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베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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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얼굴을 가리거나 장식하기 위하여 쓰는 얇은 망사. 베일에 대한 정의이다. 완벽하게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얼굴이 살짝은 보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인생도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 신비함 때문에 베일에 쌓여 있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인생이 나의 마음대로 갈 것 같으면서도 이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완벽하게 가려진 것도, 그렇다고 완전하게 드러난 것도 아닌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작가는 주인공 키티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까.

 

키티는 사랑을 찾아 헤맸다.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록 결혼을 하지못해 어머니로부터 냉대를 받고, 내키지않게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무시했다. 그녀에겐 별 볼품없는 세균학자 남편을 놔두고 키티는 홍콩의 차기 총독과의 불륜을 저지른다.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줄 알았던 내연남 타운센드는 그들의 불륜이 들통나자 자신의 부인을 옹호하며 모든 것을 거부한다. 이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끌려가듯이 콜레라 발병지역으로 들어간 그녀는 거기에서 수녀들을 만나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되어 콜레라 환자들을 돕는다. 그녀는 새로운 삶으로부터 과거를 용서받지만 그녀의 남편은 끝내 그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콜레라의 실험에 이용하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가족으로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버지와 극적인 화해와 이해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한다. 진정한 사랑을 결국 가족,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그녀는 이제 베일을 벗고 진실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사랑을 찾기 위해 영국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콜레라가 발병한 중국의 시골로, 거기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녀의 여정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정과 닮았다. 보물을 찾아 여기저기를 여행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찾게 되는, 보물이나 사랑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이 공통으로 느껴진다.

오색의 베일, 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call life.) 영국의 시인 비시 셀리의 말은 인생을 오묘하게 잘 표현하였다. 오색의 베일은 우리의 눈의 현혹하여 그 속에 숨겨진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그 속에 얼굴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게 하는 오색의 베일. 우리네 인생도 역시 베일에 싸여 있겠지. 돈을 많이 벌고, 더 성공하고 싶은 이유는 가족들에게 더 좋은 것을 대접하기 위한 것도 있는데, 지금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작은 돈마저 아끼려고, 저축하려고 한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는 법인데키티를 통해 인생의 베일을 약간은 열어 볼 수 있었으니, 가족들을 위한 소고기라도 조만간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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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세트 - 전2권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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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 대한 복수에 대하여

 

    책의 뒷면 글을 보면 '한국인들은 아쉬움으로 통곡한다!, 자긍심으로 전율한다!'라고 되어있다. 다 읽고 난 뒤에 느낀 점은 아쉬움으로는 통곡할 수준이지만 자긍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북한과 힘을 합쳐 핵무기 개발을 한 것으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면야 가능하지만, 그 외에 소설의 내용에서 우리나라는 번번이 당하고 깨지고 무시당한다. 마지막에 일본이 독도 점령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산업 지역을 초토화하여 우리나라가 그에 대한 대응으로 숨겨져있던 핵을 발사하는데 거기서 자긍심을 느끼라는 것이었을까? 근데 정작 핵은 일본의 무인도로 정확하게 떨어져 사람하나 죽이지않은 우리의 관대함을 작가는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그 시간에 우리의 군은 수천이 죽어나갔는데 말이다. 일본의 심장부에 떨어져 일반인까지 몰살시킨다면 우리의 대의적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것이었을까? 일개 국민이 나의 생각으로는 있는 핵 미사일은 모조리 발사하여 일본을 그냥 멸망시켜버려야 하는 것이었는데 국가의 수장이 되면 그 다음의 미래까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일본이 독도를 무력을 동원하여 점령하면 정부는 소설처럼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성난 국민들로부터 일본 대사관을 보호까지 할 것인가?

 

    책을 읽고 나니 일본은 정말로 우리나라와 어울리기 힘든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약속, 친교가 깨지기 쉽상인데, 나라간 결속이 평생 갈 것이란 생각은 정말로 버려야겠다.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다시 배우니 신기하다.

