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 군대에 간 이후로 교회의 반주는 M의 어머니, 즉 교회 싸모림께서 해주시고 계신데 우리 싸모림은 목사님 사역 시작하신 후부터 여러 번 반주자로 섬기긴 했었으나, 찬송가 반주에만 능숙하고 코드 반주는 영 어려워하신다. 그러니까, 찬송가 반주는 악보를 보고 쳐야 하는 거고, 코드 반주는 코드를 읽고 띵똥띵똥 만들어내서 쳐야 하는 것. 피아노를 어설프게 치는 사람들 중 코드 반주가 맞는 사람은 찬송가 반주를 어려워하고, 찬송가 반주가 맞는 사람은 코드 반주를 어려워한다. 싸모림은 찬송가 반주 스퇄~ 그러다 보니 최신가도를 달리던 우리의 찬양 선곡이 다시 전통적인 찬송가 위주로 가고 있다.
내일은 31일, 송구영신 예배가 있는 날이다. 송구영신 예배는 11시 30분 시작. 나는 10년 이상,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송구영신 예배를 드려왔다. 결심쟁이인 나는 새해의 결심을 그 때 거의 다 하고, 1월 1일날 거의 다 깬다. -_- 오늘 싸모림은 역시 찬송가는 잘 치셨으나, 코드반주로 해야 하는 CCM은 박자와 반주 모두가 좀 많이 엉망이었던 관계로, 나는 잠깐 예배 후 본당 청소를 마치고 피아노에 앉았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라고 띵똥띵똥 치며, 아 쉬운 곡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같이 찬양단을 하는 H언니(지난번 C오빠 부인 H언니다. 우리교회 작다 -_-)가 나더러 내일 반주를 해보라며 들쑤시는 통에, 엉겁결에 내일 송구영신 예배 반주를 맡게 됐다.
여기까지 말하면 내가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내 피아노 실력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녔으나, 중간에 쉬다 계속하다,를 반복한 관계로 6학년이 돼서야 체르니 30번을 마쳤었다. 그건 엄마가 30번을 마치면 피아노 학원을 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40번 연두색책을 받자마자 2-3곡을 채 치지 않고 피아노학원을 그만뒀다. 물론 커서 후회했다. 내가 이렇게 피아노소리를 좋아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해가 시작되던 해에 M에게 잠깐 코드 반주를 배웠는데 배운지 1개월만에 M도 나도 바빠서 그만두게 됐다. 그러니 피아노 실력은 안봐도 뻔한 것이지 -_- 게다가 반주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걸- 초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에서 물론 6학년 때 잠깐 반주를 했었는데, 그 때 샵이나 플랫이 두개 이상 붙은 곡을 부를 땐 손을 놨었다. 그럼 아이들은 무반주로 노래를 불렀었다. ㅠㅠ
이런 실력으로 반주를 맡게 됐으니, 내일 오전 근무 마치고 예배 시작 시간인 11시 반 전까지 나다에 가서 영화를 좀 보거나, 혹은 미용실에 가서 빠마나 쫌 해볼까 하던 계획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내일은 죽어라 교회에 붙어서 피아노 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내일의 선곡은 내가 했다. C코드와 G코드. 그러니까 다장조와 사장조(샾 하나-_-) 곡들 뿐이라고 보면 된다. 엇박, 재즈풍, 이런 곡 하나도 없다. 무조건 쉽고 단조로운 진행. 그래도 버벅 버벅 틀리고 난리났다. 아. 2007년의 마지막을 피아노 연습으로 보내야 하다니.
부디 피아노 실력 뽀록 안나고 잘 넘어가길. (이래놓고 난 분명 사람들이 '예의상' 잘 친다고 얘기해 주면 '그게 제가 칠 줄 아는 유일한 곡들이에요' 라며 먼저 불 것이 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