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글을 배운 학교는 질문보다 정답이, 슬픔보다 행복이, 모호한 결말보다 깔끔한 엔딩이 환영받는 곳이었다. 게다가 ‘아이’라는 위치는 더욱이 고통이나 슬픔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여겨졌다. 어른의 슬픔도 이제 그만하라고 지겨워하는 시대에 천진난만함의 대명사가 슬픔을 표현하는 건 분명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면 내 안의 선생님이 나타나서 자꾸 글을 교훈적으로 봉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