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희 시집 민음의 시 205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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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희의 시는 수십 년 전부터 숱한 문학지를 통해 읽어왔다. 잡지에서 읽은 몇 편의 시를, 마치 시인의 거의 모든 작업을 읽은 것으로 확대하는 오류를 겪은 나머지 정작 시집을 사 읽을 생각을 못했다. 그게 여기까지, 오늘까지 온 거다. 근 40년. 그것 참 희한하지. 진짜로 이이의 시를 읽어보니까, 낯설다. 시인의 나이 예순여덟에 낸 시집인데 시는 아직도 알통이 울근불근하다. 목청 또한 귀에 익숙한 메조소프라노의 맹렬한 구호 선창 같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실린 <강>이란 시를 보면,

 

 

  어머니가 죽자 성욕이 살아났다
  불쌍한 어머니! 울다 울다
  태양 아래 섰다
  태어난 날부터 나를 핥던 짐승이 사라진 자리
  오소소 냉기가 자리 잡았다

 

  드디어 딸을 벗어 버렸다!
  고려야 조선아 누대의 여자들아, 식민지들아
  죄 없이 죄 많은 수인(囚人)들아, 잘 가거라
  신성을 넘어 독성처럼 질긴 거미줄에 얽혀
  눈도 뒤도 없이 늪에 사는 물귀신들아
  끝없이 간섭하던 기도 속의
  현모야, 양처야, 정숙아,
  잘 가거라, 자신을 통째로 죽인 희생을 채찍으로
  우리를 제압하던 당신을 배반할 수 없어
  물 밑에서 숨 쉬던 모반과 죄책감까지
  브래지어 풀듯이 풀어버렸다

 

  어머니 장례 날, 여자와 잠을 자고 해변을 걷는 사내여
  말하라, 이것이 햇살인가 허공인가
  나는 허공의 자유, 먼지의 고독이다
  불쌍한 어머니, 그녀가 죽자 성욕이 살아났다
  나는 다시 어머니를 낳을 것이다 (전문)

 


  척 봐도 여성주의 시다. 그런데 스타일은 80년대 구호가 생각난다. 물론 시집의 초판이 2014년이라 지금 시각으로 볼 때 조금 촌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80년대 구호니 뭐니 이리 까탈을 잡는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하나. 독자가 그렇게 읽었다니 말이지. 엄마가 죽고, 장례를 지내고, 마리를 만나 영화를 본 다음에 한 침대에 든다. 며칠 후 식민지 알제 해변에서 권총으로 아랍 청년을 쏴 죽이는 뫼르소. <이방인>을 모티브로 문정희는 고려, 조선, 누대의 여인들, “식민지들”, 이라고 했으니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도 포함하여, 죄 없이 죄 많은 수인, 과거의 여성들 또는 여성형과의 이별, 단절을 선언한다. 여성 압제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던 현모, 양처, 정숙을 대표 개념으로 해서. (몇 년 후에는 우리의 퍼스트레이디가 될 ‘정숙’까지 이별, 단절의 대상으로 한 걸 후회했을지도 모르지만 뭐.) 그래 현모와 양처와 정숙이란 어머니를 장사지내고 새로운 개념과 사랑을 나눠 새로운 어머니, 새 여성형을 낳겠다는 건데.
  왜 하필이면 식민지 알제리였을까. 그냥 시인이 <이방인>을 다시 읽었든지 아니면 책꽂이에 있는 책등을 보고, 어머니를 장사지낸 후의 생식행위와 여성을 연결해 시를 쓰고 싶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여기서 ‘평화’ 한 가지를 더 포함시켰으면 어땠을까, 이왕 “식민지들”을 시 안에 초청한 바 있고, 알제리와 식민모국 청년 뫼르소가 등장했겠다, 과거 식민해소를 위한 전쟁의 종식과 평화의 유지를 기원하면 그림이 더 커지고 좋았을 텐데. 전쟁과 이어지는 폭력의 물결 속에서는 염병한 현모, 양처, 정숙이란 이데올로기의 종식은커녕, 새로운 여성의 탄생을 위한 사랑마저 불가능하다는 걸 시인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말이다. 역사 이전 시절부터 인류의 불평등이 존재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야만이었다고 본다. 야만의 가장 구체적이고 오래된 역사적 증거는 전쟁과 폭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속적인 젠더 간 불평등의 제거를 위해 제일 먼저 모색해야 하는 건, 진영 갈등의 유발이 아니라 항구적이고 물리적인 평화에 도달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시인이 알제의 청년을 인용한 터에 이것까지 엮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위의 시 <강>에서 보듯, 예순여덟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문정희의 시는 팔팔하다. 노익장. 노익장?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학교에서 은퇴하고도 여전히 힘이 펄펄 나 좁은 땅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낭송회에 참가해 마치 쥐약을 판 듯 시를 읊고, 문학을 심사하고, 특강을 하고, 가끔 보내온 독자의 문자를 읽고 감동해마지 않기도 하다.

 

  시 낭송을 하고 온 날이면
  꼭 시장에 나가 쥐약을 팔고 온 것 같다
  요즘 세상에 쥐가 어디 있는가
  나의 삶은 사뭇 육체적으로 변해 버렸다
  심각한 포즈, 은은히 떨리는 음성
  문학을 심사하고 우수 추천 시인 목록을 쓰고
  특강을 하고
  독자가 보낸 문자에 감동까지 주고받고 나면
  쥐약 장사의 수완만 날로 눈부신 것 같다 (<쥐약> 1연)

 

  자신의 삶, 이라기보다 요즘/노후 생활을 겸손하게 그린 것이리라. 나도 그렇게 읽었다. 그러다가 몇 분이 지나서 시집을 뒤적거리다 다시 읽어보니까, 이 시를 만일 만년 시인 지망생, 혹은 실력은 있으나 유명하지 않아 팔리지 않는 시인이 읽으면 참 거시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명시인이 보기에 문정희가 얼마나 부러울까.
  시집에 들어있는 시를 크게 분류하면 ① <강>과 비슷한 여성주의, ② <쥐약> 류의 시인 자신의 모습, ③ 시인들의 끝나지 않는 고민인 시에 관한 사색, 그리고 ④ 기타, 이렇게 거칠게 네 가지 주제로 나눌 수 있겠다. ③의 범주에 드는 재미있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나의 펜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다*
  나의 펜은 피다

