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한국현대소설에 대하여


    사실 한국현대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한국 문학은 주로 고등학교 다니면서 문학 지문으로나마 만났고, 기억나는 작품들로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삼대’, ‘오발탄’, ‘소나기’, 읽다 만  ‘토지’처럼 근현대 시기의 작품들뿐이었고,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필독서를 읽어야지 하며 주로 외국의 책들을 읽어왔다. 물론 소설 자체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한국의 소설들은 대부분 암울한 시대상이 너무 드러나고,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뉴스, 신문에서 매일 암울한 소식투성이인데 소설마저 암울할 수는 없지 하며 일부러 외면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회사분에게 빌려 보게 되었는데, 처음 받았을 때에는 얇은 두께에 ‘모던 하트’라는 제목이 못 미더웠다. 그런데 너무 기대치를 낮추었었는지는 몰라도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한 기분이었다. 내용의 주요 축이 결국은 사랑, 로맨스 이야기였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학벌사회부터, 뉴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층간소음 문제, 경력여성의 육아문제, 결혼 문제, 아이들의 과도한 영어교육 문제, 30대부터 걱정하게 하는 부동산 문제까지 이렇게 나열해보니 이 책은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있는 문제들을 한번씩은 건드렸다. 하지만 억지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았고, 30대의 헤드헌터가 그 모든 문제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설정하여 자연스럽게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어느 나라의 소설이 층간소음을 한 장의 내용으로 생각해 낼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 밀란 쿤데라의 그 이국적이고 부드러운 소설들과는 다른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묘미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한국문학은 갈수록 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 안 힘든 분야가 어디있겠느냐마는 한국문학은 갈수록 그 영향력도 잃어나고 책의 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의 후보는 고은 시인으로 정해져있었고, 새로운 작가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좀 큰 서점을 가도 우리나라의 문학작품들이 좋은 자리에 차지해 있었던 기억은 없었다. 출판사, 소비자들 모두 무의식적으로 이국의 작품들을 동경하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나부터 그랬으니까. 암울한 시대상만을 드러낸다고 생각한 한국문학과는 다르게 외국의 작품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 평온한 세계라고 인식했었다. 눈 앞에 마주한 축 처진 현실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고자 소설을 읽는데 소설에서도 시대의 부조리를 보게 되면 더 슬플 것이기에. 물론 이건 나만의 이유이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소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점이 쓰러져가는 한국문학의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 직원분이 없었다면 이 책의 존재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한 신문사의 문예에서 수상한 작품이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엄마를 부탁해’나 ‘7년의 밤’처럼 간간이 인기 있는 작품들이 나오지만 모두 기성 주류 작가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분명히 좋은 작품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퍼져나갈 수 있을까. 기존의 출판사 중심의 판매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나는 비록 이 한권의 책이지만 한국 소설의 힘을 보았다. 외국의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힘. 지금 당장 내 옆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현실성.  이로써 읽어야 할 책이 수도 없이 많은 와중에 더 늘어버렸다.  읽은 책이 1권 늘어날 때마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이 5권씩 늘어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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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06-21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 장가제도 아주 큰 악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에구 저도 한국 문단의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잎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많이 못 읽으니 골라서 보게 되고 또 그래서 더 손이 안가는 것 같습니다. ㅠㅠ

윙헤드 2015-06-2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문학을 더 많이 읽어야지라고 다짐은 했지만 앞으로 정말 읽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pingdam12 2015-12-2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