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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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꾸베라는 이름의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 행복에 대하여


    행복. 행복이란 단어를 보기는 참 쉽다. 행복한 세상, 행복나눔, 행복한 여자…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고 행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행복에 대해선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속 시원히 정의가 내려진 적이 없다는 사실은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한다. 행복은 정말 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이 질문은 나도 가끔씩 얇게 생각하곤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평설’을 가지고 토론하던 친구들과도 한 두 번 다루었던 주제였고, 대학교에서도 친구가 주도한 프로그램에서 같이 토론해 봤던 주제였었다. 또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고 그랬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행복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생각할 때,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사고력, 논리력이 부족하기에 깊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좋으면 그게 행복이지~’, ‘행복이 돈이 아닌 것만큼은 알지!’ 딱 이정도 수준의 사고에서 멈추어 버렸었다.  


    사실 책에서 말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 정의 비스무리 한 것들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우선 책의 주인공 꾸베씨가 여행을 하며 느낀 행복에 대한 그만의 정의를 나열해보면


1.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12. 좋지 않는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이런 23가지의 정의, 규칙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보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교하고, 경쟁하고, 돈을 벌고자 하고, 욕망하고, 행복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행복을 외치고 있다. 대체 내가 왜 지금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인턴을 하고 해외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지 누군가 집요하게 질문을 한다면 제대로 대답을 못할 것이다.  행복을 자꾸 성공, 돈과 연결시킬라고 하고 있고, 남들보다 비교하려고 기를 쓰는 나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만 살면 나도 참 행복을 제대로 느끼기엔 힘들겠구나라고 느낀다. 



- 저자의 말에 대하여


    이 책은 3시간 정도만에 카페에서 앉은 자리로 읽었다. 내용이 쉬울뿐더러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행복에 대한 여러 혜안들을 흡수하기도 벅차하며 책을 모두 읽고 뒤에 딸린 저자의 서문을 딱 읽으니, 강렬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삶에 대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얌전히 기다리라고만 배워 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여행이야말로 삶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실로 나에게 하는 말인 듯 하다. 그리고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나)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달 전쯤 대학교 축제에서 싸이의 축하공연에서 싸이가 했던 말. 내가 벽에 붙여놓고 하루하루 되새기는 말이다.  제대로 살자!



마지막 문장 –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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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6-2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번은 참 공감이 갑니다

윙헤드 2015-06-2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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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현대소설에 대하여


    사실 한국현대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한국 문학은 주로 고등학교 다니면서 문학 지문으로나마 만났고, 기억나는 작품들로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삼대’, ‘오발탄’, ‘소나기’, 읽다 만  ‘토지’처럼 근현대 시기의 작품들뿐이었고,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필독서를 읽어야지 하며 주로 외국의 책들을 읽어왔다. 물론 소설 자체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한국의 소설들은 대부분 암울한 시대상이 너무 드러나고,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뉴스, 신문에서 매일 암울한 소식투성이인데 소설마저 암울할 수는 없지 하며 일부러 외면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회사분에게 빌려 보게 되었는데, 처음 받았을 때에는 얇은 두께에 ‘모던 하트’라는 제목이 못 미더웠다. 그런데 너무 기대치를 낮추었었는지는 몰라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내용의 주요 축이 결국은 사랑, 로맨스 이야기였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학벌사회부터, 뉴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층간소음 문제, 경력여성의 육아문제, 결혼 문제, 아이들의 과도한 영어교육 문제, 30대부터 걱정하게 하는 부동산 문제까지 이렇게 나열해보니 이 책은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들을 한번씩은 건드렸다. 하지만 억지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았고, 30대의 헤드헌터가 그 모든 문제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설정하여 자연스럽게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어느 나라의 소설이 층간소음을 한 장의 내용으로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 밀란 쿤데라의 그 이국적이고 부드러운 소설들과는 다른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묘미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한국문학은 갈수록 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안 힘든 분야가 어디있겠느냐마는 한국문학은 갈수록 그 영향력도 잃어나고 책의 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의 후보는 고은 시인으로 정해져있었고, 새로운 작가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좀 큰 서점을 가도 우리나라의 문학작품들이 좋은 자리에 차지해 있었던 기억은 없었다. 출판사, 소비자들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국의 작품들을 동경하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나부터 그랬으니까. 암울한 시대상만을 드러낸다고 생각한 한국문학과는 다르게 외국의 작품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 평온한 세계라고 인식했었다. 눈 앞에 마주한 축 처진 현실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고자 소설을 읽는데 소설에서도 시대의 부조리를 보게 되면 더 슬플 것이기에. 물론 이건 나만의 이유이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소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점이 쓰러져가는 한국문학의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 직원분이 없었다면 이 책의 존재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한 신문사의 문예에서 수상한 작품이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엄마를 부탁해’나 ‘7년의 밤’처럼 간간이 인기 있는 작품들이 나오지만 모두 기성 주류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분명히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퍼져나갈 수 있을까. 기존의 출판사 중심의 판매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나는 비록 이 한권의 책이지만 한국 소설의 힘을 보았다. 외국의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힘. 지금 당장 내 옆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현실성.  이로써 읽어야 할 책이 수도 없이 많은 와중에 더 늘어버렸다.  읽은 책이 1권 늘어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이 5권씩 늘어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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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06-21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 장가제도 아주 큰 악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에구 저도 한국 문단의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잎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못 읽으니 골라서 보게 되고 또 그래서 더 손이 안가는 것 같습니다. ㅠㅠ