 

 

 - 현실과 소설의 구분에 대하여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을 만들려고 시도를 했었고, 일본이 플루토늄을 수입하였고, 핵 개발의 핵심인 우리나라의 천재 과학자는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다. 이 설정들은 말이 안되는 거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사실을 어느정도 반영했을것만 같다. 주인공의 어이없는 영웅같은 행동들(신문사 기자인데 인도의 암살자를 막아내고, 비행기의 방향을 돌려 북한으로 들어가고.....)이야 소설적 요소로 금방 인식할 수 가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개발을 실제로 계획했었는지, 소설 속 과학자의 모티브라고 밝힌 이휘소 박사가 실제로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었는지, 그리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쟁력에서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소설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이 내용을 어느정도까지 믿어야 하나, 정말 이런 국제적 힘의 관계가 현재의 흐름인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심했어야 하기 때문에 극의 흐름과 더불어 사실관계까지 염두에 두고 읽은 꼴이었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로 표현한 것이지만 역사의 정확한 관계에 무지한 나에게는 오히려 독이었다.

 

    역사를 기반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많다. 특히 영화는 별 것 아닌 역사를 가지고 늘여서 쓰는 것으로 그 영화적 상상력을 펼쳐나가는데, 그런 상상력이 역사의 진실성을 왜곡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영화는 사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그 차이를 구분할 정도여서 쉽사리 왜곡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참 잘 썼는지는 몰라도 안믿기면서도 묘하게 믿기는 이야기들이 많아 더 헷갈렸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는 사실 관계를 어느정도 사전조사를 했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 관계를 책의 말미에 실어주면 독자 입장에서 소설적 재미를 모두 추구한 다음,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사실에 대하여 깨우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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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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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베라는 남자에 대하여


     멋있다. 까칠한데 내 사람한테만큼은 모든 것을 주는 그런 남자다. 현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패드가 컴퓨터인데 왜 키보드가 없는 거냐고 점원을 윽박지르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현대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따뜻하다. 이웃이 운전을 못하면 그것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대신 해준다. 라디에이터가 고장이 났다는 앞집의 부탁에 투덜투덜 대지만 결국은 찾아가 고쳐준다. 이웃의 아기가 태어나자 그는 아기 침대를 손수 만들어 선물한다. 선물이지만 결코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다. 까칠하게 필요하지 않냐고, 가져가라고 윽박지른다. 그것이 오베라는 남자다. 단지 표현을 못할 뿐이지 본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따스하다. 이웃의 7살, 3살 자매가 그린 집 그림과 오베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장례식에는 보기 드물게 300명 이나 왔다. 그의 까칠함이 싫어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참된 모습을 알고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나 보다. 오베의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남들에게 겉으로만 따뜻하게 해준 것은 아닌지. 내가 이웃에게 도움이 된 적은 있는지, 하다못해 거리의 쓰레기라도 주운 적이 있는지 말이다. 책의 초반부의 오베의 까칠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보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자살 비율이 특히나 높은 우리나라에서 부디 스터디셀러가 되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오베는 먼저 떠난 아내를 따라가기 위해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이웃들의 의도치안은 방해로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게 되고, 고양이를 키우게 되고, 이웃을 돕게 되고, 동네에 꼭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아내라는, 모든 것을 잃었던 오베는 다시 이웃을 만나면서 새로운 것을 얻었다. 사람을 얻었다. 책을 읽다 보면 오베에겐 아내가 정말 전부이고 단 하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 현실에서 이와 비슷하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보고싶다라는 말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고 감명 깊었던 대사는 ‘보고싶어’였다. 주인공인 오베는 그 성격은 너무나 까칠할지 몰라도 아내를 향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부인이 병으로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났지만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은 채 마치 같이 살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녀의 무덤으로 꽃을 사가는데 거기서 그는 무뚝뚝하지만 하염없이 진실된 말을 한다. ‘보고싶어’라고. 나는 오베처럼 무뚝뚝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을 먼저 떠나 보낸 아내도 없지만 너무나 공감이 갔고 마음이 울컥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미사여구나 아름다운 표현으로 그런 감정을 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자신이 느끼고 있는 그 마음을 최대한 무덤덤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담아 표현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보고싶어. 이미 떠나 보낸 사람 외에는 이런 말을 쓰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보고싶다’ 라는 단어는 노래 가사에서나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보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 역시 ‘보고싶어’라는 단어가 무덤덤했었는데, 책으로 본 순간 그 본래의 의미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다시 볼 수 없는 아련함, 슬픔 속에 담겨 있는 무덤덤함. 너무나 슬픈 말이다. 가까운 이를 잃어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었다. 공감을 통해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는 것, 이것이 소설의 묘미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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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1-30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인기있는 책이라 손이 안 갔는데 윙헤드님이 이리 써주시니 보고 싶네요 :-)