 

  하늘이여 새여
  먹어라

 

  아나! 여기 있다
  나의 암흑
  나의 몸
  새 땅이다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두 번은 없다    * Pen is penis 변용 (전문)

 


  첫 행,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다”에 퍽, 한 방 맞은 느낌. 영어로 Pen is penis를 반대로 말한 거다. 음, 그런 뜻이군. 했다. 그럼 우리말로 하면 이건가? “나의 펜은 좆도 아니다.” 노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좆이 뭐냐, 좆이? 좋다 순화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게 그거인 외래어, 중국어를 써서 다시 해석해보자. “나의 펜은 음경이 아니다.” 아, 이건 또 너무 해부학적이다. 시니까 시인의 여성주의 철학을 넣어서, “나의 펜은 남근이 아니다.” 좋다. 그럼 그렇다 치고 첫 연을 보면, “나의 펜은 남근이 아니다 / 나의 펜은 피다” 이런. 남근 수난시대. 평생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다가 왼쪽 다리에 차이고, 오른쪽 다리에 걷어차이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닌 슬픈 기관이다. 사실 그게 하늘을 향해 불쑥 솟아오르지 않으면 진짜 볼 거 없는 부속물인데, 언제부터인지 야만과 폭력, 특히 성폭력과 마초의 대명사로 불리기 시작해 나름대로 불만이긴 할 터. 하지만 참아라. 오랜 세월 동안 해 온 업보가 있으니. 문정희가 쓰는 시는 이제 피다. 생명의 씨톨이 되는 건 포기했지만, 생명의 중추적인 순환계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하늘과 새에게 먹으라고 자신을 내던진다. “아나! 여기 있다”고. 근데 말이지, 시인이여 부탁이 있으니 제발 나한텐 주지 마시라. 당신의 암흑, 당신의 몸, 새 땅을 먹을 마음이 없으니. 문정희의 시와 나는 아무래도 합이 맞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외침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이는 구호 선창에 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시도 있다.

 


  스무 살

 


  스무 살은 나이가 아니라 눈부심이다
  커피에 적시어 먹는 마들렌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가 그만 사라진다
  눈만 크고 괜히 사나운 고양이같이 야옹거리며
  별 하나를 캐 보려고
  궁리하는 사이
  스무 살은 산뜻한 돌림병처럼 왔다 간다
  그 바람에 첫사랑이 스쳐 가는 것도 모른다

 

  스무 살은 고귀한 보석을 거기 두고 온 것을 알고
  남은 생애 동안
  두 눈이 빠지도록 그리워하는 풀밭이다

 

  날개를 펴서 미처 부딪혀 보기도 전에
  자유보다 더 많은 상처를 증거처럼 남기고
  얼떨결에 떠나 버린다 (전문)

 


  와우! 브라보! 저런 스무 살을 겪은 모든 인류에게 경배를! 스무 살이 눈부심이라고? 지나고 보니? 음. 시인은 아무래도 근본이랄까 태생이랄까, 아니면 종족 자체가 아예 나하고는 다른 거다. 스무 살은 혼돈이었는데. 부드럽고 달콤하게 사라진다? 아이고, 나도 저렇게 한 번 살아나 보고 여기까지 왔어야 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고, 하는 일마다 쿵쿵 보이지 않는 벽에 마빡을 부딪는 진퇴양난의 시절. 그게 나의 스무 살이었는데. 시인은 얼마나 좋았을까. 저런 시절을 이렇게 소중하게, 늙어서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고귀한 보석”같은 스무 살로 얼마나 돌아가고 싶을까. 부럽다, 진심으로. <쥐약>을 읽는 무명시인의 마음이 <스무 살>을 읽는 내 마음과 비슷하겠지. 썅.
  그래도 마음에 드는 시 하나는 찾았다. 이거나 읽고 떨어져야겠다.

 


  물구나무

 


  하늘을 좀 즐겁게 해 드리려고
  하늘 향해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꽃이 피면
  하늘과 땅이 함께 웃으시겠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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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06 1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만보니 시집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네요.
(리뷰 다 읽고 제목을 봤어요)
페니스 Pen is 는 좀 아재개그같지만🙄
폴스타프님 덕분에 재밌게 문정희를 읽었습니다. 폴스타프님
분석도 알통이 울근불근!

Falstaff 2021-09-06 10:1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고 어깨가 으쓱으쓱해집니다!
아이고, 전 분석 못해요. 그냥 읽은 감상이 그렇다, 하는 겁지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6 12:54   좋아요 2 | URL
Pen is penis 증말 아재개그네요. 아 미쳐... ㅋㅋㅋㅋ ㅠㅠ

붕붕툐툐 2021-09-06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니스에 대한 단상 잘 읽었습니다. 새로운 관점이네요~ㅎㅎ
스무살은 스무살 제 조카에게 보내줘야겠어요~^^

Falstaff 2021-09-06 12:27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물구나무 재밌지 않나요?
스무살 조카한테 보여주시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합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09-06 1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시는 정말 좋네요. <나의 펜>은 마치 폴스타프님이 쓰신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Falstaff 2021-09-06 14:25   좋아요 3 | URL
아오, 새파랑님도 혹시 저하고 안 맞는 거 아녀요?
스무살이 좋아요?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펜은 뭐 그렇다고 쳐도 말입죠. ㅎㅎㅎㅎ

새파랑 2021-09-06 13:27   좋아요 3 | URL
아 폴스타프님은 안좋으셨군요 😅 저는 폴스타프님도 좋다고 생각을 했나봐요 ㅎㅎ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두메르소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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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진탕 마셨다. 아침에 깨니 미안하다. 해장으로 콩나물국 끓이고 달걀 프라이 두 개 부친다. 딤채에서 새 김치 꺼낸다. 밥 두 공기 푸고 아내를 깨운다. 술마시고 왔으니 이 정도 해도 괜찮다. 커피 내려 가져다 바친다. 늙은 아내, 트림 꺽하고는 산미 좋고 맛있는데! 기분좋다. 얻어맞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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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4 0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불금에는 진탕 술이죠~!! 역시 프로필 사진과 행동 일치

Falstaff 2021-09-04 09:27   좋아요 3 | URL
ㅋㅋㅋ 일용할 양식이지요!

