다.
근데 책임지지 않습니다. 역시 쿨캣 님한테도 먼저 읽은 사람으로 폼을 좀 재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디스 워튼은, 물론 백퍼 제 취향에 입각해 얘기하자면, 아예 비교를 하지 마세요. 글쎄 같은 영어가 아니라니까요.
흠흠흠... 들립니다. 돌 날라오는 소리. ㅋㅋㅋㅋ

Falstaff 2021-08-12 19:12   좋아요 1 | URL
으, 이 정도로 악담을 했으면 저도 양심이 있지 <여름>은 한 번 읽어봐야겠는 걸요.
아으... 또 워튼을 어떻게 견디나.... 저는 디킨스도 안 읽는 인간인데요. 흑흑....

coolcat329 2021-08-12 19:30   좋아요 1 | URL
어멋 폴스타프님 여름 안 읽으셨나요? 저는 당연히 읽으신줄 알았습니다 ㅎㅎ
악담 아니시구요~~저는 책에 관한 어떤 의견이든 다 감사하고 즐겁습니다!

Falstaff 2021-08-12 19: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전 워튼 안티랍니다.
 
남편 부인 그리고 애인 20세기 프랑스 희곡선 4
사샤 기트리 지음, 문시연 옮김 / 연극과인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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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샤 기트리. Alexandre-Pierre Georges “Sacha” Guitry (1885~1957). 다재다능한 인물. 프랑스의 연극, 영화배우, 연극연출가, 영화 대본작가, 불르바르 극장 공연의 대본작가. 타임지에 의하면 생전 115개의 희곡과 29편의 영화 대본을 썼다. 문시연이 쓴 역자 해설엔 107개의 희곡과 30개의 영화로 나와 있다. 정오正誤는 다음으로 하고 하여튼 살면서 참 부지런히 극작에 몰두한 건 인정해야 할 거 같다. 이런 유전자는 프랑스를 이끌던 배우 루시앵 기트리를 아버지로 두어서였을까? 그렇기야 하겠느냐만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니 다른 이들보다는 기회가 더 많았던 건 맞겠지. 생전 다섯 번 결혼했는데 이들 모두 당시에 떠오르는 신인 여배우였다고 하며, 이 가운데 제일 유명한 여자는 13년간 부부로 살았던 이본 쁘랭땅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거 몰라도 인생 사는데 전혀 지장없다. 잘 나가는 작가였으나 전쟁 중 비시 정부가 나치 독일에 조건부 항복을 했던 시기에 독일에 협조했다고 동포들한테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누명은 곧 벗겨졌으나 평소에 강성 애국주의자였던 기트리의 명성엔 이미 금이 가버린 후였다. 명성은 이이가 죽은 다음에야 회복되었다고 한다.

 

  <남편, 부인 그리고 애인>이 사샤 기트리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1919년 작으로 여태 읽었던 다른 프랑스 희곡과 비교하면 아예 생소하리만큼 고전적이다. 당대를 대표하던 아방가르드와는 많이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품. ① 등장인물들은 노동하지 않아도 삶에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는 부르주아 계급이며, ② 무대 장식, 배우들의 동선 같은 지문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③ 이들의 관심은 오직 혼인의 정조와 일탈에 국한되어 있으며, ④ 스탠딩 코미디 같은 대화로 거의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 가운데 ④가 기트리가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불르바르Boulevard 연극 형식이라고 한다. 내가 읽어본 프랑스 희곡 가운데 이런 형식으로 된 것이 몰리에르 작품집과 보마르셰가 쓴 <피가로의 결혼>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 불르바르 연극의 경우, 대사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희극이 다른 비극, 희비극보다 훨씬 유리한 듯하다. 노골적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으며, 만일 몸짓을 넣고 싶으면 극작과는 별개로 연출자가 얼마든지 자기 의도를 가지고 극에 삽입할 수 있을 터. 낭독회나 라디오 방송으로도 맞춤일 터이다.

