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랐다. 내가 머리를 자를거라고 하니까, 그 핑계를 대고 친구가 서울나들이를 결정했다. 그냥 가까운 집근처에서 해결(?)하려던 나를 꼬여내서, 기어이 이대앞에서 만났다.(머리 자른다고 해서, 확 단발이나 컷트로 자른건 아니다. 그냥, 상한 머리를 쳐낸것에 불과하다.)

12시경에 회사에서 온 전화에 잠에서 깨서는 잠시잠깐 '더 자?' 고민을 하다가, 친구에게 전화해서 한참 달게 자는 그녀를 깨웠다. 그리곤 출발할때 전화하게 하고, 씻고나서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채, 심심할 때면 빼서 읽곤 하는 소설'아해의 장'을 펴들고 맘에 드는 장면들을 찾아서 읽다가, 2시 차에 출발한다는 소리에 3시경에 이대역에서 보기로 하곤, 화장을 평소보다 곱게(?)하고, 두시 반경에 집에서 나섰다. 반코트에 약간 짧은 듯한 스커트를 입고, 가면서 가방이 작은 관계로 읽던 책은(두꺼운 하드커버라) 뒤로하고, '스웨덴 기자 아손, ...'을 집어들고는 전철역으로 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친구를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선명한 사진은 아니지만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시 잠깐 잠기기도 했다.

거진 한달만에 보는 친구는 어딘지 약간 낯설어져서,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아아, 머리모양이 바뀌었구나.라고 혼자 납득했다. 배가 고픈 관계로 밥부터 먹자고 나왔다가, 그리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니라서 조금 헤매곤 이대쪽으로 향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철판볶음집앞에서 잠시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냥 더 가보자 하고 가다가 재미있는 라면집을 발견했다. 이름하야, [그놈이라면]. 빨간 간판을 한참 재미있게 바라보다가, 들어가서 신기한 메뉴판을 보고 대충 시켰다. '잡놈'과 '친구', '거시기'라는 이름의 주먹밥에 눈빛을 빛내며 사달라는 친구의 요청에 거시기까지. 라면을 잘 안먹는 내가 먹기에도 맛있었으니, 맛은 보장. 그나저나 메뉴판과 간판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친구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놓기까지 했다. 잠깐 메뉴판을 설명하자면, '떼놈', '그놈', '새근한 놈', '친구', '거시기' 등이었다.(기억나는 건 이게 다다.)

많은 미용실을 보면서 어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잠깐 티하우스에 들려서 옷 구경을 하고는 짤막한 고민과 함께 아무곳에나 들어갔다. 남자손님 둘이 한창 머리를 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면서 웃찾사를 봤다. 아주 살짝 맛본 것에 불과하지만, 예전의 개콘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그렇다. 난 그날 처음 웃찻사를 봤다.) 건네주는 스타일잡지를 보면서 앞머리를 어떻게 자를까, 고민하다가 그냥 눈썹 약간 아래로 일자로 잘르고 말았고, 상한 머리를 쳐내면서 층을 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본 앞머리에 난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머리모양 하나에 사람이 많이 달라졌다. 머리를 자르는 와중에 눈도 찔리고, '샴푸가 중요해요.'란 충고(!)도 듣고. 참, 머리 간단히 자르면서 시간이 한시간 넘게 걸린건 처음이었다.

미용실에서 나와서 다시 티하우스에 들려, 친구가 사고 싶어하던 티를 하나 사곤 카페에 들어가자며 여기 저기 댕기다가, 불닭꼬치 파는 곳 앞에서 군침을 삼키면서 친구를 꼬여 하나씩 사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아저씨 말로는 서울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닭꼬치란다. 그정도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먹은 것중에서 제일 맛있었다는 건 인정!

카페 찾아 전철역까지 왔다가, 다시 뒤돌아 머리를 하던 곳 근처까지 가서, 약간 어두컴컴한 카페에 들어가 신나게 수다떨다가, (여자 둘이 모여도 충분히 접시가 깨질수도 있다.^^;;) 7시 경에 나와서 영화, 영화하다가, 신촌까지 걸어갔다. 신촌에 극장은 녹색극장밖엔 몰랐는데, 아주 조금 떨어진 곳에 '아트레온'이란 영화관이 있었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나를 책임져, 알피를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포기. 끝까지 미련으 못버리는 친구를 끌고는 밥먹자고, 걸어가다가 도대체 우리가 뭐 대단한 걸 먹겠다고 돌아다니는지 모를 정도를 심하게 걸었다. 결국은 연대건물과 이대 건물이 보이는 중간에 있는 롤 돈까스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다행히도(!) 맛있었다. 맛없었다면 아마, 아마도 우리는....

돈까스집 이름이 '달과 6펜스'였다. 신기! 중학교때 읽어봤다는 친구는 내용이 기억안난다면서 끙끙대고, 난 안 읽어서 읽어볼까, 고민하고. 다시 그 길을 되돌아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후에 도착한 친구의 문자는...'도를 아십니까를 또 만났어..흑흑흑'이었다. 에에, 뭐랄까? 기분좋은 하루의 마지막이 찝찝했지만, 못된 나는 난 안만났어.흐흐흐. 하고 말았다.