초딩 2016-01-30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일사람인가요? 지금 잠수 한계 시간을 읽고 있는데 ㅎㅎㅎ 독일은 참 좋아해요 :-)

초딩 2016-01-30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스웨덴이군요 :-)

윙헤드 2016-01-30 18:34   좋아요 1 | URL
네 책을 읽으니 스웨덴이라는 나라을 참 매력적이게 잘 표현한거같아요!!! 거길가면 주인공같은 사람을 만날것만 같은 상상을ㅋㅋ
 
지하로부터의 수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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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졸함에 대하여


    두근거린다. 수화기를 들었다가 내렸다가는 반복한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선생님이 뭐라고 답하실까. 욕은 하시지 않을까. 이미 멘트는 만들었지만 다시 한 번 더 읽는다. 그래도 불안하다. 지금 오전 10시이니 10시 반에 걸자. 아니다. 옆의 차장님이 일어나서 딴 곳으로 가면 걸자. 안받으면 어떡해야하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미루다 미루다 결국 건다. 선생님이 받는다. 내가 보낸 메일을 잘 받았으며, 확인 후에 회신을 주겠다고 하신다. 30초 내외의 짧은 통화. 문제 없이 통화를 끝냈다는 안도감, 그 이후로 붙는 자신감, 행복감. 대회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고 확인 전화를 걸기 전의 나의 치졸한 모습이다. 그냥 딱 걸어서 딱 말하고, 딱 끊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소심하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치졸함.


    이 책에서는 그 치졸함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어느 술집에서 자신을 물건 옮기듯이, 사람이란 것도 인지 못했다는 듯이 치워버린 장교에 대한 분노를 가진 주인공은 복수를 결심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노는 매일같이 하며 그 장교가 자주 다니는 파티나 길목을 외우고, 복수 방법도 수만가지를 생각하지만 결국 치졸한 생각으로 끝내고 만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나고 자신이 생각한 복수 방법인 길가에서 어깨를 툭 치는 방법이 의도하지 않게 갑자기 이루어지면서 주인공은 행복해한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로,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주인공은 몇 년을 부글부글했을 일이었기에 기쁨을 느꼈다. 그 이후에도 사창가 여인에게 막말을 한 이후로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집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치졸함을 보인다. 사창가에서는 여인에게 모욕을 줄 정도로 막말을 했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는 불안에 떠는 모습. 이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인정받고 대우 받는 사회에서 치졸한 모습은 냉대 받는다. 어떠한 상황에 있어서도 우리는 호탕해야 하고, 배려가 넘쳐야 하고 선량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만 존재한다면 세상은 참으로 안정적이고 사건, 사고 하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호탕함이 있으면 소심함도 있고, 치졸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의 솔직한 감정을, 특히 나쁜 감정을 점점 드러낼 수가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SNS에서 글을 올리면 삽시간에 퍼져버리고, 친구들에게도 말해도 정보가 너무 빨리 퍼져나가면서 왜곡되어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가 있다. 이렇게 나쁜 감정들을 배출하지 못하고 좋게 좋게 하려다 보니 나중에 폭발하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주인공 ‘지하인간’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치졸한 모습, 퇴폐적인 모습,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분노, 불만을 표현하는 것도 인간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졸한 것도 우리의 일부요, 우리를 더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 


