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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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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는가,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다. 옳기는 하겠지만 좋지는 않다. 짧은 질문은 긴 대답을 요구한다. 차라리 쓰고 있는 사람을 지켜본 이가 답하는 게 좋다. '쟤는 아마 그것 때문에 맨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을 거야', 이런 답이 나올 테니까. 왜 안 좋은가?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니까. 왜 사는가를 물어오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니까. 그렇게 하면 대부분 부끄럽고 쪽팔리니까. (p.6)

 

이 책은 중앙북스에서 2009년에 출간된 책 한창훈의 향연의 개정판인데, 작가의 말이 책의 제목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재밌는 책이다. 이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라는 작가님의 단호한 말에 미소 지었지만, 이내 부러워졌다. ‘왜 쓰는가라는 질문이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테니까. 그래서 왜 사는가를 물어보는 일이 그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만 혼자 읽고 넘어가기 아쉬웠던 마음에, 블로그에 이 구절과 함께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하니 한 이웃분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다. 한창훈 작가님의 소설에는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 많이 나와서 좋다고. 과연 그랬다.

 

내륙에서의 내 이력에는 늘 섬과 항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내륙 사람들은 산과 벌판을 말하고 나는 바다를 이야기했다. (p.50)

 

변화가 더딘 것이 미덕이며 떠나는 일이 일상이 되는 곳. 전라도의 종착역 여수에서 그는 소설을 썼다. 그리고 그의 소설보다 먼저 접하게 된 이 산문집을 통해 나는 섬이라는 곳이 바다와 바람 외에는 모든 결핍의 장소이자 이별과 쓸쓸함만큼은 풍족한 곳이며 고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견디기 힘든 곳임을 알았다. 나 역시 섬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고 돌아 온 여행객이었기에 생각하지 않았던 풍경이었다.

 

내가 선생께 배운 것은 글 쓰는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이었다.

예전의 큰 작가들 글을 한번 찾아 읽어보고 하늘의 뜻과 맞닿아 있는 작가의 뜻이 무엇인지 한 일 년 고민 좀 해봐.”

 

당장 쓰는 기술을 원했던 영민하지도 않고 재주도 없었던 탓에 한 사십 먹어서 괜찮은 소설집 하나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던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숙제가 마음에 들었다. ‘소설이든 삶이든 궁리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대상 아니던가.’ (p.165) 하고 궁리한 끝에,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의미를 잃는 시대에도 여전히 소설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는 그의 말 역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맞는 말임을 실감하게 된다. 운동장에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푸른 바다였기에, 파란색과 더불어 흰색 크레용이 바닥났던 유년 시절. 그리고 바다 냄새 물씬 풍기는 바다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가가 되기까지 그의 삶을 채운 모든 비문학적인 것은, 그의 문학을 키우는 데 분명 힘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두고 왜 사는가와 같은 질문이라 답하는 소설가이지 않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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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8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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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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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뉴욕의 이미지는 ‘CSI’였다. 많고 많은 이미지 중에 하필 CSI라니 싶지만 정말 그랬다. CSI 시리즈 중 뉴욕 시리즈를 가장 열심히 챙겨봤는데, 한 편 한 편 챙겨보면서 자연스레 뉴욕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이다. 그 어떤 도시보다 화려하고 멋진 곳이지만, 그 어떤 도시보다 어둡고 쓸쓸한 곳. CSI를 통해 느낀 뉴욕은 그런 도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몇 년 간 가져왔던 뉴욕의 이미지는 이 책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게 되면서 삽시간에 바뀌었다. 책 한 권을 읽은 것뿐인데 그리 쉽게 바뀌나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내가 드라마로 접한 이미지의 뉴욕이 아니라, 오랜 시간 뉴욕에서 살아온 사람의 일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원고의 본질은 블로그이고, 내가 쓰던 블로그는 절반쯤의 일기로, 대체로 사적인 글이었다. 이들은 시간순으로 나열되었고, 오랜 기간 정해진 주제 없이 그날 느낀 것을 지속적으로 써온 글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이 글들이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9)

 

라고 했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은 결코 위 의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책 속의 구절처럼 달이 있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달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기분이었다. (p.15)’는 구절을 인용하면 표현이 될까?

 

미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책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예술 이야기가 어쩜 그리 재밌던지. 이 책을 통해, 내가 미술이라는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았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예술이라는 세계에 말이다. 이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절반쯤의 일기이며 대체로 사적인 이 글이 도리어 사적이어서 마음에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p.10)

 

이 구절은 이 책의 서문에 담겨있었고 그래서 나는 책의 시작부터 사적으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에드워드 호퍼와 에디 세즈윅, R.B. 키타이 등 예술가들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에 공감했고, 시는 명사고 산문은 동사라고 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에는 무릎을 쳤다.