 

  연극의 내용은 별거 없다. 마흔다섯 살 먹은 프레데릭 오두앵이 남편, 이이보다 스물두 살이 적은 쟈닌이 아내. 그리고 서른세 살 총각 쟈크가 애인. 부부과 쟈크는 같은 아파트 아래위 층에 살며 남편 프레데릭과는 십 년 동안 알고 지내 너나들이하는 사이. 원래 서양 것들이 근본이 없어서 띠동갑 두 남자가 그냥 친구 먹는다. 근데 쟈크가 애인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쟈닌과 쟈크는 불륜관계이며 동시에 프레데릭의 이마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았다. 프레데릭의 다른 친구 마르뗄 부부를 초대해 두 부부와 쟈크가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프레데릭이 보니까 가슴 깊이 파인 옷을 입은 쟈닌의 풍성한 옷섶을 우라질 쟈크 놈이 자꾸 넘보는 건데, 수컷의 속성상 보이는 거 일부러 쳐다보지 않기도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처지에 그거까지는 이해한다고 해도 자기 아내 얼굴을 흘깃거리는 눈매가 영 수상쩍은 거다.
  그래서 밥 먹다가 빡친 프레데릭이 주방에서 나와 따로 쟈크를 불러내, 이 순간부터 절교할 것이며 당장 집에서 꺼져달라고 요구한다. 쟈크가 순순히 물러나면 연극이 되지 않을 터라, 절교와 추방의 이유를 듣고 즉시 추방이라면 자신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 용납할 수 없으니 그게 진심일 경우에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붙이겠다고 선언한다. 즉 결투를 벌이겠다는 뜻. 열두 살이나 더 먹어 (당시 기준으로) 중년에 접어든 프레데릭은 함부로 까불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꿀꺽 삼킬 수 없어 주장을 계속하고, 쟈크 역시 자기가 지은 죄가 있더라도 주장을 물릴 수 없어 프레데릭의 뺨을 아주 가볍게, 쓰다듬는 정도로 살짝 건드리기만 한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서로 명함을 교환해 대리인을 파견할 예정임을 알리고 쟈크가 퇴장한다.
  주방에서 쟈닌과 마르텔 부부가 나와 무대로 등장해 마르텔 부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쟈닌은 여차하면 과부가 될 수도 있을까 걱정이 되어 프레데릭의 생각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설득해 화해시킨다. 이후 두 부부가 프랑스의 유명 온천지역인 엑스-레-벵으로 한 달 동안 휴가를 가면서 쟈크와 동행하기를 권하고, 그렇게 된다. 출발하기에 앞서 쟈닌과 쟈크, 불륜 커플은 잠시 만나 결별을 선언하며 적어도 앞으로 한 달, 엑스-레-벵에서 지내는 동안 서로의 정조를 지킬 것을 맹세한다. 희극에서 이게 가능해? 처음부터 독자는 불가능성을 확실하게 알지만 이 맹세가 어떻게 깨질지는 전혀 모른다. 알면 귀신이지 사람도 아니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알마비바 백작이 초야권을 이용해 쉬잔을 능욕 못 할 것을 독자가 애초부터 알지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결론도 별로 색다르지 않다. 자연법. 그냥 사주팔자대로 사는 게 장땡이란다. 그러니 애초부터 몰리에르와 보마르셰와 비슷하다고, 몇 백 년 전 사람들을 끌어들였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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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10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글 넘 재밌게 읽고 갑니다. ˝몰라도 인생 사는 데 지장 없다.˝ ˝사주팔자대로 사는 게 장땡˝ 중간 중간 ˝모르는˝ 독자 맘 편히 해주시는 문구가 있어서 더 좋아요^^

[연극과 인간]이란 출판사는 이 분야 책 주로 펴내주시는 곳인가봐요^^

Falstaff 2021-08-10 10:3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연극과인간˝은 ˝도서출판 월인˝과 같은 회사인데요, 연극, 그러니까 연기와 희곡과 연출과 무대 등등 전반에 걸친 것들 위주로 출판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전문 출판일 겁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요. ㅎㅎ

다락방 2021-08-11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1-4의 특징들 중, 1번이 심히 제 마음에 분노를 심어버리네요. 저는 왜이렇게 노동하지 않고 가만 있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며 심지어 돈이 계속 불어나기도 하는 처지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면 개빡치는지..몰입이 안됩니다. 아마도 저랑 다른 처지의 사람이라 그런가봐요.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후훗.