윙헤드 2015-06-2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문학을 더 많이 읽어야지라고 다짐은 했지만 앞으로 정말 읽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pingdam12 2015-12-2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오전> 

-   대리님2가 어제 주신 300여개 정도의 설문지 인적사항을 엑셀에 넣는 작업을 이어서 한다. 양이 많다. 그리고 또한 오전엔 최근에 진행한 호텔 가견적을 받은 곳 중 한곳의 영업담당자가 갑자기 찾아왔다.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층이란다. 얼굴만 잠깐 보고 가시겠다고 한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니 그새 우리층으로 올라오셔서 강제 만남. 원래 이 행사의 주체인 대리님3이 나랑같이 가서 영업분의 설명을 듣고, 잘 맞이하신 다음 15분만에 끝내고 보내드린다. 40대가 넘어보이시는 분의 방문, 인턴나부랭이인 내가 호텔 연락 담당자였다는 것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을까. 자신의 위치와 자리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사람의 역할을 여실히 볼 수 있었던 오전.


점심은 역시 인턴 친구들과 메밀막국수.


<오후>

-   오전에 이어 설문지 작업의 계속, 지겹고, 손아픈 작업이다.그래도 4시쯤에 겨우 인적사항 넣는 일 끝. 이제 설문질문에 대한 답들을 데이터화해야한다...내일 하기로 하고, 잡지 정리 작업, 그 외 자잘한 업무로 종료



-   오늘은 내일 시험이 끝난다는 대학 친구들을 위해 뭐 간식이라도 사다주고 싶어서 학교로 간다. 내가 뭐 정직원도 아니고, 인턴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사주고 싶다. 왜냐면 그들은 4학년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25살에 호기롭게 휴학을 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한 것들은; 나는 재수를 안했고, 군대도 최적의 타이밍에 안끊기게 갔다왔으니까 괜찮다는 논조였다. 그리고 25살이니까 반오십일때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걸 할테야 라고 말했고, 창업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근데 4학년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4학년이 되면 나의 대학생활은 완전히 끝나버리고 순전히 취업 준비만을 할 것만 같아, 내가 쌓아놓은 것도 없이 조용히 평범하게 학교만 다녔을 뿐인데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4학년을 마주할 용기가 안났다. 그래서 내 친구들에게 사주는 것이 아깝지 않고, 부럽다. 마주한 현실에 피하지 않는 친구들. 물론 오늘 맥주 한캔씩 마시면서(시험 전날에도 음주하는 친구들) 뭐 인턴 떨어졌다, 앞으로 살기 너무 힘들다, 왜 공부를 하느냐 앓는 소리를 하지만 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에 대해 부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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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5-06-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死학년... 그 심정은 졸업자인 저도 이해합니다.