일요일, 일요일은 ....허무하게도 한게 없다. 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렌초의시종 2005-01-2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보내신 듯 해서 저도 정말 기쁘네요. 역시 친구와 보내는 주말은 상당히 즐거워요~ 저도 실은 친구 만난 날 저녁까지 같이 먹고 싶었는데......(사실은 거기까지해야 완성되는거잖아요~-뭐가? - -) 아, 그리고 저 나를 책임져, 알피 봤는데, 영화 썩 괜찮았어요. 몇줄 써볼까하는데, 잘은 모르겠네요. 아무튼 작은위로님은 도를 아십니까 안만나셔서 다행이어요.(실은 전 어제 만났어요, 센트럴시티에서. 물론 무시했지만요.)

작은위로 2005-01-2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아직도 가끔 만나기는 합니다. 저기요, 하고 저를 붙잡으면, 저는 안들리는척, 못본척 굴며 슬쩍 걸음을 빨리해 도망! 친답니다. ㅎㅎㅎ
네에, 간만에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어서 조금 행복(?)했달까요? ^^ (님도 그러셨더군요! ^^** 기쁜 일이죠, 네에.)
 


1월 1일 새벽 5시 경에 알렉산더를 마지막으로 보고 나온후 영화관 안 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은위로 2005-01-2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저 눈 팅팅 부은거 봐요...
 

집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 몇권의 만화책을 빌려다가 읽었어. 그러다가 새로운 걸 하나 알게되었지. '에델바이스' 꽃의 다른 이름이 '솜다리'래, 솜다리. 예쁜 이름이지?

그래서, 인터넷에서 솜다리를 검색해봤는데, 에델바이스와는 조금 다른 토종우리꽃이 솜다리래, 꽃잎이 솜으로 만든 것처럼 하얀털로 되어있다고해서 솜다리래, 꽃말은 잊을수 없는 추억,

나는 에델바이스하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올라. 대령이 기타를 들고, 에델바이스를 부르던 장면, 말이야. 아마도, 내 생각엔 말야, 그때 처음으로 마리아는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 같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친구에게.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질않는 날이네. 어쩐지, 네가 보고싶은 날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지 않니? 전화나, 문자보다는 편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말이야. 갑자기 웬 편지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고 할 만한 말은 없는데, 그래도 웬지 오늘은 출근길 내내 너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어. 어쩌면 너에게 보낼수도 있고, 보내지 않을 수도 있는 편지를.

학생시절 우리는 그래도,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지. 걱정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것 같아. 지금처럼 허무함이 깃든 웃음이 아니라, 정말 태양처럼 환한 미소말이야. 너나 나나, 서로 가족에게 많이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싸안지 않을 수 없어서, 힘들어 했고 그럼에도 친구들이 있어서 버틸수 있었던 것도 같아. 적어도, 나는 말이야.

아마, 그래서일거야. 어린 시절의 상처가 너무 커서 나로인해 누군가가 받을 상처도, 누군가로 인해 내가 받을 상처도 나는 무서웠고, 무서워. 마음이 강하지 못한 나는 친구들의, 가족들의 사소한 말에도 상처입었음에도 표현조차 하지 않았지. 나는 이런 말로, 이런 행동으로 인해서 상처 받았다고. 두려워서 였을거야. 잃어버릴까봐, 그리하여 더 큰 상처를 받을 까봐. 바보같게도 말이야. 겨우 그정도로 무너질 관계가, 우정이 아닌데도 말이지.

쉽게 사람을 사귀지도 못하고, 마음을 열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많은 친구가 있는 네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욕심이지. 가슴에 수없이 많은 생채기가 나있는 상황에서도 나는 약을 바를줄 모르는 바보이기도 해. 어떻게 해야, 상처가 낫는지 미련스럽게도 전혀 모르니까. 그런데 요즘의 널 보면 너도 그런것만 같아서, 조금 슬프져.

우리는 왜 이렇게 닮은 꼴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 모르겠다, 그렇지?

예전에 나는 마침표를 많이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쉼표가 더 좋아. 쉼표의 여유가 좋아진 걸꺼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부리 2005-01-18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많다고 상처가 없는 건 아닐 겁니다... 마침표보다 쉼표가 더 좋다는 마지막 문장은 멋지군요

작은위로 2005-01-1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뜻은 아니었는데..^^;;;
아끼는 장난감을 뺏긴 꼬마의 심술같은거에요..으흐흐흐.
 

정통부, 휴대폰 불법 스팸 집중 단속
[전자신문 2005-01-17 10:32]
이르면 이번주부터 약 2개월간 음란·대출 등 휴대전화 불법 스팸전송에 대해 일제 단속이 실시된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음란·대출 스팸 발송건수가 하루 평균 1.7통으로 늘어나는 등 불법 스팸발송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고 SK텔레콤· 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협조를 얻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는 광고전송에 앞서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한 ‘옵트인(Opt-in)’ 전송방식이 본격 시행되는 오는 4월을 앞두고 ‘060’ 음성정보 서비스 사업자들의 스팸전송이 막판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정통부는 설명했다.

 이번 일제단속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약 2개월 이상 실시되며 적발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관계법에 따라 상한선에 가까운 무거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정통부는 말했다.

 정통부는 이번 단속에서 특히 불법 스팸감시를 위한 모니터용 전화를 가동, 음성을 통한 불법 음란물 전송증거를 확보해 강도높게 처벌할 방침이다.

 정통부는 당초 ‘옵트인’ 제도가 시행되는 4월부터 2개월간 집중 단속을 벌일 방침이었으나 최근 제도시행을 앞두고 스팸 발송건수가 급증하자 집중단속 방침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스팸발송 건수가 하루 0.9통으로 비교적 진정세를 보였으나 최근들어 1.7통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강도높은 조사를 벌여 불법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060’ 번호를 이용하는 전국의 음성정보 서비스 사업자는 2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전화번호는 2만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