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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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구입과 대출에 관하여


    나는 책을 주로 읽어보는 편이다. ‘주로’라는 말은 95%는 빌려보고 5% 정도만 책을 산다.  2015년에도 구입한 책은 5권이 채 될까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안 되는 것 같다. 왜 책을 사지 않느냐면 첫째로는 돈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신분에 밥값, 교통비, 통신비를 내고 나면 이제 그 돈으로 문화생활도 즐기고 놀기도 해야 하는데, 책이라는 문화 생활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둘째로는 방에 넉넉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방이 작은 탓에 책을 둘 곳이 별로 없다. 셋째로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기에 책을 사서 여러 번 읽기 보다는 빌려봐서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급급하다.  이러한 점들로 나는 책의 대출을 선호하고 책을 구입하여 집에 쌓아두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작가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에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 자주 사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어떤 책들을 모으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책을 모으는지 엮어놓았다. 학생, 프리랜서, 국어 선생님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집 속에는 커다란 보물 창고처럼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책을 둘 공간이 없어서 컨테이너를 임대하여 거기에 책을 보관하는 사람이었다. 생활이 엄청나게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책을 위하여, 책을 저장하기 위하여 정성을 들였는데, 컨테이너의 내부는 작은 서재처럼 책장으로 둘러 쌓여 있고 창문도 있었다. 자신만의 안빈낙도를 만들어 낸 그는 비록 생활비의 많은 부분이 컨테이너의 유지 비용으로 들어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 외에도 누군가는 책을 무지막지하게 모으고, 누군가는 작은 규모로 모으고 계속 소장 책들을 바꾸어 나간다. 장서의 종류, 양은 모두 제각각 이지만 책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책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이 탄탄하게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그들은 행복함을 느끼고 책을 더 사랑하게 되나 보다.  


    그렇게 보면 나는 책을 아직 많이 사랑하지는 못한다. 여전히 책에 대해 나 자신을 지나가는 나그네로 생각하고 있고, 내 방에 모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책을 하나의 소장품으로 여기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책이 아직 정보를 주는 매개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랑하게 될 때 책의 내용을 더 온전히 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소장하고 싶은 책에 대해 떠올려 봤다. 우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와 알랭 드 보통의 책들, DBR이라는 경영잡지, 매거진 B라는 잡지, 그리고 세인트존스 대학교의 필독서 100권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조선왕조실록 만화는 만화이기에 언제든지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으니깐, 알랭 드 보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책들, 두 개의 잡지들은 경영과 브랜드 세계의 최신 경향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리고 세인트존스 대학의 필독서 100권은 정말 어렵고, 고전이기에 두고두고 보고 싶다. 그것들을 빌려서 봤다가는 몇 번을 빌리고 반납하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책과 성공에 대하여


    사실 나에게는 큰 착각이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주문과도 같은 말이 바로 그것이다. 몇몇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나 전기를 읽어보면 하나같이 책을 많이 읽었다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 삼성의 이건희 등등…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이렇게 책만 읽어도 나중엔 성공할 꺼야 라고. 하지만 그런 편견이 이 책을 통해서 깨져버렸다. 이 책에 나온 애서가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맨 처음 나의 편견으로 책을 읽어 내려갈 때에는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왜 다들 엄청 성공한 거 같지는 않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나의 성공의 정의 자체가 이미 오염되어 있었다. 명예나 많은 돈이 성공의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그런 사리사욕에 초월할 줄 알았지만 궁극의 목표가 오히려 그런 사리사욕이었던 꼴이다. 책을 읽으면 내면은 결국은 확장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깊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이는 명예나 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런 점에 대해 배웠음에도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책을 통해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다. 나는 대인배가 되기에는 글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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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01-14 0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서울시장 박원순 님이 서재를 옅보게 해주셨지요. 개인 채무가 많음에도 큰 평수의 집을 보유한 것이 언론에 오르내리니까 변명 삼아 서재 사진을 공개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그 서재가 부럽더군요.
말씀이 맞아요.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로 작은 서재를 가지기도 엘리자베스의 도서관처럼 애장가가 되기도 힘들지요. 하지만 애서가로 그런 부족함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깨달음을 얻었으니 대인배로 방향 전환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윙헤드 님을 응원합니다!

초딩 2016-01-1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사유하고, 영향을 받아야 - 태도나 그에 따른 행동 - 하는 것 같습니다. 읽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지행합일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탈옥을 하지 않았고, 또 독배를 마신 그리고 닭 한마리를 받친 소크라테스를 찬양해봅니다.

cyrus 2016-01-14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는 말. 저도 공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와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