Falstaff 2021-08-11 08:58   좋아요 1 | URL
서양 소설에선 손끝에 물 묻으면 곧바로 즉사하는 줄 아는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꽤 많이 나오잖아요. 그러면서 불행하다 재랄하다가 심지어 자살해버리기도 하고요. ㅎㅎㅎ 그들도 ‘나름대로‘ 불행하겠지만 사실 좀 웃깁니다. 근데 그런 작품 빼놓으면 남아나는 고전이 거의 없을 거 같긴 합니다. 저도 그런 작품의 주인공들 심리엔 제대로 이입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들의 대화는 말 그대로 코미디 자체지요. 부르주아, 특히 남자들의 속물성이 제대로 드러납니다. 근데 굳이 찾아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네요.
어제 일본 극작가가 쓴 <다락방> 읽었는데, 딱 그 작품만 두고 보면 오호, 상당한 수준이더라고요. ㅋㅋㅋ 감상문은 담 주 화요일에 올릴 예정입니다.

잠자냥 2021-08-11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폴스타프 님은 리뷰를 써놓으시고, 요일별로 선택해서 올리시는 것 같은데, 그 기준이 있나요?
소설-희곡-옛날 작품- 시 - 최신 작품 이런 루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Falstaff 2021-08-11 09:45   좋아요 3 | URL
옙. 루틴, 있습니다.
읽을 책 몇 십 권을 (시와 희곡을 빼고) 초판 출간 순으로 나열을 하고, 시와 희곡을 적절한 거리를 두어 소설 속에 역시 출간 순으로 삽입해서 ‘책 읽는 순서‘를 정합니다.
읽고나서 꼭 독후감을 써 두고, 그것들을 한 주에 네 번 올립니다. 월, 화, 목, 금.
근데 시, 희곡이 소설 세 편 사이에 박혀 있으면 지난 번하고 이번처럼 월:소설, 화:시/희곡, 목:소설, 금:소설 이렇게 배열이 됩니다.
다음 주에 두 권짜리 소설이 있는데요, 지금 무척 재미나게 읽고 있는 유제니디스의 <미들섹스>입니다, 순서를 정할 때 눈이 삐었는지 두 권을 두 작품으로 계산해서 순서가 조금 헝클어질 것 같군요.
그래 독후감 말고 페이퍼를 함 써볼까.... 지금 궁리중이고요.
ㅎㅎㅎ 별거 없습니다.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제안들 36
아글라야 페터라니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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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에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곡예사 엄마와 광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보면 대강 맞을 거 같다. 실제로 이 광대 가족은 아글라야가 어려서 부모, 언니, 이모와 함께 스위스에 망명해 서커스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가족이 그러하듯이 이들 역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엄마는 사고를 당해 공연하지 못하는 실업자가 되고, 아버지는 이혼과 함께 가족을 떠나버리고, 아글라야는 스위스에 정착해 처음으로 문자(독일어)를 배운다. 이후 연기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해 배우와 작가 활동을 하다가 1999년 이 책을 출간하고는 2002년에 취리히 호수에서 자살해버린다. 책을 통해 더 알 수 있는 정보는, 이이가 어렸을 때 이복 언니와 함께 기숙학교에 다녔고, 언니를 이혼한 아버지가 데려간 후 조현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이런 정신 손상이 결국 스스로 생명을 마감하게 하지 않았나 싶은데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매우 특색 있는 작품이다. 분량은 2백 쪽이지만, 작가 본인이 원래부터 원고를 그렇게 쓴 거 같이 보이는데, 여백이 무척 많아 다 읽기까지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작품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툭툭 던지는 듯한 묘사로 일관한다. 불친절한 섬세함.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던질 뿐,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로 신경 쓴 것 같지 않다. 앞부분은 유년시절이고 점점 소녀 시절을 거쳐 사춘기까지 도달한다. 당연히 화자의 말과 사용하는 문장도 이에 따라 달라지고.
  가난하고 자유도 없는 루마니아에서 서유럽으로 탈출해 언어는 있으되 문자를 모르는 문맹으로 살다가 겨우 독일어를 배워 이방의 문자로 글을 쓰는 행위는 벌써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을 통해 경험을 해보았다. 또 이방의 문자로 문학을 하는 사람이, 밀란 쿤데라, 알라 알와스나리, 아시아 제바르, 일제 강점기의 정지용 등 한두 명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문자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거론하기는 하지만 주된 건 아니다.
  책은 거의 전적으로 유년, 소녀, 사춘기 시절에 주인공의 시간을 점령해 이후의 삶에도 치명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상실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짐작은 했지만 폴렌타가 무엇인지 검색해봤다.

