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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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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뉴욕의 이미지는 ‘CSI’였다. 많고 많은 이미지 중에 하필 CSI라니 싶지만 정말 그랬다. CSI 시리즈 중 뉴욕 시리즈를 가장 열심히 챙겨봤는데, 한 편 한 편 챙겨보면서 자연스레 뉴욕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이다. 그 어떤 도시보다 화려하고 멋진 곳이지만, 그 어떤 도시보다 어둡고 쓸쓸한 곳. CSI를 통해 느낀 뉴욕은 그런 도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몇 년 간 가져왔던 뉴욕의 이미지는 이 책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게 되면서 삽시간에 바뀌었다. 책 한 권을 읽은 것뿐인데 그리 쉽게 바뀌나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내가 드라마로 접한 이미지의 뉴욕이 아니라, 오랜 시간 뉴욕에서 살아온 사람의 일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 원고의 본질은 블로그이고, 내가 쓰던 블로그는 절반쯤의 일기로, 대체로 사적인 글이었다. 이들은 시간순으로 나열되었고, 오랜 기간 정해진 주제 없이 그날 느낀 것을 지속적으로 써온 글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이 글들이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p.9)

 

라고 했지만, 내게 있어 이 책은 결코 위 의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책 속의 구절처럼 달이 있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다가 어느 날 달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기분이었다. (p.15)’는 구절을 인용하면 표현이 될까?

 

미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책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예술 이야기가 어쩜 그리 재밌던지. 이 책을 통해, 내가 미술이라는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았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예술이라는 세계에 말이다. 이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절반쯤의 일기이며 대체로 사적인 이 글이 도리어 사적이어서 마음에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 (p.10)

 

이 구절은 이 책의 서문에 담겨있었고 그래서 나는 책의 시작부터 사적으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에드워드 호퍼와 에디 세즈윅, R.B. 키타이 등 예술가들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에 공감했고, 시는 명사고 산문은 동사라고 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에는 무릎을 쳤다.

 

인간에게만 시가 있고 예술이 있듯, 인간에게만 사랑이 있고 역설이 있다. 사랑이 위대한 건 그렇게도 잘난 자아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지울 수 있는 상태.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삭제할 수 있는 불가능에 이르는 위력. 사랑하는 건 인간만이 가능하다. (p.102)

 

라는 구절을 읽고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올라서 한참을 여운에 잠겨있기도 했다.

 

이다지도 사적인 동사 앞에서, 나는 뉴욕의 이미지를 새로 그릴 수 있었다.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아니, 이 모든 것보다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찐하게 알려준 작가님이 살아온 멋진 도시라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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