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이라는 단어는 참 낭만적이다
직장인들은 햇살이 유난히도 따뜻한 날이면
아~ 소풍가고 싶다~! 를 외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낭만적인 소풍
그러니까,

1. 김밥 싸 들고
2. 자연과 함께하며,
3.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4. 한가로이 보내는

소풍을 갔던 적은 나 역시도 몇번 되지 않는 것 같다
4호선라인의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을 번갈아가며
중학교 이후의 소풍은 거의 그렇게 점철되어 있고
여기저기서 소풍 온 학생들로 난장판이 된 놀이공원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놀이기구를 탔던 것 외에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꼭 한 번 기억에 남는 소풍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반별 자치소풍이라는 걸 했었는데,
우리 반은 그 때 기차를 타고 강촌으로 소풍을 갔었다

그게 대학생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겠으나,
대학생들을 동경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그 날의 장면장면은 10년이 흐른 지금도 (헉, 정말 10년?)
참 행복한 일상으로 남아 있다




아침 출근길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지하철에 오르는 학생들을
봄, 가을, 1년에 두번, 일정 기간동안 만나게 된다

늘 말하지만,
서울랜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가
롯데월드 가는 지하철로 갈아타는 나로서는
이 기간이 정말 지옥이다

그렇게 매년 만나도,
만날 때마다 참 만감이 교차한다

처음에는 출근시간에 대한 배려,
그리고 그 시간에 지하철을 타야 하는 아이들의 불편함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매년 변함없이. 정말 소풍 장소를

이/렇/게/밖/에/못/정/하/는!
선생님들과 학교에 화가 난다

조금 더 고민해보면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이렇게 매년, 소풍이랍시고
아직 경험하지 않아도 될 지옥같은 출근 지하철을 경험하며
인공적인 랜드와 위험한 월드로 몰려가는 아이들은
2006년의 소풍과 2007년의 소풍을 구분해 기억하지 못하겠지


내 아이가 소풍을 갈 때쯤은
소풍이 좀더 소풍다워지길

 

PS
강북으로 출근하는 친구는 청계천 소풍가는 학생들 때문에 곤혹을 치른단다
도무지 이 개성없음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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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0-1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친은 집이 창원인데 고등학교 때 소풍으로 '에버랜드'에 갔다더군요.
이건 뭐 전국적으로 소풍이라면 놀이공원인지 -_-;;
저도 롯데월드, 에버랜드, 심지어 초등학교 땐 동네에 있는 드림랜드까지;;
온갖 놀이공원을 섭렵했군요 -_-;;
(서울랜드는 고등학교 때 학교 연중행사인 마라톤 하러 갔었어요-_-;;)

순오기 2007-10-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 우리아들, 오늘 광주의 패밀리랜드로 갔다가 방금 돌아왔어요.
몰개성, 천편일률 우리 교육의 현주소..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정하면 좀 좋아요!
교육부 장관이 바뀌어도 그 타령, 교육감이 바뀌어도 그 모냥...에구!!

웽스북스 2007-10-2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순오기님
창원에서도 광주에서도 소풍은 역시 랜드~로군요- ㅠㅠ
이매지님 // 그러고보면 지리적 조건도 무시 못하죠, 저희도 서울랜드와 대공원 ;; 드림랜드는 한번도 안가봤어요
순오기님 // 윗분들 바뀌어도, 애들한테 소풍이 추억이 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얼마나들 하시겠어요 ;;