초딩 2021-09-05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나쁘지 않은 술 마신 다음 날의 전경입니다. :-)
 
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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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읽어간다. 다른 독자는 어떻게 읽었을까, 싶어 들어와봤다. 내돈내산 한 나만 호구됐다. 이런 책을 왜 ‘무료제공‘하나? 읽을 각오 단단히 하지 않은 독자는 사놓고 못 읽을 책. 광고 오지게 해도 읽을 사람만 읽을 책. 엉덩이 질긴 독자여, 일독 도전하시라! 난 책씻이 겸 술 마시러 간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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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9-03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선물로 받아 떡하니 갖고 있습니다.
이 책 좀 어려운가봐요.
도전해야겠어요^^
즐술하십시요^^

Falstaff 2021-09-03 16:50   좋아요 5 | URL
아오, 겨우 450쪽인데, 무려 나흘이 걸립니다. 유려한 문장이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책입니다. 여러 생각할 거리도 있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9   좋아요 5 | URL
저기.... 450쪽이 겨우에요?? 무려 나흘?? 일 하신다면서요. 술도 마신다면서요. 책을 언제??? 속독하세요??

독서괭 2021-09-03 22:15   좋아요 2 | URL
와 겨우 450쪽이라니 폴님 스웩~~

Falstaff 2021-09-03 22: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전 몇 주 있으면 은퇴합니다.
회사에서도 이제 뒷방 늙은이라 일을 주지 않아요. 그래 하루 한 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북플 들락거리다가, 책도 읽고 그렇습니다.
아이고, 이런 건 안 물어보시는 것이 좋았는데, 제가 입이 좀 빨랐습니다.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읽고 마시고. 유다 읽음 술 생각이 절로 나나 봐요.^^ 엉덩이 착석이 요구되는 책이라는 거죠. 흠.흠.흠.

Falstaff 2021-09-03 16:51   좋아요 5 | URL
드디어 긴 고문이 끝난 걸 자축하는 겁니다. ㅋㅋㅋㅋ
게다가 불금이네요! 퇴근 5분 전이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6:57   좋아요 4 | URL
저도 퇴근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부러워 지다 죽겠습니다.^^;;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부러워하지 마세요. 다 일장일단, 뭐든지 다 좋은 거 없고, 다 나쁜 거 없잖아요. ^^

막시무스 2021-09-03 17: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걸이를 불금에 땡겨서 해주는 센스를 시전하셨군요!ㅎ 오늘 약주하시기에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즐겁고 맛난 술 드십시요!ㅎ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지금 막 돌아왔습니다.
아이고, 얼근 하네요. ㅋㅋㅋㅋ 인생입지요.

붕붕툐툐 2021-09-03 1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술 마시는 거 부럽습니다!! 저는 <유다> 패쓰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3 21:53   좋아요 0 | URL
훌륭한 선택입니다.
이 책은 함부로 권하지 않을 겁니다. ㅎㅎㅎㅎㅎ

그레이스 2021-09-03 1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놓고 아직 안읽은 책인데...
각오하고 읽어야겠네요 ;;

Falstaff 2021-09-03 21:55   좋아요 1 | URL
사셨으면 읽으셔요!
피같은 돈 주고 사셨는데 아이고, 꼭 읽으셔야 합니다.
아주 괜찮은 작품입니다. 그레이스 님한테 맞을 것도 같습니다. 다만 좀 장황합니다.
그래도 좋은 선택인 거 같아요!!!

coolcat329 2021-09-03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4일 걸린다면 저는 열흘 걸릴 책이네요. ㅎ맘 편히 패스하겠습니다.
이 작가 책 <나의 미카엘>을 생각하면 어떤 스타일일지 감이 잡히는듯도 싶어요. 한나 그 여자 이해안가서 참 고생한 책이었거든요.

지금 맛있게 한 잔하고 계시겠죠?
저는 지금 마시고 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Falstaff 2021-09-04 09:11   좋아요 0 | URL
옙. 안 읽으셔도 만수무강에 전혀 이상 없습니다. ㅎㅎㅎ
읽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중도작파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선택입니다!!!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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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류드밀라 스테파노브나 페트루셉스카야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이이는 당연히 소설가이고, 희곡, 동화, 만화 시나리오를 썼으며, 70대엔 가수로 데뷔한 이력까지 있다.

 

  페트루셉스카야는 1938년에, 일찍이 신사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의 아지트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웅장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태어나, 볼셰비키 지식인이었던 아버지가 국가의 적으로 찍힌 1941년까지 그 호텔 건물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이후, 현재 지명 ‘사마라’ 당시 쿠이비셰프로 도망을 기도한 아내와 딸 루드밀라를 버리고 만다. 작가와 어머니는 당연히 역경에 처해 쿠이비셰프의 수용시설,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작가 류드밀라 페르루셉스카야의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공동 아파트에서 살게 된다. 당시 류드밀라의 별명이 “모스크바에서 온 성냥개비”였을 정도로 비쩍 마른 몸매였다고. 이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모녀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다. 이이의 작품집 《지금은 밤》에서 보듯이, 소련에서는 공동 아파트에 사는 극빈자라 하더라도 머리 좋은 청소년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어서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진학해 저널리즘을 공부해 학위를 딴다.
  페트루셉스카야는 당대의 가장 중요한 소비에트 작가인 동시에 동유럽에서도 가장 큰 찬사를 받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유럽 잡지 <퍼블리셔 위클리>는 이이를 두고 생존해 있는 가장 훌륭한 러시아 작가라고 쓴 바 있다. 이이의 작품에서 독자는 포스트모던 경향, 심리학적 내면, 동시에 체호프에서 볼 수 있는 역설적 터치 등이 섞여 있을 거라는데, 하여튼 이건 위키 백과에서 주장하는 것이고, 내가 읽고 느낀 것이 기초해볼 때, 이건 과장이다. 뒤에 얘기하자.
  페트루셉스카야는 인생의 황금기를 불행하게도 철의 장막 안에서 보냈다. 이이가 쓴 작품들은 하나 같이 KGB에 의하여 검열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붉은 점의 대머리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하기 전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후 세상이 좋아지자 그동안 출간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최소수량만 시중에 나와 독자가 접하기 극히 힘들었던 이이의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이런 와중에 작품이 조금은 과대포장된 것 같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서유럽에서도 페트루셉스카야의 책을 찍겠다고 출판사마다 이이의 전화번호를 찾느라 눈알을 뱅뱅 돌렸던 것인데, 왜 그랬냐 하면, 책이 잘 팔리니까, 돈이 들어오니까.

