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집으로 돌아가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밤을 견디는 것은 어려워 개장에서 개를 한마리 끌어냈을 것이다. 보리야, 밤 산책이다. 뛸까, 하며 개를 데리고 뛰었는지도 모른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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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대비 사재기 2탄. 2차 아니, 3차로 주문한 책들이 먼저 왔다. 2차에는 피터 래빗 달력을 신청했는데, 알라딘 고객센터에서 온 문자를 보고 3차가 먼저 도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피터 래빗 달력 완전 귀요미더니, 도정제 대란 속에서 제일 먼저 품절됐구나 싶었다. 나도 하나 받아보려고 했더니, 크리스마스에 받아보겠다 싶어서 포기.

 

서재 결혼시키기는 마치, 몇년 전에 소개받기로 했는데 몇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소개받게 된 사람 같다. 중고책인데 새 책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상태여서 좋았다. 오...😆

 

백년의 고독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추천도서를 언급할 때마다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잊지 않으셨던 교수님. 인문학 같아서 참 좋아했던 교수님의 시론 강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막상 구매를 결심하게 한 건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속 구절이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하는 맹세처럼 스스로에게 소설 쓰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소설을 쓸 것인가 죽을 것인가. 그의 마음속에는 릴케의 말이 맴돌았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그는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글을 썼고, 결국에는 사십여 년 뒤 『백년의 고독』을 내 서가에 꽂게 만들었다. (p.29)

 

하하. 그래도 백년의 고독하면 교수님 생각이 먼저다. 추천을 받았던 그때, 마르케스를 읽어보려 했으면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을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신의 달력은 좋아라하는 장용민 작가님 소설이라 두말않고 샀고 정은님의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는 유일하게 없는 정은님의 책이었다. 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는 책나무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서 받은 책인데, 9권 사이에 은근슬쩍 끼워 넣어봤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사랑편은 집에 있는 인생편 옆에 나란히 두고 싶었고 작가 수업은 글을 쓰는데 있어 채찍질용이랄까, 그럴 때 읽고 싶어서 샀다. 오만과 편견은...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중에 뭘 먼저 읽을까 고민했던 책이라 원래 내 책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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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 아옌데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칠 때였다.

학생들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소설 쓰기를 힘들어한다고하자 딸이 말한다.

"나쁜 책을 쓰라고 해요. 그건 쉽거든요. 글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이 말이 가져온 효과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 각자는 위대한 아메리카 소설을 쓰겠다는 헛된 허영심을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며 겁 없이 뛰어들었다. ……

그때부터 나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나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으며

그러면 그 두려움도 이내 사라져버렸다.

 

- 《파울라》

 

나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사벨 아옌데는 좋은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나쁘게 돼도 상관없다는 가벼운 마음이 오히려 어깨의 힘을 빼고

편하게 쓰도록 해줬을 것이다. 무심하면 두려움도 없는 법이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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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필을 좋아하게 된 건, 3년전에 함께 일했던 두 사람 덕분이다. 다이어리에 늘 연필로 메모했던 언니와 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언니. 두 사람의 손에는 늘 연필이 들려 있었다. 그 연필이 어떤 연필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게 어떤 연필이든 늘 연필이었으므로 내 눈길을 끌었다. 언니들은 연필을 곁에 두어서 든든해보였고, 쓰이는 연필은 굉장히 쓸모있게 보였다. 그런 언니들 곁에서 일하면서 나도 연필을 쓰기 시작했다. 먼저 집에 있던 연필을 가져와 썼고, 문구점에 가면 어김없이 연필 코너를 찾았다. 찐한 2B와 진한 B와 연한 HB 세 가지 연필밖에 모르는 나였지만, 그때부터 연필을 곁에 두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연필을 좋아하게 만든 두 사람은 내 곁에 없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겠지만 여전히 연필을 쓰며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애석하게도 나는 연필만 좋아하는 건 아니어서, 연필과 만년필과 컴퓨터 자판 앞에서 무엇으로 글을 쓸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하며 살겠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연필로 글을 쓰고 싶다.

 

*

 

저는 연필이 겸손해서 좋습니다. 연필은 강력하게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필기구가 아닙니다. 잘못 쓰면 언제든지 지울 수 있죠. 언제든 부재할 수 있기에 쓰는 부담이 적습니다. 그뿐인가요. 종이와 연필심이 만들어내는 '사각사각' 소리는 영혼의 귀를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많은 이들이 이 소리에 끌려 연필애호가가 되곤 하지요. 연필의 생에는 철학적입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니까요. 아무리 정든 연필이라도 열심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합니다. 열렬히 사랑할수록 더 빨리 헤어지게 되는 열정어린 사랑과 닮았다고 할까요. - 정희재,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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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제가 피 말라 죽겠습니다.

 

어떤 책을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네요.

오늘이 지나고 나면, 3일이 남았군요.

 

cony_special-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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