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8
정재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하여


   독도는 우리땅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배상을 해줘야 한다. 친일파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한다. 일본과 관련된 큰 문제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 얇은 한 꺼풀만 벗겨내도 나의 생각은 뒷받침이 부족하다. 내가 만약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그에 따른 여러 증거를 들이미는 일본의 극우파를 만난다거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과거 박정희 시대에 대일청구권에 대한 한일 기본 조약으로 5억 달러로 이미 마무리 됐다고 말하는 일본인 대학생을 만난다거나, 친일파를 어느 기준으로 삼을 것이며 이제 와서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고 되묻는 어르신을 만나면? 솔직히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른다. 문과 학생으로서 국사와 근현대사를 배웠지만 수능 때 국사 4등급 이후로 사실상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나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모르는 개탄스러운 상태는 아니지만 아슬아슬하게 상식을 유지하는 선이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갑작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위안부 관련 협상. 오래도록 협상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국민에게 알린 것도 아니었고, 연말에 일본이 불시에 기습 방한하여 타결하고 돌아간 협상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건 당연지사였다. 한쪽에서는 이제 보상을 받는다고 안도하고 한쪽에서는 이게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아니었냐며 분개하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갑자기 일본과 우리나라의 악연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그래서 빌려보게 된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얼마나 질긴 악연으로 얽매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질기고도 질기다. 일제 강점기 시대야 말할 것도 없고, 독립 이후, 일본은 6.25전쟁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한국은 전쟁 이후 일본 따라가기만을 목표로 삼아 각종 기술을 배우고, 일본은 공산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가치가 떨어지는 기술을 전수해주고… 침략국과 피해국가간의 사이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냐 할 정도로 이상하게 잘 흘러갔다. 제 아무리 외교적 문제, 이를테면 독도 영유권 문제, 신사 참배 문제, 위안부 문제, 피폭 한인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 할 적에도 경제에 있어서 만큼은 밀월관계를 유지해오는 식으로 어떻게든 관계를 끊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우리나라가 일본과 상생하는 관계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역사적으로 깊고도 깊은 관계인지 이번에 깨우쳤다. 박정희가 경제개발계획 당시 포항제철은 일본이 지은 것이나 다름 없고,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제철 이 모든 것들이 일본식 모델을 따른 것이고 일본의 기술을 전수 받은 것이다.  서로를 정말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정말 지독히도 닮은 두 나라. 마냥 일본을 싫어할 것만 아니라 우리의 어느 부분이 일본과 닮아있나를 파악한 뒤에 그것을 뛰어넘고자 해야함을 느낀다.



2. 위안부 관련 협상 타결안 전문

 

1.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는 기시다 외무대신과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양국간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습니다. 

2. 먼저 연말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이 회담을 위해 방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간 핵심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4. 특히, 지난 11.2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님과 아베 총리께서 “금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셔서, 이후 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양국간 협의를 가속화해 왔습니다. 

5. 어제 있었던 12차 국장급 협의를 포함하여 그간 양국간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협의 결과를 토대로 오늘 기시다 외무대신과 전력을 다해 협의한 결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결과를 여러분들께 발표하고자 합니다. 

6. 우선, 일본 정부를 대표해서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을 밝히시고, 이어서 제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시다 대신 언급내용


먼저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여 윤병세 장관과 매우 중요한 일·한 외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한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해 왔습니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일본 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합니다. 

①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합니다.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합니다. 

②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합니다.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합니다. 

③ 일본 정부는 이상을 표명함과 함께,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합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일·한 양 정상의 지시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 온 결과이며, 이로 인해 일한관계가 신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상입니다. 


7. 다음은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가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일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해 왔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정부로서 아래를 표명한다. 

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 

②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③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8. 이상으로 한국 정부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9.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기 전에 기시다 외무대신과 함께 그간의 지난했던 협상에 마침표를 찍고, 오늘 이 자리에서 협상 타결 선언을 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금번 합의의 후속 조치들이 확실하게 이행되어,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1. 아울러 한·일 양국간 가장 어렵고 힘든 과거사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을 계기로, 새해에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2015.12.29, 외교부 공식 발송 이메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구입과 대출에 관하여


