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민인가 - 사회학자 송호근, 시민의 길을 묻다
송호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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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에 대하여


     저자가 책의 말미에 내놓은 우리나라의 처방전은 시민단체다. 대다수 국민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유럽처럼 우리 나라 국민들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공익을 위해 일한다면 시민국가로 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항상 정부와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역할을 가진 것이 시민단체라고 하였다. 개인보다는 영향력이 훨씬 뛰어나고 공익적 목적을 가진 단체이기에 사회에 순기능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하는 점은 작가가 말하고 있는 이상적인 시민단체들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시민단체 문화가 발달한 국가들을 보면 시민단체들은 지극히 독립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즉 운영비를 스스로 벌고자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칵테일 파티를 열고, 그들의 성과를 그들의 후원자 앞에서 보고하고,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단체를 이끌어 간다. 이런 일들은 그들의 나라가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금이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충분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정부 예산 의존도는 20%안팎이라고 한다. 40%라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얼핏 보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참 독립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시민단체들이 스스로 버는 돈은 적은데 정부 지원금은 훨씬 더 적어서 비율이 낮아 보이는 거다.(이런 수치들은 모두 10년도 넘은 2004년도 뉴스 기사를 기반으로…뉴스에서의 수치 출처는 국무총리 산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또 어떠한가, 나부터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시민단체에 뭘 기부해본 적이 없다. 그냥 미심쩍으니까, 이게 공익을 위해 쓰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랬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고 시민단체들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행사를 잘 여는 것도 아니기에 현재와 같은 구조에 봉착하지 않았나 싶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독립적이지 않기에 좋은 시민단체 사회가 아닌 것과 더불어 시민단체들의 너무 정치적인 점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적이지 않은 시민단체들이 많을 것이고, 정치적이라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공익성을 가진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에 있어 올바른 방향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일반인 수준의 사회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내가 시민단체들을 볼 때 대부분 그냥 정치적 앞잡이의 역할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민단체명만 그럴듯하게 ‘혁신’, ‘청년’, ‘민주’, 이런 단어를 붙여놓고는 하는 행적들은 단체명과는 모순적이다. 근데 이건 써놓고 보니 내가 잘 모르기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저자를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시민단체에 참여해 보고자 한다. 물론 귀찮아서 찾아보고 있지는 않지만….저자도 이미 어느 시민단체에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고 하는데, 어딘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물론 지금 구글켜서 찾아봐도 되지만 귀찮으니 나중에 하는 걸로~.  이로써 책을 통해 또한 좋은 점을 배웠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동기를 얻었다. 




- 국민과 시민에 대하여


     사실 책에서 저자가 국민과 시민의 분리해서 이야기할 때 잘 와 닿지 않았다. 그건 단지 단위를 크게 보느냐 작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지 본질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허나, 책을 다 읽고 우리나라의 국민성과 시민성을 각각 생각해보고, 왜 우리나라는 정말 국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시민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민국가라는 점. 국민을 이야기 할 때에는 전체를 이야기해야 한다. 국가라는 큰 단위에서 국민들은 단합, 협동을 요구 받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잘한다. 금모으기 운동부터해서, 월드컵 응원, 태안 기름유출사건, 촛불시위 등등…우리는 냄비가 끓듯이 정말 모두가 확 일어나고 확 죽는다. 좋은 국민인 것 같다. 이에 반해 시민은 작은 개념인 것 같다. 나와 국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내 주위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다. 지하철 에티켓, 식당에서의 예절, 이런 것들이 시민성을 나타내는 쉬운 예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가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화, 사람을 향한 문화에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작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도 경제적으로 살만한 다음에 즐기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이렇게 세계 10권에 항상 목메지 않아도 20위권, 30위권이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적 순위가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융성을 통해서(?) 자살률도 줄고, 사회적 싸움도 줄어든다면 그것이 시민사회로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히 문화를 즐겨도 될 경제적 위치에 있다. 



- 나는 시민인가


    일단 저자는 시민사회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를 언급했는데, 저자 자신도 어느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시민자격을 부여했으니 넘어가자. 


    이제 내 차례다. 난 시민인가? 나는 좋은 시민일까? 나는 말이다. 나는 일단 착하다. 그냥 내가 보기에 나는 착한 거 같고, 주변 사람들도 날 착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세상 참 살기 좋을 거라고 거만함 잔뜩 가지고 생각도 많이 해봤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 들어주는 건 참 잘하고, 구세군 냄비에도 작은 돈(만)을 꼬박꼬박 잘 낸다. 남 시키기보다는 내가 하고, 인사 잘하고 남들도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차도 없는 3m짜리에서도 신호등을 지키고, 지하철에서 만취한 아저씨의 고성을 막아내고 불려온 공익에게 넘긴 적도 있다. 책에서의 주요 화두인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친구와 같이 안산으로 가서 조문을 하고, 단원고도 멀찍이서 지켜보고 왔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근데, 난 내거는 잘 챙긴다. 남들도 잘되었으면 좋겠지만 내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노인분들의 무거운 짐은 들어드리지만 노숙자분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 못한다. 뉴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나오면 슬퍼하면서도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국민적인 촛불시위가 났을 때도 참여하지 않았고, 태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온국민이 가서 기름을 닦아 낼 때 가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친구가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갈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냥 티비로만 바라보며 정부에 욕을 하며, 그렇게…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팽목항으로 갔지만 난 내 일상을 깨트릴 용기가 없었다. 안산까지 가서 하얀 꽃은 놓아두고 왔으니 나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나는 좋은 시민일까?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나는 좋은 시민이 되고 싶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다. 시민과 시민이 아님을 정확히 구별 지을 수 있는 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의도도 시민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쪽으로 조금이라도 생각하자는 것일 거라고 믿는다.  완벽하게 좋은 시민은 없다. 다만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시민단체에도 참여하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좋은 시민이 될 것이고 벌써 좋은 시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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