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씨가 말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다른 카페들도 다 이런 거 아니야? 알고보면 우리가 가는 홍대카페, 뭐 이런 데들도 알고보면 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는거야.

그러니까, Cafe Bula의 네이버 카페에 누군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불라에 관한 글을 스크랩해서 올려주었고 (http://blog.naver.com/nelda2120/40094215194) 그걸 본 나와 돌고래씨의 반응은.

와, 뭔가 정상적인 카페같아, 

이렇게 객관화시켜서 올려놓은 카페사진을 보니 그냥 뭔가 정상적인 홍대 카페 포스팅을 보는 것 같은 오글오글하면서도 어색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배어져나오는 그 샤방함이라니. 아.

그런데, 설마, 정말 그럴까요?
그럴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어째 세상의 비밀을 하나 알아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마음도 있었던.
그리고 하루가 지난 어제, 나는 이리카페에서 있었던 양양 공연을 갔다.

어제는 홍대 이리카페에서 이리카페 가족들끼리 송년회를 했어요, 거기서 삼겹살을 구워먹었어요. 카페에서. 아마, 오늘 고깃집 냄새 났을 거야.

라는 양양의 말 뒤로 묻어나는 표정이, 아니 마음이, 나리씨가 말한 카페의 비밀이 사실은 사실, 이에요, 라고 나에게 속삭여주는 것 같아 나는 좀 웃었다. 그래, 정말 어쩌면, 우리가 가는 많은 카페들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사적이고 내밀한, 가끔은 너절하고 끈적끈적거리기도 하는, 소중한 공간이겠지.

2009년은, 카페 불라의 비밀이 될 수 있어 고마운 시간들이었다. 그 곳에서 서성이는 마음들을 어쩌지 못해 이도저도 못하며 보냈던 밤들, 마셨던 와인과 맥주와 커피와, 차. 가끔은 소주, 또 가끔은 빈대떡, 혹은 육회 들었던, 또 불렀던 노래들. 그 좋고, 좋고, 좋았던 시간들은 1년 후, 혹은 3년후, 10년 후의 나에게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판명되더라도, 혹은 매정한 기억력이 그 시간들을 깡그리 지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그런 시간이 내게 존재했음은, 내 삶의 어떤 부분이 그런 시간들로 채워져 있음은 분명 감사한 일일 게다.  

그나,저나,어쩌나. 카페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이제 카페들에 들어설 때마다 그 곳에 배어 있을 비밀들을 상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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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에서...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전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소주를 준 적이 있어요...평새 잊지 못하죠..ㅋㅋ

L.SHIN 2010-01-01 15:28   좋아요 0 | URL
쏘주를...
메피님이 그 바텐더한테 고마워해야 해요. 어쩌면 자신이 아끼고 먹던 것을
나눠줬는지도 모르잖아요? (웃음)

웽스북스 2010-01-01 21:31   좋아요 0 | URL
아. 우리가 칵테일바에 가자고 안하고 자꾸 소주마시자고해서 그런거죠?
알았어요 메피님. 우리 칵테일바에서 소주마셔요. 네? ㅋㅋㅋ

Mephistopheles 2010-01-02 00:05   좋아요 0 | URL
이 싸람들이 양주 한 병 마시고 전사한 사람은 아직 회복도 못했는데.....

블리 2010-01-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31일 불라 갔는데 햇살이 비치는 오후에 조용한 불라가 참 좋더라.
(31일은 단체 손님 없었어, 단체는 1일이었다는데.)
맛난 카레밥도 먹고 니나가 쓴 12월 달력도 보고 ㅇ리샤도 만나고...
그리고 문 열자 마자 그저게 웬디가 먹었다던 카레향까지 정겹고~ㅋㅋ
모든 카페에 비밀이 숨겨져 있더라도 우리의 비밀은 그 곳에만 있으니 역시 특별대접 받을만해, 불라는...

Alicia 2010-01-05 13:48   좋아요 0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