 

  이이의 대표작으로는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한 《시간은 밤》과 단편집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를 꼽는다고 한다. 《시간은 밤》. 재미있게 잘 읽었다. “출판사에 의하여 지원받은 도서”에 대한 독자서평 없이 평균 별점 4.7에 빛나는 잘 짜여진 단편집이지만 내가 《시간은 밤》을 읽은 시점이 하필이면 같은 러시아 여성작가, 그러나 수도capital면 같은 수도냐, 모스크바가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물론 태어날 때는 레닌그라드였지만) 출신이며 페트루셉스카야보다 한 살 언니인 빅토리아 토카레바가 쓴 매혹적인 중단편집 《티끌 같은 나》를 읽은 바로 뒤라서, 물론 페르투셉스카야를 이렇게 읽은 것도 내 팔자이긴 한데, 토카레바에 비해 아주 조금, 약간의 라면 스프 같은 맛이 빠져있는 느낌이 들었다. 안다, 알아. 토카레바는 오래 약사로 일하다가 나중에야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작가로의 경력이 페트루셉스카야하고 비교할 수조차 없겠지. 그런데도 하여튼 그렇다니까, 내 입맛엔.
  세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를 넘어 공산주의를 채택한 것이 소비에트연맹. 공산주의,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완성. 그러나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그대로 화폭이나, 화면이나, 극장무대나, 초등학교 학예회 단상이나, 원고지 위에 올려놓는 걸 가장 싫어하고, 못견뎌하고,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묘사한 인간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잡아들여 일단 귀싸대기 한 대 후려치는 것으로 시작해, 두드려 패고, 고문하고, 또 고문하고 다시 고문해 체제 전복의 죄명을 자백하게 만든 다음, 재판을 통해 유배를 보내거나 형장의 이슬로 만들기 좋아했던 체제가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였던 거다. 상황이 이런데 어려서부터 모스크바 성냥개비라는 별호를 받았던 페트루셉스카야 같은 작가가 있으니, 유소년기의 경험이 작가의 영원한 샘물이 되는 건 당연하여, 그걸 펜으로 그리는 것이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바에, 이판사판 공사판이라고, 제일 잘 하는 걸로 먹고 살며, 좋아하는 걸로 즐기는 법, 어떻게 프롤레타리아 독재 아래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에서 벌어지는 짓을 쓰지 않고 견딜 수 있었겠는가.
  이래서 페트루셉스카야는 소비에트 시절 내내 지겹도록 검열을 받아야 했고, 무수하게 삭제를 당했으니, 비록 수십 년이 흐른 뒤의 일이지만, 이런 내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와 이 작가의 작품이 어찌 어여쁘지 않을 수 있을까. 서방의 문화계에서 보면 말이지. 솔직히 1920년대 이후 태어난 서양 작가의 경우에 포스트모던 경향이 하나도 없이 작품을 쓴 사람 있어? 있으면 두 명만 대보시지. 없다. 심리학적 내면을 작품에 포함시키지 않고도 소설을 쓸 수 있었나? ‘체호프 식 역설적 터치’ 대신 ‘도스토옙스키 식 죄의식’이나 ‘톨스토이 식 도덕관념’을 넣어도 전혀 문제 없……지? 아, 지금 내가 페트로셉스카야를 비난하고 있는 거 절대 아니다. 오늘의 책,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를 다른 방면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위키 백과의 틀림없이 과장된 찬사에 조금 시비를 걸고 있는 것뿐이다.

 

  페트루셉스카야의 다른 직업은 희곡, 동화, 만화(영화) 시나리오 작가. 여기서 희곡만 제외하면 동화와 만화. 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고객을 위한 작업이란 뜻이고, 특히 1930년대 생인 작가의 경우라면 어려서 숱하게 들은 노변담화, 즉 옛이야기가 작업의 커다란 자산이 될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가운데 생각보다 엽기, 공포물이 많다. 전 세계 동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캐릭터가 귀신, 도깨비, 괴물, 유아살해 같은.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는 러시아의 여러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모아 2009년 10월에 미국 펭귄 북스에서 초판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모두 스물한 편의 단편은 소비에트 시절이나 그 이전 시절을 무대로 온갖 엽기 귀신, 도깨비, 괴물, 유아살해, 혼돈, 이것들을 다 합해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충만하다. 동시에 뉴욕 타임스 북 리뷰는 2009년 12월에 베스트셀러로 치켜 올렸던 바, 작품이 미스터리와 우화적 요소를 담뿍 담고 있다고 평했다.
  동화와 만화영화 시나리오 창작에 깊게 관여했던 소설가가 생각하기에, 내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보다 현대적 옷을 입혀 다시 꾸며보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유아살해를, 20세기 초중반에 바닥 세척용으로 쓰던 가성소다, 즉 양잿물을 뒤집어 씌워 죽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한다. 다른 방을 쓰고 거실과 욕실,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웃 여자가 아이 엄마이자 친구가 외출한 사이 방문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한 아이의 발목을 향해 양잿물을 좌악 뿌려, 아이고 어머니, 잔인하게도 처리하는 걸, 미스터리와 우화적 요소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이건 70세에 육박한 소설가가 어릴 적 들어 알고 있던 우화 자체를 성인 독자 읽으라고 변주하기로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쓴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첫 작품인 표제작부터 마지막 <검은 외투>까지 모두 다 그렇다.
  그리하여 이 책을 여름은 여름이되 날 선선해진 8월 말이 아니라, 진짜 찐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7말 8초의 성하에 읽으면 정말로 좋을 납량물로 보는 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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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03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를 보면, 시 한 편 잘못썼다고 호텔에 감금하는 벌을 내려서 주인공이 호텔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삶을 살게 되거든요. (혹시 읽으셨나요?) 그런 벌이 있으니까 이런 소설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리뷰를 읽으니 이 작가는 실제 그런 삶을 얼마간이지만 살았던거군요.