    나는 책을 주로 읽어보는 편이다. ‘주로’라는 말은 95%는 빌려보고 5% 정도만 책을 산다.  2015년에도 구입한 책은 5권이 채 될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안 되는 것 같다. 왜 책을 사지 않느냐면 첫째로는 돈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에 밥값, 교통비, 통신비를 내고 나면 이제 그 돈으로 문화생활도 즐기고 놀기도 해야 하는데, 책이라는 문화 생활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둘째로는 방에 넉넉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방이 작은 탓에 책을 둘 곳이 별로 없다. 셋째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기에 책을 사서 여러 번 읽기 보다는 빌려봐서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급급하다.  이러한 점들로 나는 책의 대출을 선호하고 책을 구입하여 집에 쌓아두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작가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에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 자주 사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어떤 책들을 모으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책을 모으는지 엮어놓았다. 학생, 프리랜서, 국어 선생님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집 속에는 커다란 보물 창고처럼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책을 둘 공간이 없어서 컨테이너를 임대하여 거기에 책을 보관하는 사람이었다. 생활이 엄청나게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위하여, 책을 저장하기 위하여 정성을 들였는데, 컨테이너의 내부는 작은 서재처럼 책장으로 둘러 쌓여 있고 창문도 있었다. 자신만의 안빈낙도를 만들어 낸 그는 비록 생활비의 많은 부분이 컨테이너의 유지 비용으로 들어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외에도 누군가는 책을 무지막지하게 모으고, 누군가는 작은 규모로 모으고 계속 소장 책들을 바꾸어 나간다. 장서의 종류, 양은 모두 제각각 이지만 책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책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탄탄하게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그들은 행복함을 느끼고 책을 더 사랑하게 되나 보다.  


    그렇게 보면 나는 책을 아직 많이 사랑하지는 못한다. 여전히 책에 대해 나 자신을 지나가는 나그네로 생각하고 있고, 내 방에 모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책을 하나의 소장품으로 여기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책이 아직 정보를 주는 매개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랑하게 될 때 책의 내용을 더 온전히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소장하고 싶은 책에 대해 떠올려 봤다. 우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와 알랭 드 보통의 책들, DBR이라는 경영잡지, 매거진 B라는 잡지, 그리고 세인트존스 대학교의 필독서 100권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조선왕조실록 만화는 만화이기에 언제든지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으니깐, 알랭 드 보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책들, 두 개의 잡지들은 경영과 브랜드 세계의 최신 경향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세인트존스 대학의 필독서 100권은 정말 어렵고, 고전이기에 두고두고 보고 싶다. 그것들을 빌려서 봤다가는 몇 번을 빌리고 반납하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책과 성공에 대하여


    사실 나에게는 큰 착각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주문과도 같은 말이 바로 그것이다. 몇몇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나 전기를 읽어보면 하나같이 책을 많이 읽었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삼성의 이건희 등등…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이렇게 책만 읽어도 나중엔 성공할 꺼야 라고. 하지만 그런 편견이 이 책을 통해서 깨져버렸다. 이 책에 나온 애서가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맨 처음 나의 편견으로 책을 읽어 내려갈 때에는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왜 다들 엄청 성공한 거 같지는 않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나의 성공의 정의 자체가 이미 오염되어 있었다. 명예나 많은 돈이 성공의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런 사리사욕에 초월할 줄 알았지만 궁극의 목표가 오히려 그런 사리사욕이었던 꼴이다. 책을 읽으면 내면은 결국은 확장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깊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이는 명예나 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런 점에 대해 배웠음에도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책을 통해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다. 나는 대인배가 되기에는 글러먹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1-14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01-14 0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서울시장 박원순 님이 서재를 옅보게 해주셨지요. 개인 채무가 많음에도 큰 평수의 집을 보유한 것이 언론에 오르내리니까 변명 삼아 서재 사진을 공개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그 서재가 부럽더군요.
말씀이 맞아요.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작은 서재를 가지기도 엘리자베스의 도서관처럼 애장가가 되기도 힘들지요. 하지만 애서가로 그런 부족함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깨달음을 얻었으니 대인배로 방향 전환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윙헤드 님을 응원합니다!

초딩 2016-01-1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사유하고, 영향을 받아야 - 태도나 그에 따른 행동 - 하는 것 같습니다.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지행합일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탈옥을 하지 않았고, 또 독배를 마신 그리고 닭 한마리를 받친 소크라테스를 찬양해봅니다.

cyrus 2016-01-14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는 말. 저도 공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와 비슷합니다.
 
