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별이 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및 한글창작 혐의로 체포,

조사 과정에서 이를 부인하지 않고 옥중에서 요절한 민족시인 청년 윤동주.

직접 지은 시처럼 짧지만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다 그는 끝내 별이 되었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하고 한국어 사용과 창작이 금지되었던 1941년,

우리말 시집 출간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되고

일생의 문우 강처중과 정병욱에게 남긴 육필 원고가 기적적으로 보존,

그의 사후인 1948년에 친지들의 도움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은 마침내 출간되었다.

해방을 불과 반 년 앞둔 1945년 늦겨울, 차디찬 형무소 바닥에 누워

외마디 고함을 끝으로 숨을 거둔 지 꼭 3년 만의 일이다.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등 주옥같은 시 31편이 수록된 초판본에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원고를 더해 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1955년 발행된

이 증보판에는 몰락한 조국을 마음으로 지켜낸 한 청년,

아아... 그리운 동주! 그의 뜨거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책 소개를 읽다가 울컥했다. 2월에 영화를 어찌 보려고 벌써 이러나.

이번 증보판의 완성도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난 이 책을 소장할 수 있어서 그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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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4월에 나왔던 12권, 16년 1월에 나온 13권.

'셜록 : 유령신부'도 보고 '요츠바랑' 13권도 읽고. 감회가 새로운 16년 1월.

애정하는 요츠바.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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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대 그리스가 가장 융성했던 시기에 그들은 비극을 쓰고, 공연하고, 그것에 열광했을까.

왜 그 빛의 한가운데에서 어둠을 상상했던 것일까.
비극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그들 모두의 태도는 같았다.

결코 운명 앞에서 구차하지 않았다. 낙담하거나 체념하지도 않았다. 끝까지 의연했다.

바뀔 수 있는 것은 어차피 아무것도 없었다. '운명'이라 그러지 않는가.

신들조차 바꿀 수 없는,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나에게 주어진 나의 '운명'.
그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운명 앞에서 얼마나 고귀하게 사는가, 그리고 얼마나 용감하게 죽느냐,

라는 태도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기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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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의 가족들은 인천에서 배 떠나던 그 시간을

"영원의 시간"에서 지우고 싶어 잠을 자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몸서리치는 기억을 누가 지울 수 있겠는가.

예술의 희생보다 세상의 희생이 먼저 있다.

예술이 세상을 낯선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갑자기 낯선 것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예술이 있다.

예술에 희생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희생 뒤에 겨우 예술이 있다.

믿음과 사람이 그렇게 어렵고, 믿음과 사랑이 그렇게 절박하다.

 

 

-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 보기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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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너의 풍경 속에 언제나 내가 있기를"

저는 이수를 위해 홀로 체코로 떠나고, 낯선 타국에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던 우진을 맡았어요.

그때 우진에게 사랑이란,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우진에게는 상대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것이 너무도 무섭고 가슴 아픈 일이었죠.

스스로 떠나왔지만 아마 진심은 그녀가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억해주길 원했을 거예요.

누구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약점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죠.

잘 나지 못한 외모일 수도 있고, 화려하지 않은 배경일 수도 있고,

뛰어나지 않은 학벌일 수도 있고, 넘치게 뾰족한 성격일 수도 있고.

이런 약점은 보통 타인에게 들키고 싶진 않지만, 특별한 누군가에게는

솔직히 터놓고 싶어지고 이해받고 싶어져요.

이런 나라도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지고, 이런 나지만

널 향한 마음만큼은 진짜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지고,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고 약속하고 싶어지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돼서 그 사람 곁에 내내 머물고 싶어지고...

이것이 다 사랑이죠.

우진 역시 그랬어요.

이수의 기억에서 그저 스치고 사라지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들키는 모험을 감행했죠.

그리고 잠시 떠나기는 했지만, 결국은 언제까지나 함께하는 미래를 선택하죠.
앞으로 좋을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의 모든 기억은 그녀와 함께할 거예요.

그녀의 기억 속에도 언제나 그가 있을 거고요.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그를 사랑하니까요.

 

 

-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각기 다른 '우진'을 연기했던 배우들 중 유연석의 이야기 전문.

 


 

 


외국에서 외국인이면 덜 외로울 줄 알았던 우진.

근데 모습이 바뀐다고 내가 내가 아닌 게 아니잖아, 하고 지독한 현실을 깨닫게 된 우진.

이수와 사랑했던 기억을 가슴에 묻어두고 홀로 체코로 떠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가 자신을 기억해주길 원하는 남자.

 

영화 속 마지막 우진의 사랑이란 '기억'이었다는 유연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석이 연기하는 우진의 뒷모습이 그렇게 먹먹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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