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이번 신간평가단 마감페이퍼는 조금 남다르다.

책 읽고 글쓰기 바빴던 지난 활동과는 다르게, 같은 책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다른 신간평가단 분들의 글을 읽고 싶어서 지원한 파트장 활동.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굳이 파트장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수 있지만

2기수째 내 글 쓰기도 벅차했던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나를 움직이는 뭔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15기 에세이파트장을 맡게 되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 글을 쓰게 되면, 순수한 내 글보다는 어딘가 영향을 받은 글을 쓰는 경향이 있어서

피해왔던 것도 있다. 내 글을 쓰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야 했으니, 전보다 좀 더 부지런해졌고

그렇게 다른 분들의 좋은 글을 읽으면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을 읽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책에 대한 좋은 글을 읽는 일.

신간평가단이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일이다.

 

 

이제는 익숙한,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고르기.

15기에서 만난 12권 중 손에 꼽는 5권.

 

거꾸로, 순위를 매겨 정리해본다.

 

 

5위. 김혜남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며칠전, 읽어보지 않았지만 좋은 책일 거라 믿고 선물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김혜남 작가님이 쓴 그 어떤 책보다 나는 이 책을 최고로 꼽고 싶다.

 

 

 

 

4위.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금요일엔 돌아오렴』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언론매체가 보도하지 못했던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

 

세월호 참사의 진짜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 것 같아서 최대한 외면하고 있었다.

이 책을 시작하는데도 한참이 걸렸지만, 이 책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심정을 애써 표현하여 기록하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을.

그들의 노력 앞에서 애써 이야기했던 그들의 진실을.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이번에도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순위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위. 손홍규 『다정한 편견』

 

 

이 책에 대한 글은, 이 책을 읽고 쓴 서평 서문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3기수째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활동해오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인생이 보다 넓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책을 접하게 되었던 게 가장 컸다.

그런 책을 접하더라고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안에 어떤 것들이 쌓이고,

굳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읽게 된 또 한 권의다정한 편견을 받아들고 잠깐 구경했는데, 이번에도 좋은 책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정확히 맞았다.

 

 

 

2위. 박상미 『나의 사적인 도시』

 

 

정말이지,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을까?

12권 중 내가 이 책을 읽을 줄 몰랐다, 싶은 책 중에 1위라면 단연 이 책이다.

누군가 매일 쓴 글을 이렇게 집중있고, 흥미있게 읽은 건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이후로 오랜만이었다.

 

한동안은 '뉴욕'하면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1위.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사람을 만나는 것도 타이밍 중요하지만, 책을 만나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책은 내가 몇달 간 홀로 고민하고, 생각이 많았던 때에 만났다.

그 어떤 책도 위로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공감하는 구절 앞에서 격하게 공감했고,

새롭고 낯선 구절 앞에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마주하고 답을 내야 할 저마다의 '태도'에 관하여 생각할 수 있었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완성고, 그게 쭉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건 영원한 로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쓴 서평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가 꼽은 BEST 5'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좋은 책이라면 얼마든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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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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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수째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활동해오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인생이 보다 넓어졌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책을 접하게 되었던 게 가장 컸다. 그런 책을 접하더라고 그냥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안에 어떤 것들이 쌓이고, 굳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다정한 편견을 받아들고 잠깐 구경했는데, 이번에도 좋은 책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정확히 맞았다.

 

긴 글은 실력으로, 짧은 글은 노력으로 쓴다는 형철쌤의 추천사 속 글처럼 노력으로 쓰인 한 편 한 편의 글을 나는 내 일상 곳곳에서 읽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읽었고, 잠자리 머리맡에 두고 이 책을 읽다가 잠에 들었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머리를 하기 위해서 미용실에 챙겨 가서 읽은 일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말소리와 적당한 소리를 내며 미용실을 가득 채우던 라디오의 소리 틈에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람의 소리는 결코 소음이 될 수 없다는 그의 글처럼, 그날 미용실에서의 소리는 내게 결코 소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읽혔던 것 같다. 마침 내가 읽던 부분이,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엿보이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들로 담긴 1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지는 목록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나 사회에 관한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준 2선량한 물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아직 남의 것에서도 대충 쓴 것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왜 글을 쓰고, 무엇을 쓸 것이며,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등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책 읽는 자세에 관해 말하는 3바느질 소리역시 참 좋았다.