 

인간에게만 시가 있고 예술이 있듯, 인간에게만 사랑이 있고 역설이 있다. 사랑이 위대한 건 그렇게도 잘난 자아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지울 수 있는 상태.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삭제할 수 있는 불가능에 이르는 위력. 사랑하는 건 인간만이 가능하다. (p.102)

 

라는 구절을 읽고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올라서 한참을 여운에 잠겨있기도 했다.

 

이다지도 사적인 동사 앞에서, 나는 뉴욕의 이미지를 새로 그릴 수 있었다.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아니, 이 모든 것보다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찐하게 알려준 작가님이 살아온 멋진 도시라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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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만 시가 있고 예술이 있듯, 인간에게만 사랑이 있고 역설이 있다.

사랑이 위대한 건 그렇게도 잘난 자아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지울 수 있는 상태.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삭제할 수 있는 불가능에 이르는 위력.

사랑하는 건 인간만이 가능하다.

- 박상미 에세이 『나의 사적인 도시』p.102

*


이 책을 찍은 사진을 함께 올리려다, 이 구절을 읽는 찰나에 떠올렸던

브랜드 박사가 어른거려서 결국 사진을 바꿨다.

 

이 구절을 읽고 있으면, 7개월 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사이에

한참을 울게 만든 이 장면이, 장면 속 브랜드 박사의 눈빛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인터스텔라>가 다시 보고 싶어졌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은 이 에세이를 마저 읽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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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래에 대한 불안과 회의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 배울 수 있으니 더 낫다는 생각 때문에 미련할 정도로 책의 세계로 파고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와 같은 문제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당시에는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하나 만드는 것이 유일한 수확이라고만 생각했다. (p.6)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프롤로그만 읽어보자, 하고 들고 나와 읽는데 이런 구절이 있다. 지난 1년간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을 글로 읽는 것 같아서 놀랐다. 이렇게 생산적이지 못한 때에 이렇게 생산적이지 않은 일만 하고 살아도 되나 싶을 때도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는데도.

결과론이지만, 책만 읽고 살았던 지난 1년이 지금의 내게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나를 거부해서, 몸을 초월해가며 읽고 있긴 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나의 몫이란 것도 안다. 이러면서까지 읽는데는 이 책의 제목처럼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읽는 책 한 권이 내게 무엇을 줄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직하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수많은 점들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점과 점이 이어져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p.11)


우직하게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든 지난 1년이 소중해졌다. 이 책을 왜 읽고 싶어했는지 단박에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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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5기 활동도 벌써 마지막이다.

아직 6월 도서 2권을 읽고 서평을 써야하며, 마지막 도서는 받지 못했지만

마지막 리뷰도서로 선정된 도서들을 보며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든다.

늘 흘려 보냈지만, 마지막인만큼 리뷰 도서들을 제대로 구경해보자는 마음에 포스팅!


brown_and_cony-68

 

[소설 분야]


 

모두가 입을 모아 "이제 노벨문학상만 받으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필립 로스는 작가에게 허락된 거의 모든 것을 성취한 작가다. 1959년 <굿바이, 콜럼버스>로 데뷔해 50여 년간 서른한 권의 작품을 발표했고,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펜/포크너 상 등을 수상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꾸준히 주목을 받아온데다 열렬한 논쟁의 한복판에 서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으니, 어쩌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가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지난 2012년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저는 다 끝냈습니다. <네메시스>가 제 마지막 책이 될 겁니다." 필립 로스답게 간결하고 단호한 선언이었고, 이 말은 이후 번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네메시스>(2010)는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필립 로스의 마지막 소설이 되었다.

1944년 여름의 뉴어크. 주인공은 스물세 살의 '놀이터 감독' 버키 캔터다. 키는 작지만 몸이 다부지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버키는, 자신도 전장으로 가겠다는 오랜 꿈이 시력 탓에 좌절되자 크게 낙담한다. 또래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버키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버키 자신은 그 사실에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지만, 놀이터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늠름하고 확신에 찬 버키 선생님은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던 중 폴리오 유행병이 뉴어크 전역을 장악한다. 아직 폴리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 아이들이 하나둘 폴리오에 감염돼 병원에 실려가고, 몸이 마비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도시 전체가 불안과 공포에 전염된다. 남은 아이들을 의연하게 돌보던 버키도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는데…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7권.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일본 대중 문학의 기수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재력.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등단작 <표백>이 청년 문제를 생산하는 '사회'의 한 단면을 통찰하고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사회와 거리를 둔 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오타쿠라는 '개인'의 영역을 통찰했다면, <한국이 싫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를 모색한다. 깊이 있는 주제를 장강명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명쾌한 문장과 독자를 끌어당기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표현했다.

