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작별을 고하는 법은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물건과 작별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친구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극성스럽게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꽤 많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 물건들을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옮긴다. 표면의 먼지를 떨고 광을 내며, 가까이에서 너무 거칠게 노는 아이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런 물건들에 계속해서 추억이 쌓여 점점 더 중요성을 띠게 되는 것을 허용한다. 우리는, 이 장식장은 우리가 어렸을 때 안으로 들어가 숨던 장식장이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우린 이 은색 촛대들을 탁자 위에 나란히 놓아두었지, 이게 바로 그녀가 한때 눈물을 닦던 그 손수건이야, 같은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정성껏 간수해온 이런 물건들이 친구나 동반자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첫 모금을 마신 그는 어린 유리가 전보다 세 층이나 늘어난 계단을 부리나케 뛰어 올라온 게 틀림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흡족해했다. 커피의 온도가 평소보다 1도도 내려가지 않고 거의 똑같았던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일한 결과에 도달한다



우리에게 원한을 품어 언제든 복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굴복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동정과 연민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그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법으로―대담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때로는 같은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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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누군가의 고통을 간편하게 밟고 쓰인 건 아닌지 성찰하는 태도 역시 필요했다. ‘고아처럼 쓸쓸했다, 처녀의 입술처럼 빨간 앵두, 과부처럼 농염한 단풍’과 같은 표현은 좋은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간혹 페미니즘 이슈에서도 ‘나는 창녀처럼 강간당했다, 여성이 애 낳는 젖소입니까, 우리는 창녀가 아니다’라는 식의 구호를 쓸 때가 있다. 성노동 여성과 비인간 동물로부터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외치는 구호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또 다른 폭력을 수긍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배제하지 않는 구호, 여러 개의 팔로 모든 존재를 끌어안는 언어는 어떻게 가능할지.

사망자나 이재민을 이용하지 말고, 안이하게 동일시하거나 감상에 젖어 설교하지 말라는 사사키 아타루의 말은 타인의 고통에 접근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실한 윤리였다.

지금도 외숙모는 ‘외숙모’로만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그저 질문 하나 다르게 던졌을 뿐인데, 한 존재가 풍경에서 쑥 튀어나왔다. 나와 대화하고, 손잡고, 안을 수 있는 존재로.

중년 남성은 자본을 가진 ‘소비자’이지만, 아동과 엄마는 상대적으로 자본이 없고 ‘맘충’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민폐 캐릭터라는 사회적 편견까지 더해져 ‘노키즈존’이 탄생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자주 다니던 분위기 좋은 찜질방과 청포도 주스가 맛있는 카페도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을 당당하게 걸어놓은 곳이었다.

생각 없이 쓰는 언어가 실재하는 존재를 어떻게 지우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쉽게 말을 뱉지 않는다. 나는 이런 태도가 글을 쓸 때도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문자 언어도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지만, 적어도 글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 때는 시대의 감수성에 섬세하게 다가가는 서사와 표현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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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글을 배운 학교는 질문보다 정답이, 슬픔보다 행복이, 모호한 결말보다 깔끔한 엔딩이 환영받는 곳이었다. 게다가 ‘아이’라는 위치는 더욱이 고통이나 슬픔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어른의 슬픔도 이제 그만하라고 지겨워하는 시대에 천진난만함의 대명사가 슬픔을 표현하는 건 분명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면 내 안의 선생님이 나타나서 자꾸 글을 교훈적으로 봉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유 없는 사람들은 천박할 수밖에 없고, 나는 그 점을 말과 글로 옹호한다. 상대가 천박해서 불편하다면 내 소갈머리를 살펴야 한다. 천박을 옹호하려는 내 말과 글이 고상한 단어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 삶과 언어의 치명적인 한계다.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덜 천박하다면 내 삶의 여유에서 비롯된 ‘배운 년’의 체면과 껍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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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아홉번째 영상 들고 왔습니다 : )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ㅋㅋㅋ 옛날 사람...) 6월의 언박싱인데요.

6월에도 제 책 4권 / 아기책 4권 구매했어요.

영상에서 소개한 도서들의 이전 리뷰 링크는 아래와 같아요.

* 잠들지 못하는 아기들을 위한 책
https://youtu.be/SBXGU2FF4O4

* 5월 언박싱
https://youtu.be/AceZvdCeDb8

*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https://youtu.be/idWRmq9i_ok

그리고 제 영상 목록을 알라디너TV에서 재생목록으로 만들어주셔서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래 링크로 와주시면 됩니다 : )

https://www.youtube.com/watch?v=SBXGU2FF4O4&list=PLfUyGYYqEWMrhwmNUUmgUm38gPE67tbze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다음 영상으로 또 만나요~

* 아래 클릭하시면 알라딘 구매 링크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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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독서들에 대한 간략한 기록





















009.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의 소설을 좋아한다. 전작인 <기린이 아닌 모든 것>도 무척 흥미로웠는데, 이 책 역시 흥미로운 소설들로 가득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건 이장욱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상상해냈지? 싶을 정도로 '새로운데 리얼한' 인물들이 잔뜩 등장한다. 표제작인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에는 스트레칭을 하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알라딘에서 책 사고 받은 머그에 카누를 털어넣는 사람이 나온다. 구체적이고도 신선한 인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나는 이미 그의 다음 소설을 기다리고 있다.




















