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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망이나, 나도 한분 봅세!"
"잘으 생깄궁, 헌헌장부으 앙이겠능가?"
"어느 에미나이가 저 총각으 꽉 잡을랑가 모릅지"
북새통에 거리를 나돌던 처녀아이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가한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화재를 당한 축들은 아닌 모양이다. 길상은 얼굴을 반듯하게 쳐들고 지나가는 것이지만 목덜미는 벌겋게 물든다. 노상 젊은 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젊은 여자뿐만 아니라 용정촌에서 길상을 탐내는 사람은 많았다. 스물여섯, 총각나이론 늙은 편이지만 말수가 적고 어딘지 모르게 근심띤 독특한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끌리게 한다. 대부분 두만강 연변에서 일찍부터 건너온 이곳 사람들은 남도 사람들처럼 반상을 가리는 기풍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해서 길상이 비록 하인의 신분일망정 준수하 외모와 침착한 행동거지, 학식도 녹록잖게 들었다는 점에서도 좋게 생각들 하는 것 같았다. 자연 혼담이 생기고 유복한 집안에서 딸을 주겠다고 자청해 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서희는 완연하게 불쾌해하는 낯빛이 되었다.
<토지 5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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