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막 7장
홍정욱 지음 / 삼성 / 199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력에 대하여


    요즘 들어 무기력하다. 사실 요즘이 아니라 여행을 갔다 온 후인 12월부터 무기력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처음에는 시차적응을 한다고, 다음에는 연말이니까 사람들을 만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자꾸 게으르게 살았다. 아침엔 여덟시, 아홉시에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책도 30분 읽고 핸드폰 30분 들여다보고 하는 생산성 없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나에게는 어떤 동기가 필요했다. 엄청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친듯이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


   이 책은 전자에 해당한다. 옛날에 한 번 읽었었지만 젊은 저자의 열정을 다시금 느껴보고자 다시 한 번 읽었다. 어린 시절 영어라고는 안녕하세요 정도 밖에 모르는 수준에서 미국의 최고 사립학교로 무작정 쳐들어가고, 그 곳에 입학하기 위한 영어 성적을 위해 새벽에 화장실에서 공부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노력하여 결국은 입학한 소년.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밥을 빨리 먹고, 운동을 빼먹을 정도였고, 영어사전을 통째로 외우는 정신을 발휘한 소년. 그것이 끈기고 노력이다. 물론 아직 30대도 되지 않은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 이야기기에 과장이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느낌이지만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3개월 만에 미국 최고의 사립학교 중 하나에 입학하고, 하버드 대학교에 조기 입학을 할 수 있는 그 사실은 변함없이 그의 노력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는 어렸을 시절 하버드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 고난을 견디었다. 쏟아지는 잠도 참고, 화장실의 냄새도 참고, 어린 시절의 연애도 참았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돌진하는 것과 같다. 


    나는 아직도 과거에 얽매여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라면 다들 그랬듯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하였었는데, 운 좋게도 대학에 잘 들어갔고, 그 뒤로는 미친 듯이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과거에 그만큼 했으니 이제는 안 해도 된다는 개똥 같은 생각이 아직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뭔가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해서 계획도 다시 짜고 이제는 평일의 아침과 낮을 계획적으로 보낼 생각이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도 노력해서 하버드에 갈 수 있듯이 결국 노력하는 자에게 좋은 결과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저 사람도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올 한 해를 최고의 해로 만들어봐야겠다.




----금수저에 대하여


    저자인 홍성욱씨의 노력을 보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구나라는 생각도 하였다. 유명 영화배우인 아버지와 미국 항공사에서 근무하셨던 어머니의 밑에서 자라 학생운동의 시기에 미국의 사립학교로 유학을 가고, 어머니도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하며 아들을 뒷바라지 하였다. 사립학교에서 공부하던 중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자, 아버지가 미국의 방송사 부장과 연결시켜주어 고등학생으로 최연소 수습기자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사립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 가서도 공부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졸업 논문이 중국과 한국의 외교관계에 대한 주제였었는데, 그 당시 중국은 방문이 엄격하게 통제가 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중국 화교들과의 관계를 통해 중국으로 손쉽게 입국하였다. 그 당시 중국의 국가기관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뇌물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혀놓음과 동시에 대부분의 정보를 취득하였다고 썼다. 즉, 중국의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비공식적인 뇌물을 사용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저런 도움을 받은 홍정욱씨를 깎아 내려야만 할까? 아버지의 힘으로 중국을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처벌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교수님의 도움으로 취직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학원에 다닌다, 부모님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등등… 어디까지가 금수저 인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그럼 어디까지가 평균이란 말인가, 우리 국민의 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자? 아니면 중간값에 해당하는 자? 그런 사람들은 또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금수저라고 비칠 뿐이다. 


    이는 결국 노력을 하지 않고 남들을 깎아 내리는 단어에 불과하다. 금수저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단지 배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그런 결과를 얻었다고 자기 위안을 삼는 것이다. 내가 홍성욱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뒷배경이 무색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인데 요즘 시대에 7막 7장이 출간되면 사정없이 돌을 맞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의 결과를 비난하기 전에 내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부터 반문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절대로 올라갈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사실 엄청난 노력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금수저론은 사회는 정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결국은 개개인의 노력 부재이기 때문이다라고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금수저들 천지라고 본다. 이미 사회적으로, 세계적으로 큰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서로의 비교만 조금만 줄이면 이런 금수저론도 덜할 거라고 생각한다. 비교할 시간에 노력한다면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크던 작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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