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매일 나한테 자기네 교회 자랑을 하곤 한다. 남자보는 취향만 빼고는 많이 취향 및 성향이 비슷한 그녀와 나이기에 (ㅋㅋ) K는 내가 자기네 교회를 좋아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 일요일 모임에도 어찌나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교회 자랑을 하는지, 우후후. 아마 내가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면 귀가 얇은 나는 그녀와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을 것 같다.

오늘 그녀가 쓴 페이퍼를 보니 그녀의 교회 사람들이 경향신문에 함께 작은 광고를 내기로 했단다. 나는 그녀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었고, 그녀의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러저러한 글들을 읽어보았다. 현재 광고를 위한 모금 중이고 (돈이 많은 교회가 아닌 관계로) 모든 사람의 의견은 아닐 수도 있기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아 내거나, 혹은 현 시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러 카피들이 올라왔는데, 사실 나는 1번 후보로 올라왔던 '이명박 장로가 부끄럽다'는 내용의 자극적인 카피가 마음에 들었으나, 아마도 채택되지 않을 듯 하고 ㅜㅜ 촛불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 함께하겠다,는 정도로 완화될 듯 하다. 약하다 싶기는 하지만, 지난 주에 우리 교회 목사님이 친하게 지내시는 노회 목사님들께 '촛불시위는 분명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라는 한마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니, (아놔) 한국 교계의 평균적 분위기를 감안해보면, 그 목소리도 쉬운 목소리는 아닐 거다.

싸이월드 내에 있는 복음주의클럽이라는 곳에서도 미국 쇠고기 반대 광고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여기는 아직 가입 승인이 나지 않아 내용은 보지 못했으나, 6월 6일자로 경향이나 한겨레신문에 광고를 싣게 될 듯 하다. 개별 교회를 넘어선, 연대의 차원에서의 목소리인 듯 하고, 알음알음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 회원이 100명 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이런 움직임들이 또 곳곳에 있겠지


긍정의 힘으로 잘되는 나,를 바라며 뇌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헌금을 내는 것-이 현 교회를 바라보는, 그리고 현 교회 안에 있는 적지 않은 이들의 일반적 인식이고,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면 (의외로 많다는 현실을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지 않다고, 그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움직임이 여기저기 많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 역시 의외로 주변에 많은 편이다) 그 사람이 믿는 하나님은 내가 믿는 하나님이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자기는 기독교인이라고 우겨대시니, 솔까말 흠좀짜인 상황. 하지만, 저 일반적 인식의 대표주자인 현 정부 쥐박선수 덕에 여기저기서 외로운 목소리를 내던 이들이 작은 힘이나마 합해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불행중 다행이다. 아직까지는 불행과 다행 중 불행의 포션이 훨씬 큰 것만 같은 세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행보다는 다행의 포션을 좀 더 넓게 키워 나가는 기분 좋은 움직임들이 많아지길.




댓글(6)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두개의 광고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6-06 13:34 
    오늘자 경향신문 어제자 경향신문 첫번째 광고도, 두번째 광고도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과 함께했다 모금 명단을 보며 아는 이름들을 만나고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하면서 비록 작은 손길이었지만 적은 손길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일 그리고 작은 손길로도 가능하기에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 일
 
 
Mephistopheles 2008-06-04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MB및 그를 추종하는 기독교목사들이 믿는 하나님은 동명이인입니다..^^

웽스북스 2008-06-04 13:1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런거죠?
아 하나님 정말 명예훼손으로 힘드시겠어요 ㅜㅜ

순오기 2008-06-04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박 장로가 부끄럽다'라고 나가야 되는데...
또 다른 하느님일거야 분명히!!

웽스북스 2008-06-04 13:10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그게 좋은데 말이죠 ㅋㅋ

마늘빵 2008-06-04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향신문이 어제부터 오기 시작했는데, 이게 조중동과 경향의 차이은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한국일보와 경향의 차이도 엄청나단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하단,전면광고 자체가 아예 성겨이 다르더군요. -_- 한국일보는 재향군인회의 우리나라 선진국 운운하면서 좌파 빨갱이 어쩌구 했는데, 경향은 시민들의 광우병 반대 광고였다는. 마이클럽도 오늘 났더군요.

웽스북스 2008-06-04 13:13   좋아요 0 | URL
음, 한국일보도 경향도 조중동도 종이페이퍼로 본지는 언~ 수년 전인 저로는 갑자기 조중동과 한국일보의 차이점도 궁금해지네요 ^_^

경향에 돈을 모아 광고를 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진보언론쪽도 광고가 많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그런 듯- 마이클럽은 한참 안들어갔었는데 한번 들어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