  “끓는 물에 옥수숫가루 등의 곡물을 넣고 끓인 ‘죽’ 형태의 이탈리아 요리”
  “전통적으로 도금하지 않은 구리냄비에 옥수숫가루와 물을 넣고 큰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으며 끓인다.”

 

  *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무서워서 옥수수자루에 숨어 있었다. 그 상태로 잠이 든다. 할머니가 와서 자루의 옥수수를 뜨거운 물 속에 넣는다. 아이에게 줄 폴렌타를 만들려고. 아이가 깨어났을 때 아이는 이미 푹 익어버렸다.
  * 할머니는 죽을 끓이고 장작을 가지러 나가며 아이에게 잘 보고 있으라고, 숟가락으로 잘 저어야 한다고 한다. 할머니가 나가자 폴렌타가 아이에게 말한다. 나는 너무 외로워. 나랑 놀지 않을래? 그래서 아이는 냄비에 들어간다.
  * 아이가 죽자 신은 폴렌타 속에서 아이를 끓인다. 신은 요리사이며 땅속에서 살고 죽은 자를 먹는다. 신의 커다란 이빨은 그 어떤 관도 씹어 부술 수 있다.

 

  이것의 잔인한 버전도 있다.
  * 아이는 닭고기 맛이 날까?
  * 아이가 조각조각 썰리게 될까?
  * 눈알이 터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유년의 시각으로는 별로 잔인하지 않을 수 있다. 동화 가운데 이보다 훨씬 잔혹한 것들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섭씨 백 도가 넘는 죽, 읽는 사람마다 폴렌타를 달리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거 하지 말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인 유년시절의 작가, 이이가 겪은 상실만 읽어도 충분하다.
  다만 내 경우엔 취향이 맞지 않아 그리 인상 깊지 못했다. 글의 형식과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의식 코드가 나와 많이 달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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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8-09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맞을듯...;;
폴렌타 배우고 갑니다

Falstaff 2021-08-09 10:09   좋아요 4 | URL
이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감상 때문에 망설이실 필요는 없을 듯...한데요. ^^;;

독서괭 2021-08-09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악 넘 잔인하네요 ㅜㅜ 제목이 저런 뜻이었군요..

Falstaff 2021-08-09 14:02   좋아요 4 | URL
어린 아이들의 동화 속 이야기라 과장이 심할 뿐입니다. ^^;;
또 은유이기도 합니다만 제가 어떤 것의 은유라고 정확하게 쓸 정도가 아니어서... 흠흠흠... 괜히 인용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1-08-09 14:21   좋아요 4 | URL
괭 님 이 작품은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요~ ㅋㅋㅋ 적어도 폴렌타에 아이를 넣고 끓이고 뭐 그렇지는 않습니다.

