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과 K는 여러모로 비슷해보이는 점이 많았기에
나는 M과 함께가기로했던 길담서원에 K와 동행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았다
M의 거침없는 강서구 비하 발언에 발끈해 그때부터 M에게 말을 놓기 시작한 K는
결국 돌아가는 길에, 니가 왜 M을 이뻐하는 지 알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그럼 그럼, 내가 아무나 그렇게 이뻐하지는 않아 ^_^
그리고 너도 M을 이뻐할 줄 알았어 흐흣
(실은 M은 모든 사람이 이뻐하긴 해 ㅋㅋ)
K는 M이 금요일에 공연을 본 후에 대학로에 있겠다면,
본인이 맥주한잔을 사겠다고 제안했고
무슨 공연을 봐야할지 특별히 정해져있지 않았던 M에게 나는
K의 공연을 함께 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M은 맥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맥주는 커피로 변신했다가 결국에는 치킨이 돼버렸다 ^_^
물론 나와 K는 맥주도 마셨지만, 흐흐
내가 원래, 보기와는 다르게 무심함이 하늘을 찌르는데 (으흠, 보기에도 그런가? ㅋㅋ)
거기에 만만치 않게 기억력도 나빠서
K에게 M에 대해 설명을 해주며 좀 치명적인 실수를 많이 했다
노래방에 가자는 K에게 M은 노래방을 싫어한다고 얘기하는 상황에 이르자
(음, 그러니까, 이게 3번째 실수였다 ;;;;
치명성 정도로 보면 가장 덜 치명적인 실수였으나,
쓰리콤보가 가져다주는 놀라운 힘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누나는 나에대해 알고 있는게 뭐냐!!!' 라는 M의 질책과
'너희 둘이 정말 친한거 맞느냐!!!' 라는 K의 의문에 맞서야했다
나는 결국 영화 속 명대사를 인용할 수 밖에
"나한테 잘해주지마, 나 다 까먹을거야"
(사실 한때 가장 친한친구 H는 나를 왜곡녀라 부르기도 했었다, 도무지 기억하는게 없다고 ;;;
실은 그래서 기록에 집착한다는 ;;;; 하지만 기록해놓고, 그 사실 자체를 까먹는 일도 부지기수)
K는 김연우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부르겠다며 노래방에 가자고 얘기했고
나는 그렇다면, 우리 제발, 제발, 신나게 놀지 말자,
상대방 신경쓰지 말고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자, 라고 제안했다
사실 앞에서 누가 신나게 춤춰도 나 정말 하나도 신나지 않는다고
그냥 좋아하는 노래들 부르면서
듣고 싶으면 듣고, 듣기 싫으면 노래찾고 하자,고 말이다
종각의 허름한 노래방에서 두시간을 노래하며
우리 중 누구도 단 한번도 신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선곡할 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냥, 좀 지지리궁상모드로, 좋아하는 노래들로만 실컷 내지르다 왔다
(그러고보니, M에게 그 언젠가, K와 기숙사 6층방에서 밤새 듣던
이적의 그땐 미처 알지못했지를 부르라고 했던게 한번의 강요라면 강요)
코드만 맞는다면, 이것도 얼마든 즐거울 수 있는데,
루즈함을 즐기며, 가끔 좋은 곡들은 간주조차 감상할 수도 있는 건데
우리는 노래방에서 너무 속도 지상주의, 분위기 업 강박, 에 시달린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즐겁자고 하는 것들인데...
암튼, 그렇게 하고 싶었던 노래방 로망을 80% 정도나마 실현시키기도 했고,
역시 우리는 그 방법이 더 즐겁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