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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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신문사 주필인 이강희는 대중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대기업 회장에게 대중은 개돼지라며 곧 잊어버릴거라고, 안심하라고 다독입니다. 이 대사가 한동안 인기를 끌어 고위공무원이나 기업인의 비리가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며 개돼지의 세계로 끌어내려야한다고 자조하곤 합니다. 개돼지. 저도 영화를 볼 적엔 저 대사에 분개하면서 봤지만 이제 와서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저 역시 개돼지인 것 같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 사건, 김형준 검사의 스폰서 사건,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현실판 '개돼지' 발언 들을 매일 챙겨서 찾아보지 않으니 왜 이 사람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지 까먹게 됩니다.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일이 급해서, 너무 많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서 집중해서 읽지 못하고 때문에 쉽게 잊혀집니다. 홍만표 게이트에 대해 그가 무슨일을 저질렀길래 왜 이슈가 되고 있는 거지? 하고 다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나서야 기억해 내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우병우 사건도 아마 한달 이후에는 까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강희가 웃으며 말했던 개돼지처럼...




책에서는 김기춘이 그동안 정권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정권을 휘어잡게 되었는지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 역시 대중의 개돼지 정신(?)에 기반하여 지금껏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신헌법의 설계자로 박정희 시절 총애를 받으며 여러 요직을 거쳤던 그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자신의 위치가 위태롭자 후배와 지인 줄을 이용하여 자신을 노리는 안기부 부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전달하여 간신히 목숨을 보전합니다. 국민의 손에 처단당해야 마땅한 자가 또다른 군사정권의 앞잡이에게 용서를 빌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목숨은 보전하고 한직을 전전하던 그는 군사정권이 끝나자 다시 힘을 잡았고 떵떵거리게 됩니다. 그 이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복집에서 부산의 기관장들을 불러모아놓고 김영삼의 당선을 위해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을 했는데 이를 정몽준 의원이 도청, 사회에 까발려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당연히 구속되어야 마땅했지만 도청이 더 큰 죄라는 정부의 뒤집기적 흔들기로 살아남았고, 이후 노무현 정부 탄핵 당시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정부의 충실한 앞잡이 노릇을 합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 시절 비서실장 자리를 꿰차며 남다른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엉망인지 매일매일 신문을 볼 때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한숨만 나옵니다. 정치로 이 사회를 좀 더 좋게 바꿀 수 있는지 회의감만 가득합니다. 최근에 발효된 김영란법도 취지는 정말 좋고, 진일보한 법이나 현실에서는 각종 뒷구멍으로 주고 받고 하고 있으니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말이 넘쳐납니다. 정치적 해답은 새로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청년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개돼지(?) 출신의 청년정치인. 비리가 발생하면 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반드시 쫓아낼 수 있는, 그래서 김기춘같은 자가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하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2. 

위에서 정치적 해답을 말했지만 사실 저는 정치보다는 기업의 돈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직접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참 어려움도 많고 좋은 법안이 나와도 그 자체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이걸 내어주면 너희는 무얼 내놓을거냐 식의 거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법안은 정부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넓은 범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한계가 더 많기에 차라리 내가 돈을 많이 벌고 선한 일에 쓰는 것이 훨씬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 알려져 있는 대기업들은 사실상 정부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서 사회를 위해서는 별다른 일은 하고 있지 않지요. 최근 한진해운 파산사태에서도 최은영과 조양호는 아주 안내놓으려고 용쓰다가 강제로 사재금을 출연한 것만 봐도 잘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한미약품과 같은 자수성가형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과 좋은 마인드로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넥슨 김정주 회장과 진경준 검사장의 친구간 우애(?)행각을 보니 별반 다를게 없다는 한탄이 나옵니다. 외국의 사례에서 페이스북 회장 저커버그가 기부를 경쟁하듯이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새로운 거대기업 CEO들도 열려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겠구나라고 넘겨짚은 제 판단착오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도 처음 시작할때는 선한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을텐데 어느순간 권력의 힘을 알아차리고 빌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나만의 회사를 꿈꾸는 나는 이렇게 추악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물어보게 됩니다. 아무런 줄도 백도 없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좋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데 나중에 권력의 맛을 보게되면, 든든한 검사장이 백이 되어준다고 주식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지조있게 거절할 수 있을 것인지. 지금은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런 패기가 10년, 20년 뒤에도 있을 지 걱정이 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걱정이라고 하다니 아직도 부족한 건 분명합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른 직접 겪어보며 단단해지고 싶습니다.


위대한 피겨스케이터인 김연아 님은 전세계적으로 기부를 많이 한 스포츠스타 중 4위를 했다고 하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30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대학생 주식부자로 400억 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박철상 님은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지켜 한국의 워렌 버핏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최고에 대한 댓가를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 포르쉐 타고 으리으리한 집에서 사는 것보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멋있고,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오랜꿈인 도서관 100개 세우기를 이루어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지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3. 

저자 한홍구 씨의 저서를 읽어보면 상당히 편향적입니다. 현정부에 대해 스스럼없이 비판하고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몰아세웁니다. 논조가 상당히 강합니다. 보수파인 사람이 대놓고 비판하기에 참 적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도 그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빨갱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조선일보 역시 그를 대놓고 비판합니다. 



부럽습니다. 자기의 의견을 그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그가. 사실 저는 역사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의견에 휘둘리는 갈대와 같은 사람이지요. 그의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주류 의견이 아닙니다. 국정교과서도 막지 못한 우리나라는 우파의 사상이 아직 지배적이지요. 응원보다 공격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한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는 그의 능력이 부럽습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역사서에 대한 갈증이 납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기에 항상 책을 빌리 때마다 역사책을 의도적으로 빌리고자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책이 과연 진보적 성향을 담았는지, 보수적 성향을 담았는지 알 수 없기에 고민에 휩쌓입니다. 이 '역사와 책임'이라는 책은 빌릴때 사실 표지의 그림을 보고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다른 책들은 성향이 분간이 안가서 헷갈리곤 합니다. 역사서 중에서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역사서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도 노선을 걷는 책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책을 읽고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습니다. 정권을 날선 어조로 공격하는 한홍구의 책도 아니고 정부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도 아니고 저만의 생각을 가지면 조금 더 나은 사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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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안읽고 생각 안하고 살면 개돼지취급 당하게 되죠....

윙헤드 2016-09-15 20:2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생각없이 내앞에 닥치는 일들 처리하기 바쁜데, 그럴수록 시간을 내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yureka01님 즐거운 연휴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