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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는 짝짝이 ㅣ 웅진 세계그림책 11
히도반헤네흐텐 지음,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1999년 10월
평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 이 이야기를 뭐라고 설명해볼까. 토끼판 루돌프 사슴코 정도로 이야기해볼까.
토끼 리키 귀는, 매우 짝짝이인 귀
만일 네가 봤다면, 축 늘어졌다 했겠지
다른 모든 토끼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리키, 외톨이가 되었네
여기까지는 루돌프 사슴과 토끼 리키귀의 스토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 사는 데 아무 불편이 없음에도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들. 그리고 그 단순한 편견이 삶에 미치는 단순하지 않은 영향들. 아니 어쩌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정도로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들.
이 동화는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사회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향해 하게 되는 고민들, 혹은 행여 갖게 될지 모르는 타인을 향한 편견들에 대해 단순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여기까지인가? 그렇다면 웬디씨의 리뷰는 여기서 끝나는가?
이 동화 속 리키와, 루돌프 사슴간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결국 이 동화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그것은 다음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안개낀 성탄절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 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그 후로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코는 길이길이 기억되리
루돌프 사슴이 친구들 사이에 사랑을 얻는 방법은 권위 있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 받은 것에서 기인했다. 결과적으로는 루돌프의 상처가 극복되었으니 참 다행스럽지만, 만약 산타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루돌프는 빨간 코를 평생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가엾은 존재로 살아갔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리키는?
극복한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극복하려고 일단 노력이라도 해본다. 귀에 당근도 꽂아보고, 모자로 가려보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귀를 세워보기도 한다. 그럴 수록 더욱 놀림감이 되지만, 굽히지 않고, 이것 저것 계속 시도해본다. 의사 선생님도 제발로 찾아가본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에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결국 리키는 그 상황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 낸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휘되는 재치와 위트, 결국에는 친구들과 함께 깔깔깔 웃으며. 궁극적으로는 같아질 수 없었겠지만, 서로간의 동일시를 경험하면서, 그렇게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상처를 극복해내는 리키.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렇게 리키처럼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바꿔나갈 수 있는 기지, 재치, 의지, 그리고 지혜가 아닌가 싶다. 언제까지 앉아서 산타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슬픈 건, 사실 세상일과 사람들은 뜻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고,
오히려 산타와 같은 초극적 힘에 의해서 상황이 바뀌어가는 것이
차라리 더 자연스러운 것처럼 생각되는 일들이 반복되어 간다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