그나저나, [시간은 밤] 이라면 제가 또 가지고 있습죠. 이 책은 패스하고 시간은 밤 읽으면 되니까 오늘은 충동 당하지 않고 얌전히 갈 수 있네요. 호호.

Falstaff 2021-09-03 08:51   좋아요 2 | URL
<모스크바의 신사> 주인공이 저 위에 이름을 올린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잖아요. ㅋㅋㅋㅋㅋ
페트루셉스카야의 아버지가 로스토프 백작과 비슷한 ˝인민의 적˝으로 찍혔었나봅니다. 이 와중에 처자식이 저 시골로 도망가려고 하니까, 스탈린한테 걸렸다 하면 무조건 사형에 처해질 위기라는 걸 직감하고 처자식을 버렸겠지요. 에휴, 하필이면 그때 태어나 모진 고생을 할 건 뭡니까.
금요일에 별 셋짜리 나오면 다부장님이 호호호 웃으시는군요! ㅋㅋㅋㅋ 참고하겠습니다!

다락방 2021-09-03 08:59   좋아요 2 | URL
앗. 저 방금 모스크바의 신사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왔어요. 이 이름이 그 이름인지 저는 전혀 몰랐어요. 아니, 그런 이름을 다 어떻게 기억하고 계세요?????

그나저나 모스크바의 신사 별 다섯 리뷰여서 너무 씐나요! 저도 그 책 재미있게 읽고 팔지 않고 갖고 있는 책이거든요. 그 리뷰 읽고나서 궁금한건데, 그런데 우아한 연인에는 별 셋 주셨네요? ㅋㅋ 저는 우아한 연인 먼저 읽었었고 그거 너무 좋아서 모스크바의 신사 나오자마자 읽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우아한 연인 읽고 <월든> 읽었다가 월든 너무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3 09:20   좋아요 3 | URL
우와.... 진심으로, 진심으로 다락방님이 <우아한 연인> 먼저 읽고 그게 재미나서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셨을 거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저는 거꾸로 읽었는데요, 기대가 잔뜩 오른 상태에서 <우아한 연인>을 읽으니 이게 영 아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우아한 독후감이 별 셋 주고도 이달의 서재로 뽑혔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건, <월든>이 느므느므 재미없다는 겁니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지만 (번역 때문이지는 모르겠고요)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아이고....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3 09:23   좋아요 2 | URL
월든 저도 재미 없었어요.. 심지어 헨리 소로 성격 꽤 나빠 보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3 09:24   좋아요 3 | URL
저도 월든 읽고 소로 싫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뭐야 이사람 으으 했어요 ㅋㅋㅋㅌㅌ

독서괭 2021-09-03 11:38   좋아요 1 | URL
<모스크바의 신사> 엄마가 읽고 재밌다고 저 갖다 주셨는데..아직 고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ㅜㅜ

Falstaff 2021-09-03 12:22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모스크바의 신사>는 오늘 시작하세요. 하여튼 금요일이나 연휴 전에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열었다 하면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평일 시작하시면 직장에서 하염없이 졸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1-09-03 13:31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그렇다면 <우아한 연인> 먼저 읽어주시면 안돼욤? 🙄

Falstaff 2021-09-03 13: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3 13:40   좋아요 1 | URL
헛.. 폴님, 그정도로 재밌나요? 다락방님, <우아한 연인>은 사야하잖아요. 이미 오늘 또 추가주문하는 바람에 이번달 주문 끝났어요. <독서공감>이 곧 올거란 말이죠 ㅎㅎㅎ

Falstaff 2021-09-03 14:13   좋아요 1 | URL
괭님, 모스크바 신사 재미있어 하는 건 남녀노소가 없다니까요!

잠자냥 2021-09-03 0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도 이거 첫 단편만 읽고 일단 내려놨는데! 여름이 다 갔어요!!! 그럼 내년 여름에? ㅎㅎㅎ

Falstaff 2021-09-03 09:24   좋아요 3 | URL
앗! 내년 여름은 이 책 때문에 션~하게 보내겠네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3 1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아 첫줄의 작가 풀네임 너무 어려워서 입속으로 굴려봤어요 ㅋㅋㅋ 절대 못 외울 것 같아요 ㅋㅋ 위키의 평에 대한 폴님의 시비걸기 넘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 책 리뷰로 얻은 결론은 <티끌 같은 나>를 읽어야겠군.. 이네요!>ㅁ<

Falstaff 2021-09-03 12: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러샤 이름이 좀 그런데, 나중엔 익숙해집니다.
옙. 이 책은 지금 품절이기도 하고 그러니 <티끌....>부터 ㅎㅎㅎ

그레이스 2021-09-03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토카레바에게서 아주 조금 라면수프가 빠진 맛을 알기 위해서는 토카레바 먼저 읽어야겠네요^^
신사배리린든읽고 있는데 폴스타프님 리뷰 보고 ...암튼 재미있네요. ㅎㅎ

Falstaff 2021-09-03 12:27   좋아요 3 | URL
와우 신사배리린든 읽으셔요? 아참, 그거 제가 별 닷 개 준 소설 아닙니까. <허영의 시장>은 별로더니 베리 린든 보니까 진짜 디킨스 라이벌이더라니까요! 판매지수가 오르지 않아 나중에 백자평 하나 더 썼다는 거 아닙니까. ㅎㅎ

토카레바하고 페트루셉스카야, 아무나 먼저 읽으시면 되는데, 하여튼 전 토카레바가 조금 더 좋았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9-03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밤을 먼저 읽어봐야 겠네요~!! 저도 <티끌 같은 나> 좋았었는데 약간 스프가 빠지더라도 좋겠죠? 😅 여름이 가서 아쉽네요 ㅜㅜ

Falstaff 2021-09-03 12:56   좋아요 3 | URL
글쎄 아무나 먼저 읽어도 된다니까요. ㅋㅋㅋㅋㅋ
전 여름 가니까 살 접히는 곳에 땀 안 차서 좋은 걸요!
 