독서괭 2021-08-09 14:29   좋아요 3 | URL
은유군요~^^ 다행입니다. 폴님 리뷰 보니 그런 것 같긴 했는데 그 아래 쓰신 폴렌타 내용에 깜짝 놀라 ㅋㅋ

파이버 2021-08-09 16: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렌타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죽이었군요… 표지의 노란색이 의미심장…짧다고하시니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Falstaff 2021-08-09 16:42   좋아요 3 | URL
도서관, 좋은 선택입니다. 노란 옥수수 죽이 죽이지요?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1-08-09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렌타를 음식이라 생각하지를 못했을 때, 뭔가 추상적인 의미로 제목을 해석했어요. Falstaff님 덕분에 하나 더 얻어갑니다^^

Falstaff 2021-08-09 19:33   좋아요 2 | URL
그니까, 사실 폴렌타...를 알면 제목이 뭘 얘기하는지 아주, 아주, 아주 조금은 눈치를 챌 수도.... ^^

바람돌이 2021-08-10 0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 신간들어와서 잠시 훑어보다가 제 취향은 아닌듯하여 예쁘게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

Falstaff 2021-08-10 08: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독자의 취향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

coolcat329 2021-08-10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내용보다 저 폴렌타랑 옆에 치즈 맞죠? 저게 더 좋네요.ㅎ넘 맛있어보이네요. 따끈따끈한 폴렌타에 치즈 얹어 먹으면 오우~맛날거같아요 ㅎㅎ

Falstaff 2021-08-10 08: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요, 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폴렌타를 보더라도 감상이 다르군요. ㅋㅋㅋㅋㅋ, 저는 뜨거운 폴렌타를 아무 생각 없이 한 술 푹 떠서 입에 넣었다고 앞니가 홀랑 빠지는.... ㅋㅋㅋㅋ
아침에 한 번 웃자고 한 얘기고요, 거기다가 치즈, 또 치즈 외 발효음식 하나 더 추가해서 잘 익은 전라도 식 배추김치 곁들여 먹으면 진짜 맛나겠습니다.
 
결혼식 가는 길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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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백 쪽에 불과한 노벨라 혹은 경장편. 그래도 읽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문장 하나하나를 다 꼽아 읽느라고 그랬다. 어디서 들었다. 문단은 작가의 지문fingerprint이라고. 존 버거의 책은 처음 읽는다. 그래서 이제 독특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의 페이지 모서리마다 나의 진짜 지문을 맞추었다.


  한 줌 눈이면 훌륭하지

  여름의 열기에 힘들어하는 남자의 입에는

  봄바람이면 훌륭하지

  항해에 나서려는 선원들에게는

  홑겹 이불 하나면 그 무엇보다 훌륭하지

  침대에 누운 두 연인에게는


  이렇게 <결혼식 가는 길 To the Wedding>은 시작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이는 사람들에게 양치기라는 뜻의 ‘초바나코스’로 불리는 맹인 사내. 광을 낸 검은 색 구두와 카우보이모자, 화려한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 보석상 같은 차림을 하고 그리스 작은 도시의 시장에서 성구聖具의 일종인 타마타를 파는 인물. 이이에게 지난 부활절 일요일 오전에 프랑스에서 온 철도원이 딸과 함께 와서 심장이 그려진 양철 타마타를 산 적이 있다. 딸의 이름이 니농, NINON 또박또박 알파벳까지 일러준 부녀. 니농이 수제 샌들에 관심을 두어 아버지에게, 새 샌들이에요, 오랫동안 신고 다녔던 것 같아요. 어쩌면 결혼식 때 신으려고 산 건지도 몰라요. 열리지 않았던 그 결혼식이요.

  이때까지 독자는 이 장면에서 철도원과 딸 니농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타마라를 파는 맹인처럼. 그러다 갑자기 화면은 몇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 철도원과 고물상을 운영하는 페데리코의 만남. 화요일에 있을 니농의 결혼식에 쓸 샴페인을 몇 상자 주문하는 아버지.

  철도원은 프랑스 쪽 알프스산맥의 모단에 있는 방 세 개짜리 집에 사는 2급 신호수, 장 페레로. 이탈리아 베르첼리의 벼 생산지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야근에 조합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여가가 별로 없어서 26년 전에 첫 아내 니콜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다. 이후 그르노블의 체코 이민자를 위한 모임에서 즈데나를 만나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여행을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다 딸 니농을 낳았다.

