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아옌데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칠 때였다.
학생들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소설 쓰기를 힘들어한다고하자 딸이 말한다.
"나쁜 책을 쓰라고 해요. 그건 쉽거든요. 글 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이 말이 가져온 효과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썼다.
학생들 각자는 위대한 아메리카 소설을 쓰겠다는 헛된 허영심을 잊어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겠다며 겁 없이 뛰어들었다. ……
그때부터 나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나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으며
그러면 그 두려움도 이내 사라져버렸다.
- 《파울라》
나쁜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건만 이사벨 아옌데는 좋은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나쁘게 돼도 상관없다는 가벼운 마음이 오히려 어깨의 힘을 빼고
편하게 쓰도록 해줬을 것이다. 무심하면 두려움도 없는 법이다.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