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공의 비결에 대하여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하지 않나 보다. 책에서 저자는 세계의 여러 성공적인 기업들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세가지 공통적인 핵심요소를 혼, 창, 통이라고 보았다. 혼은 기업의 이념이자 사명이요, 창은 얼마나 참고 인내하고 노력하느냐, 통은 얼마나 소통을 잘하느냐가 결국은 기업의 성공 열쇠라고 저자는 말한 것이다. 책 속에는 그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세계의 여러 사례들이 등장하여 우리들에게 ‘아, 저런식으로 하면 성공적이겠구나’라고 느끼게끔 한다.


    그런데, 읽어도 기억에 남지가 않는다. 이미 여러 책에서 읽었던 가치들을 다시 정리한 느낌이었다. 내가 너무 많이 기대했던 것이 문제였다.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길이 되어 줄 것만 같은 책(표지)였는데….여러 책을 읽을수록 성공은 정말 과학보다는 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잘한 시기에 적절한 사업으로 적절하게 시작한 것이 어떻게 보면 열쇠라고 본다. 이걸 잘못 생각하면 복권과 같이 운만 믿고 사업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 성공의 원칙을 찾기 위해 시간을 쓸 때, 시도를 한 번 더 한다면 성공에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통에 대하여


   인턴을 하던 시절, 회의라는 것에 처음 참석했던 적이 있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정리하기 위한 회의인데, 나와 대리와 사원이 하는 첫 회의였다. 나와 대리는 그 전에 조금 정리를 한 상태였고, 사원은 피피티에 들어갈 프로그램에 대한 조언을 위해 참여하는 구조였다. 주재자는 대리였었는데, 회의 도중에 사원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자신은 이것이 첫 회의이기 때문에 정보도 잘 모른 상태인데 대리가 이건 언제까지, 저건 언제까지 딱딱 일을 시키니 이것이 정말 협동적인 일인지 아니면 대리니까 시켜서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길로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웠다. 나를 내보내고 나서도 1시간은 더 싸웠던 것 같다. 그 뒤로 관련 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결국 나의 인턴 종료까지 언급되지 않았다.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마는, 나는 말싸움조차 피하는 편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는 서로만 잘 이해한다면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 말이 안 통하면 다시 설명하면 된다. 일을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수준이 저렇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싸움은 모두 자기자신이 다 알고, 자기자신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된 것처럼 우리도 각자가 그리 똑똑하고 완벽하지 않다고만 인식하면 된다. 근데 그걸 다 잊어버리는 것 같다. 상대방과 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대방도 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니 회사 내 불협화음이 문제다, 조직 간 소통이 잘 안된다라고 하소연 하는 것이다. 우리는 싸움을 일으키기 이전에 우리가 상대방에게 화를 낼 자격이 있는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막 7장
홍정욱 지음 / 삼성 / 199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력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무기력하다. 사실 요즘이 아니라 여행을 갔다 온 후인 12월부터 무기력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처음에는 시차적응을 한다고, 다음에는 연말이니까 사람들을 만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자꾸 게으르게 살았다. 아침엔 여덟시, 아홉시에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책도 30분 읽고 핸드폰 30분 들여다보고 하는 생산성 없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어떤 동기가 필요했다.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친듯이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


   이 책은 전자에 해당한다. 옛날에 한 번 읽었었지만 젊은 저자의 열정을 다시금 느껴보고자 다시 한 번 읽었다. 어린 시절 영어라고는 안녕하세요 정도 밖에 모르는 수준에서 미국의 최고 사립학교로 무작정 쳐들어가고, 그 곳에 입학하기 위한 영어 성적을 위해 새벽에 화장실에서 공부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결국은 입학한 소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밥을 빨리 먹고, 운동을 빼먹을 정도였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정신을 발휘한 소년. 그것이 끈기고 노력이다. 물론 아직 30대도 되지 않은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 이야기기에 과장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느낌이지만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3개월 만에 미국 최고의 사립학교 중 하나에 입학하고, 하버드 대학교에 조기 입학을 할 수 있는 그 사실은 변함없이 그의 노력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시절 하버드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 고난을 견디었다. 쏟아지는 잠도 참고, 화장실의 냄새도 참고, 어린 시절의 연애도 참았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돌진하는 것과 같다. 


    나는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라면 다들 그랬듯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하였었는데, 운 좋게도 대학에 잘 들어갔고, 그 뒤로는 미친 듯이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과거에 그만큼 했으니 이제는 안 해도 된다는 개똥 같은 생각이 아직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뭔가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해서 계획도 다시 짜고 이제는 평일의 아침과 낮을 계획적으로 보낼 생각이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도 노력해서 하버드에 갈 수 있듯이 결국 노력하는 자에게 좋은 결과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저 사람도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최고의 해로 만들어봐야겠다.