칼럼을 연재하는 내내 그를 괴롭혔던 원고지 4.5매 내외라는 분량은, 그에게 단상에 가까운 생각들을 붙잡아둘 수 있게 했고 단어를 고르거나 문장을 다듬는 일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었던 덕분에, 나는 복에 겨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덕분에 감사하게도, 이리 여운 있는 글들을 한 편 한 편 곱씹어가며 읽을 수 있었고 이 책이 함께한 일상은 다정하고, 따뜻했다.

 

좋고, 또 좋았던 글 중에서 나는 이 구절을 베스트로 꼽아본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독서에서 경탄과 경이로움이란 번쩍 하며 찾아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기나긴 몽상의 끝에 찾아온다. 그 과정은 지루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얼마나 느리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창조적 몽상의 대가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이를 두고 아예 '느린 독서'라고 이름 지었다. 완전한 독서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은 경이로운 것들 앞에서 기꺼이 감탄할 자세 하나면 된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는 책 너머의 것들에 감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167 '독서의 자세' 중에서)

 

왜냐하면 나의 독서도 그렇기 때문이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느린 독서를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매일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은 것처럼 미용실에도 챙겨가 잡지 대신 읽고, 가끔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읽고, 대중교통을 기다리고 오고가는 시간에 읽고. 틈이 나면 어떻게든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려면 책이 늘 손에 들려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가방은 늘 무거운데, 그렇게 챙겨 다니는 책들을 때때로 한 자도 읽지 못하고 돌아올 때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읽은 책들이 쌓여서, 이제는 정말 자유롭게 읽는다. 조르바처럼. 어느 날은 정독하고, 속독하고, 때때로 완독하지 못하지만 매일 읽어나간다. 이렇게 읽어나가면, 나도 언젠간 책 너머의 것들에 감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라는 글을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용실에서, 머리에 약을 바르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책을 덮고 위의 글을 썼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의 메모 앱을 열고,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다가, 다시 책을 들여다봤다가, 나른해서 졸기도 하면서 이 짧은 글을 썼다. 짧은 글은 실력으로 쓴다는 형철쌤의 말에 공감하며.

 

누구나 가슴에 문장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문장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이든 상관은 없다. 책에서 읽은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직접 들은 말일 수도 있으며, 혹은 스스로 고안해낸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남들에겐 하찮을 수 있어도 자신에겐 소중한 그 무엇일 것이다. 그 문장은 우리가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불려나온다. 평소에는 가슴속 깊이 웅크리고 있다가 제 주인이 절망하여 쓰러지기 직전 스스로 걸어 나오기도 한다. (p.156 '가슴속 문장 하나' 중에서)

 

가슴에 품고 싶어서 필사해 둔 그의 문장들이, 위 구절처럼 내가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불려나오고, 평소에는 가슴속 깊이 웅크리고 있다가 절망하여 쓰러지기 직전 스스로 걸어 나올 것임을 믿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이 책을 감사히 읽은 나의 다정한 편견이고, 이런 편견이라면 나는 백번이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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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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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손편지를 쓰는 일에 소원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손편지를 자주 쓰곤 했다. 그런 나와 손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던 친구 모모와 언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이 편지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그치?”

정말 책으로 출간해야지라기 보다는, 그땐 친구와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영원할 줄 알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의 편지는 지극히 감상적이었고, 결정적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에 소원해지면서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참 소중했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 건 이 책 선생님, 요즘음 어떠하십니까덕분이다.

 

1973118, 아동문학가 이오덕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명 저고리와 엄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을 찾아갔다. 이오덕은 마흔여덟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여섯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다. 그때부터 이오덕과 권정생은 2003년 이오덕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어른, 아이 모두 권정생의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권정생을 세상에 알린 이오덕,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동화를 쓴 권정생. 이 책은 그런 둘의 만남과 삶을 엿볼 수 있는 편지를 가려 뽑아 오롯이 실어낸 책이다. ‘오롯이라는 부사의 정의 그대로 두 사람의 삶은 이 책을 통해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 내게 전해졌다.

