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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점심시간, 나의 옛 팀장님이셨던 H과장님께서 건물 입구에 서계신다. 그리고 난 과장님께 다가가 귓속에 뭐라뭐라 말한다. 우리 H과장님, 쓰러질 듯 웃으신다. 내가 외친 말은 딱 9자.
"과장님, 저 생식 샀어요"
우리 과장님과 나는 재작년쯤 웰빙라이프를 해보겠다며 농협 생식을 두박스나 사서 사이좋게 나란히 한박스씩 버렸던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그런 내가 또 생식을 샀다니, 우리 과장님 쓰러지실 수 밖에.
"과장님, 그래도 이번건 쫌 맛있어요, 한번 드시러 오세요!" 라는 말을 잊지 않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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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난 현재 팀장님이신 L과장님을 또 한번에 웃겨드렸다.
"과장님, 저 실은, 생식 한번 먹었어요'
박장대소하시는 우리 과장님. 그래도, 나랑 같이 저녁 이번주부터 안먹기로 했던 과장님, 저 다 과장님이랑 먹은 것들 때문에 생식 못먹었다는 거 아실랑가 모르겠사와요 ㅜㅜ
- 월요일은 첫날이니 꿋꿋하게 생식먹고
- 화요일은 과장님이랑 영화보느라 미리 분식 챙겨먹고
- 수요일은 과장님이 사온 쪼꼬케잌 5시에 먹고 배불러서 못먹고
그래도 이거 다 본격적인 식사는 아니야, 라며 스스로 완전 위로모드였는데
- 오늘은 급기야 과장님이 저녁을 먹자고 살살 꼬셔서 해물떡찜을 먹었다.
(근데 과장님, 저를 꼬셔주셔서 진정 감사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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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해물떡찜은 좀 얍삽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떡볶이에 해물 좀 넣고 보글보글 끓여서는, 그래도 좀 이름이나마 고급스럽게 보이는 해물떡'찜'이라 명명한 후 2만원 가량의 돈을 받아먹다니, 아흥, 정말 너무해. 해물떡볶이와 해물떡찜은 정말 다른 느낌이지 않는가. 음식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본인들은 스스로 떡볶이와 격이 다르다고 생각이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해물떡찜 가게에 "해물 떡찜은 떡볶이를 업그레이드한"이라고 써있는 걸 보니 좀 심통이 난다. 니들도 떡볶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 알고 있었구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