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 신동문
우산은 비가 내리는 때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젖어 있는 마음은 언제나 우산을 받는다
그러나 찢어진 지(紙)우산 같은 마음은 아무래도 젖어만 있다
더구나 웃음이나 울음의 표정으로
인간이 누전되어 몸 속으로 베어 올 때는
손 댈 곳, 발 디딜 곳이 없어 지리지리 마음이 저려온다
눈으로 내다보는 앙상한 우산살 사이의 하늘은
비가 오나 안 오나 언제나 회색진 배경인데
그런 기상이 벗겨지지 않는 것은
떨어진 마음을 마음이 우산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손도 누구의 손도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