 

소설이나 시를 쓰는 사람들이 여가 선용이나 취미로 하지 않듯이, 우리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같이 병들고 무능한 인간이 아닌, 건강하고 역량 있는 작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한 편의 동화를 빚어내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뜨거운 작가가 나와야만이, 아동문학이 구원을 받고 또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p.224)

 

권정생 작가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왜 그리도 이오덕 선생님이 권정생 작가님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알았다. 자신같이 병들고 무능한 인간이 아닌, 건강하고 역량 있는 작가가 있어야 한다고 쓰셨지만, 그 누구보다 아동문학에 온 생애를 바쳐 쓰신 분이라는 걸 안다. 이오덕 선생님은 그런 권정생 선생님을 빨리 알아보셨던 게 아닐까.

 

선생님 동화집 아직 가지고 있는데, 이웃 학교에 동화 공부하는 사람이 더러 있어 나눠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에도 보낼 곳이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필요하면 다음 서울 가서 세종문화사에 원가로 몇 권 사서 적당한 곳에 보내겠습니다. (중략) 선생님 가지고 계시는 책은 될 수 있는 대로 모두 파십시오. 절대로 함부로 책을 공짜로 주지 마십시오. 그냥 준다고 좋은 것 아닙니다. 피땀 흘려 쓰고 만든 책인 것을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p.84)

 

권정생 작가님의 작품을 참으로 귀하고 값있는 것으로 아꼈고, 이런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라면 제 돈으로 책을 사서 흔쾌히 나눠주었던 이오덕 선생님. 교사로, 아동문학가로, 우리 말 운동가로 평생을 아이들과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으로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온 삶을 아이들과 함께 산 선생님이 곁에 계셨기에 권정생 작가님이 온 힘을 다해 동화를 쓰실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편지를 쓰는 그 시간은 물론이고, 편지가 오고 가는 시간에도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편지 곳곳에서 묻어났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교감이 얼마나 아름답고 그걸 전해 받은 이에게는 얼마나 따뜻한 위로가 되는지, 진정으로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할 것이라던 권정생 작가님의 말처럼, 아동문학이라는 한 가지 일로 만나서 서로에게 편지 쓰는 일에 전념했을 두 분을 생각하면 내가 괜히 흐뭇해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고, 또 귀 기울여 들어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온전히 만날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197328, 권정생 작가님이 이오덕 선생님에게 쓴 편지의 첫 구절을, 죄송하지만 멋대로 조금 바꾸어 이렇게 쓴다.

 

두 분이 주고받으신 편지, 잘 읽었습니다. 왠지 눈시울이 화끈 더워지고,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라는 것을, 두 분의 글월에서 느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작가님의 작품이 이다지도 피땀 흘려 쓰고 만든 값진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희망합니다. 두 분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저 역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고, 또 귀 기울여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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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 드라마에서 만났던 두 캐릭터를 떠올린다. <펀치>의 박정환과 <슈퍼대디열>의 차미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시한부였다. 세상을 뜨기 전, 아내 하경과 딸 예린을 위해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고, 강력했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정환과 자신이 세상을 뜨고 나면 혼자가 될 사랑이를 위해 사랑이의 아빠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미래. 이 소설 비포 아이 고를 읽고 있자니, 그런 두 사람이 떠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데이지 역시 시한부를 선고받았기 때문일까.

 

몇 년 전 완치된 줄 알았던 암이 재발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몸 곳곳에 퍼져 되돌릴 수 없게 된 데이지. 자신에게 주어진 길어야 6개월인 시간에 데이지는 떠날 자신보다 남편인 잭을 먼저 생각한다. 내가 떠나면 잭은 어떻게 살아갈까, 누가 잭을 챙겨주지? 어쩌면 이런 데이지였기에, 그녀의 엉뚱한 결심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잭에게 새 아내를 찾아주자.’라는 데이지의 결심.

유방암 말기를 선고 받은 스물일곱의 여자가 최우선순위로 둔 일이,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는 일이라니. 대체 얼마나 사랑해야 이렇게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는 나 역시 그런 데이지가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지만, 본격적으로 잭의 새 여자 찾기에 돌입하는 데이지를 보면서는 말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이 담긴 것 같은 대목이 있다. 바로, 데이지 자신이 잭의 새 여자를 찾는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밝힌 친구 케일리와의 대화다.

 

그 여자는 좋은 사람이야. 잭한테 좋은 사람이 되어줄 거야. 잭은 행복할 자격이 있어.” 하고 데이지가 말하자 케일리는 생각에 잠겨 엄지손톱을 물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너는 행복할 자격이 없니?”