윙헤드 2015-06-19 17:58   좋아요 1 | URL
독서가 길을 열어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cyrus 2015-06-19 18:01   좋아요 0 | URL
그런 마음가짐 좋습니다. ^^
 

<오전>

-  어제 1차 초안을 만들어놓은 번역본을 수정하기 시작. 내가 쓴걸 내가 뽑아서 빨간 펜으로 교정하는데, 아주 그냥 여기저기 다 빨간표시다. 특히 전치사가 헷갈린다. from인지 by인지 for인지...영어 실력이 점점 감퇴해가는것을 매일매일 느낀다. 느끼면서도 노력하지 않는게 죄질이 더 나쁘다. 대리님2가 시킨 명함 스캔일도 한다. 요즘에 기똥찬 기계들이 많아서 딱 사각형 여행용 칫솔통 크기의 작은 스캔 기계에 명함을 밀어넣으면 자동으로 스캔이 되어 이름, 회사, 직위, 번호, 팩스, 이메일 까지 모두 알아서 저장해준다. 호오~인턴들의 일감이 뺏기는 소리다. 아무튼 문명의 도움으로 100여장의 명함을 금방 끝내니 오전 종료.


점심은 인턴들과 같이 지하식당에서 먹는다. 같은 처지, 같은 나이라는 2가지 작용으로 즐겁다.



<오후> 

- 오전에 이어 번역본 수정을 하고, 파트너 선물 서류를 정리하고, 매거진을 잠시 정리하고, 전시회에서 한뭉텅이 가져온 설문지를 잠시 정리하고, 그렇게 결국 5시쯤에 번역을 다하여(사실은 더이상 꼴도 보기 싫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부장님께 회신한다. 근데 부장님이 너무 오버하신다. 너무 잘했다고 한다. 주자마자 문서 디자인을 보고 난리시다. 아니 번역 내용을 보셔야지;; 겉모습을 보고 그러시니 황당하다. 보내주신 국문 보고서와 최대한 똑같이 그림도 넣고, 색깔도 넣은 것인데 그런걸 좋아하시더니 팀분들까지 부르셔서 칭찬이시다. 부담스럽다. 내가 뭐 1억원짜리 계약이라도 따 온 것이라면 어깨에 힘 좀 주고 있었을텐데, 번역물을 보고, 게다가 번역 퀄리티가 아닌 장식을 보고 저리 칭찬해주시니...인턴에 대한 기대치에 대한 감이 약간은 온다. 


아무리 이렇게 부담스럽다고 해도, 그래도 혼나는 것보다야 칭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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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8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윙헤드 2015-06-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이미 때묻은상태로 사회를 맛보는것같지만 더 안묻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시민인가 - 사회학자 송호근, 시민의 길을 묻다
송호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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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에 대하여


     저자가 책의 말미에 내놓은 우리나라의 처방전은 시민단체다. 대다수 국민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유럽처럼 우리 나라 국민들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공익을 위해 일한다면 시민국가로 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항상 정부와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역할을 가진 것이 시민단체라고 하였다. 개인보다는 영향력이 훨씬 뛰어나고 공익적 목적을 가진 단체이기에 사회에 순기능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하는 점은 작가가 말하고 있는 이상적인 시민단체들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시민단체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을 보면 시민단체들은 지극히 독립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즉 운영비를 스스로 벌고자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칵테일 파티를 열고, 그들의 성과를 그들의 후원자 앞에서 보고하고,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단체를 이끌어 간다. 이런 일들은 그들의 나라가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충분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정부 예산 의존도는 20%안팎이라고 한다. 40%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얼핏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참 독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버는 돈은 적은데 정부 지원금은 훨씬 더 적어서 비율이 낮아 보이는 거다.(이런 수치들은 모두 10년도 넘은 2004년도 뉴스 기사를 기반으로…뉴스에서의 수치 출처는 국무총리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또 어떠한가, 나부터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시민단체에 뭘 기부해본 적이 없다. 그냥 미심쩍으니까, 이게 공익을 위해 쓰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랬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행사를 잘 여는 것도 아니기에 현재와 같은 구조에 봉착하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기에 좋은 시민단체 사회가 아닌 것과 더불어 시민단체들의 너무 정치적인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적이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많을 것이고, 정치적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공익성을 가진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에 있어 올바른 방향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사회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내가 시민단체들을 볼 때 대부분 그냥 정치적 앞잡이의 역할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민단체명만 그럴듯하게 ‘혁신’, ‘청년’, ‘민주’, 이런 단어를 붙여놓고는 하는 행적들은 단체명과는 모순적이다. 근데 이건 써놓고 보니 내가 잘 모르기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저자를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시민단체에 참여해 보고자 한다. 물론 귀찮아서 찾아보고 있지는 않지만….저자도 이미 어느 시민단체에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어딘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물론 지금 구글켜서 찾아봐도 되지만 귀찮으니 나중에 하는 걸로~.  이로써 책을 통해 또한 좋은 점을 배웠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동기를 얻었다. 




