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하여
독도는 우리땅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배상을 해줘야 한다. 친일파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한다. 일본과 관련된 큰 문제에 대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 얇은 한 꺼풀만 벗겨내도 나의 생각은 뒷받침이 부족하다. 내가 만약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우기는, 그에 따른 여러 증거를 들이미는 일본의 극우파를 만난다거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과거 박정희 시대에 대일청구권에 대한 한일 기본 조약으로 5억 달러로 이미 마무리 됐다고 말하는 일본인 대학생을 만난다거나, 친일파를 어느 기준으로 삼을 것이며 이제 와서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고 되묻는 어르신을 만나면? 솔직히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른다. 문과 학생으로서 국사와 근현대사를 배웠지만 수능 때 국사 4등급 이후로 사실상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나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6.25가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모르는 개탄스러운 상태는 아니지만 아슬아슬하게 상식을 유지하는 선이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갑작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위안부 관련 협상. 오래도록 협상을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국민에게 알린 것도 아니었고, 연말에 일본이 불시에 기습 방한하여 타결하고 돌아간 협상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건 당연지사였다. 한쪽에서는 이제 보상을 받는다고 안도하고 한쪽에서는 이게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 아니었냐며 분개하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갑자기 일본과 우리나라의 악연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그래서 빌려보게 된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얼마나 질긴 악연으로 얽매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질기고도 질기다. 일제 강점기 시대야 말할 것도 없고, 독립 이후, 일본은 6.25전쟁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한국은 전쟁 이후 일본 따라가기만을 목표로 삼아 각종 기술을 배우고, 일본은 공산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가치가 떨어지는 기술을 전수해주고… 침략국과 피해국가간의 사이가 이렇게 흘러가도 되냐 할 정도로 이상하게 잘 흘러갔다. 제 아무리 외교적 문제, 이를테면 독도 영유권 문제, 신사 참배 문제, 위안부 문제, 피폭 한인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 할 적에도 경제에 있어서 만큼은 밀월관계를 유지해오는 식으로 어떻게든 관계를 끊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우리나라가 일본과 상생하는 관계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역사적으로 깊고도 깊은 관계인지 이번에 깨우쳤다. 박정희가 경제개발계획 당시 포항제철은 일본이 지은 것이나 다름 없고,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전자, 제철 이 모든 것들이 일본식 모델을 따른 것이고 일본의 기술을 전수 받은 것이다. 서로를 정말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정말 지독히도 닮은 두 나라. 마냥 일본을 싫어할 것만 아니라 우리의 어느 부분이 일본과 닮아있나를 파악한 뒤에 그것을 뛰어넘고자 해야함을 느낀다.
2. 위안부 관련 협상 타결안 전문
1.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는 기시다 외무대신과 회담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양국간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졌습니다.
2. 먼저 연말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이 회담을 위해 방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간 핵심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4. 특히, 지난 11.2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님과 아베 총리께서 “금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셔서, 이후 국장급 협의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한 양국간 협의를 가속화해 왔습니다.
5. 어제 있었던 12차 국장급 협의를 포함하여 그간 양국간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협의 결과를 토대로 오늘 기시다 외무대신과 전력을 다해 협의한 결과,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결과를 여러분들께 발표하고자 합니다.
6. 우선, 일본 정부를 대표해서 기시다 외무대신께서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일본측의 입장을 밝히시고, 이어서 제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시다 대신 언급내용
먼저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여 윤병세 장관과 매우 중요한 일·한 외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한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해 왔습니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일본 정부로서 이하를 표명합니다.
①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합니다.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합니다.
②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합니다.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前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합니다.
③ 일본 정부는 이상을 표명함과 함께,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합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합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것은 일·한 양 정상의 지시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 온 결과이며, 이로 인해 일한관계가 신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이상입니다.
7. 다음은 오늘 합의사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제가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일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양국 국장급협의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해 왔다. 그 결과에 기초하여 한국정부로서 아래를 표명한다.
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
②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
③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8. 이상으로 한국 정부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9.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기 전에 기시다 외무대신과 함께 그간의 지난했던 협상에 마침표를 찍고, 오늘 이 자리에서 협상 타결 선언을 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10. 앞으로 금번 합의의 후속 조치들이 확실하게 이행되어, 모진 인고의 세월을 견뎌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1. 아울러 한·일 양국간 가장 어렵고 힘든 과거사 현안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이 마무리되는 것을 계기로, 새해에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2015.12.29, 외교부 공식 발송 이메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