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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오베라는 남자에 대하여
멋있다. 까칠한데 내 사람한테만큼은 모든 것을 주는 그런 남자다. 현 시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패드가 컴퓨터인데 왜 키보드가 없는 거냐고 점원을 윽박지르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현대와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따뜻하다. 이웃이 운전을 못하면 그것에 대해 욕을 하면서도 대신 해준다. 라디에이터가 고장이 났다는 앞집의 부탁에 투덜투덜 대지만 결국은 찾아가 고쳐준다. 이웃의 아기가 태어나자 그는 아기 침대를 손수 만들어 선물한다. 선물이지만 결코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다. 까칠하게 필요하지 않냐고, 가져가라고 윽박지른다. 그것이 오베라는 남자다. 단지 표현을 못할 뿐이지 본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따스하다. 이웃의 7살, 3살 자매가 그린 집 그림과 오베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장례식에는 보기 드물게 300명 이나 왔다. 그의 까칠함이 싫어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의 참된 모습을 알고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나 보다. 오베의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남들에게 겉으로만 따뜻하게 해준 것은 아닌지. 내가 이웃에게 도움이 된 적은 있는지, 하다못해 거리의 쓰레기라도 주운 적이 있는지 말이다. 책의 초반부의 오베의 까칠한 행동을 못마땅하게 보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자살 비율이 특히나 높은 우리나라에서 부디 스터디셀러가 되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오베는 먼저 떠난 아내를 따라가기 위해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이웃들의 의도치안은 방해로 실패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하다가 결국은 포기하게 되고, 고양이를 키우게 되고, 이웃을 돕게 되고, 동네에 꼭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아내라는, 모든 것을 잃었던 오베는 다시 이웃을 만나면서 새로운 것을 얻었다. 사람을 얻었다. 책을 읽다 보면 오베에겐 아내가 정말 전부이고 단 하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 현실에서 이와 비슷하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보고싶다라는 말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고 감명 깊었던 대사는 ‘보고싶어’였다. 주인공인 오베는 그 성격은 너무나 까칠할지 몰라도 아내를 향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부인이 병으로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났지만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지 않은 채 마치 같이 살고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그녀의 무덤으로 꽃을 사가는데 거기서 그는 무뚝뚝하지만 하염없이 진실된 말을 한다. ‘보고싶어’라고. 나는 오베처럼 무뚝뚝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을 먼저 떠나 보낸 아내도 없지만 너무나 공감이 갔고 마음이 울컥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미사여구나 아름다운 표현으로 그런 감정을 더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자신이 느끼고 있는 그 마음을 최대한 무덤덤하지만 최대한 마음을 담아 표현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보고싶어. 이미 떠나 보낸 사람 외에는 이런 말을 쓰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보고싶다’ 라는 단어는 노래 가사에서나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보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 역시 ‘보고싶어’라는 단어가 무덤덤했었는데, 책으로 본 순간 그 본래의 의미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다시 볼 수 없는 아련함, 슬픔 속에 담겨 있는 무덤덤함. 너무나 슬픈 말이다. 가까운 이를 잃어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었다. 공감을 통해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는 것, 이것이 소설의 묘미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