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클래식에 관심 있으신가요?
많은 비에 모든 분들 별일없이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음악책을 두 권 소개할게요. 음악은 제게 애증의 대상이기도 해서 미술책에 비해 소개하는 것이 훨씬 힘이 드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오랜만에 재미있는 음악책을 읽게 되어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
음... 하지만 두 권 모두 관심을 가져주실 분은 매우 적지 않을까 싶어요. 클래식에 관한 책들인데 클래식을 잘 알고 즐기는 분들은 특별히 읽을 까닭이 없겠고, 또 전혀 모르는 분들은 책 한 권을 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으시겠지요. 그러니 오늘은 '클래식에 관심이 있지만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하고 다만 기회가 되면 알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 (헉헉 ;;)' 소수의 분들을 위한 페이퍼가 되겠습니다.
압구정동의 '풍월당'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어느 서재에서 풍월당의 세일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만) 풍월당은 국내 최대의 클래식 전문매장이며 때로 유명연주자의 사인회가 열리기도 하는, 조용하지만 힘이 센 곳입니다.
저는 사실 풍월당을 좋아하고 아끼지만, 풍월당이 유명세를 치르게 된 이유 중의 일부는 정신과 전문의를 그만두고 오페라 컬럼니스트가 되었다는 풍월당의 박종호 사장님의 이력에 있지 않나라는 혐의를 마음 속 깊은 곳에 품고 있었는데, 이번 주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이라는 책을 읽고 박종호 사장님께도 반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인 추억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여행 혹은 젊었던 날의 추억을 털어놓고 관련한 음악을 소개한 뒤, 추천 음반을 두세 가지 정도 알려주는 형식인데요, 이런저런 이야기에 끌려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가 되어 버립니다.
'귀도 칸텔리의 음반을 들을 때면 나는 항상 가장 밝게 타올랐다가 일찍 사라진 짧은 불꽃과 같았던 그의 인생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음반들은 어쩌면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미 다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십대의 그는 브람스를 지휘하면서 그것이 모두 그 곡의 처음이자 마지막 녹음이 될 것을 알았을까?'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제3번_ 귀도 칸텔리 중에서
'무엇보다도 그는 이 시기에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걸작이며 그의 후반부의 생애를 빛나게 하는 위대한 작품을 하나 작곡했으니, 바로 '스타바트 마테르'이다. 즉 이 곡이 없었다면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그의 후반부 인생이 이 작품 때문에 더욱 세간의 관심이 되었으며, 다만 극장 음악 작곡가로만 인식되던 로시니를 진정 위대한 종교음악가들의 반열에 당당히 올려놓았던 것이다. ...로시니에 대한 편견을 일거에 없애버리고, 배가 불뚝 나온 그의 사진 앞에 모자를 벗고 조아리고 싶게 만든 단 한 곡이 바로 '스타바트 마테르'이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나는 늘 하던 일을 멈추어야만 했고, 가슴을 죄면서 듣지 않은 적이 없었다.'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_ 정명훈 중에서
책의 마지막에는 '나만의 추천음반'을 실어두었는데, 앞서 설명한 곡들을 들을 수 있는 추천음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선 글들이 어찌나 클래식 곡들에 대한 흥미를 자극했는지 책을 열심히 읽다가 여기에 이르면 정말 음반을 마구 구입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참으로 즐거운 흥분이긴 하지만요 ^^;
더불어서 소개하는 책은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클래식을 소개하고자 쓴 책이어서 음악가들에 대해, 그리고 음악용어에 대해 세세하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재미있는 것은, 중간중간 볼 수 있는 음악가들의 초상입니다. 대개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가의 얼굴은 동상으로 본 것이거나, 교과서에서 본 몇 가지 되지 않는 얼굴인데요, 여기에서는 이제까지 본 것과 꽤 다른 얼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맛있게 입맛을 다시는 로시니'라는 캐리커처를 보고 너무 즐거웠습니다.) 다만 '~합니다'라는 일관된 설명투를 조금 불편하게 생각할 분들도 계시겠지요.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보다 좀더 친절하게 설명을 들려줍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말한다면, <내가...>는 읽기 시작하자마자 푹 빠지게 되는 책이었고, <금난새와...>는 찬찬한 설명에 읽을수록 흥미로워지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가 오는 오후,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뭔가 음악이 있으면 좋을법한 날입니다. 장마를 좋아하는 분, 싫어하는 분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 -- 알라딘 이예린 (yerin@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