010. 디스옥타비아


2월에 소개했던 <깨끗한 존경>을 읽고, 가장 먼저 구매한 유진목의 책이다. 제목만 보고 옥타비아 버틀러와의 연관성이 궁금했는데, 책 소개를 보니 옥타비아 버틀러가 'SF 속에서, 당신은 상상 가능한 곳으로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라고 했다고 하고, 이 책은 그 말에서 영감을 받아, 스스로를 미래 세계에 데려다 놓은 설정이다. 이것은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소설적 설정이지만, 소설 속 화자와 작가를 떼어 놓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가끔 생각한다. 미래세계에서 현재를 되돌아보면 얼마나 미개할까. 우리가 20~30년 전의 과거를 그렇게 생각하듯. 나는 미래 관점에서, 미개한 관점을 살아가고 있지만, (작가의 말처럼) 먼 훗날, 사무치게 그리워할 어떤 눈부신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구나... 생각도 했다. 사유로 가득한 작가의 문장들이 곧 나의 사유로 이어지는 책이어서 좋았다.


 

 


















011. 브랜드, 짓다


내게는 네이밍이 최고 어려운 과제다. 자식 이름 짓는 것도 그렇게 어려워서 한참을 고민하고 헤맸는데 (잘 지은 것 같지만!) 이런 일을 뚝딱 뚝딱 해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신기하지 않을 리 없다. 브랜드 이름을 짓고, 콘셉트를 구성하는 사람을 브랜드 버벌리스트라고 한다는데 이 책의 저자인 인터브랜드의 민은정 전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꼽히는 브랜드 버벌리스트라고 한다. 들어보니 그럴만도 하다. 티오피, 카누, 타라, 서울스퀘어, 뮤지엄산, 아난티 등의 익숙하고 멋진 이름들이 다 그녀를 통해 태어났다고 한다. 콘셉트 잡는 법을 나도 알고 싶어 샀지만, 그저 이 책의 브랜딩 이야기에 홀려 홍차 '타라'를 구매햇고, '뮤지엄산'을 언젠가 가봐야 할 곳 리스트에 넣어두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네이밍에는 확실히 재능이 없는 것 같다.


 

 

















012.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꾸준히 찾아 읽는 신미경 작가님의 책이다. 최소한의 규모로 꾸려가는 정갈한 삶. 나도 혼자 살았으면 많이 벤치마킹해봤을텐데, 이미 내 삶은 너무 무거워져버렸다. 가진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아져버린. 그럴 수록 이런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단정함과 정갈함을 추구해본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가능한 만큼만.



 

 

















013.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마쓰다미리 시리즈는 사실 좀 흥미가 떨어졌는데, 마지막이라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사봤고, 생각보다 좋았다. (근데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네? ㅎㅎㅎㅎㅎ) 노후 문제,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 등 마흔의 이슈들을 같이 늙어가는 수짱의 삶을 통해 보다가 어떤 지점에서는 또 울컥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서점 남자 (이름 생각 안남) 와 다시 나와서 설레었는데, 와 유부남이다. ㄷㄷㄷ 멀쩡한 놈인 줄 알았는데 대체 왜 유부남이 찝적대는거냐... -_- 언니 그 남자랑 만나지 마요. 설레지마요. 할 뻔했네. -_- 이건 마스다미리가 너무했음...아무리 마흔이라도 이런 설정 너무한 거 아니냐고 -_-


 


















014.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서울대에서 가장 인기라는 죽음에 대한 강의를 한 법의학자이자 교수인 유성호 저자의 책. 앞쪽에는 저자가 겪은 법의학 관련 사례들이, 뒤쪽에는 그토록 많은 죽음(시체)을 경험한 저자의 죽음에 대한 생각, 윤리적 자세나 인식에 대한 것들이 쓰여져 있다. 특히 흔히 이슈가 되는 연명 의료에 대한 생각도 나와 있는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예산의 10~12%가 삶의 마지막 1년 동안 쓰인다는 점은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 중 마지막 한 달이 5% 이상이라고 한다.) 삶의 마지막을 유지하기 위한 어마어마한 비용을 보니, 나 역시 나의 죽음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됐다. 책 말미에 소개된 그레이스 리의 장례식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녀의 유언에 따름) 국화 대신 붉은 장미를, 그리고 와인을 준비하고, 슬픈 음악 대신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던 장례식, 그리고 다들 "그레이스 리는 멋진 여성이었어."라고 말하며, 와인을 마시고 탱고를 추던 장례식. 내가 죽을 때쯤은 이런 문화도 많아지려나.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알 수 없지만 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하게 된 책이었다.





















015.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김민정의 시어가 엄청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뭐랄까. 날 것은 날 것인데 숙성된 날 것의 느낌이랄까. 시어와 말맛이 너무 좋고, 읽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책이었다. 시와 에세이의 경계는 어디쯤에 누가 긋는 것일까 생각이 드는 시들도 여럿 있었지만, 형태가 시이건 에세이이건, 읽는 사람은 즐거우면 그만. 그럼에도 제목은 좀 너무 노린 것 아니냐며...(물론 성공한 것 같지만)


* 대체 몇 달이 지나서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3월의 책들도 정리 끝 : ) 4월도 얼른 정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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