 

나는 데이지가 아니고, 데이지에 아무리 감정을 이입해서 읽는다고 해도 나 역시 궁금한 부분이었다. 물론 데이지가 그만큼 잭을 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데이지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 역시 데이지가 자신을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에 케일리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이 대화로 데이지는 케일리와 다투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 그 말에 웃음이 나올 뻔한다. 암에 걸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케일리에게 한 말을 모두 취소하기를 원한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원한다. (p.343)

 

자신이 떠난 뒤에도 잭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여자도 데이지고, 자신이 떠나더라도 잭이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여자 역시 데이지였다. 후자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나는 점점 더 데이지에게 몰입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잭에 대한 데이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구절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구절이다.

 

엄마 가슴에 머리를 묻고, 엄마 배에 무릎을 꼭 붙인다. 엄마 배속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듯.

새로 태어나기 위해.

두 번째 기회를 얻기 위해.

그러다 결과가 같다는 것을 알면 다시 태어나 살고 싶을지 궁금하다. 이 삶을, 이 몸을, 이 암을.

그러다 잭이 생각난다.

그리고 질문을 제대로 떠올리기도 전에 대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그렇게 할 것이다. (p.362)

 

서른이 되기도 전에 암이 두 번이나 찾아온 데이지의 삶,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지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미 대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의 삶에 잭이 있었으므로 두 번째의 인생이 같을지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나는 이 대목을 카페에서 읽고 있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혼났다. 먹먹한 데이지, 너를 어쩜 좋으니... 하며 이 구절을 필사 했고 이렇게 옮겨 쓴다.

 

소설의 마지막장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잭의 시점에서 쓰인 글이 나온다. 소설을 통틀어 처음 나오는 잭의 시점이었던지라 반가웠고, 그래서 더 아련했다. 이 역시 노트에 필사해두었고, 이 글에 함께 담아내고 싶지만 그건 이 책을 읽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남겨두고 싶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남편인 잭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편의 새 아내를 찾았던 데이지와 함께 울고 웃은 독자일 테니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글을 마무리 하려는데,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이 책의 한 줄 평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 포근한 쿠션과 한 잔의 와인, 그리고 티슈를 준비해라. 멋진 주말이 완성될 것이다. (shelby1055)’라던 한 줄 평. 내게는 한 잔의 와인 대신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고, 만석이었던 일요일 낮의 카페에서 이 책을 읽느라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공감이 간다. 대책 없는 데이지의 사랑 덕분에 나는 위로받았고, 그리하여 나의 주말은 따뜻했으며, 끝내 멋진 주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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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머리하러 미용실. 무슨 책을 들고 올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 책을 들고 왔는데...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왜케 힘들지😵 했더니 아, 새벽 4시까지 책 읽다 잤지 참.

정말 간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쭉쭉 읽다가 잠들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독서에서 경탄과 경이로움이란 번쩍 하며 찾아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기나긴 몽상의 끝에 찾아온다. 그 과정은 지루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얼마나 느리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창조적 몽상의 대가인 가스통 바슐라르는 이를 두고 아예 '느린 독서'라고 이름 지었다. 완전한 독서를 위해 우리가 준비할 것은 경이로운 것들 앞에서 기꺼이 감탄할 자세 하나면 된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그렇다면 언젠가 우리는 책 너머의 것들에 감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167 '독서의 자세' 중에서)

 


 


나의 독서도 그렇다. 오늘처럼 새벽까지 책을 쭉쭉 읽는 날은 드물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느린 독서를 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매일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미용실에도 가져와 잡지 대신 읽고, 가끔은 커피 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읽고,

대중교통을 기다리고 오고가는 시간에 읽고. 틈이 나면 어떻게든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려면 책이 늘 손에 들려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가방은 늘 무거운데, 그렇게 챙겨 다니는 책들을 때때로 한 자도 읽지 못하고 돌아올 때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읽은 책들이 쌓여서, 이제는 정말 자유롭게 읽는다. 조르바처럼.

어느 날은 정독하고, 속독하고, 때때로 완독하지 못하지만 매일 읽어나간다.

이렇게 읽어나가면, 나도 언젠간 책 너머의 것들에 감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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