 

*


네메시스는 생각 없었는데, 책 소개 읽다보니 읽고 싶어지고...*_*

한국이 싫어서는 조만간 읽게 될듯.

 

 

[에세이 분야]

 

 

소설가 손홍규가 지난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당시에 썼던 180여 편의 글 중에서 138편을 가려 엮었다.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우직하고 따뜻한 애정,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진실한 주장을 담았다. 개성 있는 문체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손 작가 특유의 필치가 돋보이며, 짧지만 매 꼭지마다 강한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긴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지는 목록'은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엿보이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들이다. 2부 '선량한 물음' 역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나 사회에 관한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3부 '바느질 소리'는 습작시절까지 해서 20년 가까이 소설을 창작해온 작가가 왜 글을 쓰고, 무엇을 쓸 것이며,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등,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책 읽는 자세에 관해 말한다. 4부 '다정한 편견'에서는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들춰내고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박한 생활상을 직설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1973년 1월 18일, 이오덕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명 저고리와 엄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을 찾아갔다. 이오덕은 마흔여덟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여섯.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다. 그때부터 이오덕과 권정생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남긴 편지에는 두 사람의 삶과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값, 연탄값 걱정부터 읽고 있는 책 이야기, 혼자 잠 못 드는 밤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정성껏 조심스레 다가가, 어느새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편지를 보면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평생 동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만남에는 따뜻한 위로가 있다. 이오덕이 권정생에게,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아름다움이 이 편지에 있다.

 

*


내가 고른 신간들은 선정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만나는 책들을

더 흡족하게 읽을 때가 있어서 은근하게 기대중.


[유아/어린이/가정/실용 분야]

 

 

 

백악관에서도 요청할 만큼 진짜 같이 아름다운 종이꽃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종이꽃 아티스트인 저자는 하비스쿠스, 접시꽃부터 모란과 양귀비를 포함한 가장 유명한 꽃 26가지 만드는 비법을 과정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한 종이꽃으로 리스, 테이블 장식, 케이크 장식, 부토니에르, 코사지, 갈런드, 모빌, 벽걸이용 화분 등 23가지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종이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본 기술과 도구 및 재료를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면서, 26가지 꽃의 실물본도 모두 담고 있다.

 

 

 

휴먼어린이 저학년 문고 시리즈 1권. 아이들의 마음을 꼭 닮은 동시와 동화를 쓰는 김미희 작가의 저학년 동화로, 주인공 분홍이가 엄마 흉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인 ‘엄마 고발 카페’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이다. 톡톡 튀는 소재와 발랄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동화이다.

분홍이는 엄마를 고발하는 일에 누구보다 자신 있다. 몰래 일기장을 훔쳐보다 들키고, 주말이면 아침밥도 안 차려 준 채 쿨쿨 자는, 고발할 일이 무지 많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글을 쓰면 쓸수록, 고발 거리를 찾으려 엄마를 관찰하면 할수록 엄마에 대한 애정이 점점 자라나는데….

 

*


어릴때는 내가 종이접기 좀 하는 줄 알았는데, 커서 몇 개 접어주다보니 깨달았다.

아... 그건 그냥 접기 쉬워서 잘 접는 줄 알았던 거구나.

따라 접진 못하더라도 한 번쯤 구경해보고 싶다.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

 

 

집중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잦고 넓다. 저자 에드워드 할로웰은 수십 년 동안의 상담과 연구 결과를 망라해 늘 일과 삶에 치여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집착, 중독 상태를 바로잡아 참된 만족과 행복, 성공을 이루도록 인도한다. 단지 이론에만 그치는 해결책이 아니라 읽은 즉시 실천하고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누구나 간단하게 성과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 법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사는 법을 안내한다. 1장에서는 전자기기 중독, 멀티태스킹, 넘치는 아이디어와 만성화된 걱정 등 주의력을 산만하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 6가지와 이에 대처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뒤이어 2장에서는 신체 에너지와 감정을 관리하고 체계를 세우는 등의 방법을 안내하며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관리하는 새롭고 실용적인 기술을 소개한다.