  즈데나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쑤시는 왼손 손가락으로 지하주차장의 정교한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25년 전인 1968년 8월 20일에는 프라하의 학생으로 바츨라프 광장 시위에 참석해 “프라하의 봄” 가운데 작은 목소리를 보탠 적이 있으나 결국 정부와 소비에트의 탄압을 이기지 못해 1969년 성탄절 날에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로 갔다가 파리로 이동한 여인. 딸을 출산하고 니농이 6살 때, 체코에서 인권·시민권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다녀올 줄 알고 8년 만에 귀국했다가 그대로 브라티슬라바에 눌러앉았다. 물론 그동안 몇 번 니농이 엄마를 만나러 온 적이 있기는 하다. 어느날 이이의 아픈 왼손 손가락 사이에 들린 버스표는 브라티슬라바-베네치아, 라고 쓰여 있었다. 딸 니농의 결혼식에 가는 길.

  2급 신호수 장 페레로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토바이를 몰고 홀로 결혼식이 열리는 곳, 포강 하류의 작은 마을 고리노까지 달린다. 빨간 혼다를 타고. 즈데나도 그렇고 장도 그렇고, 딸의 결혼식에 가는 마음속에 어쩔 수 없이 담겨 있는 큰 슬픔. 니농의 혈관에는 HIV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곧 죽는다. 심지어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1917년 12월 프랑스 모리엔에서 그랬듯이. 8백 명의 젊은 군인들. 전쟁 중 크리스마스 휴가를 받아 기차를 타고 알프스를 넘어가다 객차 안에서 만취한 상태로 탈선된 객차에 깔려 죽기도 한다. 그러나 니농이 그들과 다른 것은 스스로 언제 어느 형태로,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죽어갈 것을 알고 있다는 것.

  니농을 사랑하는 중고 옷 장수 지노. 1993년의 이탈리아에서 HIV 보균자를 바라보던 시선. 비슷한 시기에 미국 고속도로의 쇼핑몰 주차장에서 건달들이 보균자를 바라보던 시선(무라카미 류, <교코> 참조), 역시 당시 HIV 보균자임을 숨기고 매춘하던 커피 배달 아가씨를 보던 한국의 작은 읍, 면, 동 주민들의 시선. 매우 유사하다. 저주와 기피와 공포와 죽음을 연상시키는 모진 눈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든 고물상 주인 페데리코 씨는 지노에게 조언한다.


  “옛날 사람들은 금속이 땅 밑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믿었다. 모든 금속이 말이야. 수은과 황이 섞이면서 만들어진다고 했지. 지노, 그 아가씨랑 결혼해라. 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한 여인과 결혼하는 거야. 고철이 곧 쓰레기는 아니다, 지노. 그 아가씨랑 결혼해.”


  이렇게 해서 지노와 니농은 장 페레로, 즈데나 흘레체크, 니농과 가장 친한 친구 마렐라를 포함한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지노가 직접 잡은 20킬로그램짜리 농어와 지노의 아주머니 에마누엘라가 요리운 장어와, 로베르토 아저씨가 구운 어린 양 구이를 곁들인 성대하고 풍성한 향연을 벌인다. 저 먼 곳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중년의 한 남자가 니농을 보며, 꼭 무슨 창녀 같네, 쌍년! 이라 욕설을 퍼붓는 것도 모르고 니농과 지노는 광기(craziness), 속임수(cunning), 보살핌(care), 3C의 결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몇 년 후.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쇠약해진 니농은 아버지 장 페레로의 부축을 받아 예전엔 습지였지만 지금은 시장이 열리는 그리스의 플라카 주변 구역에 있는 교회당 앞에서 마치 시장major처럼 옷을 잘 차려입은, 양치기라는 뜻의 초바나코스라고 불리는 맹인한테 심장이 새겨진 양철 타마타를 하나 구입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하지만 이야기 말고 문장과 문단을 읽으면 독자들은 페이지마다 쉽게 넘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리라. 책을 읽으면 저절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버릴 문장이 없다는 것. 하나도 헛되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 없다. 이렇게 절약하고 절약한 언어로 사랑과 상실과 아픔과 잠깐의 희열과 죽음을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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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6 0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버릴 문장이 없는 책이라니 완전 극찬이군요. 게다가 별 다섯개^^