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낯선 작가다. 이이의 바이오그래피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인도 남부 벵갈루루(구 방갈로르)에서 기차로 하루 쯤 걸리는 첸나이(구 마드라스)로 이주해온 마드하바 아디가 박사와 우샤 아디가 여사 사이에서 1974년 10월에 태어난 이 범띠 사내는, 태생부터 범상치 않아 수리야나라야나 아디가 할아버지가 인도에서 열두 번째 서열을 자랑하는 카르나타카 은행의 전임 행장이었고, 외증조 할아버지 라마 라오 씨는 유명한 의료 변호사로 활약하다가 의회에 진출한 이력을 자랑했으니, 비록 이들 가문이 북인도의 델리나 뭄바이 같은 대도시 출신이 아니었다 해도 상당한 카스트였음은 말로 할 필요도 없을 거 같다. 태어나기는 첸나이였지만 줄곧 벵갈루루, 책 <화이트 타이거> 후반에 주인공 발람이 정착해 성공하는 도시에서, 카나라 고등학교와 벵갈루루 성 알로이시우스 대학을 다녔다. 대학 재학중에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이민을 간 아디가는 제임스 루즈 농업고등학교와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University)의 콜럼비아 대학(College) 영문과에서 사이먼 샤마를 사사하고, 1997년에 차석 졸업한다. 하여튼 검색하면 뭐든지 다 나온다. 차석. 자랑이지, 그럼 자랑할 만하지. 이외에도 지도교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허미언 리Hermione Lee 선생을 좇아 15세기 중엽에 초석을 박은 옥스퍼드의 막달렌 대학에서 공부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화려한 학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력은 <파이낸셜 타임스>지에서 재무 저널리스트로 시작한다.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다른 곳도 아니고 <타임스>에서 스카우트 해 남아시아 특파원으로 3년 동안 일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쓴 소설이 바로 <화이트 타이거>다. 2008년에 <화이트 타이거>로 덜컥, 부커 상을 부여잡아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되며,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그는 2010년 현재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의 주도인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될 시간이 지났음을 감안하시기 바란다.

 

  제목이 좀 낡아서 그렇지 재미있는 책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발람 할와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민계급 카스트 출신으로 원래는 과자를 만드는 일에 종사해야 하는 할와이 가문이지만, ‘나’ 발람의 아버지 비크람 할와이는 고향이며 깡촌인 락스만가르에서 인력거꾼으로 평생을 일하다가 백 쪽을 얼마 남기지 않고 그만 결핵에 걸려 가난한 생을 마감한다.
  원래 신생독립국이 다 그렇지만,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일에는 상당히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1947년에 인도, 한 나라로 독립한 나라가 결국 1971년에 인도와 동·서 파키스탄, 이렇게 세 나라로 분리한 것부터 시작해 가뜩이나 큰 영토와 (엄격하고 쪼잔한 계급의식에 박혀있는)인구를 가진 나라가 오랜 진통을 겪었으니 이 와중에 신생국 공통의 현상이었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했을지, 부작용을 일부 겪어본 내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와중에 비참한 수준으로 살고 있던 ‘나’ 발람은 사촌누이의 결혼 때문에 빚을 지고 그걸 갚기 위해 학교를 때려치우고 찻집 꼬마로 일할 수밖에 없는, 슬픈 과거라고 하기엔 당시에 너무 일반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학교 다닐 때 무료급식비와 교복과 무료 학습교재를 몽땅 중간에서 팔아 잡수신 담임선생 크리쉬나 씨가, 부모가 너무 무식해 이름도 지어주지 못하고 그냥 ‘아이’라는 뜻의 ‘무나’라고 불렸던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 발람이었던 거였으며, 왜 이름을 붙여주었느냐 하면, 수십 년 동안 자기가 가르친 학생 중에 거의 유일하게 힌두어를 읽고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쉬나 선생의 좋은 시절이 한 방에 훅 갈 뻔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파란 사파리 양복을 차려입고 단장까지 제대로 짚은 신사 장학사가 암행어사처럼 학교를 시찰했던 거였다. 장학사 양반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학력을 점검해보니 이게 개판이라, 아주 쉬운 문장의 뜻도 이해하지 못했던 거였다. 그래 크리쉬나 선생이 ‘나’ 발람을 대표선수로 장학사 앞에 내세워 답을 하게 했는데, 원래 공부머리가 있던 ‘나’가 장학사 앞에서 청산유수로 떠벌떠벌 읊어내니까, 장학사가 ‘나’더러 화이트 타이거라고 칭해주었다.
  화이트 타이거. 한자말로 백호. 우리말로 하면 흰 범. 인도에서는 어떤 정글에 가더라도 가장 희귀한 짐승으로 한 세대에 딱 한 마리만 나타나는 영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하여튼 이런 일련의 과정으로 저 시골 촌 동네 락스만가르에서 인력거나 끌다가 한 세상 말아먹은 선량한 비크람의 맏아들로 태어나, 짧은 초등학교 시절을 거치며 ‘발람’이 되었으며 덤으로 ‘화이트 타이거’란 별호를 얻었지만 결국 최하의 빈민 소년으로 떨어진 머리 좋은 꼬마가, 나중에 기술 및 아웃소싱의 세계적 중심지라고 주장하는 인도의 방가로르(현 지명 벵갈루루)에서 자신을 기업가인 동시에 생각하는 인간인 “화이트 타이거”라고 소개하면서,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살며 다음 주에 인도를 방문할 예정인 원지아바오 총리에게 보내는 길고 긴 여덟 통의 편지가 바로 이 책이다.