----금수저에 대하여


    저자인 홍성욱씨의 노력을 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구나라는 생각도 하였다. 유명 영화배우인 아버지와 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셨던 어머니의 밑에서 자라 학생운동의 시기에 미국의 사립학교로 유학을 가고, 어머니도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하며 아들을 뒷바라지 하였다. 사립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자, 아버지가 미국의 방송사 부장과 연결시켜주어 고등학생으로 최연소 수습기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사립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 가서도 공부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졸업 논문이 중국과 한국의 외교관계에 대한 주제였었는데, 그 당시 중국은 방문이 엄격하게 통제가 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중국 화교들과의 관계를 통해 중국으로 손쉽게 입국하였다. 그 당시 중국의 국가기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뇌물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혀놓음과 동시에 대부분의 정보를 취득하였다고 썼다. 즉, 중국의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비공식적인 뇌물을 사용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저런 도움을 받은 홍정욱씨를 깎아 내려야만 할까? 아버지의 힘으로 중국을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처벌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취직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학원에 다닌다, 부모님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등등… 어디까지가 금수저 인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그럼 어디까지가 평균이란 말인가, 우리 국민의 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자? 아니면 중간값에 해당하는 자? 그런 사람들은 또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금수저라고 비칠 뿐이다. 


    이는 결국 노력을 하지 않고 남들을 깎아 내리는 단어에 불과하다. 금수저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단지 배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그런 결과를 얻었다고 자기 위안을 삼는 것이다. 내가 홍성욱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뒷배경이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인데 요즘 시대에 7막 7장이 출간되면 사정없이 돌을 맞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의 결과를 비난하기 전에 내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부터 반문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절대로 올라갈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사실 엄청난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금수저론은 사회는 정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결국은 개개인의 노력 부재이기 때문이다라고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금수저들 천지라고 본다. 이미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큰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서로의 비교만 조금만 줄이면 이런 금수저론도 덜할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할 시간에 노력한다면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크던 작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반복에 대하여


     왜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들 말들을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정치를 보면서 잘 느꼈다. 전두환이 쫓겨나고서 진정한 민주주의로서의 처음 투표가 열렸는데, 당시 여당에서는 노태우를 일찌감치 후보로 내세웠고, 야당에서는 김영삼과 김대중이라는 두 거물이 버티고 있었다. 당시 민중의 여론을 보면 당연히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고, 문제는 김영삼과 김대중 중에 누가 후보로 나서는지가 최대 화두였다. 그런데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던 두 후보의 거리는 끝내 가장 멀어져 개별 출마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당연히 야당의 표는 분산이 되고 최대 수혜자는 노태우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은 5공화국의 전 실세가 민주주의로 제대로 시행한 투표에서 대통령이 되는 불상사가 생겨난 것이다. 결과를 보더라도 김영삼, 김대중의 표를 합치면 50 퍼센트가 훌쩍 넘어 30퍼센트의 노태우 후보를 간단히 이겼을 텐데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덕분에 5공화국의 범죄자들은 겉으로는 혹독하게 처벌받는 듯 했으나 여전히 전두환의 비자금 추징금은 어마어마하게 남아있듯이 올바름이 바로 서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총선을 내년에 앞두고 대선을 내후년에 앞둔 상황에서 야당의 가장 큰 두 거물, 문재인과 안철수가 결국은 갈라섰다. 사실 저번 대선에서 두 명이 의견을 합치어 단독 후보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 패했지만 50프로에 육박하는 표를 얻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에서 정부의 여러 과오들, 예를 들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나 위안부 문제 졸속 처리 등을 가지고 공격이 아닌 사실만 나열해도 승리할 것만 같은데 야당은 제대로 된 의견도 내지 못하고 서로 싸움이나 하고 있다. 또 여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보면…큰일이다. 과거에 이런 형식으로 갈라지다가 대선 직전에 극적으로 단독 후보로 나와 극적 효과로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란 확신은 없다. 분명히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앞서 말한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분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것만큼 지도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없다. 


   한국 역사에 대해 무지한 나는 신문을 읽으며 ‘이런 사건이, 이런 추태가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근데 이 책과 같은 근현대사 책을 보니 ‘이런 사건이, 이런 추태가 이미 우리 나라에서 일어났구나’라고 느낀다.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흐름을 잡아야 다음 흐름을 알 수 있고, 한 발짝 앞서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