- 국민과 시민에 대하여


     사실 책에서 저자가 국민과 시민의 분리해서 이야기할 때 잘 와 닿지 않았다. 그건 단지 단위를 크게 보느냐 작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지 본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허나,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시민성을 각각 생각해보고, 왜 우리나라는 정말 국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시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국가라는 점. 국민을 이야기 할 때에는 전체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가라는 큰 단위에서 국민들은 단합, 협동을 요구 받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잘한다. 금모으기 운동부터해서, 월드컵 응원, 태안 기름유출사건, 촛불시위 등등…우리는 냄비가 끓듯이 정말 모두가 확 일어나고 확 죽는다. 좋은 국민인 것 같다. 이에 반해 시민은 작은 개념인 것 같다. 나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내 주위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 지하철 에티켓, 식당에서의 예절, 이런 것들이 시민성을 나타내는 쉬운 예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가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화, 사람을 향한 문화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작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도 경제적으로 살만한 다음에 즐기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세계 10권에 항상 목메지 않아도 20위권, 30위권이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 순위가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융성을 통해서(?) 자살률도 줄고, 사회적 싸움도 줄어든다면 그것이 시민사회로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히 문화를 즐겨도 될 경제적 위치에 있다. 



- 나는 시민인가


    일단 저자는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를 언급했는데, 저자 자신도 어느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시민자격을 부여했으니 넘어가자. 


    이제 내 차례다. 난 시민인가? 나는 좋은 시민일까? 나는 말이다. 나는 일단 착하다. 그냥 내가 보기에 나는 착한 거 같고, 주변 사람들도 날 착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세상 참 살기 좋을 거라고 거만함 잔뜩 가지고 생각도 많이 해봤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 들어주는 건 참 잘하고, 구세군 냄비에도 작은 돈(만)을 꼬박꼬박 잘 낸다. 남 시키기보다는 내가 하고, 인사 잘하고 남들도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차도 없는 3m짜리에서도 신호등을 지키고, 지하철에서 만취한 아저씨의 고성을 막아내고 불려온 공익에게 넘긴 적도 있다. 책에서의 주요 화두인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친구와 같이 안산으로 가서 조문을 하고, 단원고도 멀찍이서 지켜보고 왔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근데, 난 내거는 잘 챙긴다. 남들도 잘되었으면 좋겠지만 내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은 들어드리지만 노숙자분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못한다. 뉴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나오면 슬퍼하면서도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민적인 촛불시위가 났을 때도 참여하지 않았고, 태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온국민이 가서 기름을 닦아 낼 때 가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친구가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갈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냥 티비로만 바라보며 정부에 욕을 하며, 그렇게…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팽목항으로 갔지만 난 내 일상을 깨트릴 용기가 없었다. 안산까지 가서 하얀 꽃은 놓아두고 왔으니 나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나는 좋은 시민이 되고 싶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다. 시민과 시민이 아님을 정확히 구별 지을 수 있는 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도도 시민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쪽으로 조금이라도 생각하자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완벽하게 좋은 시민은 없다. 다만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시민단체에도 참여하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시민이 될 것이고 벌써 좋은 시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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