- 이성에 대하여


    이성(흔히 본성과 대비되는)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막연하게 이성은 인간으로써 지켜야 하는 것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하인간’은 대관절 이성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무슨 이익이 있냐고 분노한다. 1부의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몇 문장이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다. 이성이란 정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인지, 인간에게 이성이란 것이 있기 전에는 우리는 어떻게 생활을 했었을 것인지, 이성이라는 것은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인지,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이 떠올랐다.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숭이는 이성이 아닌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인간으로 진화하면서 이성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말인데, 원시인 시절에도 단지 구체화 되지 않았을 뿐, 이성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말이다. 물론 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사실 이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기에 지켜야 하는 규칙인 것인지, 지금 이걸 쓰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다… 이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이성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하기로 한다. 



- 책 표지에 대하여


    책 표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이 책은 표지가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인지 주인공인지 모르는 한 남자가 정면을 주시한다. 눈동자가 내가 보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 같아서 책을 읽고서 딱 덮는 순간, 눈을 마주치면서 순간적으로 저 그림이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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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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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꾸베라는 이름의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 행복에 대하여


    행복. 행복이란 단어를 보기는 참 쉽다. 행복한 세상, 행복나눔, 행복한 여자…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고 행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행복에 대해선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속 시원히 정의가 내려진 적이 없다는 사실은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한다. 행복은 정말 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이 질문은 나도 가끔씩 얇게 생각하곤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평설’을 가지고 토론하던 친구들과도 한 두 번 다루었던 주제였고, 대학교에서도 친구가 주도한 프로그램에서 같이 토론해 봤던 주제였었다. 또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읽으며 나름대로 생각도 해보고 그랬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행복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생각할 때,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사고력, 논리력이 부족하기에 깊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좋으면 그게 행복이지~’, ‘행복이 돈이 아닌 것만큼은 알지!’ 딱 이정도 수준의 사고에서 멈추어 버렸었다.  


    사실 책에서 말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 정의 비스무리 한 것들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우선 책의 주인공 꾸베씨가 여행을 하며 느낀 행복에 대한 그만의 정의를 나열해보면


1.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3.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4.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5.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7.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8.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9.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10.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11.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12. 좋지 않는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14.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19.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이런 23가지의 정의, 규칙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보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교하고, 경쟁하고, 돈을 벌고자 하고, 욕망하고, 행복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행복을 외치고 있다. 대체 내가 왜 지금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인턴을 하고 해외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지 누군가 집요하게 질문을 한다면 제대로 대답을 못할 것이다.  행복을 자꾸 성공, 돈과 연결시킬라고 하고 있고, 남들보다 비교하려고 기를 쓰는 나의 모습을 보면 이렇게만 살면 나도 참 행복을 제대로 느끼기엔 힘들겠구나라고 느낀다. 



- 저자의 말에 대하여


    이 책은 3시간 정도만에 카페에서 앉은 자리로 읽었다. 내용이 쉬울뿐더러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행복에 대한 여러 혜안들을 흡수하기도 벅차하며 책을 모두 읽고 뒤에 딸린 저자의 서문을 딱 읽으니, 강렬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삶에 대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얌전히 기다리라고만 배워 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여행이야말로 삶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이다.’라고 말하였다. 이것은 실로 나에게 하는 말인 듯 하다. 그리고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나)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달 전쯤 대학교 축제에서 싸이의 축하공연에서 싸이가 했던 말. 내가 벽에 붙여놓고 하루하루 되새기는 말이다.  제대로 살자!



마지막 문장 –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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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6-2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번은 참 공감이 갑니다

윙헤드 2015-06-2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