 

  원지아바오가 인도를 방문하는 목적. 인도는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과 환경 인프라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중국엔 별로 없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여 이를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서란다. 이를 들은 발람이, 비록 출신은 미천하였으나 도살되어 식탁에 오르기만 기다리는 닭장 속에서 튀어나온 수탉 신세에서 이젠 위대한 인도의 화이트 타이거의 자격으로, 인도 중부 최고의 공업도시에서 세계 최고 아웃소싱 업계의 대표로 있는 자신 말고 누가 있어 감히 기업가 정신을, 인도와 더불어 앞으로 세계를 선도해나갈 강대국 중국의 총리에게 이야기할 수 있으랴, 하여 ‘나’ 발람 할와이는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편지로 썼다.
  곤충 수준으로 살다가, 제복 입고 목에 황금색 호루라기를 걸고 다니는 버스 차장 비제이를 본보기 삼아 고초 끝에 운전을 배운다. 락스만가르에는 지주가 네 명 살았는데 가장 탐욕스러운 물소와 황새, 멧돼지, 까마귀로 불리는 가문이었다. 발람은 별짓을 다해 이 중에서 황새네 두 번째 자가용 운전사로 취직을 하고, 때마침 미국 유학을 끝내고 인도에 정착한 황새의 장남 아쇽 선생과 사모님 핑키 마담을 주인님으로 모시게 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첫 번째 운전수가 회교도임을 밝혀내 잘라버리고 자신이 아쇽 선생을 따라 대 인도의 수도 델리로 가서 살게 되니, 월급이 무려 더블, 두 배가 되는 거였다.
  그런데 델리에서 정작 발람이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극도로 부패한 인도에서 살아가는 방법과,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계급, 천민 카스트에서 탈출해(마치 시장의 닭장에서 튀어나와 도망하는 것처럼), 신분 상승을 이루는 방법이었다. 신분상승을 위하여 발람이 선택한 것은, 작품을 시작하자마자 화자 ‘나’ 발람 할와이가 직접 말하고 있으니 스포일러가 아님이 확실하다, 자신의 주인님 아쇽 선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70만 루피를 빼앗아 남쪽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거였다. 그리고 화이트 타이거, 발람 할와이는 성공했던 거였다. 당당하게 중국의 총리 원지아바오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이 네 명 있단다. 이 가운데 아크발이라는 작자가 있어서 그가 쓴 시 두 구절이 중요한 힌트로 제시된다. 옮겨보겠다.
  “그들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 노예로 남아있다.”
  “나는 여러 해를 두고 열쇠를 찾고 있었도다. / 그러나 문을 줄곧 열려 있었던 것을.”
  이 시를 통해 발람의 개안, 신분에서의 탈출과 친절한 악당인 주인님 아쇽 선생 살해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구절, 열쇠를 찾고 있었지만 정작 문은 줄곧 열려 있었다는 건 어디서 읽어본 느낌이 들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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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02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발람의 어투가 폴스타프님 스타일과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Falstaff 2021-09-02 09:51   좋아요 2 | URL
앗, 그렇습니까!
ㅋㅋㅋㅋ 그럼 별호를 화이트 타이거나 발람으로? 이 책은 미미 님 낚시에 옆구리 꿴 겁니다. ㅎㅎㅎ 더 자주 낚아 주세요!!!

다락방 2021-09-02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어볼라고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뺐다가 해서 결과적으로 현재는 뺀 상태인데 다시 넣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소설 한 번 써봤는데 덜컥 부커상 타가지고 깜짝 놀라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2 09: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부커 상 타시면 (그거 영어로 쓴 작품이면 누구한테든지 줍니닷!) 저한테 다른 거 모르겠고요, 소고기 생면전골 두 봉만 택배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00   좋아요 4 | URL
딱 기다리고 계셔요. 바로 보내드립니다. 네 봉 보내드립니다. 딱 기다리셔요. 부커상 타는 그 날 바로 보내드릴게요. 슝-

청아 2021-09-02 10:06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예전에 구매하신 책 탑에서 본것 같은데 필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지만요.ㅋ그때 ‘다락방님도 사셨구나! 재밌으셔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ㅋㅋㅋㅋ
제 착각일수도 심지어 꿈일가능성도 몇프로 있습니다😆

잠자냥 2021-09-02 10:16   좋아요 2 | URL
앗, 다락방님 저랑 완전 똑같아요. 저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다가 결과적으로 뺀 상태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넣을지? 우리 오늘 또 우주점 쟁탈전 하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

그나저나 부장님 부커상 타시면 저도 소고기 전골 좀...굽십굽신 다부장지향올림

Falstaff 2021-09-02 10:14   좋아요 2 | URL
와, 미미 님 댓글이 사실이면, 진짜 대박입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18   좋아요 3 | URL
미미님/ 제가 미미님 리뷰 읽고 사려고 넣었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뺐다가... 로 어쨌든 뺐다가가 결론인데 미미님의 이 댓글 읽고 아닌가? 하고 지금 제가 책 구매하고 인증한 사진들 주루룩 보고 있었는데 아닌게 맞는것 같습니다. 안보여요.. 없을거에요. 그래서 살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제가 오늘 아침에 우주점에서 세 권을 주문하는 바람에 우주점 쟁탈전 해도 더 살 중고책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검색은 해봐야겠네요.
부커상 타면 잠자냥 님께도 소고기 전골 그거 네 봉 보내드립니다. 엣헴-

청아 2021-09-02 10:18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좀 다락방님 서재 찾아봤는데 언제인지는 기억나지않아 찾다 포기하고 말씀드린거라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2 10:19   좋아요 2 | URL
(잠시후) 우주점에 상태 <중>인거 한 권 뿐이어서 저는 새 책 갑니다. 새 책 별로 안비싸더라고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02 10:36   좋아요 2 | URL
다락방 님 전 그냥 전자책으로 사기로 했습니다. 표지가 너무 구려서? ㅋㅋㅋㅋㅋㅋㅋ 그것보다는 이 책은 다 읽고 팔려고 해도 얼마 못 받으니까 걍 전자책으로.... 쿠폰 받아서 5천4백원에 합의.