Falstaff 2021-08-06 08:04   좋아요 6 | URL
책값이 좀 비쌉니다. 이 출판사가, 집안 윗대에서 알고 있는 분이 운영을 하시는데 아마 저는 이름도 모를 겁니다. ㅋㅋㅋ
주로 미술 관련 서적이 많고, 강릉 선교장 쥔댁...이란 건 개인정보에 드나요? 에구. 그럼 취소. 하여튼 명문가 중에서도 명문가입니다.
여유있는 편집으로 2백쪽이니 분량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저는 ㅈㅈㄴ 님의 낚시에 걸려 읽었습니다. 아이고, 진짜 제 취향이었답니다. 취향 운운하면 어떤 분께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되니까 주의를 좀 하시는 것이.... ^^;;

붕붕툐툐 2021-08-06 09:02   좋아요 4 | URL
어머어머~ 이런 개인정보 너무 좋아요!!ㅎㅎ 저도 궁금한데 제 취향은 아닐 것만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들지만 일단 담아봅니다~ 헤헷~ 해피 금모닝!!

Falstaff 2021-08-06 09:08   좋아요 4 | URL
ㅋㅋㅋ 전 어제 화이자 백신 맞고, 오늘은 백신 휴가, 집에서 아휴 더워, 홀딱 벗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복더위에는 그저 회사 삼실에 최고예요. ㅋㅋㅋ

잠자냥 2021-08-06 09:09   좋아요 5 | URL
툐툐 님, 이 책 읽으면 무쟈게 사랑하고 싶어져서 위험한데~~~~

붕붕툐툐 2021-08-06 09:13   좋아요 5 | URL
아이쿵 그러면 ★필독서★

잠자냥 2021-08-06 08: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죠. 별 다섯 주셨다니 뿌듯합니다. -낚시꾼 올림

Falstaff 2021-08-06 09:07   좋아요 4 | URL
아, 잠자냥 님은 낚시 하기 위해 북플을 하시는 듯.

잠자냥 2021-08-06 09:09   좋아요 3 | URL
오늘은 어디다 낚싯대를 드리울까~~ ㅋㅋ

붕붕툐툐 2021-08-06 09:13   좋아요 4 | URL
여기요~ 여기요~~!!

독서괭 2021-08-06 10: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앗 낚시대에 걸려드는 물고기 여기 한마리 추가요~

Falstaff 2021-08-06 11:4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거예요. ^^

바람돌이 2021-08-06 17: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의 책은 진짜 문장이 끝내주죠. ㅎㅎ 저는 A가 X에게 읽고 한동안 멍했다는....
한동안 존 버거 책 안 읽었는데 이 책도 보고싶네요. ^^ 아 그래도 이 나이에 새로운 사랑은 싫습니다. 귀찮아요. ㅎㅎ 그냥 있는 밉상만 챙기고 살렵니다. ^^

Falstaff 2021-08-06 19:29   좋아요 1 | URL
예. 문장이 완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이게 첫 버거, 첫 버거? 이렇게 쓰니까 어째 음식 이야기 하는 거 같기도 한데, 하여튼 첫 버거였습니다. 앞으로 더 읽어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8-07 0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 싫어하는데 이 버거는 지나칠수가 없겠네요 ㅎㅎ
폴스타프님이 완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니~

Falstaff 2021-08-07 10:05   좋아요 2 | URL
ㅋㅋㅋ 먹는 버거는 줄이시든지 딱 끊으시고요 (전 끊었습니다)
읽는 버거는 좋더라고요. 앞으로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

리리 2021-08-07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향하여. 이윤기 번역도 좋습니다.
김현우선생은 워낙 존 버거 스페셜리스트이기는 하지만.
저도 이 번역으로도 읽어봐야겠군요. 몰랐던 새번역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08-07 17: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게도 모르는 걸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