집중력을 갖는 순간 우리는 불안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과 타인과의 갈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꼼꼼하게 읽는다면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당신만의 집중력을 저 깊숙한 곳에서 꺼내 빛나는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과학기술 작가인 애슐리 반스의 책. 이 책은 오직 꿈 하나만을 좇아 미국으로 향했던 가난한 청년에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가로 인정받기까지 일론 머스크의 삶을 가장 치밀하게 취재한 첫 번째 공식 전기이다.

저자 애슐리 반스는 이 책을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로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일론 머스크를 30시간 이상 독점 인터뷰하였으며,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 등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일론 머스크 역시 첫 번째 공식 전기에 대한 배려와 지지를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참여했다.

우주 과학과 독서, 컴퓨터에 탐닉했던 유년 시절, 금융 시스템 혁명을 일으킨 페이팔 설립과 매각, 오직 꿈을 이루기 위해 수천 억 달러의 재산을 쏟아부어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개발 과정,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꾼 테슬라 모터스의 성공까지 선구안을 가진 사업가이자, 순수할 정도로 목표에 몰입하는 모험가로서 일론 머스크의 여정을 여러 관점에서 치밀하게 추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머스크 기업들의 숨겨진 히스토리를 최초로 공개했다.

 

*


하버드 집중력 혁명은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게 되면 한 번 살펴봐야지 싶다.

하버드보단 '집중력'에 눈이 가서.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보고 있으니

같은 '전기'여도 그게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전기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쪽 분야에 있어 잘 모르는 나도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이 전기를 접한다면

눈을 빛내지 않을까. 나중에 서평을 찾아 읽어봐야지.

 

 

[인문/사회/예술/과학 분야]

 

 

패닉 상태에 빠진 우리 문화의 이면과 불안한 우리의 마음속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면서, 누구에게 그리고 무엇에 책임이 있는지 묻는다. 레나타 살레츨은 불안에 대해 우리가 꼭 제기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불안은 권위가 부재하기 때문인가, 너무 많기 때문인가? 미디어는 불안을 보도하는가, 만들어 내는가? 약은 불안의 치료제인가, 원인인가? 진정한 내 모습을 찾지 못해 불안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처럼 되지 못해 불안한 것인가? 불안은 정말로 행복을 가로막는 궁극의 장애물인가?

레나타 살레츨은 <X파일> 같은 드라마와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에서부터 전쟁에서 군인이 느끼는 불안을 없애기 위한 각종 처방들, 사랑을 할 때 겪을 수밖에 없는 불안, 자식을 죽인 어머니가 느끼는 불안 등 생생한 사례들을 들어 실제로 불안을 낳는 것은 그것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주장한다.

 

 

중국 상해 예원豫園의 정자, 일본 이즈모시의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 한국 서울의 문묘 대성전. 이 세 건축물은 서로 다른 듯 닮아 있다. 중국 예원의 정자가 꾸밈이 강하고 날아오를 듯 지붕이 휘어져 있다면 일본 이즈모타이샤의 지붕은 약간 밋밋한 곡선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한국 문묘의 대성전은 기둥을 일직선상에 나란히 세우지 않고 가운데 쪽을 안쪽으로 살짝 휘어지게 만들면서 건물 전체가 곡선을 이룬다.

이 책은 동아시아 삼국의 건축을 섬세하게 비교하고 그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미학 에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을 동아시아의 범주 안에서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려고 시도한 것이다. 특히 우리 건축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중국 건축과의 공통점과 차이를 찾아보고, 또한 우리와 비슷한 전개 과정을 밟아온 일본 건축과 비교해보면서 한국 건축의 핵심을 찾아보려는 시도다.

 

 

2014년 전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의 멘토,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 연구 총결산. 50년간 부의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온 대학자의 정책·행동 제안. 앳킨슨은 부의 불평등의 영향, 변화 추이, 심각성에 대해 누구보다 오래, 깊이 연구해온 학자다. 그의 이야기는 피케티에 비하면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린다. 경제성장의 압박과 세계화 속 경쟁 구도가 기승을 부리는 현 체제 속에서도, 불평등은 줄어들 수 있다.

앳킨슨은 이 책에서 평등이라는 이상이나 선험적 해법을 논하는 대신 역사적 자료와 경제모형 실험을 통해 가능한 변화들을 설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이 정책들은 상호보완적인 동시에 각 사회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그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으로 나아가려면 정치적 결단과 실천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하는 이 학자는, 사실 누구보다 준엄하게 ‘행동’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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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진 않았지만,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 느낀 게 있다면

인문학을 이래서 읽는구나 싶었다는 거다.


'질문'을 던지는 책,

던져진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는 책.


세 권 다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책 '불안들'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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