다락방 2021-09-02 10:42   좋아요 2 | URL
표지가 너무나 구린건 사실이지만, 저는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9-02 12:16   좋아요 2 | URL
부커상 보다는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이 더 좋은거 아닌가요? 😆

다락방 2021-09-02 13:42   좋아요 2 | URL
아이, 새파랑 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9-02 1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커상 작품 좋아하는데 좋아는 하는데...
이 책 제목 너무 촌스러워, 표지 너무 구려 이러면서 멀리하고 있습니다.
음 재미있겠군요. 앞으로 한동안 저 표지의 구림과 부커상이 저의 내면에서 격렬하게 싸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ㅎㅎ

Falstaff 2021-09-02 10:27   좋아요 3 | URL
책 표지에서 오른쪽 세로로 노란 띠 있잖아요. 그게 색깔을 다르게 한 게 아니라 다음 장이랍니다. 그거 때문에 손에 들면 좀 어색하고 그렇더라고요.
하여튼 디자인은 염병인데, 뚝배기보다 장맛인 건 확실합니다.
처음 보는 출판사와 역자라서, 이거 혹시 실수하는 거 아닌가 했다가, 잘한 선택으로 결론 봤습니다. ㅎㅎㅎ

잠자냥 2021-09-02 10:34   좋아요 2 | URL
진짜 표지 너무 구려요..... 너무 구려서 멀리하게 됨. 책에 대한 모든 신뢰를 떨어뜨리는 표지. 심지어 엄청 재미없어 보임. ㅋㅋㅋㅋㅋ 디자인 염병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02 10:39   좋아요 1 | URL
차라리 존 버거의 <결혼식 가는 길>처럼 흰 표지에 색깔 있는 글씨로 깔끔하게.... 쓰려고 했다가, 조금, 아주 잠깐 생각해보니, 그 책은 미술 전문 출판사인 열화당에서 나온 거잖아요. 아이고, 하여튼 세상에 뭐 쉬운 게 하나도 없다니까요!
저 표지 때문에 매출 30 퍼센트는 깎아 먹었을 거 같습니다만, 우리 이거 비밀로 해두기로 하지 않겠습니까. 저 회사 디자인 담당자 어떻게 합니까. ㅠㅠ

독서괭 2021-09-02 1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예전에 <확신의 함정>이라는 책에 나와서 담아두기만 했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라 희미하지만.. 표지가 촌스럽긴 하네요 ㅎㅎ 덜컥 부커상 정말 부럽습니다~ 덜컥 이달의당선작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

Falstaff 2021-09-02 12: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이달의 서평, 옳으신 말씀입니다.

새파랑 2021-09-02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있던데 ㅋ 제목이랑 표지가 끌리지 않지만 믿고 보는 폴스타프님 별 다섯개니까 다락방님이 버리신 중고로 눈을 돌려봐야겠군요~!!

Falstaff 2021-09-02 12:16   좋아요 2 | URL
ㅎㅎㅎ 근데 제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아시지요?

coolcat329 2021-09-02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저 이거 보고 트레이더스 가서 조니워커 블랙 세일하길래 사와서 맛있게 마셨네용! ㅋㅋ
조니워커만 보면 와잇 따이거!가 생각나요.

Falstaff 2021-09-02 14:51   좋아요 2 | URL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압도적으로 조니워커 블랙이 최고였습니다. 조니워커 레드만 있어도 광분하던 시절인데 딱 한 번의 대중 노출로 조니워커가 뒷골목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무슨 일이었냐 하면,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씨가 젊은 가수와 여대생을 옆에 앉히고 술을 자시다가 세상에서 제일 믿던 김씨의 권총에서 뿜어져나온 총알을 머리통으로 막았을 당시 즐기던 미주가 ‘시바스 리걸‘ 숙성 12년짜리였던 겁니다.
이후 대한민국에서 급속도로, 과장 조금 해서, 단박에 시바스 리걸이 조니워커 블랙을 잠식해버렸던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때마침 강남 개발을 시작해 땅 팔아 졸부, 천부가 막 생기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coolcat329 2021-09-02 15:0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술과 죽음은 참 가까이 지내는 친구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9-02 15: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덜컥, 부커상을 부여잡아> 라는 문장에서 덜컥, 걸려버려 ㅋㅋㅋㅋ 웃다가 휘청거리다 어질거리다 긴 리뷰를 기어이 읽었습니다. 폴스타프님 글은 만연체에다, B급 같은데 왠지 고급진 듯한 아리까리한 유머가 있어 제가 발을 잘 못 맞추겠어요. ㅋ 근데 재미는 있습니다. 책은, 언제 읽을지 모를 책 같으나 찜해 두려 합니다. 다들 뭔 책들을 이리도 많이, 잘도 읽어내시는지.^^;;;

Falstaff 2021-09-02 15:4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어쨌거나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저야 장땡입니다. 기분도 삼삼하고요.
이 책 재미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력추천 운운 하는 건 아니니,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지 않습니다. ^^;;;
만연체라 하시는데, 아이고, 진짜 유려한 만연체는 제가 지금 읽고 있고 다음 주 목요일에 독후감 올린 작품이 정말 고급진 만연체군요. 어떤 책이냐 하면, 당연히, 안 알려드립니다. ㅎㅎㅎㅎ
전 소싯적에 서라벌예대 동기동창 박상륭과 이문구를 탐독하다가 어떻게 이렇게 글이 길어지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안 그랬습니다. 안 그랬던 거 같습니다. 흑흑...

고양이라디오 2021-09-02 17: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은 책이네요ㅎ 근데 댓글들이 더 재밌는 거 같아요ㅎㅎㅎ 댓글상은 어디 없나요ㅎ

Falstaff 2021-09-02 19: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댓글이 더 재미있으면 안 됩니다.
책이 훨 좋습니다. 물론 책임지지 않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9-03 10:0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요새 읽을 소설이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초딩 2021-10-1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선정되신거 축하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thkang1001 2021-10-1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staff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